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손’
1985년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가 인지심리학회지에 기고한 “농구 경기에서 뜨거운 손”에서 처음으로 ‘뜨거운 손 현상’을 소개하였다. 농구 경기의 관중들은 흔히 이전에 던진 2~3개의 슛이 성공한 선수들에 대해 다음 슛 역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전 슛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슛의 성공 확률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농구선수의 슛은 각 시행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른 시행에 일어난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시행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전의 슛과 다음의 슛의 성공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관중뿐만 아니라 경기를 뛰고 있는 동료 선수들 및 당사자 역시 그가 다음 슛을 보다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마치 선수가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뜨거운 손’을 가져 더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착각한다.
뜨거운 손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전의 성공에 대한 관찰이 지각과 기억에서의 편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범주화 과정에서의 편향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즉 여러 차례의 시도에 대해 사람들은 우연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비우연적이고 유사성을 가지는 것으로 지각할 때 보다 쉽게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기에서나 평소보다 유난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 그리고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있다면 오늘따라 더 슛이 잘 들어가는 날이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이는 ‘뜨거운 손’ 덕분이 아니라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다.
자기충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바라거나 예언하는 바가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자기충족적 예언을 처음으로 언급한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실제 상황보다는 상황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즉 이전의 성공은 다음의 성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그가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비우연성과 의미를 부여해 상황을 해석한다. 한두 번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동료들은 그를 ‘뜨거운 손을 가진 선수’로 의미부여해 더 많은 패스를 주고 당사자 역시 자신감을 얻어 보다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런 시도들이 그에게 더 많은 성공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 해석은 현실이 된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긍정적 방향, 부정적 방향 모두로 작용할 수 있다. 지고 있는 경기에서 “오늘 경기는 끝났어”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에게 낮은 기대치를 부여하면 그는 그 평가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여 낮은 기대가 현실화된다.
감독이나 코치의 이 한 마디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상기시켜 준다. 그저 한 말이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속담이다. 정말 말이 씨가 될까? 놀랍게도 정말 말이 씨가 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의 의미는 ‘기대와 예언’을 뜻한다. 어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결국 그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가 원해 기대했던 대로 행동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기대가 구현되는 현상을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
뜨거운 손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전의 성공에 대한 관찰이 지각과 기억에서의 편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범주화 과정에서의 편향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즉 여러 차례의 시도에 대해 사람들은 우연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비우연적이고 유사성을 가지는 것으로 지각할 때 보다 쉽게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or Rosenthal effect)를 소환할 수 있다,
기대, 행동, 결과
피그말리온 효과란 타인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믿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상대방에 대한 높은 기대가 높은 성과를 이어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역으로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그렇게 된다는 것도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사람들을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의 스키마(schema,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인지적 개념 혹은 틀)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그 스키마가 지지되거나 반박되는 정도를 바꾸어 버린다. 무심코 자신의 스키마에 맞추어 다른 사람들을 대함으로써, 자신의 스키마를 옳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자기 충족적 예언은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어떠할 것 같은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기대는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즉,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원래 기대와 일치하는 행동을 하도록 조장한다. 그 결과 나의 기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현되고 만다.’
그러므로 나의 기대가 중요하다. 나의 기대에 따라 그 사람은 나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평생 이해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먼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급을 책임진 고등학교 교사의 예를 들어보자. A군은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학급에서 공부를 잘하던 학생과 흡사했고, B군은 이전의 문제를 일으켰던 불량 학생과 닮았다고 하자.
1) A, B에 대해 교사가 가지는 믿음과 기대 : 무의식적으로 교사의 마음속에는 A군과 B군에 대한 기대치가 설정된다. 그리고 교사의 믿음은 교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2) A, B를 대하는 교사의 행동 변화 : A군과 마주치면 기분이 좋아지고, 한마디라도 덕담을 하고, 사소한 것까지 챙기게 된다. 불편한 건 없는지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더 묻게 된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게끔 동기부여를 주기도 한다. 어쩌다가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도 차근차근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반면에 B군을 볼 때는 별다른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어쩌다가 성적이 잘 나오고, 학교생활을 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B군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조언, 피드백도 별로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실수를 하면 기분이 쉽게 언짢아진다.
3) A, B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변화 : 교사의 행동은 A군이 가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 A군은 자신이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느낀다. B군은 교사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학교생활을 잘 할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다.
4) A, B의 행동 변화 :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믿음은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A군은100% 노력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에 매진한다. B군은 의욕이 없는 상태로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학교생활을 한다.
5) A, B에 대해 교사가 가졌던 믿음의 강화 : 위의 모습들이 교사가 A,B에 가졌던 최초의 믿음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교사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A군과 B군을 대하게 된다.
이처럼 교사가 애초에 A, B 학생에 대해 가졌던 최초의 믿음과 기대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현상이라고 한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런 칭찬
피그말리온 효과를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증명해낸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는 다음과 같이 피그말리온 효과의 핵심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상대방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거라 기대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우리는 상대방을 특정한 방식으로 대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 다음,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여신 아프로디테가 이에 감동해 여인상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사람이 되었다는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면 결국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칭찬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 받는 사람은 인정받고 있다는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면서 활동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칭찬받은 대로 행동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따라서 기대에 부응하는 행위를 하게 되므로, 그에 걸맞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칭찬이 긍정적인 반드시 효과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른바 ‘칭찬의 역효과’이다.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다.
“와, 이번에 95점 받았다면서? 정말 잘했다. 대단해 다음에는 100점 받겠구나!”
“피아노 경연에서 은상 받았다고? 멋지다. 더 열심히 해서 금상 한번 받아야지?”
“김 과장, 진급 축하해. 역시 능력자야 동기 중, 진급이 가장 빠르다며? 곧 차장 되겠네?”
이렇게 칭찬은 우리가 살면서 흔히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런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특히 나타난 결과와 성과만을 가지고 하는 칭찬일 때는 더욱 그렇다. 결과와 성과가 좋지 않으면 칭찬은 언제든지 비난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보다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최소한 현재 수준의 결과와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칭찬이다. 차라리 아무런 칭찬을 받지 않는 게 홀가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의 칭찬을 많이 받게 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자꾸만 의식하게 되고 불안해진다. ‘다음번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목표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초조한 마음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생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하거나 일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하는 일에 대한 흥미와 열의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칭찬 받는 게 즐겁고 칭찬 받기 위해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는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열정이 식어버린다.
칭찬과 아첨
칭찬의 부정적인 효과가 또 있다. 필요 이상의 칭찬을 자꾸 받다 보면 자만에 빠져 수 있다. 과도한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주변에서 계속 추켜세우고 칭찬하는 횟수가 빈번할수록 자만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늘 자신을 경계하고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 칭찬 받는 일이 습관이 되어 자신을 향한 칭찬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무감각해지면 교만한 태도가 몸에 밸 수 있다. 한 순간 건방지고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칭찬받을 만한 일도 아닌데 누군가 자꾸 나를 칭찬하고 거북할 정도로 과분한 찬사를 넣어 놓으면 그 진의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아첨이나 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상대방의 좋은 점이나 탁월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마땅히 그럴 만한 일을 많은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아첨은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것이다. 아부도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것이다. 뭔가 목적을 위하여 객관적이지 않는 태도로 상대방을 과하게 추켜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목적이란 드러내지 않는 자기만의 이익이다. 상대방에게 아첨하고 아부해 환심을 사거나 비위를 맞춤으로서 자기의 유익을 얻기 위해 객관적이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지나치게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은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그것을 칭찬으로 여겨 끌려가면 낭패를 맞게 된다.
기대의 힘
불교 용어 중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단어가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 말이다. 나의 인지와 기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원효대사가 달콤하게 마셨던 물이 사실을 해골 물이었듯이 본인이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는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자기 충족적 예언을 우리 삶에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기대를 많이 품으면 된다. 더불어 편견을 고착화 시키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고 사모하고, 사숙하는 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A man is what he thinks).
우리는 결과에 미리 낙담하지 않기 위해 결과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망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전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긍정적인 기대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확신으로 행동한다면 분명 더 발전된 미래가 오리라 생각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영혼을 살찌우는 보약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에게 부, 성공, 즐거움과 건강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부정적인 마음가짐은 영혼의 질병이며 쓰레기다. 이는 부, 성공, 즐거움과 건강을 밀어내고 심지어 인생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 나폴레온 힐
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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