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이야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20년 친구 사이인 뉴질랜드와 호주 남자 3명이 돈을 모아 산 로또가 1,7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34억원)에 당첨되자 배분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뉴질랜드의 한 신문이 5일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월 뉴질랜드 혹스베이 출신의 유진 제임스 테 파이리는 개리 존 갈릭, 브렛 프레티 등 호주 친구들과 함께 호주 로또 복권을 샀다. 테 파이리는 로또 복권 추첨이 있는 날 3명의 친구들이 440달러를 모아 프레티의 집에서 즉석 파티를 하면서 모은 돈에서 34달러를 떼내 복권을 사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복권은 1,700만 달러에 당첨됐고 프레티가 2명의 친구에게 선물을 몇 개 사주는 것으로 입을 씻으려하자 싸움이 벌어졌다. 프레티는 친구들에게 그들의 몫을 충분히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구들은 프레티가 너무 탐욕스럽다며 돈을 더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테 파이리와 갈릭은 법원에 고소장을 내 파티를 위해 모은 돈으로 복권을 산 것은 일종의 ‘합작투자협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당첨금을 3분의 1인 560만 달러씩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파티비용을 낸 액수에 따라 상금을 배분할 경우 돈을 가장 많이 낸 테 파이리가상금의 54.41%인 900만 달러 정도를 갖게 되고 갈릭은 23.53%, 프레티는 22.06%를 자기 몫으로 챙기게 된다. 이들이 법정 싸움으로 들인 법률 비용은 200만 달러나 된다고 한다. 로또 때문에 20년 우정도 법정 싸움으로 끝날 것으로 사료된다.
인생역전의 역설
로또 1등에 당첨돼 인생역전에 성공했던 50대 영국 남성이 돈 걱정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해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로또로 인생역전에 성공했지만 5년 만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기 때문이다. 전직 제빵사였던 케이스 고우 씨는 5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당첨금을 가지고 경마, 축구경기 내기, 음주 등을 통해 모두 날렸다. 그는 마침내 동전 하나 없이 돈을 써버렸다며 결국 돈 걱정으로 시름하다 심장마비에 걸렸다고 한다. 이는 돈만 있으면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확천금을 좇는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제빵 일을 하던 고우는 2005년 6월 900만 파운드(약 156억원)에 달하는 로또 잭팟에 당첨된 후 대부분의 돈을 경마, 자동차레이스 등으로 탕진했고, 수중에 단 한 푼의 돈도 남기지 않은 채, 얼마 전 슈롭샤이어주 텔포트의 프린세스로열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돈을 주체할 수 없었던 고우는 로또 당첨 2년 후 아내와 이혼, 그때부터 폭음을 시작하는 등 건강마저 급격히 나빠졌다. 일찌감치 돈을 다 날려버린 그는 이혼 후 조카 집에 얹혀살며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해 “내 인생은 눈부셨지만 로또가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인간을 슬프게 만드는 돈이 무슨 소용이냐? 누군가 신문가판대로 다가간다면 나는 절대 로또티켓 만은 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피땀 흘려 번다면 수백 년은 족히 걸릴만한 그 어마어마한 돈을 그토록 쉽게 흥청망청 유흥비로 사치품목 구입으로 탕진하고 말까?
하우스 머니 효과
한국에는 설날에 일가친척들에게 세배를 올리면 세뱃돈을 받는 문화가 있다. 세뱃돈은 새해 첫날에 받는 돈이기에 기분 좋게 쓰라는 의미로 신권으로 주고받곤 한다. 그러나 분명 거액의 돈을 세뱃돈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텅 비어있는 지갑을 마주한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평소에 돈을 아껴 쓴다며 소액의 배달비, 배송비 등에는 돈을 아까워하면서, 설날에 받은 거액의 세뱃돈은 쉽게 써버리는 것일까?
기대하지 않았던 이익을 얻을 때 전보다 더 위험을 감수하려는 현상인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로 이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존 노프싱어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서 도박꾼들이 큰 예상치 못하게 큰돈을 땄을 때 다시 그 거금을 올인하여 배팅한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존 노프싱어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전 던지기 게임’으로 돈을 잃은 사람은 41%만 다시 배팅에 참여했지만, 돈을 얻은 사람은 77%가 다시 배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즉, 쉽게 얻은 공돈은 원래 자신의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돈에 대한 위험 기피 성향이 낮아져서 돈을 쉽게 쓰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돈이어도 자신의 심리나 상황에 따라 그 돈의 가치를 더 크거나 작게 느끼곤 한다. 자신이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알바비라면 자신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라 생각해 쉽게 쓰지 못하지만, 설날에 친척에게 받은 세뱃돈은 자신이 아무 노력 없이 받은 공돈이라고 생각해서 그 돈을 쉽게 써도 되는 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 돈을 막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회피 경향’이 있기에, 기존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으로 도박을 한다면 단번에 거금을 올인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공돈, 즉 ‘내 돈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기제가 발동하면, 그 돈을 막 써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돈을 공격적이고 위험한 투자로 쉽게 사용한다.
벼락 맞기보다 낮은 확률
그렇다면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있는가? 불행히도 그 가능성은 814만 분의 일, 이 확률은 매주 복권을 사서 일등에 당첨되려면 2억 년 걸리는 확률이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난 틀림없이 될 거다’란 생각으로 싱글벙글한다. 바늘귀보다 더 좁은 그 확률에 들기를 그 무엇보다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어느 해 연말, 한 여성 포털 사이트가 네티즌 2,367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원’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2%가 로또 당첨을 소원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로또’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번 대박으로 행운을 잡자는 심리이다. 로또 복권을 처음 시작한 나라가 이태리로, 이태리 말 ‘로또’는 행운(Lucky)란 뜻이다. 옛날 네로 때부터 복권이 시작됐다고 한다. 한국은 1947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이 갈 돈이 없어 복권을 발행해 선수들이 올림픽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 복권이 만들어질 때는 이런 소박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 로또 열풍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방에 확!’하는 한탕주의에 빠져 로또 당첨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외국 근로자들도 한국에서 번 돈을 로또에 돈을 걸고 있다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20대 남자 28.3%, 30대 50% 이상, 49.5%, 40대 46.2%로 천만 명 넘는 인구가 로또에 중독되어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착각을 하고 있다. 하나같이 일등에 당첨된다는 확신(사실은 착각) 속에서 그 당첨된 상금 60억, 70억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생각하며, 잠을 설친다고 한다. 어디로 이사 갈까, 어떤 집을 살까, 차는 무엇으로 바꿀까... 이런 흐뭇한 착각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옷은 어디 가서 사입고, 여행은 어디로 갈까 하룻밤에도 지구를 다섯 바퀴 이상 돈다. 이런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전국민의 19%라고 한다.
로또에 모든 것을 다 배팅하다가 죽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30대 중국집 종업원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3천만 원어치나 복권을 샀다가 몽땅 낙첨되자 목숨을 끊었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은 통장 잔고 전액인 270만원을 모두 틀어 복권을 산 뒤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부산에 한 남자는 이른 아침에 지하철 철길로 뛰어 들며 “로또!”하고 소리치며 죽어갔다고 한다. 요행히 로또에 당첨됐지만 풍족함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도 있다. 3년 전 포항 사는 어떤 사람은 우연히 구입한 로또가 2등에 당첨된 것을 확인한 후 은행으로 달려가 4,500만원의 돈을 탔다. 그런데 그날 새벽 집에서 잠을 자던 이 사람은 갑자기 죽었다. 로또에 당첨된 기쁨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다.
도박꾼의 오류
1913년 8월 18일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호화로운 보자르 카지노가 게이머들의 탄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술렁이기 시작했다. 룰렛 게임이 벌어지는 테이블에서 구슬이 20번이나 연거푸 검은색으로 떨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27번째에 가서야 구슬은 붉은색에 멈추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대다수 게이머가 수십억 원을 잘못 배팅하고 난 다음이었다. 그들은 파산하고 말았다.
몬테카를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 믿을 수 없는 일 덕분에 ‘몬테카를로의 오류’(Monte Carlo fallacy)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기적 개연성에 대한 원리의 의미를 오해한 것이다. 그 결과 과거에 관찰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것을 미래에 대해 예상하는 잘못을 범하는 걸 말한다. ‘도박사(혹은 도바꾼)의 오류’(Gambler’s error)라고 한다. 같은 뜻으로, 기회의 숙성 오류(Fallacy of the maturity of chances)라는 말도 있다.
“그동안 계속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상식으로 통용되지만, 평소 승률이 50%라면 100번을 연이어 돈을 읽고 난 다음이라도, 실제로 101번째 이길 확률은 여전히 50%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걸 말한다.
카지노와 같은 도박장에서는 고객들이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면 빠질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그래서 이들은 건물 구조, 실내 장식, 운영 방식 등을 통해 분위기를 들뜨고 흥분되게끔 몰아감으로써 고객들이 환상에 빠지게끔 유도한다. 명심하시라. 카지노는 ‘도박사의 오류’에 끝까지 붙들어 두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그들의 교묘한 운영 원칙들이 있음을!
카지노 설계 시 창문은 만들지 마라. 빛이나 소리가 외부에서 들어올 수 없는, 철저히 밀폐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카지노에 흐르는 공기는 항상 일정한 온도와 산소 농도를 유지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변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집에 갈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시간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시계도 없어야 한다. 실내 장식은 가능한 한 빨간색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열광과 자극을 위해서다. 웨이트리스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술은 공짜로 제공하라. 고객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님이 고독감을 느끼게끔 하라. 자리를 뜨지 말고 계속 도박에 몰두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도박사의 오류는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자주 저질러지는 오류 중의 하나로, 특히 주식 투자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어제와 오늘 떨어진 주식은 확률적으로 내일 오를 것이라고 믿지만, 오늘 떨어지면 내일도 떨어질 수 있는 게 주식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가가 왜 오르는지, 무엇 때문에 떨어지는지 그 원인을 찾아 대응하기보다는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람들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사는 이유도 물론 ‘통제의 환상’ 때문이다. 사실 많은 도박은 ‘그날의 운’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에 도박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운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곧잘 빠져든다. 실험 결과, 순전히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에서도 참여자들은 자신과 겨루는 상대방의 인상에 의해 거는 돈의 액수를 달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를 뒤집어서 둘 중에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이기는 간단한 게임을 하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쑥하고 날카롭게 보이면 걸 수 있는 돈 25달러 중 9.28달러를, 상대방이 멍청해 보이면 16.72달러를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제비뽑기를 할 때에도 자신이 직접 뽑은 것과 다른 사람이 뽑아서 준 걸 받았을 때에 각기 당첨 확률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자신이 직접 뽑은 것에 훨씬 높은 당첨 확률을 부여했다.
인생역전 불변의 법칙
왜 현대사회는 복권, 카지노로 대표되는 ‘도박산업’이 흥왕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재의 한국 사회는 불안한 사회라는 서글픈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느끼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면 더 이상 노력할 동력을 잃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과는 무관한 ‘팔자’나 ‘운명’으로 돌리는 ‘운명론자’가 된다. 사실,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미리 알아보려는 노력은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만이 자신의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미래가 자신이 꿈꾸는 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또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매일의 삶은 이런 ‘실존적’ 불안에 대처하는 노력의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한방(혹은 한탕)의 우상’은 다양한 종류의 도박이나 투기도 덩달아 성행하게 한다.
그러나 인생역전 불변의 법칙은 ‘성실한 노력’에 있다. 이 법칙에 예외는 거의 없다. “아무리 머리가 아둔한 사람도 10년만 노력하면 한 분야의 유식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S. 스마일즈) 했고, 짐론은 “당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일주일에 책 한권씩을 읽는다면 10년 후에 당신 분야에서 최상위 1%에 해당되는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오늘의 성실한 공부가 내일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엄격한 법칙이다. 템플대학의 러셀 콘웰 박사가 4천명의 백만장자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니, 이들에게 세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다.
첫째, 뚜렷한 비전과 목적을 갖고, 그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살았다.
둘째, 만사에 열심히, 성실히 부지런했다.
셋째,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핑계대지 않았다.
얼마나 간단한가? 성경의 법칙도 동일하다. 게으른 사람에게 일하라고 하니 “길에 (날 잡아먹는) 사자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잠언 26:13)하면서, 벌건 대낮에 나타나지도 않는 사자를 핑계를 대며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하는 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송기태 / 알파크루시스대 글로벌 온라인 학부장,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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