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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12월 2일) 뉴잉턴에 위치한 새길교회에서 10년차 찬양팀 모음의 정기 찬양 집회가 있었다.다음은 모음의 김성규 대표와 1문 1답한호일보: 이번 집회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김성규: 예전에는 전통 집회 방식으로 많이 했다. 그러나 최근부터 음악인으로 구성된 팀의 특성을 살려서 찬양을 최대 14곡까지 하고 말씀은 짧고 굵게 하는 것으로 했다. 또 우리가 호주에 살기 때문에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을 위해 영어 자막을 달았다. 오늘 참석자 중에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도 2명 있었다.한호일보: 집회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김성규: 우리 팀은 2014년 시드니 거주 음악 전공 크리스쳔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음악을 전공한 뮤지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들 생계를 위한 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팀원들 모두가 생활인으로서 가족이랑 시간도 보내야 할텐데 귀한 시간에 모여 집회 준비를 하고 연습을 했다. 다들 큰 희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들 시간이 없다 보니 한국에서와 같은 실력이 안나오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중심을 보신다고 생각한다. 함께 협조해 주는 가족에게도 감사하다.한호일보: 한인 교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김성규: 찬양예배를 원하는 교회가 있으면 이것 저것 안 가리고 우리가 찾아 가서 섬기고 있다. 예수님 밖에 무엇이 필요하겠나. 우리가 먼저 열심히 하겠다.정리: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08/12/2023

샬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넘치시기를 기도하며 호주시드니한인교회교역자협의회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11월 29일에 있었던 NSW 주 정부 의원들과의 미팅이 주님의 크신 은혜 가운데 잘 성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은혜로 우리 크리스천을 옹호하는 좋은 의원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그 중 다문화장관의 비서를 만나게 되어서 이는 앞으로 우리들이 힘써 악한 법안들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입니다. 알렉스 그리니치(Alex Greenwich)의원이 옴니버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평등’ 법안을 28일 밤에 국회에 상정하였고 국회에서 reading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주 총리, 법무부장관, 다문화장관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아래와 같이 옴니버스(평등) 법안의 요점을 알려드립니다. -아래–주정부가 성전환법안을 금년 안에 통과시키려던 것을 내년초로 연장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요청 한 바 중에 하나이고, 많은 한인교회들과 다른 종교단체들이 협력하여 이룬 작은 성과입니다.하지만, 이것은 끝난 것이 아닌, 단지 보류되었다는 점은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사항입니다.우려되는 부분 중 또 하나는 입법부가 "평등" 법안의 나머지 부분에서 "전환 관행"을 분리하는 그리니치씨의 법안에 관한 절차적 동의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동의안은 또한 "평등" 법안을 내년 3월 15일까지 연장하고 2월 8일에 우선 토론을 실시할 것이며, 3월 14일 투표를 보장했습니다. 그리니치 ‘평등’ 법안의 다섯 가지 주요 문제1.  이 법안은 NSW 어린이의 건강과 복지를 위험에 빠뜨리고 어린이와 부모 사이를 이간질시킵니다. 이 법안은 미성년자가 부모와 가족의 후견인 감독 없이 스스로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예. 어린이(만16세 미만)가 부모의 동의 없이 성 지향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 성전환 수술 동의 없이 받을 수 있다) 2. 이 법안은 종교기관이 신앙 기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이 법안은 종교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이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 신념이 크게 다를 수 있는 판사에게 종교기관에 대한 전례없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예.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종교기관에서 내쫓을 수 없다. 신앙 기반 자선단체가 동성 커플에게 양육 서비스와 결혼 상담을 제공하도록 요구) 3. 이 법안은 종교 교육기관이 신앙 기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이 법안은 동성 및 트랜스젠더 권리와 관련하여 종교 학교의 종교 자유 권리에 대한 차별금지법1977의 모든 균형 조항을 제거합니다. (예. 종교 학교에서 동성애자 또는 트랜스젠더 교사나 스태프를 거절할 수 없다. 종교 학교는 교사에게 결혼에 대한 진보적인 관점을 가르치거나 지지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 없다. 종교 학교는 생물학적 남아가 여아 화장실에 접근하거나 시설을 변경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판사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4. 이 법안은 매춘을 특권화하고 NSW 여성의 복지를 훼손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NSW의 매춘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 범죄를 담고 있는 1988년 약식범죄법의 3부를 삭제합니다. 이는 NSW에서 매춘 관행과 권유를 자유화할 것입니다. 또한 이 법안은 놀랍게도 NSW 차별법에 ‘성노동자’라는 새로운 보호 속성을 추가했습니다. (예. 집, 학교, 교회 또는 병원 근처 또는 눈에 보이는 곳에서 매춘을 권유하는 것은 더 이상 범죄가 되지 않는다. 공공 매춘 행위에 가담하는 것은 더 이상 범죄가 되지 않는다.) 5. 이 법안은 법령집 전반에 걸쳐 자기 성 정체성과 기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성별 이데올로기를 소개합니다. 이 법안은 NSW 법령집에서 성별에 따른 언어와 구별을 근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 16세 이상의 모든 사람이 법적 선언을 통해 성별 변경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한 선언이 이루어질 수 있는 횟수나 빈도에 제한이 없다. 법적 선언을 하면 성전환 수술 없이도 생물학적 남자가 법적으로 여자로 인정 되어서 여성화장실이나 여성 전용 장소에 출입 가능, 여성 전용 스포츠 가능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큰 우려를 안겨줍니다. "개종 관행" 법안은 그리니치 의원의 법안 중 유일한 문제가 아니며 두 법안을 분리해도 나머지 "평등" 법안의 문제가 덜한 것은 아닙니다.그리니치씨의 "평등" 법안은 종교의 자유와 부모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모든 신앙 공동체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 법을 결정하는데 도구로 사용되는 하원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반대하는데 힘쓰겠습니다.기사 제공=시드니교역자협의회

08/12/2023

성재훈 담임 목사가 이끄는 젊은 교회시드니 새순교회 송선강 담임 목사 설교2023년 10월 1일(주일) 오후 4시 디딤돌 교회(담임목사: 성재훈)가 창립예배를 가졌다.지난 1월부터 에핑에서 예배를 드려온 이 교회는 9월 카슬 힐에 위치한 라이트 로드 커뮤니티 센터 (Wrights Road Community Centre)로 자리를 옮겨 오후 2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디딤돌 교회는 "복음의 충만함을 매일 새롭게 경험하고 하나님 나라 중심의 삶을 살아가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공동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디딤돌 교회는 대양주예수교장로회 북노회에 소속된 교회이다. 성재훈 목사는 "복음이 중심에 있는 신학적 비전을 가진 사역자들을 위한 디딤돌이 되며 그들과 함께 숲을 이루는 꿈이 있다"라고 말했다. 성목사는 또한 인삿말에서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예수님 안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날 창립 예배에서는 시드니 새순교회 담임인 송선강 목사가 "주님이 꿈꾸시던 바로 그 교회"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성재훈 목사는 호주장로교 신학교인 Christ College를 졸업하고 다음교회, 새순교회 부목사를 거쳤으며 복음 중심의 교회를 꿈꾸며 새순교회 출신 청년들과 교회를 개척했다. 호주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1.5세 젊은 담임 목사가 일으킬 변화에 교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E-mail: steppingstonesydney@gmail.comSunday Worship Service매주일 오후 2시Function Room | Wrights Road Community Centre, Castle Hill 한호일보 손민영 기자 gideon@hanhodaily.com

06/10/2023

연약한 천재들“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프리드리히 니체의 이 단호한 명제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사람들이 있다. 정신건강 등 의학과 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다룬 저널리스트 클로디아 캘브는 <앤디 워홀·아인슈타인도 정신병 앓았다>에서 워홀을 비롯해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은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강박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스, 우울장애를 앓았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 등 저명인사 열두 명이 겪은 내적 고통을 소개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들은 각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에 이름을 새겼지만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약물중독, 도박중독,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정신질환과 연관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마릴린 먼로(경계성 인격장애), 하워드 휴스(강박장애), 다이애나 세자빈(신경성 폭식증), 에이브러햄 링컨(우울장애), 크리스틴 조겐슨(성별 불쾌감[트랜스젠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자기애성 인격장애), 베티 포드(물질사용장애), 찰스 다윈(불안장애), 조지 거슈윈(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도박장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아스퍼거 증후군) 등 각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매력적인 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이 책은 “천재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인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물론 정신병이 창조성에 기여하는 긍정성만 강조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심리적 장애가 창조적 노력을 어떻게 비극적으로 끝장내는지도 고찰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부터 하워드 휴즈에 이르기까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어떻게 궁극적 비극의 무대가 될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현대 미국 음악의 거장인 조지 거슈윈은 어린 시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싸움질을 일삼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였다. 그가 치료제인 리탈린을 복용했다면 ‘랩소디 인 블루’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억제되지 않은 야성적 에너지 덕분에 강렬하고 화려한 그의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찰스 다윈은 툭하면 복통에 시달렸고, 과학자 모임에서 몇 분간 발언하고는 24시간 동안 계속 토하는 등 ‘불안장애’ 증세를 보였다. ‘강박증’이 있던 하워드 휴스는 문을 열 때마다 손잡이를 화장지로 감싸 쥐었으며, 그가 먹을 과일 통조림을 따는 사람은 사전에 세 쪽짜리 지시문을 읽어야 했다.다이애나 영국 세자빈은 지속적인 좌절감,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열패감, 슬픔과 두려움 등의 감정에 사로잡혀 여러 번 자해를 했다. 마릴린 먼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어머니가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났고 외삼촌 한 명은 자살하는 등 유전성이 강한 정신질환으로 고생했다. 먼로는 편지에서 이렇게 절규했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알고 싶어.”미쳤거나 천재거나 체자레 롬브로조는 ‘범죄인론’을 통해 범죄자들이 지닌 생물학적 특징을 찾아낸 범죄학 전문가이다. 그는 한때 정신병자 수용시설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일련의 연구로 범죄학을 창시하고, 법의학의 성립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189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에 ‘천재성’의 문제에 매달렸다. 천재들이 지닌 특징을 세밀하게 나누어 분류하고 보통사람들과 다른 그들의 실체를 정의하고 천재성의 원인을 찾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미쳤거나 천재거나>이다.이 책에도 우리가 알만한 역사적 인물들의 기괴한 사례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희한한 내용들도 많다. 천재들은 키가 작은 경우가 많았다. 알렉산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부터 몽테뉴, 베토벤, 찰스 램까지 모두 단신이었다. 또 독신을 고집하거나 결혼을 했어도 자녀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혹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 조숙함도 천재의 특징이다. 아홉 살에 베아트리체에게 연시를 써 보낸 단테를 위시하여 파스칼과 콩트는 열세 살에 위대한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이네나 바이런은 방랑벽이 있었다. 모차르트는 음악적 영감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치 꿈처럼 불쑥불쑥 떠올랐다고 한다. 혹은 꿈속에서 영감을 얻는 천재들도 많았다.하지만 천재에게 이런 신화적 특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범한 기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광기 어린 행동들도 많았다. 줄리어스 시저,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 헨델 등은 모두 간질 발작이 있었다. 천재의 숙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우울증은 대다수에게 발견된다. 괴테는 평생 자신이 즐거웠던 날들을 다 헤아려도 4주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조르주 상드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 쇼팽은 말년의 우울증이 너무 심했다. 뉴턴, 쇼펜하우어, 루소, 파스칼, 소크라테스 등 천재들의 특징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다 보면 그 속에서 비정상 혹은 광기 어린 특징들을 더 많이 찾게 된다. 한마디로 천재와 광인의 교집합에 해당되는 특질들, 다시 말해 천재란 실은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과 얼마나 비슷한가를 알 수 있다. 대체 천재들은 왜 그럴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지적 능력과 무서운 집중력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러 가지 결핍현상이 나타나는데, 사회 부적응,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자기의 관심사 외의 것에는 터무니없을 정도의 무관심 등등이 그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늘상 헤매기 일쑤다. 사회지능(SQ)을 조사해보면 대략 두 자리수일 것이다.심리학에서 이러한 천재들의 특성을 ‘고기능성 자폐증’이라 진단한다.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다른 부분에 대해 장벽을 형성하고, 그 결과 저능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천재들의 괴팍스러움은 스스로 원한 것이라기보다 천재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겪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천재들은 살아가면서 고기능성 자폐가 불러오는 수없이 많은 우행과 기행, 착오를 저지른다. 천재, 뉴턴의 일화평생을 독신으로 산 뉴턴이 개와 고양이를 길렀는데, 한 벽면에 고양이가 다닐 구멍을 하나 뚫어주었다. 그런데 구멍이 작아 개는 다닐 수 없겠다 싶어 그 옆에 큰 구멍을 또 하나 더 뚫었다. 친구가 물었다.“벽에 왜 구멍을 둘씩이나 뚫었어?”“개 하나, 고양이 하나가 필요하잖아.”“그럼 큰 구멍 하나만 뚫어 같이 다니면 되지.” “아, 참 그렇군.”또 뉴턴은 또 연구에 열중하다 계란을 삶기 위해 물을 끓이는 냄비 속에 계란 대신 회중시계를 넣어버렸다는 일화도 남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더욱 우리를 아연케 하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뉴턴이 난로 곁에 앉아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난로가 뜨겁게 달아올라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참다못한 뉴턴은 곧 하인을 불러 난로 속에 있는 불을 끌어내라고 했다. 하인은 답답하다는 듯 뉴턴에게 말했다. “아니, 난로가 뜨거우면 불을 끌어낼 게 아니라 교수님이 앉은 의자를 뒤로 좀 물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제야 멍 때리는 표정으로 뉴턴이 대꾸했다. “아하! 그런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내가 왜 미처 생각을 못했지?”자신이 발견한 것을 남에게 빼앗길까봐 늘 전전긍긍했고, 동료 과학자들과 무섭게 경쟁적이었던 나머지 평생을 수많은 적들을 만들고 싸웠던 뉴턴은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말처럼 ‘우정, 사랑, 부성애 결핍 등 인간적인 면에서는 최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미적분과 만유인력 발견 등으로 인류가 오늘의 문명사회로 성큼 다가서게 되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오늘날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것도 뉴턴 역학 덕분이다.천재, 아인슈타인의 일화이런 뉴턴에 꿀리지 않는 클래스가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있을 때 집이 가까워 점심은 늘 집에 와서 먹었다. 걸어서 다니면서도 늘 머릿속으로는 ‘연구’를 하던 그는 길에서 동료를 만나 연구 얘기를 하다가 헤어질 때 동료에게 물었다.“여보게, 내가 집 쪽에서 오던가 연구소 쪽에서 오던가?‘“집 쪽에서 오셨죠.”“아, 그럼 점심은 먹은 거로군.”아인슈타인은 또 20년이나 산 자기 집의 주소를 끝내 외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 뉴저지주 머서카운티 프린스턴시 머서가 112의 집주인은 매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때로는 자신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 주소를 알았다고 한다. 물론 20세기 최고의 과학천재가 머리가 나빠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고기능성 자폐증이다.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발견한 상대성 원리로 인류는 우주의 탄생과 그 얼개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천재, 리언 레더먼의 일화중성미자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로 큰 성과를 거두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이 다른 물리학자(리정다오)가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신의 입자>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맨해튼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기초 미적분학 문제를 풀던 중 어려운 부분에 막혀서 쩔쩔매다가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생면부지의 승객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실례지만 혹시 미적분 할 줄 아십니까?” “아,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그 승객은 노인의 문제를 받아들자 금방 풀어주고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노인이 지하철에서 미적분학 공부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노인의 옆자리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준 사람은 소립자론에서 이룩한 획기적인 업적으로 무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중국계 이론물리학자 리정다오(李政道) 컬럼비아대 교수였다.그러면서 레더먼은 자신도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다음과 같이 너스레를 떨어가면서 풀어놓았다. 그도 지하철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하필 환자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그런데 잠시 후 간호사가 다가와 환자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 다음에 레더먼과 눈이 마주쳤고, 간호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댁은 누구세요?” “아, 네. 저는 리언 레더먼이라고 합니다. 페르미 연구소의 소장이고 노벨상도 받았지요.” 그녀는 레더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계속 세어나갔다. “물론 그러시겠죠. 넷, 다섯, 여섯……”천재, 막스 플랑크의 일화양자이론을 제안하고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막스 플랑크는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 27세의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다. 워낙 동안인 플랑크는 40대에도 청년의 얼굴 그대로였는데, 하루는 플랑크가 어느 강의실에서 강의를 해야 할지를 몰라 과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플랑크 교수가 강의하는 교실이 어딘가요?”직원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젊은이, 거긴 가지 말게. 자넨 너무 어려서 플랑크 교수의 강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나이 60세 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플랑크는 이후 독일 전역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피곤한 사람은 플랑크뿐 아니라, 그를 싣고 독일 곳곳을 다녀야 했던 운전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해 약간 불만이 있었던지 한번은 강의하러 가는 도중에 운전기사가 뒷자리의 플랑크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교수님 강의는 하도 많이 들어 저도 할 수 있겠습니다.”기사의 어깃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 플랑크가 대뜸 이렇게 대꾸했다. “그럼 이번엔 자네가 한번 해보게나.”이렇게 하여 뜻하지 않게 운전기사가 강단에 서서 열이론인 복사이론을 열나게 열강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강의 후 질문이 대뜸 날아들었다. 그러자 기사는 놀라운 임기응변을 보였다. “흠, 그런 질문은 제 조수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플랑크가 얼른 강의를 배턴터치해서 무사히 끝냈다고 한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플랑크였지만 그만큼 비극적인 인생을 산 과학자도 드물다. 아내는 폐결핵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고, 1차 대전에 참전한 큰아들은 베르됭 전투에서 전사했으며, 두 딸은 모두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 게다가 마지막 남은 둘째아들은 2차대전 중 히틀러 암살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늙은 플랑크는 히틀러에게 달려가 탄원했지만, 1945년 끝내 사형이 집행되었다. 2년 후, 1947년 플랑크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그는 끝까지 나치에 협력하지 않은 드문 독일 과학자였는데, 그를 기려 설립된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세계적인 과학 연구기관이다.천재, 볼프강 파울리의 일화역대 물리학자 중 최강의 독설가로 볼프강 파울리를 추대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00년 4월 25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유태인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볼프강 파울리는 조숙한 천재로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드러냈다. 1918년 뮌헨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한 파울리는 19세 때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조차 난해한 수학과 생경한 개념으로 인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해 237쪽짜리 해설서를 썼다. 아인슈타인조차 이 해설서에 감탄했고, 아직까지도 특수 상대성 이론의 최고 교과서로 인정받는다.파울리는 이어 21살 때 이온화 수소 이론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25년에는 파울리 배타 원리를 발견했으며, 27살로 취리히 대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1945년에는 파울리 배타원리 발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보른, 디락과 함께 초기 양자역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코펜하겐 해석자 멤버들 중 한 명이기도 한 파울리는 그의 천재성만큼이나 날카로운 논평, 강력한 독설로 유명했다. “새로 쓴 논문의 성공 여부를 미리 알고 싶으면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에 먼저 파울리에게 검증을 받아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면 가차 없는 독설을 날렸다. 한번은 파울리의 지도를 받던 제자가 연구논문을 발표했을 때, 말없이 듣고 있던 파울리가 마지막에 한 마디 내뱉었다. “자네는 나이도 젊은데 벌써 무명 물리학자가 되는 데 성공했구만.”파울리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주눅 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몇 달 후 그 제자가 다시 완성한 논문을 들고 찾아왔을 때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발사했다. “이건 틀린 정도가 아니야! 틀렸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라고!”(Not even wrong!). 제자의 이름은 빅터 바이스코프인데, 스승의 혹독한 조련 덕분이었는지 다행히 훗날 훌륭한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이런 파울리의 독설은 자신이 아쉬운 부탁을 할 때도 여전했다. 한번은 자기 제자를 당시 과학계의 지존 아인슈타인에게 추천하는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아인슈타인 선생님, 이 학생은 제법 똑똑하기는 하지만, 수학과 물리학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되신 지 꽤 오래인 만큼 잘 보듬어주시리라 믿습니다.”천재성이냐, 창의성이냐인류사에서 천재가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무렵부터다. 유럽의 계몽군주는 근대로 이행하는 급변기에 자신의 이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로 천재들을 활용했다. 모차르트가 신동 신화의 대표적 인물이 된 것은 근대 초기 시민계급 사회의 왕성한 교육열과 계몽군주들의 꿈이 만난 결과였다.20세기에는 많은 학자가 천재성의 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스탠퍼드대의 심리학자인 루이스 터먼은 지능지수 검사법을 창시해 지능과 천재성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지능지수와 비범한 창조성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신경과학자들이 뇌의 활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서번트 증후군 등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오늘날 천재에 대한 과도한 숭배 혹은 낭만적 우상화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다윈이 살던 시대와 달리 현대의 모든 분야는 전문화가 주류다. 한 명의 천재가 아닌 다수의 전문가가 활동하는 시대며, 다재다능한 천재의 비범함보다 대중지성이 각광 받는다. 그래서 최근의 천재성에 관한 관심은 한 인물에 대한 조명이 아니라 창의성에 대한 관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천재는 강요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원숭이가 시의회의 의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토마스 섬머빌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20/09/2022

한 문장 인생한국의 신간 서적들의 책날개에 기록된 저자 소개를 보면 최상급의 현란한 수사들이 춤추는 것을 보며 현기증을 느낄 때가 많다. 이른바 ‘네임 밸류’가 떨어지는 일천한 젊은 필자일수록 심하다. “세계적인 학자로...”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며...” “한국인 최초로 개발한....” 객관적인 경력과 학력 소개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일들에 초일류 형용사를 동원하여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물론 일 년에 수천종이나 발행되는 출판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제목을 띄우든지 필자를 키우든지” 하는 상업 논리를 따라야 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럴수록 겸손의 미덕을 최고로 삼는 선비정신과는 철저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장이라도 어떤 책이든지 펴놓고 살펴보라. 이런 자화자찬적인 말을 비웃듯이 <타임>지 창간인 헨리 루스 부인으로서, 이태리 대사를 역임한 클레어 여사는 “모든 인물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언어 두세 마디로 그 인생이 요약되고,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K 전 대통령은 상당한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IMF로 나라 망친 대통령’이란 한 마디로만 기억한다. 그가 세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을 펴내며 그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을 고쳐보려고 처절하게 노력하지만, 그 자서전 내용대로 평가하거나, 그 내용을 몇 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해서 기억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억울하다 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세평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남긴 명언 한마디 정도나 명저 한두 권 정도 기억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 하면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분이라거나 ‘흑인 인권 운동의 기수’라는 단 몇 단어로 그 생애가 요약되고, 평가된다. 한 문장, 몇 단어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한 시간 이상 침 튀어가며 칭찬해주거나 장황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아니 이력서 한 장 정도로도 대답하지 않는다. 심지어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말로 대답하기 일쑤이다. “응, 그 사람? 사기꾼이야!” 단 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그 사람, 참 웃기는 사람이야!” 역시 한 문장이다. “그 사람, 근처에도 가지 마!” 두 문장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 믿어도 좋은 사람이야!” 한 문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그분,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야. 그만한 사람은 이제까지 못 만나 봤어!” 두 문장 정도다.이처럼 각 사람의 평가에 대한 문장의 내용은 다 다를지라도, 분명한 공통점은 단 몇 마디이거나, 한 문장이고, 길어봤자 두세 문장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두 문장, 세 문장으로 늘여서 칭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을 한 문장 이하로 평가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성품과 능력 이상으로 칭찬받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 다른 사람들은 나를 한두 마디로, 한 문장도 안 되는 말로 가혹하게 평가할 때가 많다. 사람의 마음은 죄악된 성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천 가지 좋은 일에 대한 칭찬보다, 한두 가지 나쁜 일에 대한 악평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어쨌든 좋지 않은 평을 받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잠 못 이루기 마련이다. 또 그런 세평들이 상당히 객관성이라도 보증 받은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나’로 낙인찍히고, 어느덧 나의 정체성처럼 되어버릴 때가 많다. 여기서 우리는 ‘스티그마 효과’(낙인 효과, stigma effect)를 생각해 본다.한 번 찍히면 끝난다?‘스티그마’는 고대 헬라 사회에서 뻘겋게 달궈진 쇠 인장으로 노예나 죄수, 범죄자, 윤리·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의 신체에 찍는 일종의 ‘낙인’(烙印)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즉 치욕, 오명, 오점, 불명예를 얼굴로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외면하게 만들고 배척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성향을 지닌 ‘흔적’(labelling)이었다. 이 낙인이 찍히는 순간 사회적으로 재기할 기회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세월이 흐른 1960년대, 하워드 베커(Howard S. Becker)에 의해 ‘낙인 이론’(labelling theory)이 등장 했다. 이는 제도, 관습, 규범, 법규 등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들이 오히려 범죄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결국 스스로 범죄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사자의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거나 반도덕적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렇게 규정함으로써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낙인 효과’는 이 낙인 이론에서 유래한 용어로, 범죄학뿐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쓰인다. 특히 일탈행위자와 범죄자, 현대 청소년 문제 등을 논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처럼 낙인효과는 사회심리학에서 일탈행동을 설명하는 한 방법으로, 남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면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해 낙인을 찍게 되면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긍정적인 기대를 받게 되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어떤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저 사람은 실수가 많아” “실수할 줄 알았어” “그 사람? 좀 그래” 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그 사람을 볼 때 늘 실수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이 생기고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한 번 ‘돌아이’ ‘고문관’ 등의 낙인 대상이 되면 스스로 낙인에 맞추어 살게 된다. 당당하지 못하거나 위축된 상태의 자아를 형성하고, 낙인찍힌 대로 생활태도를 변경해서 그런 삶을 받아들인다. 어린아이도 주위에서 지속적으로 ‘바보’라고 낙인찍으면, 아이는 점차 자신이 진짜 바보라고 의심하게 되어 결국 본인의 잠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자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넌 못해!” “넌 최악이야!”라는 발언(낙인)을 할 경우에는 공부에 대한 의욕뿐만 아니라 탈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칭찬, 격려의 말로 잘 이끌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는 사회가 비행청소년, 전과자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관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은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의지를 꺾고 사회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낙인은 결국 한 개인의 인격을 무참하게 짓밟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아호도 아닌 꼬리표우리가 잘 아는 ‘대도 조세형’은 자기 이름 앞에 아호도 아닌데 ‘대도’가 따라붙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유명한 절도범이었다. 주로 고위층의 저택에서 금품을 털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해서 대도로, 때로는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15년간 수형 생활을 마치고 종교에 귀의하면서 새 삶을 찾는 듯했다.그러나 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죄목은 절도죄였다. 병적인 도벽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많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그를 ‘새 사람’으로 봐주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그가 출소한 뒤 여기저기 간증 활동을 할 때도 전단지나 플래카드에 들어가는 그의 이름 석 자 앞엔 늘 ‘대도’가 수식어처럼, 꼬리표처럼 낙인이 찍혀 따라다녔다. 좋은 뜻으로 내주는 인터뷰 기사에도 ‘대도’란 말은 떠나지 않았다. 그런 전단지, 플래카드, 인터뷰 기사를 대했을 때 본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편했겠는가?개과천선한 인생으로 마무리가 됐으면 좋을 텐데, 얄궂게도 그의 삶은 나이 팔순이 넘어서 다시 범죄자로 전락했다. 다세대주택에서 5만원도 들어 있지 않은 저금통을 훔쳤다는 얘기에 대도라는 수식어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사 가운데 열에 아홉은 대도를 붙여 그를 설명했다.그에 대한 묵은 기사들을 검색하면서 죄를 범한 자는 분명 조세형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를 끊임없이 죄인으로 낙인찍고 있는 건 아닌지 멈칫하게 만들었다. ‘대도’란 그 낙인은 오랜 세월의 퇴적 속에 지워질 듯도 하지만, 희미한 흔적처럼 남아 좀도둑으로 재생되고 만 셈이었다.  조세형은 자기 이름 앞에 붙는 ‘대도’라는 수식어가 평생 그렇게 지우고 싶었지만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화인이요, 낙인이었다.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심지어 초청한 교회들조차도 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그걸 얼마나 크게 광고하고 알렸던가?낙인보다 지지와 격려둘러보면 낙인찍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번지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가 부각되면서 ‘조현병 환자=잠재적 범죄자’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우울증 환자도 언젠가 큰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병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더 움츠러들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재기와 새 출발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는 활력을 잃는다.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다시 일어서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력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병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더 움츠러들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재기와 새 출발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는 활력을 잃는다. 오늘도 스마트폰으로 시시각각 쏟아지는 ‘낙인 뉴스’의 쓰나미에 무심코 맞장구를 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니 돌아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화인을 새기는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한번 찍히면 끝장인 세상에서 새 출발, 패자부활전이 있을 수 없다. 한번 찍혀도 끝장이 아닌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 사람 잘 해내겠지. 이겨내겠지. 나아지겠지’ 하는 북돋아주는 마음이 모아져야 할 때다. 이것이 우리 공동체의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물론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더 많은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비록 실수와 실패의 현장에 있을지라도!“최상의 선생님은 당신이 마지막으로 저지른 실수이다”(Your best teacher is your last mistake)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크고 작은 실수를 거듭하며,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다른 사람의 허물과 실수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기보다 위로와 격려와 공감이 필요한 시대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결국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이제 다시 나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지금 무슨 단어 어떤 문장으로 요약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위선자!” “거짓말쟁이!”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몹쓸 사람!" “지지자!” “격려자!” “칭찬하는 사람!” “위로자!”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 “다른 사람은 못믿어도 그 사람만큼은 믿을만해!” “ 그 사람 옆에만 가면 힘이 나!” “아무도 날 신뢰하지 않는데 그 사람만큼은 날 믿어주고 격려해!”.....어느 쪽일까?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요약한 한 마디 말, 한 문장은 어느 것에 가깝다고  생각되는가? “긴급 수배자 명단을 보면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저들에게 따스한 격려 한마디라도 해주었다면, 만일 저들에게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면 현재처럼 저렇게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에데 칸토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26/08/2022

‘뜨거운 손’ 1985년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가 인지심리학회지에 기고한 “농구 경기에서 뜨거운 손”에서 처음으로 ‘뜨거운 손 현상’을 소개하였다. 농구 경기의 관중들은 흔히 이전에 던진 2~3개의 슛이 성공한 선수들에 대해 다음 슛 역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전 슛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슛의 성공 확률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농구선수의 슛은 각 시행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른 시행에 일어난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시행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전의 슛과 다음의 슛의 성공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관중뿐만 아니라 경기를 뛰고 있는 동료 선수들 및 당사자 역시 그가 다음 슛을 보다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마치 선수가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뜨거운 손’을 가져 더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착각한다.  뜨거운 손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전의 성공에 대한 관찰이 지각과 기억에서의 편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범주화 과정에서의 편향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즉 여러 차례의 시도에 대해 사람들은 우연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비우연적이고 유사성을 가지는 것으로 지각할 때 보다 쉽게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기에서나 평소보다 유난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 그리고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있다면 오늘따라 더 슛이 잘 들어가는 날이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이는 ‘뜨거운 손’ 덕분이 아니라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다. 자기충족적 예언자기충족적 예언이란 바라거나 예언하는 바가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자기충족적 예언을 처음으로 언급한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실제 상황보다는 상황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즉 이전의 성공은 다음의 성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그가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비우연성과 의미를 부여해 상황을 해석한다. 한두 번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동료들은 그를 ‘뜨거운 손을 가진 선수’로 의미부여해 더 많은 패스를 주고 당사자 역시 자신감을 얻어 보다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런 시도들이 그에게 더 많은 성공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 해석은 현실이 된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긍정적 방향, 부정적 방향 모두로 작용할 수 있다. 지고 있는 경기에서 “오늘 경기는 끝났어”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에게 낮은 기대치를 부여하면 그는 그 평가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여 낮은 기대가 현실화된다. 감독이나 코치의 이 한 마디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상기시켜 준다. 그저 한 말이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속담이다. 정말 말이 씨가 될까? 놀랍게도 정말 말이 씨가 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의 의미는 ‘기대와 예언’을 뜻한다. 어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결국 그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가 원해 기대했던 대로 행동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기대가 구현되는 현상을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 뜨거운 손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전의 성공에 대한 관찰이 지각과 기억에서의 편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범주화 과정에서의 편향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즉 여러 차례의 시도에 대해 사람들은 우연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비우연적이고 유사성을 가지는 것으로 지각할 때 보다 쉽게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or Rosenthal effect)를 소환할 수 있다, 기대, 행동, 결과피그말리온 효과란 타인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믿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상대방에 대한 높은 기대가 높은 성과를 이어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역으로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그렇게 된다는 것도 피그말리온 효과이다.사람들을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의 스키마(schema,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인지적 개념 혹은 틀)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그 스키마가 지지되거나 반박되는 정도를 바꾸어 버린다. 무심코 자신의 스키마에 맞추어 다른 사람들을 대함으로써, 자신의 스키마를 옳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자기 충족적 예언은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어떠할 것 같은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기대는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즉,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원래 기대와 일치하는 행동을 하도록 조장한다. 그 결과 나의 기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현되고 만다.’ 그러므로 나의 기대가 중요하다. 나의 기대에 따라 그 사람은 나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평생 이해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먼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급을 책임진 고등학교 교사의 예를 들어보자. A군은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학급에서 공부를 잘하던 학생과 흡사했고, B군은 이전의 문제를 일으켰던 불량 학생과 닮았다고 하자. 1) A, B에 대해 교사가 가지는 믿음과 기대 : 무의식적으로 교사의 마음속에는 A군과 B군에 대한 기대치가 설정된다. 그리고 교사의 믿음은 교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2) A, B를 대하는 교사의 행동 변화 : A군과 마주치면 기분이 좋아지고, 한마디라도 덕담을 하고, 사소한 것까지 챙기게 된다. 불편한 건 없는지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더 묻게 된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게끔 동기부여를 주기도 한다. 어쩌다가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도 차근차근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반면에 B군을 볼 때는 별다른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어쩌다가 성적이 잘 나오고, 학교생활을 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B군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조언, 피드백도 별로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실수를 하면 기분이 쉽게 언짢아진다.3) A, B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변화 : 교사의 행동은 A군이 가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 A군은 자신이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느낀다. B군은 교사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학교생활을 잘 할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다.4) A, B의 행동 변화 :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믿음은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A군은100% 노력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에 매진한다. B군은 의욕이 없는 상태로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학교생활을 한다.5) A, B에 대해 교사가 가졌던 믿음의 강화 : 위의 모습들이 교사가 A,B에 가졌던 최초의 믿음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교사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A군과 B군을 대하게 된다. 이처럼 교사가 애초에 A, B 학생에 대해 가졌던 최초의 믿음과 기대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현상이라고 한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런 칭찬피그말리온 효과를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증명해낸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는 다음과 같이 피그말리온 효과의 핵심을 이야기한다.“우리가 상대방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거라 기대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우리는 상대방을 특정한 방식으로 대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 다음,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여신 아프로디테가 이에 감동해 여인상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사람이 되었다는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면 결국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칭찬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 받는 사람은 인정받고 있다는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면서 활동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칭찬받은 대로 행동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따라서 기대에 부응하는 행위를 하게 되므로, 그에 걸맞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그런데 칭찬이 긍정적인 반드시 효과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른바 ‘칭찬의 역효과’이다.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다.“와, 이번에 95점 받았다면서? 정말 잘했다. 대단해 다음에는 100점 받겠구나!”“피아노 경연에서 은상 받았다고? 멋지다. 더 열심히 해서 금상 한번 받아야지?”“김 과장, 진급 축하해. 역시 능력자야 동기 중, 진급이 가장 빠르다며? 곧 차장 되겠네?”이렇게 칭찬은 우리가 살면서 흔히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런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특히 나타난 결과와 성과만을 가지고 하는 칭찬일 때는 더욱 그렇다. 결과와 성과가 좋지 않으면 칭찬은 언제든지 비난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보다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최소한 현재 수준의 결과와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칭찬이다. 차라리 아무런 칭찬을 받지 않는 게 홀가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이런 식의 칭찬을 많이 받게 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자꾸만 의식하게 되고 불안해진다. ‘다음번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목표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초조한 마음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생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하거나 일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하는 일에 대한 흥미와 열의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칭찬 받는 게 즐겁고 칭찬 받기 위해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는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열정이 식어버린다.칭찬과 아첨칭찬의 부정적인 효과가 또 있다. 필요 이상의 칭찬을 자꾸 받다 보면 자만에 빠져 수 있다. 과도한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주변에서 계속 추켜세우고 칭찬하는 횟수가 빈번할수록 자만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늘 자신을 경계하고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 칭찬 받는 일이 습관이 되어 자신을 향한 칭찬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무감각해지면 교만한 태도가 몸에 밸 수 있다. 한 순간 건방지고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칭찬받을 만한 일도 아닌데 누군가 자꾸 나를 칭찬하고 거북할 정도로 과분한 찬사를 넣어 놓으면 그 진의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아첨이나 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상대방의 좋은 점이나 탁월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마땅히 그럴 만한 일을 많은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아첨은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것이다. 아부도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것이다. 뭔가 목적을 위하여 객관적이지 않는 태도로 상대방을 과하게 추켜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목적이란 드러내지 않는 자기만의 이익이다. 상대방에게 아첨하고 아부해 환심을 사거나 비위를 맞춤으로서 자기의 유익을 얻기 위해 객관적이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지나치게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은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그것을 칭찬으로 여겨 끌려가면 낭패를 맞게 된다. 기대의 힘불교 용어 중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단어가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 말이다. 나의 인지와 기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원효대사가 달콤하게 마셨던 물이 사실을 해골 물이었듯이 본인이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는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자기 충족적 예언을 우리 삶에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기대를 많이 품으면 된다. 더불어 편견을 고착화 시키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고 사모하고, 사숙하는 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A man is what he thinks).우리는 결과에 미리 낙담하지 않기 위해 결과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망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전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긍정적인 기대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확신으로 행동한다면 분명 더 발전된 미래가 오리라 생각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영혼을 살찌우는 보약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에게 부, 성공, 즐거움과 건강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부정적인 마음가짐은 영혼의 질병이며 쓰레기다. 이는 부, 성공, 즐거움과 건강을 밀어내고 심지어 인생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 나폴레온 힐 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17/08/2022

로또 이야기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20년 친구 사이인 뉴질랜드와 호주 남자 3명이 돈을 모아 산 로또가 1,7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34억원)에 당첨되자 배분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뉴질랜드의 한 신문이 5일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월 뉴질랜드 혹스베이 출신의 유진 제임스 테 파이리는 개리 존 갈릭, 브렛 프레티 등 호주 친구들과 함께 호주 로또 복권을 샀다. 테 파이리는 로또 복권 추첨이 있는 날 3명의 친구들이 440달러를 모아 프레티의 집에서 즉석 파티를 하면서 모은 돈에서 34달러를 떼내 복권을 사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복권은 1,700만 달러에 당첨됐고 프레티가 2명의 친구에게 선물을 몇 개 사주는 것으로 입을 씻으려하자 싸움이 벌어졌다. 프레티는 친구들에게 그들의 몫을 충분히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구들은 프레티가 너무 탐욕스럽다며 돈을 더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테 파이리와 갈릭은 법원에 고소장을 내 파티를 위해 모은 돈으로 복권을 산 것은 일종의 ‘합작투자협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당첨금을 3분의 1인 560만 달러씩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파티비용을 낸 액수에 따라 상금을 배분할 경우 돈을 가장 많이 낸 테 파이리가상금의 54.41%인 900만 달러 정도를 갖게 되고 갈릭은 23.53%, 프레티는 22.06%를 자기 몫으로 챙기게 된다. 이들이 법정 싸움으로 들인 법률 비용은 200만 달러나 된다고 한다. 로또 때문에 20년 우정도 법정 싸움으로 끝날 것으로 사료된다.  인생역전의 역설로또 1등에 당첨돼 인생역전에 성공했던 50대 영국 남성이 돈 걱정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해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로또로 인생역전에 성공했지만 5년 만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기 때문이다. 전직 제빵사였던 케이스 고우 씨는 5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당첨금을 가지고 경마, 축구경기 내기, 음주 등을 통해 모두 날렸다. 그는 마침내 동전 하나 없이 돈을 써버렸다며 결국 돈 걱정으로 시름하다 심장마비에 걸렸다고 한다. 이는 돈만 있으면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확천금을 좇는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제빵 일을 하던 고우는 2005년 6월 900만 파운드(약 156억원)에 달하는 로또 잭팟에 당첨된 후 대부분의 돈을 경마, 자동차레이스 등으로 탕진했고, 수중에 단 한 푼의 돈도 남기지 않은 채, 얼마 전 슈롭샤이어주 텔포트의 프린세스로열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돈을 주체할 수 없었던 고우는 로또 당첨 2년 후 아내와 이혼, 그때부터 폭음을 시작하는 등 건강마저 급격히 나빠졌다. 일찌감치 돈을 다 날려버린 그는 이혼 후 조카 집에 얹혀살며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해 “내 인생은 눈부셨지만 로또가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인간을 슬프게 만드는 돈이 무슨 소용이냐? 누군가 신문가판대로 다가간다면 나는 절대 로또티켓 만은 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피땀 흘려 번다면 수백 년은 족히 걸릴만한 그 어마어마한 돈을 그토록 쉽게 흥청망청 유흥비로 사치품목 구입으로 탕진하고 말까?  하우스 머니 효과한국에는 설날에 일가친척들에게 세배를 올리면 세뱃돈을 받는 문화가 있다. 세뱃돈은 새해 첫날에 받는 돈이기에 기분 좋게 쓰라는 의미로 신권으로 주고받곤 한다. 그러나 분명 거액의 돈을 세뱃돈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텅 비어있는 지갑을 마주한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평소에 돈을 아껴 쓴다며 소액의 배달비, 배송비 등에는 돈을 아까워하면서, 설날에 받은 거액의 세뱃돈은 쉽게 써버리는 것일까?기대하지 않았던 이익을 얻을 때 전보다 더 위험을 감수하려는 현상인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로 이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존 노프싱어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서 도박꾼들이 큰 예상치 못하게 큰돈을 땄을 때 다시 그 거금을 올인하여 배팅한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존 노프싱어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전 던지기 게임’으로 돈을 잃은 사람은 41%만 다시 배팅에 참여했지만, 돈을 얻은 사람은 77%가 다시 배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즉, 쉽게 얻은 공돈은 원래 자신의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돈에 대한 위험 기피 성향이 낮아져서 돈을 쉽게 쓰게 되는 것이다.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돈이어도 자신의 심리나 상황에 따라 그 돈의 가치를 더 크거나 작게 느끼곤 한다. 자신이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알바비라면 자신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라 생각해 쉽게 쓰지 못하지만, 설날에 친척에게 받은 세뱃돈은 자신이 아무 노력 없이 받은 공돈이라고 생각해서 그 돈을 쉽게 써도 되는 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 돈을 막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회피 경향’이 있기에, 기존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으로 도박을 한다면 단번에 거금을 올인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공돈, 즉 ‘내 돈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기제가 발동하면, 그 돈을 막 써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돈을 공격적이고 위험한 투자로 쉽게 사용한다. 벼락 맞기보다 낮은 확률그렇다면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있는가? 불행히도 그 가능성은 814만 분의 일, 이 확률은 매주 복권을 사서 일등에 당첨되려면 2억 년 걸리는 확률이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난 틀림없이 될 거다’란 생각으로 싱글벙글한다. 바늘귀보다 더 좁은 그 확률에 들기를 그 무엇보다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어느 해 연말, 한 여성 포털 사이트가 네티즌 2,367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원’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2%가 로또 당첨을 소원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로또’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번 대박으로 행운을 잡자는 심리이다. 로또 복권을 처음 시작한 나라가 이태리로, 이태리 말 ‘로또’는 행운(Lucky)란 뜻이다. 옛날 네로 때부터 복권이 시작됐다고 한다. 한국은 1947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이 갈 돈이 없어 복권을 발행해 선수들이 올림픽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 복권이 만들어질 때는 이런 소박한 목적도 있었다.그런데 이 로또 열풍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방에 확!’하는 한탕주의에 빠져 로또 당첨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외국 근로자들도 한국에서 번 돈을 로또에 돈을 걸고 있다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20대 남자 28.3%, 30대 50% 이상, 49.5%, 40대 46.2%로 천만 명 넘는 인구가 로또에 중독되어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착각을 하고 있다. 하나같이 일등에 당첨된다는 확신(사실은 착각) 속에서 그 당첨된 상금 60억, 70억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생각하며, 잠을 설친다고 한다. 어디로 이사 갈까, 어떤 집을 살까, 차는 무엇으로 바꿀까... 이런 흐뭇한 착각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옷은 어디 가서 사입고, 여행은 어디로 갈까 하룻밤에도 지구를 다섯 바퀴 이상 돈다. 이런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전국민의 19%라고 한다. 로또에 모든 것을 다 배팅하다가 죽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30대 중국집 종업원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3천만 원어치나 복권을 샀다가 몽땅 낙첨되자 목숨을 끊었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은 통장 잔고 전액인 270만원을 모두 틀어 복권을 산 뒤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부산에 한 남자는 이른 아침에 지하철 철길로 뛰어 들며 “로또!”하고 소리치며 죽어갔다고 한다. 요행히 로또에 당첨됐지만 풍족함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도 있다. 3년 전 포항 사는 어떤 사람은 우연히 구입한 로또가 2등에 당첨된 것을 확인한 후 은행으로 달려가 4,500만원의 돈을 탔다. 그런데 그날 새벽 집에서 잠을 자던 이 사람은 갑자기 죽었다. 로또에 당첨된 기쁨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다. 도박꾼의 오류1913년 8월 18일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호화로운 보자르 카지노가 게이머들의 탄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술렁이기 시작했다. 룰렛 게임이 벌어지는 테이블에서 구슬이 20번이나 연거푸 검은색으로 떨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27번째에 가서야 구슬은 붉은색에 멈추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대다수 게이머가 수십억 원을 잘못 배팅하고 난 다음이었다. 그들은 파산하고 말았다.몬테카를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 믿을 수 없는 일 덕분에 ‘몬테카를로의 오류’(Monte Carlo fallacy)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기적 개연성에 대한 원리의 의미를 오해한 것이다. 그 결과 과거에 관찰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것을 미래에 대해 예상하는 잘못을 범하는 걸 말한다. ‘도박사(혹은 도바꾼)의 오류’(Gambler’s error)라고 한다. 같은 뜻으로, 기회의 숙성 오류(Fallacy of the maturity of chances)라는 말도 있다.“그동안 계속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상식으로 통용되지만, 평소 승률이 50%라면 100번을 연이어 돈을 읽고 난 다음이라도, 실제로 101번째 이길 확률은 여전히 50%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걸 말한다.카지노와 같은 도박장에서는 고객들이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면 빠질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그래서 이들은 건물 구조, 실내 장식, 운영 방식 등을 통해 분위기를 들뜨고 흥분되게끔 몰아감으로써 고객들이 환상에 빠지게끔 유도한다. 명심하시라. 카지노는 ‘도박사의 오류’에 끝까지 붙들어 두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그들의 교묘한 운영 원칙들이 있음을!카지노 설계 시 창문은 만들지 마라. 빛이나 소리가 외부에서 들어올 수 없는, 철저히 밀폐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카지노에 흐르는 공기는 항상 일정한 온도와 산소 농도를 유지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변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집에 갈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시간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시계도 없어야 한다. 실내 장식은 가능한 한 빨간색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열광과 자극을 위해서다. 웨이트리스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술은 공짜로 제공하라. 고객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님이 고독감을 느끼게끔 하라. 자리를 뜨지 말고 계속 도박에 몰두하게끔 하기 위해서다.도박사의 오류는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자주 저질러지는 오류 중의 하나로, 특히 주식 투자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어제와 오늘 떨어진 주식은 확률적으로 내일 오를 것이라고 믿지만, 오늘 떨어지면 내일도 떨어질 수 있는 게 주식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가가 왜 오르는지, 무엇 때문에 떨어지는지 그 원인을 찾아 대응하기보다는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일부 사람들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사는 이유도 물론 ‘통제의 환상’ 때문이다. 사실 많은 도박은 ‘그날의 운’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에 도박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운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곧잘 빠져든다. 실험 결과, 순전히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에서도 참여자들은 자신과 겨루는 상대방의 인상에 의해 거는 돈의 액수를 달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카드를 뒤집어서 둘 중에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이기는 간단한 게임을 하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쑥하고 날카롭게 보이면 걸 수 있는 돈 25달러 중 9.28달러를, 상대방이 멍청해 보이면 16.72달러를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제비뽑기를 할 때에도 자신이 직접 뽑은 것과 다른 사람이 뽑아서 준 걸 받았을 때에 각기 당첨 확률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자신이 직접 뽑은 것에 훨씬 높은 당첨 확률을 부여했다.인생역전 불변의 법칙왜 현대사회는 복권, 카지노로 대표되는 ‘도박산업’이 흥왕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재의 한국 사회는 불안한 사회라는 서글픈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느끼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면 더 이상 노력할 동력을 잃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과는 무관한 ‘팔자’나 ‘운명’으로 돌리는 ‘운명론자’가 된다. 사실,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미리 알아보려는 노력은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만이 자신의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미래가 자신이 꿈꾸는 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또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매일의 삶은 이런 ‘실존적’ 불안에 대처하는 노력의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한방(혹은 한탕)의 우상’은 다양한 종류의 도박이나 투기도 덩달아 성행하게 한다. 그러나 인생역전 불변의 법칙은 ‘성실한 노력’에 있다. 이 법칙에 예외는 거의 없다. “아무리 머리가 아둔한 사람도 10년만 노력하면 한 분야의 유식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S. 스마일즈) 했고, 짐론은 “당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일주일에 책 한권씩을 읽는다면 10년 후에 당신 분야에서 최상위 1%에 해당되는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오늘의 성실한 공부가 내일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엄격한 법칙이다. 템플대학의 러셀 콘웰 박사가 4천명의 백만장자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니, 이들에게 세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다. 첫째, 뚜렷한 비전과 목적을 갖고, 그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살았다. 둘째, 만사에 열심히, 성실히 부지런했다.셋째,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핑계대지 않았다. 얼마나 간단한가? 성경의 법칙도 동일하다. 게으른 사람에게 일하라고 하니 “길에 (날 잡아먹는) 사자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잠언 26:13)하면서, 벌건 대낮에 나타나지도 않는 사자를 핑계를 대며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하는 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22/06/2022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는 말이 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는 항상 선택(Choice)이 있다는 뜻이다. 인생의 하루하루는 선택의 연속이다. 삶들은 대략 하루에 150번 정도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출근하면서 옷은 어떤 것을 입을까? 어떤 신을 신을까? 약속은 어디에서 할까? 특히 “오늘은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같은 고민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나에도 수천 번의 고민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오죽하면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이 책에서는 선택의 어려움에 대해 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즉 슈퍼마켓 진열대 A의 시식대에는 잼 6종을 놓고, 다른 쪽 진열대인 B의 시식대에는 잼 24종을 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시식대에 놓인 잼이 많은 B의 쪽으로 사람이 더 몰렸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맛본 잼의 개수는 A, B 둘 다 서너 개 정도로 비슷했다. 그런데 실제로 잼을 구매한 비율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시식대에 진열된 잼이 적었던 A에서는 시식자들 중 약 30%가 잼을 구입했지만, 진열된 잼이 많았던 B에서는 겨우 3%의 사람만이 잼을 구입했다. 이 책의 저자 배리 슈워츠는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선택 안이 많으면 소비자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탓에 의욕이 꺾일 수 있다. 그래서 아예 결정을 안 하기로 결정하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이렇듯 선택의 폭이 넓어서 선택하는데 더 어려운 과정들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선택’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예 선택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물론 다양한 선택 앞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소비 시장에서는 선택을 어려워하고 결정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소비자의 취향, 성격, 연령 등을 분석한 뒤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크게 각광받고 있다. 빵부터 속 재료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브랜드에서는 선택이 어려운 사람들, 결정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아예 어울리는 조합 몇 가지를 선정해 이른바 ‘꿀 조합 샌드위치’를 광고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널려있는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그 사람의 능력이었는데, 요즘은 선택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타인의 선택에 의지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대신해 BJ가 선택을 대신 해주는 팟캐스트 방송이 인기를 끈다. ‘전문가가 권하는 7대 여행지’ 같은 식으로, 상품 소비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이 하나의 마케팅 패턴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의 모든 것을 큐레이터 같은 남이 대신 선택해줄 순 없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작은 것 하나 결정하는데도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하는가 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까지 소환할까?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훗날 이 행동은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되었다. ‘햄릿 증후군’은 햄릿처럼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말을 ‘결정 장애’(혹은 ‘선택 장애’)라는 용어로 이미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선택의 어려움 결정장애는 의학적으로 질환이 아니다.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해 마치 정신질환의 일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사실 결정장애는 ‘사회 심리학적 현상’이다. 심리학자들은 결정장애를 ‘지연행동’(procrastination)으로 정의한다. 너무 많은 정보와 기회에 노출돼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서구 심리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메이비족’(Generation Maybe)이라 부른다. 결정장애는 물건을 살 때나 식사 메뉴를 고를 때 더욱 심해진다. 결정 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인류사를 통틀어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자유를 누리고 있는 현대인이 결정장애 때문에 고통 받는 이유는 뭘까? 첫째, 과거보다 너무 많은 선택 기회가 주어진 것이 문제다. 사람들이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과거에는 태어난 신분에 따라 선택하면 됐지만 현대에는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해결이 가능하게 됐다. 선택 기회가 너무 많아 역설적으로 결정을 쉽게 할 수 없게 됐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어 선택의 폭이 필요 이상으로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마디로 ‘과잉기회’가 낳은 모순이 결정장애이기도 하다. 어릴 적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자기주도적 습관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나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결핍 없이 살았기 때문에, 딱히 무언가를 욕망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알아서 다 해준다. 아이가 공부의 부족함을 느끼고 학원이나 과외를 받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알아보고 가장 좋은 학원에 데리고 간다. 아이들은 결핍이 되기 전에 욕망이 충족된 경험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무언가를 절실히 욕망하지 않는 세대로 성장하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내가 뭘 하고 살지 결정을 못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부모가 알아서 결정을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고민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과잉보호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자녀는 결국 누군가가 대신 자신의 결정을 내려주는 것에 익숙해져 성인이 돼도 아주 간단한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둘째, 삶의 선택은 늘 어렵다. 특히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해 선택을 피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예전에는 잘못된 선택을 해도 재기할 기회가 많았다. 경제성장기였기에, 좋은 대학을 못 가거나 성적이 나빠도 취직 걱정을 덜 했다. 방황하느라 시기를 놓쳐도 공부를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완전히 낙오되고 패자부활전은 점점 줄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있고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셋째는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결정을 쉽게 못한다. 삶은 순간순간이 중요하고, 그 선택은 시험과는 다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때가 많다. 답을 고르는 것은 엄밀히 말해 선택이 아니다. 무엇을 고른다는 것은 각기 장단점이 존재하며 그 합의 비슷한 여러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이사할 걸 두고 고심한다고 해서 정답과 오답을 나눌 수가 없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얻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거의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마음속에 묘한 생각이 떠오른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혹은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다.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는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 때의 상실감이 줄여 나머지 선택을 하지 않고, 시작도 하지 않고 남겨두려는 마음이다. 선택을 위하여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아닌 이렇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에서조차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래 항목을 체크해 보시라   1. 메뉴를 선택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결정해준 메뉴를 따라 먹을 때가 많다.  2. 혼자서는 쇼핑하지 못한다.   3. 선택하는 것이 두렵고,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4. 다른 사람의 주장에 이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5. 선택에 고민이 생겨 SNS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   6.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면, ‘글쎄, 잠시만, 잘 모르겠어’ 같은 모호한 말을 먼저 뱉는다. 이 6개의 항목 중 4개 이상의 증상을 보인다면, 심각한 결정장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정 장애를 개선하려면 스스로의 훈련이 필요하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떨쳐버리고 자신의 판단을 중요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무덤덤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은 참고로만 하고 항상 스스로의 판단을 존중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다보면 사소한 ‘결정 장애’ 증상을 개선될 수 있다. 다음의 목록은 뉴질랜드판 에서 소개한 결정에 도움이 될 항목들이다. 이러한 내용을 찬찬히 정리하면서(기록하면 더 좋음) 생각을 전개한다면 좀 덜 고통스러운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1. 정말로 중요한 문제인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가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만한 중대한 문제인가부터 짚어본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코트를 입을지 점퍼를 입을지는 오래 고민할 문제가 아닌 매우 사소한 문제다.  2.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A가 아닌 B를 선택할 경우 무슨 일이 생기기에 망설이는지 그 두려움에 직면하는 게 필요하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3.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A와 B 각각을 선택할 경우 장단점을 적어본다. 선택의 실마리가 나타날 것이다.  4. 데드라인은 언제인가? 한없이 생각을 질질 끌면 더욱 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외부의 조건과는 별대로 40분, 또는 하루, 일주일과 같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기한을 설정한다.  5. 얼마나 이기적으로 생각하는가? 종종 의사결정의 문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가족, 친구, 동료 등을 생각하거나, 그들의 조언을 고려하느라 결정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때때로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주변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다.  6. 후회보다 더 큰 희망이 있다면? 지금은 좋은 선택으로 여겨지지만, 내일이 되면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선택이 가져올 기회는 무엇인지 적어보자. 오늘 당장 회사에 사표를 쓰는 게 내일 아침 ‘이불킥’을 하게 만들지 몰라도 또 다른 희망이 있지 않은가.선택에 박수를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이 세상이 마치 정답으로 이뤄져 있는 것만 같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고, 영봉 높은 직장이 정답이고, 30대 중후반이 넘기 전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와 개성을 미리 재단하여 그 범위를 한정해버리고 있다. ‘완벽한 정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는 정답을 맞히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삶이 서너 가지 정답으로 뭉뚱그려지기엔 우리의 개성과 인격은 너무나 구체적이다. 백만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만 개의 세계가 있다. 당연히 백만 개 이상의 선택이 발생할 것이다. 결정을 망설이고 미루는 것은 ‘정답이 있는 세상’과 ‘나만의 세상’과의 갈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는 것만이 이 세계의 유일한 정답이다.그래서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이후가 무척 중요해진다. 최선을 다해 그 길을 정답으로 일궈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느 날 돌이켜봤을 때, 그때 그 선택을 참 잘했다고 만족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택했건 그 이후의 태도와 노력에 스스로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완벽한 결정은 없다. 단지 최선만이 있을 뿐이다. 나의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믿어주고 거기에 온 힘을 쏟아 최고의 결정으로 만드는 일은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다.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15/06/2022

“그런 줄 몰랐다”100년도 훨씬 더 지난 1886년 출간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극단적으로 분리된 자아의 선악이 공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능하고 자비로운 의사인 주인공 지킬 박사는 명망이 높은 훌륭한 인품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밤이 되면 자신이 발명한 약물을 마시고, 내면의 ‘악(惡)’을 분리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자아 ‘하이드’로 변해 폭행과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낮에는 성자와 다름없는 존경받는 의사로, 밤에는 끔찍한 악마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그렇게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채 한 몸 안에서 역설적인 동거를 어색하게 이어나간다. 이 고전적인 이야기는 인간 내면의 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더럽고 위험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정신역동이론가 융(Jung)은 이를 그림자(shadow)라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밝으면 밝을수록 내면의 그림자는 짙어지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측면을 캐릭터화한 것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스스로 인식하기도 어렵고 인식했다 한들 인정하기 싫은 것이 그림자(shadow)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그러한 내면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현실의 자신을 바꿔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자주, 너무나 자주, 높은 도덕성을 유지해야 할, 존경받는 종교인이나 교육자들이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게 도덕적으로 추문에 휩싸여 추락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관전평은 한결같다.“그가 그런 사람이었어?”“그 사람이 그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어!”실망과 절망, 그리고 분노로 그런 인물에 대한 품평이 이루어진다. 그 품평은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그렇게 존경받던 그 사람이 천하에 둘도 없는 몹쓸 사람으로 난도질되고 만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됨됨이는 어느 정도였을까? 과거의 존경과 현재의 혐오를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가? 성경에도 “샘이 한 구멍으로 어찌 단 물과 쓴 물을 내겠느냐”(약 3:11)고 했는데, 한 인격체 안에서 성인과 악마의 모습이 발현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안전지대는 없다 앞서 언급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한 사람이,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인격으로 분리되어 한 몸에 존재하는 전형적인 ‘다중인격 장애’(정확히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견디기 힘든 갈등으로 인해 자신의 인격이 여러 개로 해체(혹은 해리)되는 질환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똑같이 한 인격체 안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때로는 각각의 인격에 따라 목소리와 말투, 자신의 이름과 언어가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 최고의 호황기를 대표하는 대통령 클린턴은 여러모로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치명적인 흠결은 인턴과의 불륜관계 여과 없이 만천하에 폭로되면서 드러났다.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된 그의 스캔들은 소위 ‘지퍼게이트’란 조롱을 받기에 이른다.      전세계적인 조롱과 비난 속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대통령직을 이어나갔고, 때로는 여러 가지 미담기사를 채우며 연임한 2기 행정부를 마쳤다. 대통령직을 물러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 지금은 전세계를 누비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자선규모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클린턴 자선재단은 해마다 9월이 되면 세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각계각층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거액의 모금활동을 펴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그가 쓴 책 <나눔(Giving)>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순위 3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 책은 온갖 고뇌와 갈등 그리고 회개와 거듭남에 따른 결심이, 남을 돕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꿈을 실현하는 삶의 기회를 갖게 하는 데 여생을 바치겠노라는 진솔한 고백이 배어 있기도 하다.세계 최고 권좌의 유능한 인물과 지퍼게이트의 주인공이란 도무지 어울릴 것같지 않은 이 어색한 두 역할을 클린턴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1인 2역을 잘 연기해냈다. 그의 1인 2역을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하는 성격적 특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카소주의 작은 마을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견디며 힘겨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러 가지 모순적인 모습들을 때때로 서로 다른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여기며 지내온 것이다 ‘구획화’라는 방어기제는 자신의 내면에 공존하기 어려운 모순되는 특징들 사이에 구획(벽)을 세워 그들을 함께 유지하는 형태이다, 다중인격의 방어기제인 ‘해리’가 자기 내면의 서로 모순되는 마음들로 결국 스스로를 둘로 쪼개버리는 양상이라면, 구획화는 격벽으로 나뉘어진 사무실처럼 억지로 그들을 한 인격체 안에 묶어두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공적인 나’이고, 인턴과의 일은 ‘사생활의 나’라며 서로 다른 영역의 일이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화는 그 사람의 학력, 종교, 인격과 도덕성, 사회적 신분 등과전 거의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특별히 악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단지 ‘일탈이 주는 짜릿함과 쾌감’이 조성될만한 환경이 되면 거의 예외 없이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합리화와 변명으로 무마해보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순간의 실수는 평생 치명적으로 남는다.      내 안에 사는 23명의 사람들 다중인격의 극단적인 유형을 묘사한 것으로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3 아이덴티티>를 들 수 있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과 그에게 납치된 소녀 ‘케이시’ 사이의 사건들을 담은 스릴러 영화이다. 주인공 ‘케빈’은 다중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23개의 인격이 있으며 인격들은 서로 완벽히 구획화 되어 존재한다. 성별, 성격, 나이, 기억,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른 23명의 타인들이 케빈의 안에 공존하고 있다. 인격들은 서로 대화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들은 협의를 통해 신체와 정신에 대한 장악권인 ‘불빛’의 사용자를 정한다.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불빛’의 권한이 인격들 중에서도 가장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3명의 인격에 의해 장악되고 만다. 3명의 인격들은 숨겨진 24번째 인격 ‘비스트’의 숭배자들로, 그들은 초월적인 힘과 파괴력을 지닌 ‘비스트’가 케빈을 대체하는 새로운 주인격이 되길 원한다. 비스트를 위한 제물로 그들은 3명의 소녀들을 납치하게 된다. 케빈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소녀들과 그런 그녀들을 막는 케빈의 인격들, 그리고 그녀들을 도우려는 또 다른 케빈의 인격들 사이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영화는 전개된다.주인공 케빈의 다중인격 장애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해리 정체성 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편람인 DSM-Ⅴ에서는 해리 정체성 장애를 두 개 이상의 인격 상태, 반복되는 기억상실, 간헐적인 기능적 신경적 증상 등으로 정의한다. 또한, 진단 기준으로 “인격이 바뀌었을 때의 방대한 기억으로 중요한 개인 정보를 회상할 수 없는 상태(일반적 건망증으로 설명되지 않는)에 있을 것”과 “술에 취했을 때의 의식 상실과 같은 행동 직접적인 물질의 생리학적 영향 또는 일반적인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함”을 제시한다.이러한 해리 정체성 장애는 아동기에 경험한 극도의 스트레스나 외상이 장애의 주원인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 해리 정체성 환자 중 90%는 어린 시절에 육체적, 성적으로 심한 학대를 당했거나 방치되었으며, 학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부모의 상실 등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한 자기방어가 장애 증상을 낳는다고 한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인격을 키워, 스스로를 현실과 트라우마 기억으로부터 무감각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음은 전쟁터<23 아이덴티티>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빌리 밀리건’은 1977년 성폭행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다중인격의 존재를 인정받고 무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다. 당시 보고에 따르면 그의 안에는 무려 24개의 인격이 존재했다. 10개의 초기 인격과 이후 발견된 14개의 인격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나이와 성별, 성격도 모두 달랐다.그러나 다중 인격이 정말 발현됐는지, 발현됐다고 해도 그러한 이유로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의문이 생긴다. 때문에 빌리 밀리건의 사례는 아직까지도 세간에 큰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해리 정체성 장애 환자들의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이슈는 뜨거운 논의 주제이다. 보고에 따르면, 해리 정체성 장애 환자의 대체 인격이 요정, 신, 악마 등의 초자연적 대상인 경우가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한다. 트라우마를 이겨낼 만한, 보다 강한 존재를 상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리 정체성 장애는 문화권에 따라 ‘빙의’와 같은 오컬트(occult)적 요소로 묘사되곤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중 인격은 더 이상 미스테리나 미신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치료 가능한 ‘마음의 병’이다. 합리화된 치부, 범죄는 점차 곪아갈 뿐이다. 하이드 씨의 악행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 결국 지킬 박사를 집어삼켰듯이, 언제까지나 부정하고 싶은 부끄러운 얼굴을 못 본 체하고 외면할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에는 항상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과 악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쟁에서 악이 승리하면 하이드 씨가 될 것이고, 선이 승리하면 비킬 박사가 될 것이다. 이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07/06/2022

내가 최고? “세상의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생각과 의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과장된 표현(혹은 ‘허풍’)을 거리낌 없이 즐기고, 작은 일을 뻥튀기하여 확대재생산하며, 극적(혹은 극단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소위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시대(자기애적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자기의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각광받는, 본격적인 나르시시즘의 시대이다.그렇다면 이전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전에는 나 개인보다는 가문의 명예, 조직의 가치, 집단의 목표와 그 안에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었던 시대이다. 그래서 개인의 주장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나 기준을 존중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면 영락없이 ‘꼰대 대열’에 들어서야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던 시대’에서 ‘모난 돌도 그 개성을 인정받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이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변화이며, 추세이다. 또한 이와 같은 개성과 개인성을 존중하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건강하고 성숙한 변화 방향이기도 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변화인 것이다.문제는 이런 개인 중심의 시대에 ‘내가 최고’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자기애 인식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 어디를 가도, 어느 집단이나 조직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매일 만나야 하는 직장 상사나, 동료가 이런 자기애적인 인격성향을 가지고 있을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주변에 한번 살펴보시라. 이런 사람이 없는지!자신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적인 말을 자주하는 사람.성공과 권력, 아름다움, 이상적인 비현실적인 상에 집착하는 사람.지나친 존경을 주변에 요구하는 거만하고 교만한 사람.늘 자신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성취나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여 말한다. 딱히 이룬 것도 없음에도 자신은 “급이 달라. 결이 달라” “수준이 달라” “언젠가 난 큰 인물이 될 거야!”하며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인식되기를 바란다. 왕자병, 공주병누군가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같은 직장에서 주목받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당당하게 접근하면서 큰 선심이라도 쓰듯이, “내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특별히 내가 고백한다” “내가 큰 프로젝트로 정신없이 바쁜데도, 너니까 특별히 마음이 간다”는 식이다. 문제는 정작 상대방은 전혀 관심도 없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특별히 내가 너에게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지?”라는 스탠스로 상대방을 대한다. 이들은 ‘소중한 자신’이 거절 받는 상황은 애초에 상정조차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정중하게 거절해도 눈치도 못 채고, 인정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정색을 하며 불쾌감을 표시하면 그제야 억지로 억눌러왔던 무의식적 불안,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닐까?’ ‘내가 매력 없는 건 아닐까?’하는 현실적인 생각에 부딪힌다. 그러면서 가냘픈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을 억지로 붙잡으면서 또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자 애를 쓴다. “네가 나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일부러 이야기 안했는데, 나 능력 있어. 우리 집 잘 살아. 이러이러한 사업 구상하고 있어” 등등 자신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연극을 한다. 이런 애틋한 노력에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을 경우, 이제는 자신의 열등감과 상처입은 자존감에 대한 보상과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한다. “네가 뭔데 날 거부해? 날 무시해?”로 시작해서 “그럴 거면 왜 처음부터 분명히 말 안했어? 나를 보고 간을 잰 거야?”라는 식으로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 다음엔 합리화과정으로 넘어간다. “어차피 저 사람이랑은 오래 못갔을 거야. 알고 보니 성격도 별로야!”하면서 자신을 위로한다.                  이처럼 자존감이 과하게 높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해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한국말로는 ‘왕자병’ ‘공주병’이라고 -은 같이 어울리기 상당히 거북한 사람들이다. 주변 삶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토록 짜증나는 성격을 갖게 된 걸까?’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발전되어 왔다. 심리학자 코헛(Heinz Kohut)은 발달단계의 문제, 특히 부모와의 공감 실패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기애성 인격성향인 사람들은 부모에게 끊임없이 칭찬받고 과시하고자 하는 소아의 단계에 고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로 브루멜만(Eddie Brummelman)은 이와 반대로 부모로부터 성장기 동안 지속적으로 과대평가를 받은 아이들은 나르시시스트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뚜렷이 높았다고 한다. 여기서 ‘과대평가’는 아이에게 “너는 또래 친구들보다 뛰어나고,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특별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라는 평가를 아이의 능력이나 실제 행동에 상관없이 내리는 걸 뜻한다. 아이는 점점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기기 시작한다. 이는 나르시시즘의 핵심이다. 기존 정신분석학에서는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나르시시즘 대신 적당한 자존감(self-esteem)을 길러주는 방법은 왕자병, 공주병 아이를 길러내는 과대평가 교육과는 다르다. 애정(affection)과 공감(appreciation)으로 키워낸 아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자기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고착된 문제와 남 탓사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을 본능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이러한 욕구를 들키지 않으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가는 세련되고 성숙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기애적 인격성향은 노골적으로 이런 욕구를 표현하거나 과도하게 고착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에 대한 과도한 이미지, 이상화된 자기상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과 받아들일 수 없는 나약한 부분들을 타인에게 투사한다. 즉 쉽게 ‘남 탓’을 해버린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이 있고(물론 왜곡된 믿음이긴 하지만), 무척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너무 소중해.” “나는 인정받아 마땅하고, 성공할 거야!”신기한 것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인격성향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딱히 비호감 그룹도 아니다. ‘저 사람은 잘난 척하고, 허세를 떨면서 푼수같이 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한결같아. 큰 사기꾼도 아니고, 엄청 나쁜 사람은 아니야’라며 의외로 크게 미워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예측가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허세나 과장된 말에 태클만 걸지 않으면 이들은 딱히 크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특히 이들은 직장에서 모임과 분위기를 주도하고,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할 때 윤활유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부하직원이 나르시시스트라면 무시하거나 핀잔을 주면 그만이겠지만, 상사일 경우는 때로는 적절이 맞춰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1. 직면시키지 말 것이들은 누구보다 공감을 원한다(반사회적 인격성향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상사가 말하는 허세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말고, 상사의 열등감이나 외로움에 집중해야 한다. 눈치 없이 사실을 거론하며, “에이 부장님, 그건 못 믿겠는데요? 그거 진짜에요?”라는 태클을 걸면, 아마도 미운털 1순위의 부하직원이 되어,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나르시스트들은 자존감이 높은 척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열등감이 깊다. 누구보다 수치심에 약하고, 민감해서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부끄럽고 ‘쪽팔린’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주변에서도 쉽게 그걸 눈치챌 수 있지만, 본인은 끝까지 모른다.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사실을 직고한 이들은 모두 벌을 받고 왕국에서 쫓겨났다. 물론 끝까지 거짓말로 임금님께 아부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이들에게 직언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오직 이들 자신이다. 최소한의 인식과 통찰이 생기고 나서야 이들은 타인의 쓴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물론 그 타이밍은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걸린다.2. 들어주기만 해도 평균 이상이들은 타인의 진정한 지지와 관심을 받기 어렵다. 어린 시절, 도무지 끝날 것같지 않던 어른들의 잔소리를 누가 큰 관심을 갖고 감동하여 오래오래 기억하며 인생의 길잡이로 쓴단 말인가?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당연히 이들의 껍데기뿐인 허세와 과시는 공감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다.      이들의 자기과시적인 자랑과 허세에 대해 이들과 다투지 말고, 이들의 내면의 아픔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미성숙함을 까발리지 말고 인정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은 자신의 언행이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타인의 반응에도 퍽 민감하다. 영혼 없는 칭찬이나 아부는 금방 눈치 채고 거부반응을 강하게 나타낸다. 이들의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허하고 외롭다. 따라서 이들의 말에 약간의 인내심만 가지고 최소한의 반응과 비언어적인 지지적 추임새(눈 맞춤, 고개 끄덕임 등)만 넣어줘도 그 효과는 엄청 크다.3. 그의 다른 점을 칭찬하기상사가 “나 대학 때 춤으로 날렸어! 인기 짱이었어!”라고 허세를 부릴 때, 누가 봐도 그럴 확률은 병아리 눈물 짜기 정도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부장님은 사실 목소리가 좋아요” 라든가, “일 처리가 정말 깔끔해요. 한 번도 지각하지 않으시잖아요.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하세요” 등등 사실에 근거한 다른 점을 칭찬하는 것이 좋다. 거기에다 “부장님은 일하실 때 보면 열정이 대단하세요! 항상 좋게 생각하고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칭찬으로 되돌려주는 센스까지 가졌다면 어떠한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상호 간에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도 남들 못지않은, 뛰어난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에 대해 진짜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면 그 상사는 더 이상 쓸데없는 허영과 과시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의 열등감을 지적하고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거짓 이상화’된 자신에게서 실제의 관심을 전환해주는 것이다. 이럴 때 그 상사는 부하의 신중한 배려에 오히려 감사할 것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생각은 내가 누구보다 잘났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 부시만(Brad Bushman)

27/05/2022

신데렐라 내러티브너무도 착한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집안을 차지한 계모는 여왕처럼 군림하며 온갖 구박하며 힘든 가사 노동을 떠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온 마을이 술렁이는 큰 파티(잔치)가 열리고, 주인공은 특별한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현실의 비루함을 탈피한다. 그러나 잔치는 금세 끝나고 주인공은 다시 남루하고 초라한 본인의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파티의 주최자에겐 주인공은 이미 가장 완벽한 이성으로 각인이 돼있다. 결국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던 그곳에서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통해 주인공은 초라한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 모두가 꿈꾸던 가장 이상적인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이 이야기를 읽으면 대부분 서양 전래동화 ‘신데렐라’를 떠올릴 것이다. 또 누군가의 머릿속엔 화려한 궁정, 유리구두, 호박마차가 스쳐갈 것이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의 영향이다. 사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오직 서양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350여 종의 버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인류의 첫 신데렐라 이야기로 기원전 5세기 고대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을 꼽는다. 당시 이집트엔 전설적인 미모를 지닌 여성 로도피스가 있었다. 로도피스는 발칸반도 동부인 트라키아 출신의 노예였는데 이집트로 팔려와 매춘부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로도피스의 신발 한 짝을 매가 물어가 파라오 앞에 떨어뜨린다. 이 인연으로 로도피스는 이집트의 왕비가 된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던 여성 주인공이 조력자의 도움으로 짝과 만나는 신데렐라 서사의 전형이다. 이후 이 서사는 세계로 퍼진다. 서양으론 ‘양모 소녀’(터키), ‘고양이 체네렌톨라’(이탈리아), ‘상드리용’(프랑스), ‘재투성이’(독일), ‘골풀 모자’(영국)로 전해진다. 동양엔 ‘아름다운 헤나’(예멘), ‘한치 이야기’(인도), ‘콩쥐팥쥐’(한국), ‘누카후쿠와 고메후쿠’(일본)로 발전한다.이토록 전 세계적으로 신데렐라 서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인류 문화의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분석도 다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어디서든 여성들은 억압받았고,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했고, 결혼 제도를 통해 신분 상승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특히 이 서사는 계모가 전처소생인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머리에 ‘계모는 나쁜 사람’이라는 공식을 만들기도 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물론 동화 ‘백설공주’에도, 한국의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에도 예외 없이 성미가 고약한 계모가 등장한다. 계모는 나쁜 사람?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사건은 반복됐다. ‘조선왕조실록’엔 중전의 자식을 제치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궁들이 등장한다. 로마시대 황제 자리를 둘러싼 다툼도 마찬가지다.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의붓자식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니 전처의 자녀는 떼어버리고 싶은 ‘얼굴의 혹’보다 성가실 수 있다.지금 당장이라도 ‘아동학대’ ‘계모’ 등의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해보시라. 얼마나 엽기적인 사건들이 많은가? ‘인간이 이토록 악하고 잔인해질 수도 있는가?’ 하는 의아심을 가질만한 기사가 범람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의 실화사건인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개요는 다음과 같다.“2013년 칠곡에서 엽기적인 아동 학대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역시 계모에 의하여 자행된 것이었다. 그녀는 8살 된 의붓딸을 심하게 때린 뒤 피해자가 복통을 호소하였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아이를 숨지게 방치하였다. 아이가 사망한 이후에는 언니였던 12세 자녀에게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들었다. 이를 강요하기 위해 아이를 세탁기에 가두어 돌리고, 성추행과 물고문을 하는 등 친부인 배우자와 함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렇듯 계모에 의한 학대치사 사건들은 치명적인 폭행이 적어도 2년 이상 지속되어 아동이 결국 사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희생양이 필요한 계모?재혼은 재혼대로, 초혼은 초혼대로 힘들다. 재혼은 이미 이뤄놓은 결과물을 합치는 것이어서 더 어렵다. 초혼이라면 결혼생활을 하면서 규칙이 마련된다. 그런데 재혼 커플 사이엔 ‘결혼생활은 이래야 한다’는 서로의 고정관념이 충돌한다.결혼을 미루다가 나이 들어 초혼한 이들 중엔 아이는 한없이 착하고 예뻐야 한다는 환상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런 환상 때문에 굳이 아이 딸린 남자(여자)와 결혼하는 미혼남녀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말을 안 듣고 반항하면 환상은 깨진다. 아이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남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결혼 전에 각오했다면 그나마 낫다. 그러나 “자식은 전처가 키울 테니까, 혹은 부모님이 키워줄 테니까 아이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믿고 결혼했는데, 막상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억울하다. 이게 인간의 마음이다. 부부 간에 갈등이 있을 때 그 가정은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둘 사이에 직접적인 싸움을 피하고 싶다보니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려든다.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경우에도 아내는 어디엔가 화풀이를 해야 한다. 자신이 힘들다보니 아이를 학대한다.자기가 소리를 질러서 아이를 울려놓고는 아이가 징징댄다고 학대한다.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야단치지 못한다.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약속을 강요하고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가 깨끗하면 야단치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이 씻겨주지 않고는 아이가 지저분하다고 야단친다. 겁에 질린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대소변을 못 가리면 그걸 핑계로 아이를 욕실에 가둔다. 아이가 열어달라고 소리치면 그런다고 또 때린다.  아이가 산만하고 마음에 안 들면 학대는 더욱 심해진다. 보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어린이는 발에 ‘모터’를 단것처럼 하루 종일 움직이고 계속 사고를 친다. 충동적인 양상도 있어서 뭐라고 하면 맞서서 소리 지른다. 아이가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하는 행동인데, 계모는 아이가 반항한다고 여겨 학대를 합리화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발달이 느린 아이도 학대의 타깃이 된다. 남의 아이인데 발달이 느리다면 평생 그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게 끔찍하다.이처럼 계모들이 행사하는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계모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본능적으로 남편의 사별한 혹은 이혼한 아내 자식들을 자기가 낳은 자녀들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남편에게 전처를 생각나게 하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질투심은 차치하고, ‘남편이 전처 아이를 더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 애들이 나이가 많으니 대부분의 상속을 받지 않을까? 그 아이들 때문에 늘 후처 취급당하지 않을까?’는 생각에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계모이기 때문이 아닌, 성품 탓이쯤 되면 세상의 모든 계모는 ‘나쁜 여성’으로 보이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실제로 나쁜 계모는 생각보다 적고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 단지 뉴스에 보도되는 것은 그만큼 특이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계모는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 인간의 동정심은 타고난다. 여성은 본질적으로 모성을 가졌다. 대부분의 계모는 어느 정도 동정심을 지녔기 마련이다. 착한 여성은 착한 계모가 되고, 못된 여성은 못된 계모가 된다. 즉 본래 그 여성의 성품 탓이지, 계모이기 때문에 아동을 학대하는 것은 아니다. 못된 친모보다 착한 계모가 더 나은 경우도 많지만 단지 뉴스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대부분 계모가 학대하는 것은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뇌를 물려받은 자녀 역시 나중에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때려서 해결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경제문제, 주거환경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기도 하다. 또 도와줄 사람이 없을수록 아동학대는 늘어난다.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 중에는 자신도 어려서 학대받은 이가 많다. 어려서 폭력에 노출된 트라우마나 불우한 성장과정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부모의 성격을 물려받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감정 조절 못하는 뇌를 물려받은 자녀는 훗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이들 여성 폭력범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정신장애는 경계선 성격장애임을 보고하였다. 이렇게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여성 폭력사범들의 공통점은 40%에서 76% 정도가 어릴 때 성폭력 피해에 노출된 적이 있으며 25%~73% 정도가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던 피해자로 확인되기도 하였다.계모의 갈등과 아픔 ‘계모(繼母)’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어머니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다. 이혼과 재혼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시대에 계모도 늘어나고 있다. 동화나 드라마, 각종 뉴스로 덧씌워진 ‘나쁜 계모’의 이미지와 사회적 시선은 감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는 자기 몸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므로 모성 본능의 사랑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작동된다. 유전자가 1%도 섞이지 않은 아이에게 어머니의 내리사랑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다. 물론 계모에게 유전적 계승은 없다. 맹목적 사랑 역시 친모보다 옅을 수 있다. 대신 계모들에겐 더 강해진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다.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시선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실패한 첫 결혼도 그랬고, 새엄마로 살아가는 점도 그렇고. 나는 왜 남들처럼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할까 고민하고 그런 게 열등감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남들 보기에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한 번의 실패, 그리고 재기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의붓딸도 보란 듯이 잘 키우는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아이들을 위해서는 먹는 거나 입는 거나 모두 좋은 것으로 골랐다. 새엄마가 집에 오더니 애가 훨씬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재혼하게 되면 미움과 싸워야 한다. 밉지만 않아도 얼마나 행복할까 싶을 정도다. 작은 미움이 큰 미움으로 정말 쉽게 번지더라. 그 감정의 소모 때문에 너무 쉽게 지친다.”그들은 주변에 인정받으려는 의지도 있었고, 가정에서 ‘아내’와 ‘엄마’라는 존재를 강하게 각인 받고 싶은 욕심도 컸다. 최근에 필자와 만난 한 중년 여성의 고백이다.“엄마와 사별한 아버지에게 특별히 감사한 것은 재혼을 하신 것입니다. 아주 어릴 적에 만나 새 엄마는 소위 살갑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들에게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셨어요.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 키워보니, 배 아파 낳지 않은 ‘남의 아이’ 키우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정의)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가족 간에) 관계 맺음의 질에 달려있다.” - 정수복

20/05/2022

병적인 수집가?전설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어떤 것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동화책, 유명인의 신발, 편지, 빛바랜 사진, 해묵은 엽서는 기본이고, 진료비 청구서, 수프 캔, 썩은 피자꽁다리 등 일반 사람들이 쓰레기로 취급하는 잡동사니들을 꼼꼼히 모아 수백 개 상자에 채웠다. 그는 이 상자들을 ‘타임캡슐’이라고 불렀으며, 이 타임캡슐을 5층 건물 전체에 물건을 쌓아둬 실제 사용할 수 있었던 방은 2개였다고 한다. 워홀은 1975년 출간한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나 자신은 원치 않은 물건이라도 그걸 버리는 건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수집가라기보다 저장강박 증세를 보이는 ‘호더’(Hoarder)였다.워홀은 수집품을 병적으로 모으면서도 수집가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인터뷰에서 “종이와 상자들. 나는 무언가를 집에 가져오면 아무 데나 놔두고 다시는 집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이는 그가 타임캡슐에 저장해둔 온갖 잡동사니들을 언급하고, 그렇게 강박적으로 저장함으로써 정신병을 창조의 요소로 받아들인 저장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 환자로 결론짓는다. 실제로 워홀은 1954년부터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 이상 골판지 상자에 온갖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채워 넣고 그 상자를 보관했다. 워홀이 죽은 뒤 뉴욕에 있는 저택은 물건으로 가득 차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태였다. 오늘날 정리수납전문가들도 그곳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쌓아둔 600개가 넘는 타임캡슐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약 50만 개의 물건은 지금까지 남아서 피츠버그 앤디 워홀 미술관에 어엿한 예술작품으로 보존되어 있다. 학자들은 그것을 면밀히 조사하고,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거기에 매혹된다.잡동사니 쓰레기 속에서 안락함을? 잊혀질듯하면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이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 소위, 저장강박 증세를 지닌 호더의 이야기이다. 잡동사니를 절대 버리지 않고 잔뜩 쌓아둔 채 위안과 편안함을 느끼는 행동은 저장강박이라는 정신장애에서 온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사거나 주워와 집안 가득 ‘병적으로 축적하는 행위’를 호딩(Hoarding)이라 부른다. 미국의 한 방송은 저장강박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7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최근 들어 인기 직업군에 들어온 ‘정리수납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검색해보라, 가정집에서 수십 톤의 쓰레기를 ‘끼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온갖 잡동사니와 각종 음식 쓰레기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푸드 호딩’부터 수십 마리의 유기 동물과 그 시체들이 들끓고 있는 ‘애니멀 호딩’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종류, 그런 것에 애착을 갖고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집 안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 두어 이웃들에게 악취, 해충 등의 피해를 끼치는 것은 기본이다. 작게는 잡동사니, 추억이 담긴 물건들, 희소한 물건들부터 시작해서 재산가치 목록에 끼우지도 못할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고 집착하는 증상을 보이는 호더가 얼마나 많은가? 가벼운 정도라면 정리가 필요한 정도로 여기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필요로 한다.이들은 물건의 실제 가치와는 관련 없이 버리지 못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로 그 물건이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것이거나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 소유물에 대한 감상적 애착, 소유물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 중요한 정보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등의 이유로 호딩을 멈추지 못한다. 주로 공허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마음속 허전함을 물질로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호더들은 공통으로 우유부단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며, 회피적이고, 꾸물거리고, 조직의 어려움을 겪으며, 산만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타인으로부터의 거절로 인한 자존심 손상 등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호딩이 심해지면 그 자체로도 일상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침대 위에서 잠을 잘 수 없거나 의자 위에 앉을 수 없기도 하고,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넘어 타인의 활동 영역까지 침범하여 물건을 쌓아 두는 탓에 타인의 행동까지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보통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자거나 밥을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호더들은 그렇게 저장해 놓은 물건(사실은 쓰레기)에 둘러싸여 있을 때 안락함과 안전함을 느끼기도 한다. 심지어 집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놓고 그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웃고 있다. 추억이 담긴 물건, 구하기 힘든 수집품, 손톱 등을 저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라가 된 ‘남편의 시신’을 집에 저장한 여성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그 물건들을 건드리면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 다른 사람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 많은 물건들을 ‘좀 버려야 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갑자기 심장이 요동을 치고 심하게 불안해지고 ‘극도의 두려움’까지 느낀다. 모든 것을 걸고 저 물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좀체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치워도 내가 치운다’며 다른 사라들의 도우도 한사코 거절하고 정리를 계속 미룬다. 보다 못한 가족이 호더가 없을 때 물건들을 버리고 정돈이라도 해버리면 말 그대로 ‘죽을 것만 같은’ 숨 막히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다음에 꼭 필요할 때 찾아서 쓸 수도 있는 데 그걸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버렸다는 것에 대한 원망’과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는 전형적인 저장강박증이다. 물건에 대한 사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버리지 못하고 일단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의 일환으로, 습관적인 절약 또는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는 별개로 심각한 증세가 보일 경우 치료가 절실한 정신질환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저장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도대체, 왜? 저장강박증의 원인은 정확히 규명된 것이 없지만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될 수 있다. 뇌의 활성화에 대한 능력 상실과 우울증과 불안한 정서에 동반되는 강박장애다.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됐기 때문에 물건이 필요한지, 버려야 하는지 가치평가를 내리지 못해 일단 저장해 두는 경우를 저장강박으로 보는 것이 의학계의 주된 입장이다.또 유아기의 애착관계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장강박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적 문제로는 유아기 시절 주변의 관계인들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못 받았을 경우 이를 심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갖게 된다. 이는 유아들이 자기 물건에 다른 사람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또 다른 경우에는 상실 또는 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그 아픔을 보상하려는 심리로부터 만족감을 느끼고 강박증 증상을 가지게 된다.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호더들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생각으로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물건을 저장한다. 이 저장을 통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준비되어있다고 안심하면서 잘못된 패턴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안일한 생각이 저장강박증의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실제로 세계 인구통계의 2~5%가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장강박증 사례를 연구한 마이크 넬슨에 따르면 설문응답자 879명 중 51%가 자신의 강박증에 대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마이크 넬슨, 잡동사니 증후군, 큰나무, 2011, p.13).중요한 것은 강박증을 앓고 있는 실제 환자들이 모으는 것이 무용하고 저급한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특정 물건을 모으는 우리의 일상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즉 어느 누구나 저장강박증에 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저장강박증의 치료의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환자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의지를 갖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강박장애보다 치료가 쉽지만은 않은데 그러한 부분에서 약물치료보다는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상담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저장강박증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므로 사회와 대중의 관심이 절실하다. 또 호더들이 자신들의 심각성과 인간관계에서 안정을 찾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끔 지지해 마음을 다스리도록 도와줘야 한다.무엇보다 우리는 저장강박 당사자들이 단순히 ‘정리에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건들을 ‘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못 버리는’ 심리도 인해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금방 놓아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그것이 그 순간 전부라고 느껴서 붙들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고 갈등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마음속의 잡동사니여기서 잠깐, 저장강박 호더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나는 값비싼 쓰레기통 속에서 산다! 내 것과 내 마음의 75%는 잡동사니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얼마나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많기에 그것만 전문적으로 치워주는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군이 생겼을까? 미국 최고의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브룩스 팔머는 10년 넘게 남의 집과 사무실, 차고 등에 쌓인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버리는 일을 도와온 베테랑이다.  그는 이 잡동사니를 마음을 어지럽히는 ‘심리적 잡동사니의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우리 마음의 75%는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세상 물건의 75%, 우리 인생의 75%도 잡동사니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거대하고 값비싼 쓰레기통에서 뒹굴고 있는 게 아닌가? 거꾸로 말해서 우리가 잡동사니를 치운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세상의 쓰레기를 치우는 대단한 일 아닌가? 브룩스 팔머는 “우리는 술이나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한 잡동사니에 중독돼 있다”고 한다. 막상 버리려 하면 멈칫하고 들었던 손을 놓게 만드는 잡동사니! 그것의 질긴 유혹, 중독에 무심결에 빠질 대가 얼마나 많은가? 아직 쓰레기처럼 흉하게 방치되어 있는 우리 마음의 ‘잡식성 욕망의 산물’같은 잡동사니를 치워내기 위해 미국 최고 잡동사니 정리 전문가의 아래의 열 가지 지침, 소위 ‘잡동사니 버리기 10계명’을 곰삭여 마음을 새롭게 해보자.  1.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무엇인가 어색하고 거북하다고 느껴지면 그 물건을 버려라.   2. 어떤 물건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결정하는 데 우물쭈물한다면 그것은 잡동사니다.   3.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는 물건은 잡동사니다.   4. 물건이 비싸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다면 그것은 잡동사니다.   5. 사진들은 대부분 잡동사니다. 살아있는 순간으로 가득한 사진들만 간직하라.   6. 만일 어떤 물건이 잡동사니라는 첫인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잡동사니가 확실하다. 첫인상은 틀리는 법이 없다.   7. 트로피처럼 '소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은 눈 딱 감고 버려라.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기 위한 물건을 간직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8. 과거가 지금보다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물건, 그때만큼 좋은 시절이 없었다고 옛날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물건은 무엇이든 버려라. 현재의 인생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물건만 남겨라.   9. 망가져서 고칠 수 없는 것이나 고치고 싶지 않은 물건은 무엇이든 버려라.   10. 잡동사니는 접착성이 탁월하다. 겹겹이 쌓여 있거나 뒤엉켜 있는 물건들을 주목하라. 그런 물건은 전부 잡동사니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그 물건이 선물하는 느낌을 갈구한다. 그런 느낌 속에 들어 있는 마약 같은 성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물건 안에 행복, 즐거움, 열정이 녹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우리는 소유물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며, 그 물건이 자신의 참모습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브룩스 팔머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05/0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