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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NSW 주정부의 ‘업타운 지원금’(약 20만 달러)을 받는 21개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선정 발표됐는데 ‘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이 포함됐다. 지역사회의 한인 사업자들이 중심이 돼 시의회의 지원을 받으며 추진하는 ‘상권 활성화 계획’이 주정부의 펀딩을 받게된 것은 아마도 NSW에서 이번이 처음일 듯 싶다. 그만큼 축하를 하며 여러 해 동안 수고를 한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흔히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로 불리는 사업자단체는 명칭이 변경돼 혼동될 수 있다. 종전에는 이스트우드한인상공인회(Korean Chamber of Coomerce in Eastwood: KCCE), 현재는 KCCR(Korean Community Commerce in the city of Ryde: 라이드시 한인상공인회)이다. 전임 박종훈 회장 때 KCCR로 변경 등록됐고 현재 고홍진 회장이 봉사하고 있다.사실 필자는 이스트우드한인상공인회 시절 몇 년 동안 회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커뮤니티 사업자단체가 제구실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지원금 선정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발전에 더욱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라이드시가 거의 10년 전 이스트우드의 한인 상권이 밀집된 로우 스트리트 동쪽(Rowe Street East) 길거리 재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할 때 당시 상공인연합회를 통해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중앙 분리대가 생기는 도로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길거리 주차 공간이 상당 기간(공사 완공에 1년 넘게 걸렸다) 없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찬반 투표에서 85% 이상의 찬성을 확인한 뒤 공사가 진행됐다. 당시 약 250만 달러의 시예산이 한인 상권을 위해 지출됐다. 그 진행 과정에 KCCE가 협의 파트너였다.  그리고 약 2년 전 한인 상권 한 복판인 라이드시 부지의 방문자용 (2시간 무료) 공용주차 빌딩을 완공해 약 150여대의 주차 공간을 증설했다. 이 사업은 시 입장에서 규모가 큰 만큼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교통부(자유당 주정부)가 방문자용이 아닌 출퇴근자용 주차장(commuter carpark)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시 부지 옆에 있는 한인 업소 2개를 강제 수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충격을 주었다. 이 계획에 대해 주민들과 사업자, 방문자 대부분은 반대했다. 이들은 출퇴근자용 주차장 위치 선정이 잘 못됐고 상권 활성화와 주차난 완화를 위해 방문자용 공용주차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했다. 라이드 지역구 주의원(빅토 도미넬로 전 장관)에게 이 계획의 취소를 요구했지만 그는 교통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며 사실상 취소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KCCE는 최후 수단으로 한인은 물론 중국인 커뮤니티 주민들의 서명(약 8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러고 나서야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의 출퇴근자용 주차장 건설 계획이란 무리수가 전면 백지화됐다. 이때까지 필자가 KCCE 회장이었다. 그 후 라이드시의 제롬 락살 시장(노동당) 재임시 방문자용(2시간 무료) 공용 주차빌딩 신축 계획이 발표됐고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 신속 추진해 2년 전 완공됐다. 라이드시가 약 1천만 달러의 예산을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KCCR이 시의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위 에피소드에서 본 것처럼 주민들과 사업자들이 뭉치면 지역사회 여론을 무시한 무리수를 취소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약 50명의 사업자가 모이면 시의회는 물론 주의원, 연방 의원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주차장은 상권 발전에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는 점에서 150여대의 공간이 늘어난 점은 한인 커뮤니티에게 큰 선물이다.   이제 이 주차빌딩 위에 커뮤니티센터를 건축했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거론된다. 예산 부담 등 해결 과제가 있지만 지역사회와 상권, 시와 주정부, 연방 의원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 방안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 과정에도 KCCR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선(先) 참여, 후(後) 요구’ 자세가 중요함을 일깨운다. 

22/06/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이번 주(월 6일) 이자율이 또 올랐다. 작년 5월부터 무려 12번째다. 이렇게 급박하게 이자율을 올릴 필요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12회 중 최소 2-3회는 불필요했다는 지적을 한다. 이자율은 분명 인플레 억제에 효과가 있지만 절대 만능은 아니다. 2000년 전과는 경제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크지만 제한적인 효과를 기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가 주도하는 RBA(호주중앙은행) 이사회는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인양 이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그 와중에 홈론 상환과 임대비 지출 부담은 이미 ‘미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9월 중순 만료되는 로우 총재의 임기가 연장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 무리한 이자율 인상 결정도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이미 오래 전  ‘삼포 세대’란 유행어가 있었다. 삼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오포 세대는 여기에 집과 경력을 포함하여 5가지를 포기한 것을 말한다.이에 더해 얼마 전에는 ‘N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N가지(많은 것)를 포기한 사람들의 세대를 말하는 신조어인데 처음 삼포세대로 시작되어 '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지난 20년동안 집값 폭등의 후유증으로 호주에서도 ‘삼포 또는 오포 세대’란 유행어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주택난으로 인해 연애•결혼•출산이 포기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늦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경력(취업)은 아니겠지만 주택마련은 사실상 포기 상태로 악화되고 있다.30년 전 호주를 비롯한 세계 경제학계에서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지향하는 것이 주도 논리였다. 주택정책은 더 이상 선진국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으며 시장경제에 맡겨놓으란 주장이다. 정부가 주택정책에 개입,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마치 후진국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주요 정당의 선거 공약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개입 최소화’, ‘시장경제 극대화’ 논리의 배경에는 여지없이 금융 자본과 건설 대기업들이 진을 쳤다. 이들이 막강한 로비의 힘으로 정치인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의회에서 정부 개입 같은 것을 거론하지 말도록.. 시장 주도 논리를 내세우는 경제학자들은 금융과 건설업으로부터 산학연구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쉬웠다. 기업의 이익 증대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숨겨진 아젠다(hidden agenda)'에 순응하면서..그러나 이같은 주도 논리는 2000년을 지나면서 모순과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값 폭등, 투자와 투기 장려 시대에 많은 재원이 부동산 시장 투자에 몰렸다. 직장 생활로 급여를 저축하기보다 부동산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재테크를 하는 것이 훨씬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호주는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투자자에게 유리한 세제인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부족한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의 이 우대 세제는 전형적인 공평성 원칙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반발이 두려워 아직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빌 쇼튼 노동당 대표가 이 제도의 폐지(변경)를 총선(2019년)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선거에서 패배한 요인이 됐기에 앞으로도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투자 우대 특혜가 있는 선진국은 세계적으로 호주밖에 없다. 이같은 ‘불공정 게임의 룰’을 유지하는 배경도 산업계(금융, 건설업계)의 압력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주택정책만큼은 호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 사례 중 하나다. 언론계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의 여지가 있음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른바 탐사프로그램이라는  ABC 방송의 포 코너즈(4 Corners)와 7.30 리포프, 채널 9의 60분(Sixty Minutes)에서도 세입자와 홈리스 문제 등 이자율이 올라갈 때 단편 보도에 그쳤다.골치 아픈 이슈를 계속, 집중 보도하면 금융권과 건설업의 광고가 떨어져 나간다는 압박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론사내  자체 검열에서 축소 보도가 되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계가 오랜 기간 직무유기하면서 그 여파가 더 커졌고 젊은 세대가 본인들의 급여로는 내집 장만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한심하고 암담한 현실이 됐다. 만약 정부가 20-30년 전부터 주택정책에 깊이 개입했다면 호주 3대 주도(시드니, 멜번, 브리즈번)에서 연방-주정부 협업으로 정부 임대주택(social housing)을 포함한 장기 임대 전용주택을 대폭 공급했을 수 있다. 이제 그런 것을 해보려고 하지만 천문학적 재원이 요구된다.  또한 대도시 신축 아파트/타운하우스 중 일정 부분(약 10-15%)을 한시적으로(신축 후 15-20년동안) 첫 내집 매입자들만이 사고 팔 수 있는 매물로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건설회사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서, 젊은 세대의 내집 마련이 지금보다 한층 수월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방치 결과로 이제 주택시장에 진입해야하는 젊은층은 부모 세대의 재정 지원 없으면 사실상 매입이 불가능해졌다. 임대비는 실성한 듯 폭등했다.  80-90년대를 호령했던 ‘작은 정부’ 주장.. 그 실상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을 앞세운 산업계의 욕심채우기위한 전략이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몫이 됐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8/06/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필자는 지난 2주동안 유럽 여행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3주만에 호주로 돌아왔다. 보름동안 스페인(바르셀로나와 몇 개 남부 도시)과 포르투갈(리스본과 포르토)을 여행했고 파리는 한국으로 가면서 1박2일로 잠시 들렀다. 6명 일행 중 필자만 유럽 초행길이란 점에 ‘호주 촌놈의 유럽 나들이’인 셈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최대한 책과 구글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를 얻으며 눈으로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시론에 한가하게 사적인 여행담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유로(Euro) 화폐를 사용하는 유럽 세 나라와 한국, 그리고 호주까지 5개국의 물가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었다.  프랑스(파리 기준)의 물가는 스페인의 2배 수준으로 매우 비쌌다. 고급스러움, 호화로움도 세 나라 중 단연 앞섰다. 그래서인지 파리 물가에 화들짝 놀랐다. 커피 한 잔 가격이 스페인은 대략 3유로, 포르투갈은 2유로인데 파리는 6-7유로, 비싼 식당은 10유로에 달했다. 택시 가격도 비슷한 추세였는데 파리는 시드니와 비슷했다.  식사비용(식당)은 스페인이 호주의 약 80% 선이었고 포르투갈은 60%선으로 부담이 가장 적었다. 그런 연유로 상당수 북유럽(독일,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등) 사람들이 포르투갈에서 은퇴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시드니 한 주 아파트 임대비(평균 약 $600-$700)로 포르투갈 지방에서 한 달 이상 지낼 수 있다.    호텔비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0-250 유로선이면 양호한(3-4스타 등급) 호텔에 숙박이 가능했다. 반면 파리는 이 가격대로는 낡고 형편없는(2스타 등급)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 낡아도 깨끗하면 좋을텐데 청소 불량 등 관리 상태도 낙제였다. 만약 한국이라면 위생 불량으로 영업 정지 처벌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은 호텔은 4-500 유로 이상을 요구했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방도 구하기 어려웠다. 제한된 공급에 넘쳐나는 수요 상태이니 4박5일 정도 이상 파리 호텔에 머물 경우, 숙박료 부담이 항공료를 능가할 정도일 것 같다.    현재(5월 18일) 환율로 호주 달러는 0.61유로선이다. 1유로가 1.63호주달러이고 1.08미국달러다. 유로가 미화보다 약간 센 편이다. 100호주달러로 약 60유로를 받는 셈이다. 공항에서 환전하면 60유로도 못 받는다.   따라서 커피 값과 호텔비를 호주달러로 계산하면 파리의 커피 값은 9-11호주달러가 된다. 호텔비가 200-250유로면 320-400호주달러이고 4-500유로면 640-800호주달러로 계산된다. 프랑스 물가는 호주에서 고소득층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듯 하다.     팬데믹 종료로 세 나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주말 도심지 행인들의 대부분은 관광객인 듯 했다. 유명 관광지(대성당, 수도원, 박물관 등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는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이 어려웠다. 입장료가 상당한 수입원일 것 같 다.  프랑스는 2024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데 파리의 2개 국제공항(샤를 드골과 오를리) 모두 오래된 공항으로 드골 공항은  출입국 심사대를 약간 증축하는 것 외 다른 공사는 없어 보였다. 지금도 방문자로 혼잡한데 올림픽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현지인들은 별 관심 없고 많은 돈을 둘여 신축 공사를 하는데 반대했다. 한국과는 달라도 많은 점이 달랐다.  한국도 음식 값 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 대중교통 등 싼 분야가 여전히 있지만 상당 품목이 호주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한국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야채과일, 감자,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식재료 가격이 선진국 중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한다. 종전까지는 그럼에도 음식값은 호주에 비해 다소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장점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의 약화가 뚜렷해졌다.   리스본에 한국 식당이 서너개 있다고 한다. 한 곳에 들렀는데 주방장 겸 주인이 인도/네팔계였다. 이것도 한식의 세계화일 것이다.   스페인에서 택시 기사, 식당과 호텔 직원 등을 만났을 때 영어 소통이 쉽지 않았다. 아쉬우면 스페인어를 배우라는 뉘앙스인지 모르겠지만 서비스 분야에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반면 인접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거의 한함이 없고 친절했다. 리스본에 이어 포르투갈의 2대 도시인 포르투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 도우로 강변의 많은 식당들 중 일부는 한글 표시 메뉴판을 준비해 놓았다. 음식도 좋았고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포르투갈이 인기 여행지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세 유럽 국가를 여행하며 한 가지 불편함 점을 꼽으라면 길거리나 식당, 카페, 공공장소 주변 등 거의 어디에서나 담배 연기를 맡을 수 있어 간접 흡연에대한 배려가 제로였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호주가 단연 선진국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담배 1갑 가격이 대략 4-5유로(6.4-8호주달러)라고 한다. 30-40호주달러의 호주 담뱃값과 비교하면 4-5배 차이가 난다. 호주는 담배 가격도 주택 임대비처럼 거의 실성한 듯 올랐지만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도 대폭 줄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세 나라는 문화, 역사, 음식값, 호텔비에 담배가격까지 호주와는 참 많이 달랐다. 필자가 호주에서 수십년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호주가 상대적으로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18/05/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호주, 2009년 이후 소득 상위 10%가 경제성장 이익 93% ‘싹쓸이’연도별 하위 90%의 경제성장 이익 점유율필자가 유학생(석사 과정)으로 호주 생활을 시작해 이 나라에 산 지 30년이 넘는 기간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빈부 격차 심화’를 1순위로 지적하겠다. 물론 기후변화도 심각하다.90년대 이전까지 호주는 ‘지상 낙원 옆동네’란 표현처럼 평화롭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나라였다. 그런 나라도 ‘부동산 투자 열풍’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 광풍엔 당연히 투기 바람이 한 몫 했다. 주택 소유 여부가 이제 호주인을 경제적으로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집이 있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생계비 앙등 위기를 버티어 낼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이자율 폭등으로 모기지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계층도 상당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계층은 ‘임대 지옥’에 직면해 있다. 시드니의 평균 임대비가 주당 $700 시대에 진입했다. 가히 미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세입자 가구에서 한 명의 소득만으로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지상 낙원 옆동네’라는 소리를 듣던 호주가 왜 이리 변질됐을까?   4월 11일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가 발표한 연구 논문은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호주인 중 소득 하위 90%가 2009년 이후 1인당 경제 성장의 이득에서 불과 7%만 받은 반면 소득 상위 10%가 혜택의 93%를 거두어 갔다는 내용이다.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팬데믹이 시작될 때까지 하위 90%는 성인 1인당 실질 경제성장의 이득에서 7% 미만을, 상위 10%가 93%를 챙겼다는 것은 저소득 및 중산층 소득자가 국가의 성인 1인당 실질 경제 성장으로부터 사실상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반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거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 호주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세상이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한국 TV 프로그램이 생각날 정도다. 마약으로 소득불평등이 급팽창했다는 의미인 ‘스테로이드 효과로 불평등 심화((Inequality on Steroids)’란 논문 제목이 붙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가 밝혀진 셈인 바로 그 부의 불평등 심화 배경에 집값 앙등과 세제 불합리가 있다.  노르웨이 호주 원유 개스 이득 분배1950-2009년 사이의 장기적 추세가 급격하게 반전됐음을 알 수 있다. 호주는 이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이익의 불균형 분배에서 EU, 미국, 영국, 중국 및 캐나다에 뒤처지는 상태가 됐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government's failures)의 책임이 크다. 정체된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급증하는 이익의 대기업 독차지, 없는 계층에게 불리한 세금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한 예로 6년 전 연립 정부가 마련한 세금감면의 3단계는 2024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데 3단계 세금 감면의 약 절반은 연간 18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고 4만5천 달러 이하 최저 소득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호주연구소의 매트 그룬그노프(Matt Grudnoff) 선임 경제학자는 “나라(사회)는 우리 모두가 사회의 성공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느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이 분석은 충격적이지만 호주 경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호주는 공평한 나라로 간주되었고 우리는 사람들이 경제 성장에서 더 평등하게 혜택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오늘날 호주의 꿈은 저소득 및 중산층 호주인들의 생활비 위기를 부채질하는 경제적 이익의 불균형 분배와 함께 ‘불평등의 악몽’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18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혜택을 받는 반면 최저 임금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3단계 감세는 불평등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호주 정부가 제구실을 못한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에너지 수출 붐 기간 중 부과된 에너지자원임대세(Petroleum Resource Rent Tax: PRRT)다. 2022-23년에서 2025년까지 연간 약 20억 달러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연간 GDP의 0.08%에 불과하다.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일반 호주인의 가스 및 전기 요금이 증가하는 반면 호주의 가스 및 석탄에서 나오는 엄청난 이익은 대기업과 해외로 이전한다. 반면 노르웨이 정부는 무려 78%의 세율을 부과해 1조9천억 달러의 세수를 징수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부펀드(sovereig wealth fund)를 가동하면서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국민을 무서워하는 정부를 선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국민들이 방심하고 정부가 제구실을 못하는 10년 사이 지상 낙원 옆동네에서 ‘불평등의 악몽’이 현실화됐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0/04/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이번 주 연방 정치권의 화두는 자유당 중진인 줄리안 리서(Julian Leeser) 의원의 야당 예비내각(shadow cabinet) 전격 사퇴다. 그의 야당 법무 겸 원주민 담당 사임은 ‘소신 정치인(conviction politicians)’의 한 롤모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을 제외하고 대체로 그의 결정을 호평하고 있다. “바로 이런 게 소신 정치라고..”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지난 5일 의원 총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당은 헌법상 자문기관인 원주민 목소리 신설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공식 발표했다. 자유당이 원주민의 헌법상 인정에 찬성하고 주/지자체 단위의 원주민 목소리(자문기관) 설립을 지지하지만 연방 의회와 내각에 원주민 관련 사안에 대해 자문을 하도록 원주민 목소리를 헌법에 명시하는 방식(노동당 모델)에는 반대한다는 이유를 설명했다.그러나 자유당의 법사 의원으로서 10년 이상 의회에서 이 이슈에 대해 논의를 해온 리서 의원은 “이제는 원주민 목소리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라고 단언하고 “원주민 목소리 신설을 위한 헌법 개정 켐페인에 찬성하기 위해 야당 예비내각에서 물러난다”라고 11일 발표했다. 자유당의 반대 명분은 헌법이나 정치 비전문가의 눈에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리겠다는 정략적인 제스추어이기 때문이다. 어느 국민도 원주민 목소리라는 헌법 자문기관 신설로 원주민의 낙후된 복지상태가 하루아침에 백인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런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 수십년동안의 립서비스를 중단하고 헌법 자문기구를 신설해 원주민 관련 사안에 대해 원주민 지도자들이 의회와 내각에 자문을 하면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원주민 목소리 찬성의 주요 이유일 것이다.  올연말로 예상되는 국민투표에서 헌법 자문기관인 원주민 목소리가 통과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한 세대 이상 달성하지 못한 원주민과의 화해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원주민 목소리 찬반을 논의한 5일 자유당 의원 총회에서 사이몬 버밍햄 상원의원 등 온건파 의원들은 양심투표(conscience vote)를 주장했다. 자유당은 과거 존 하워드 총리 시절 공화국(Republic) 제정 국민투표(1999년), 낙태 법안에서 의원 개인의 양심투표를 허용한 전례가 있다. 양심투표는 정당이 찬반 갈등으로 균열되기 전에 내부 압력을 해제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유당내 보수파 수장인 더튼 당 대표는 양심투표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공화제보다 더 큰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자유당의 원로인 존 하워드 전 총리는 “원주민 목소리 이슈가 공화제보다 큰 사회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양심투표가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더튼 대표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고집 논리이며 설득력 없는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들에게 정치적 완고함(political stubbornness)과 궁극적으로 어리석음(foolishness)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반면 리서 의원이 원주민 목소리 신설에 찬성하기 위해 예비내각 사퇴를 발표한 것은 정치인이 정직하고 명예롭게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입증한 것이다. 보수 정당 안에서 반대파들의 향후 공천(preselection) 위협 등 위험을 감수한 리서 의원의 용기는 어둠 속을 꿰뚫는 빛같은 소신 행위였다.   자유당내 소수파인 브리짓 아처 의원이 경고한 대로, 자유당이  보수적인 문화전쟁이 아니라 실제적 문제에 대해 싸울 의지를 되찾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의 자유당 외면이 계속될 것이다.원주민 목소리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튼 야당대표가 자유당을 지나친 우경화로 몰고 갔기 때문에 4월 1일 아스톤(Aston) 연방 보궐선거에서 자유당의 패배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타즈마니아주를 제외한 호주 본토에서 연방과 5개 주와 2개 준주 모두 노동당이 집권당이며 자유당은 야당이란 초라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더튼 야당대표는 아직 민심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당대표 아래에서 리서 의원의 소신 정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줄리안 리서 자유당 의원(왼쪽)이 피터 더튼 야당대표를 응시하고 있다 

13/04/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피터 더튼 연방 야당 대표는 5일 헌법상 원주민 자문기구인 원주민 목소리 신설에 자유당이 반대한다는 공식 당론을 발표했다. 자유당 의원 총회 후 그와 수잔 리 자유당 부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유당은 원주민 목소리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원주민의 헌법상 인정과 연방이 아닌 지역(주/준주 등) 원주민 자문기구 신설에 모두 예스라고 답변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단호하게 ‘노(No)'를 천명했다.가장 중요한 질문은 “헌법에 원주민 의견을 표명하고 입법(의회)과 정책(내각)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헌법 자문기구 원주민 목소리를 인정할 것인가?”였다. 이에 자유당은 강력하게 ‘아니오’라고 결론 내렸다.의회에서 국민투표 일정이 통과되면 여야는 치열한 찬반공방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돌입한다. 호주에서 마지막 국민투표는 1999년이니 23년 전 일이다. 호주 헌정사에서 국민투표는 부결되는 전례가 많았다. 특히 여야가 의견이 갈리는 경우, 통과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였다.보수 강경파 위주인 더튼과 자유당 지도부가 이런 점을 간과할 리 없다. 야당으로 국민투표에 반대했다가 통과되더라도 여당의 국민부표 부결보다 상처가 덜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도 당연히 했을 것이다. 연립 지지성향 유권자들 중 약 30%만이 원주민 목소리 신설을 찬성하는 점도 더튼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만약 국민투표가 부결되는 경우, 반대를 주도한 자유당 수장으로서 더튼은 집권 후 승승장구하는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의 기를 꺾을 수 있고 자유당 안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없앨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는 점도 중시했을 것이다.      원주민 목소리 신설이 호주의 어두운 과거사(식민지 역사)에 대한 일종의 화해 형태라는 점에서 초당적 지지(bipartisan support)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역시나로 끝나며 실망감을 주고 있다. 마치 야당으로서 여당 정책에 절대 찬성 못한다는 것처럼 ‘단호한 아니오(resounding no)’를 선언한 것이다. 일부 자유당 의원들이 헌법개정 문안의 부분 수정(삭제)으로  절충안을 논의했지만 이것도 없던 일이 될 듯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원주민 목소리의 자문 역할을 내각(executive government)이 아닌 의회로 제한자고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원주민 과거사 해결에 정치와 정략의 잣대를 들이댄 이상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더튼 야당대표가 헌법개정 문안 준비회의를 통해 총리를 7번이나 만났지만 어떤 제안이나 절충안을 제시하지 않다가 막판에 판을 뒤집듯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전투 준비를 발표한 모앵새라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알바니지 총리도 헌법개정 문안을 수정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만약 수정을 허용하면서 한 발 뒤로 물러날 경우, 강력한 지지 세력인 원주민 지도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겨 국민투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튼 야당대표는 또 원주민 목소리는 ‘알바니지 총리가 주도하는 켄버라의 목소리’가 됐다고 공격했다. 이런 공격은 지난 1999년 11월 실시된 공화국 전환 국민투표(Republic Referendum) 찬반 논쟁에서 당시의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립(존 하워드 총리)이 공화제 모델을 국민들이 아닌  ‘정치인들의 공화국(the Politician's Republic) 모델’이라고 비하하며 반대운동을 전개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바뀐 것은 존 하워드 총리가 피터 더튼 야당 대표로, 연립이  집권당에서 야당이 된 것이다.결국 원주민 목소리 국민투표는 정계가 아닌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호주 정치사에서 국민투표가 정쟁으로 얼룩지면 실패했다. 양당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원주민 목소리가 가결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민의가 발동돼 정치에 저항해야 한다. 연말로 예상되는 국민투표 결과로 여야 대표 중 한 명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민의를 잘 못 읽어 그 시대의 정치를 잘못 계산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알바니지와 더튼 중 누구일까?   

06/04/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NSW 선거 결과는 대체로 선거 전 여론조사의 예상대로 노동당이 승리했다. 74.6%의 개표가 완료된 3월30일을 기준으로 양당 구도의 지지율은 노동당 53,8%, 자유-국민 연립 46.2%였다. 3개의 여론조사 결과 중 21일 발표된 마지막 로이 모건 여론조사(Roy Morgan SMS Poll) 결과(노동당 53.5%, 연립 46.5%)가 거의 적중한 셈이다. 이 7.6% 격차와 함께 12년 만에 노동당이 새로 집권하면서 정부가 교체되지만 노동당의 소수 정부(a minority government) 출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는데 이것도 적중했다.작년 11월 23일 발표된 빅토리아 선거 전 로이모건 여론조사는 집권 노동당 55%, 자유-국민 연립 야당 45%로 예측했는데 이것도 선거 결과와 동일하게 적중했다.  NSW 선거 2-4일 전 실시된 뉴스폴(Newspoll) 여론조사 결과는 54.5% vs 45.5%(9% 격차)였고 선거 한 주 전 조사된 리졸브 여론조사 결과는 52.5% vs 47.5%(5% 격차)로 약간의 차이를 나타냈다.크리스 민스 노동당 정부는 하원(93석)의 과반인 47석보다 2석 모자란 45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별 우선 지지율(primary votes)을 보면 결과적으로 정부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노동당의 지지율이 37.2%로 3.8% 상승했다. 무소속 지지율도 14.6% 3.6% 상승했다.반면 자유당은 26.6%로 5.6%, 국민당 8.9%은 0.9% 하락했다.  SFF(포수어부농부당)은 지지율이 1.9% 폭락하면서 1.5%에 그쳤다. 그 외 군소 정당은 종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녹색당은 9.4%로 0.2% 하락했다. 정치권과 미디어 일각에서 지지율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있던 원내이션은 1.8%로 0.7% 상승에 그쳤다. 30일 현재 4개 지역구(라이드, 테리갈, 궐번, 홀스워디)는 아직도 초박빙 경합 중으로 당락이 미결정 상태다. 2백표에서 5백표 정도로 치열한 대접전 중인데 사전 투표(pre-poll votes)와 우편투표(postal votes)에서 자유당의 지지 성향이 높기 때문에 자유당이 4석을 추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한인 밀집 선거구인 라이드는 76.5% 개표 기준으로 린달 라우즌 노동당 후보가 조던 레인 자유당 후보를 불과 235표 차이로 앞섰지만 우열 형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피를 말리는 대접전이다. 지난 연방 총선의 베네롱 지역구도 약 2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베네롱에서 당선된 제롬 락살 연방 의원은 NSW 선거 전 라이드 당락이 500표 미만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라이드에서 레인 자유당 후보가 당선되면 라이드 시장 출신이 베네롱에 이어 라이드 지역구에서도 당선되는 결과가 나온다.2023 NSW 선거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연립이 12년 장기 집권한 상태에서 정부 교체를 원한 유권자들이 연립의 16년 집권을 원하는 숫자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일종의 ‘정부교체 대세론’이 예상대로 강했다.또 자유당의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의 지지율도 하향세임이 재확인됐다. 8년 전 NSW 선거에서 국민당의 의석은 18석이었는데 2023년 11석으로 크게 줄었다.   자유당과 국민당의 이같은 지지율 하락 배경에는 경제 위기와 관련된 정부 교체론 외에 지나친 보수화에 대한 반발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주에서 영향력이 큰 보수 미디어인 뉴스 코프와 스카이뉴스가 자유당의 강경 보수화를 부채질해 해 왔고 자유당이 이에 휘둘려온 것에 대해 일부 유권자들이 실망하면서 자유당을 이탈하고 지지 정당을 바꾸었다. 중견 언론인 마이클 파스코는 더 뉴 데일리 기고에서 ‘뉴스 코프가 자유당과 민주주의를 손상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보수 미디어가 ‘메아리 방(echo chamber)'을 만들어 자유당을 이념적으로 장악했다고 성토했다.자유당은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뜻이 분명해 진 기후변화 대응과 연방 반부패사정기관 신설에 다시 반대했다. 이어 원주민 목소리 헌법개정도 찬반을 결정하지 않은채 눈치를 보고 있다. 보수당이라고 할지라도 납득할 수 없는 억지 강변이 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런 시대변화 거부가 자유당에서 지속된다면 호주 연방과 준/준주 선거에서 노동당의 싹쓸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년 집권이면 충분! 유권자의 심판이 났으니 이제 자유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차례다.

30/03/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지난 14일 열린 ‘호주 정치道(도) 아십니까?’ 정책 토론회에서 Q&A 시간에 필자에게 첫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만약 연립이 재집권한다면 지난 12년동안 추진해온 민영화가 앞으로 4년동안 계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위 질문을 하기 전 필자가 “우리들의 젊은 세대는 어쩌면 앞으로는 정부의 공기(fresh air) 민영화를 우려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하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민영화로 인한 통행료, 에너지 부담 가중으로 생계비를 압박한다는 점이었다. 선거를 이틀 앞둔 23일(목) 도미니크 페로테트 주총리는 “연립이 재집권하면 향후 4년동안 공공 자산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민영화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에너지, 유료 통행료 등)이 이번 선거에서 큰 아젠다가 됐다.  자유당은 분명 민영화의 달인 경지에 있다. 새 고속도로, 터널 등 대형 교통 인프라는 완공 개통 후 여지없이 1년 안에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됐다. 야당도 시비를 걸지만 일부 미디어에서 비난하지만 제동 장치가 없다(no break).  타당성에 대한 논의, 장기적 소비자 부담 예측 등 당연히 민영화에 앞서 논해야 할 사안들이 다뤄지지 않는다. 뉴스 코프 같은 보수 진영 미디어는 더욱 그렇다. 보수 정부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그저 조용히 입다물고 가십거리나 다루면 알아서 광고를 줄 것인가일까.. 이 민영화 이슈를 공영 ABC 방송 외 심각한 아젠다로 다룬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NSW 자유 국민 연립 정부는 12년(3연속) 집권했다. 이번 주말 선거에서 승리하면 4연속(16년) 집권의 대기록을 세운다. 유권자들 중 30대 중반 이후 연령대는 NSW 노동당이 16년 집권하며 망가졌던 꼬락서니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부패와 무능의 시대였다. 이안 맥도널드, 에디 오비드 부패 스캔들과 ICAC 조사 재판이 항상 따라 붙는다.  연립 여당은 12년 집권하며 분명 잘한 일도 많다. 특히 노후 인프라스트럭쳐를 대폭 구축한 점은 박수 받을 일이다. 전임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가 교통장관, 재무장관, 주총리직을 맡으면서 이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민영화도 함께 하면서..  반면 임대 위기(rental crisis), 주택난 등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상 방치됐다. 주정부가 상당한 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인지세 부담을 낮추는 옵션 등 미봉책에 급급했다. 이런 정책도 없는 것보다는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치솟는 집값, 이자율 등 상황에 근본적으로 수요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공립병원 시설은 현대화됐지만 응급실과 수술 적체 현상도 10년동안 별 개선이 없었다.   지난 팬데믹 당시 보건대응책처럼 정부가 주택난과 공립병원 개선에 의지를 가졌다면 상당 부분 문제를 줄였을 것이다. 정부가 절박성(저소득층 어려움 공감 능력)과 진지함(의지)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장 개입을 못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은 생계비 앙등으로 고통 받는 유권자들에게 정부를 교체해 달라는 소리로 들린다.에너지 가격 앙등은 국제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NSW의  문제가 심화된 배경엔 공공 자산 민영화가 한 몫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발전소와 변전소에 이어 고압선, 전봇대까지 민영화를 한 결과, 전기와 가스요금은 폭등했고 더 오를 전망이다. 시드니 서부 지역 거주자들 중 하루 20-30달러의 유료 통행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시장 왜곡(market malfunction)과 정부 감독 기능 상실 (government failure)이 함께 가면 그 고충은 시민들의 몫이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수록 경제력이 취약한 중저소득층의 고생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집권 당내에서 무리한 민영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소리는 지난 12년동안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이익은 소수가 독점하도록 내버려둔채 고통 비용 부담은 모두가 같이하자는 참 뻔뻔한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하고 싶은 말이 선거를 통해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고직순 편집인editor@hanhodaily.com

23/03/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1. 한호예술재단(KAAF)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3일부터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득별전을 시작했다. 한국 출생 작가 25명, 호주인 작가 13명의 작품을 한달동안 전시한다. 이중에는 지난 10년동안 KAAF 공모전을 통해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돼 있어 의미를 더했다.KAAF 공모전의 1등 수상 작가에게 2만 달러의 상금이 지불된다. 크고 작은 공모전이 별로 없는 호주 미술계에서 상당한 격려책이 아닐 수 없다. 호주 작가들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호주 문화예술계의 힘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제적으로도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KAAF 공모전은 동포를 포함한 호주 작가들의 관심을 모으며 점점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응모하는 미술 공모전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토대를 쌓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화 단체가 전시회, 공모전 등 10년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안다. 특히 후원 제약이 많은 해외 동포사회에서는 더 어려운 가시밭길이다.  호주 미술계가 KAAF를 통해 질적으로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주류 사회에 기여하는 매우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2. 호주한인공익재단(KACS) 호주한인공익재단(이사장 승원홍)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정부의 국제교류재단 주최(예산 지원)의 공익재단 주관 사업인 호주대학 미디어 전공학생 10명 선발 한국 연수를 지속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한호 관계에서 미디어 분야는 상당히 낙후된 분야 중 하나로 지적된다. 호주 주류 언론계에 한국 전문가가 부족하고 거꾸로 한국 언론계에 호주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굳이 ‘지한파’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한국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가진 호주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목적이다. 상당 기간과 비용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이 연례 사업은 KACS 이사진이 자체 예산을 마련해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5년동안(2015-2019년) 한해도 중단 없이 지속해온 점이 한국 정부와 언론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 노력이 있었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기에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판단된다.  방한 연수 프로그램은 5-7개의 한국내 주요 언론사, 국제교류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학교(연세대 호주학연구소), 한국 기업(현대차), 국회, 종로구청, 주한호주대사관 등을 방문해 한호관계의 중요성과 언론의 역할을 일깨우도록 하는 일정으로 짜여진다. 6년(60명)동안 다녀온 졸업생들 중 일부는 호주 주류 미디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연수생들에게도 한국 연수는 물론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연수생들이 향후 진로에서 한국과 호주,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각자의 커리어 개발에 힘을 쓰기를 기대한다. 또 한국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제대로 소개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수생의 기고를 통해 시드니대 학생신문 등에 이 프로그램이 소개되기도 했다.   #3. 광복회 호주지회 광복회 호주지회(회장 김형)는 한국에서 매년 수만 달러의 지원을 받으며 광복 정신과 민족정기 함양 등 광복회 본연의 목적에 맞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호주 동포 학생들에게 양질의 정체성 교육을 한다는 점이 광복회 호주지회가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매년 한국 국가보훈처, 광복회 등에서 관계자들이 방문해 행사 진행 등을 참관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호주지회의 학생 교육, 학생들이 주도하는 행사 진행 방식이  높이 평가돼 하나의 ‘벤치마킹’이 됐다는 평을 들었다.작년 11월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린 순국선열의 날 행사의  개막 공연에서 학생들이 K팝 무용에 곁들여 BTS 노래와 광복군가를 새롭게 해석, 공연한 모습은 매우 이채롭고 신선했다. 딱딱한 의무감을 벗어나 광복군가와 독립 노래가 이렇게 댄스와 함께 새롭게 공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동포사회 다른 단체들도 단체 행사 진행에 이런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해 온 방식의 틀을 때로는 깨뜨릴 필요가 있다. 창의성, 진정성이 보이면 후원을 받기가 쉬워진다. 공감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요즘 최대 화두인 ‘챗GPT’의 등장처럼 AI가 많은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진정성 바탕 위에 더욱 창의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다. 위에서 예를 든 3개의 호주 동포단체들은 이런 시도를 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09/03/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정책 실종’과 ‘시장 왜곡’의 피해자들  3월 25일 NSW 선거를 앞두고 2월 28일(화) 시드니 서부에서 주택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매트 킨(Matt Kean) NSW 재무장관, 다니엘 무키(Daniel Moohkey) 야당(노동당) 재무담당 의원, 제니 레옹(Jenny Leong) 녹색당 주택담당 의원이 참석해 소속 정당의 주택정책을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경제적 난제 중 하나인 주거 스트레스(housing stress)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 850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모인 이 토론회에서 3당의 재무 담당자들은 호된 질책을 받았다. 특히 시드니 연대(the Sydney Alliance) 대표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주요 정당의 주택정책 실종을 크게 꾸짖었다. 세입자단체는 “NSW 선거에서 최대 격전장인 시드니 서부 지역의 유권자 중 거의 절반인 45%가 세입자들(tenants)인데 생계비 압박 상황에서 임대난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책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고 비난했다. 세입자 퇴거 조건 강화(no grounds evictions 종료), 정부임대주택(social housing) 증설,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세입자 최저 에너지 표준(minimum energy standards for rentals) 설정 등을 건의하면서 주요 정당들이 관심을 갖고 기여하도록 촉구했다.  시드니 연대 회원인 세입자 샤힐 굽타(28, Shahil Gupta)는  “파라마타에서 침실 1개짜리 아파트 임대비로 2주에 $960을  지불한다. 2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주말이 되면 거의 돈이 없다”고 임대비 부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NSW는 거의 30%가 세입자들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평균 소득자들이거나 저소득층으로 인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크리스 민스 야당대표는 세입자들을 ‘잊혀진 사람들(forgotten people)’이라고 지칭하며 “세입자들은 여러 측면에서 잊혀진 사람들이다, NSW에 약 2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에 대한 생계비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이 태양열 서비스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2월28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YouGov poll)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 세입자들의 84% 정부가 태양열 접근이 용이해지기를  원했다.  노동당은 집권하면 세입자의 잘 못이 없는데 강제 퇴거시키는 조치(no-fault evictions)와 비밀 임대비 경쟁(secret rent bidding)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세입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요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집주인이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연립 정부는 NSW에 추가로 1만채 저렴한 주택을 신축할 것이라는 연방 정부 이니셔티브를 반복했다. 세입자층이 정치적으로 관심을 못받은 배경은 저소득층 대변 단체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학생, 워홀러, 단기 방문자 등 비유권자인 점이 취약점이다.   호주는 주택정책에서 2가지의 큰 실수가 있었다. 시드니와 멜번, 브리즈번 3개 대도시에 대규모 장기 임대 주택 신설을 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첫 내집 매입자를 시장에서 보호하는 대책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신축 아파트/타운하우스의 일부(10% 등)를 20년동안 첫 내집 매입자들끼리 사고 팔 수 있도록 시장 제한 조치를 취했다면 시장 진입이 한결 용이해 졌을 것이다. 그런 대책 없이 시장에 맡긴 결과, 투기 세력의 배만 불렸고 평균 임금 근로자들이 시드니와 멜번에서 집을 매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전형적인 시장왜곡, 정부 실패 사례인데 그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무능과 언론의 감시 기능 부재, 산업계(건설업, 금융업)의 로비가 자리잡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도 이들 대기업들의 홍위병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이전 국내외에서 에너지 생산기업, 공항과 항만, 교통 인프라 등 공기업의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러나 10-20년 지나면서 에너지 기업의 전면 민영화가 실수였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전기, 가스, 수도가격 폭등과 공급 불안정 등으로 더욱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 문제를 시장에 100% 맡기고 정부는 일체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작은 정부 정책’. 에너지 공급 민영화에서 경험한 실수가 그대로 주택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수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득을 채운 반면 중간 소득 및 저소득층은 평생 땀을 흘려도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NSW 선거가 몇 주 남지 않았지만 세입자층, 홈론 상환 가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다수 유권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소수 기득권층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을 퇴출시켜야 한다. 주택정책에서도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교체해야 한다. 시드니 서부 지역의 많은 세입자들은 집권 자유-국민 연립, 야당인 노동당 모두 임대주택난 문제를 완화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이 아젠다에서 여야 모두 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셈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2/03/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영국도 과거사 직면해야” 런던 강연 화제   Cleverly hits back at 'woke' Australian minister over UK's colonial past. (클레벌리 장관이 영국의 제국주의 과거와 관련해 ‘진보 성향인’ 호주 장관을 받아쳤다)지난 2월초 영국을 방문한 페니 웡 외교장관이 킹스 칼리지에서 강연한 내용에 대해 영국 신문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2월 3일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이 신문이 웡 장관 앞에 ‘woke(진보 성향인)'란 단어를 붙인 점이 흥미롭다. 요즘 ’woke'는 ‘wake(잠에서 깨어나다)’라는 단어의 과거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종 차별 등의 문제에 의식을 갖고 깨어있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신조어인 'woke culture'에서도 바로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woke'를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woke'는 ‘급진 좌빨’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woke'에 반발해 ‘awake, not woke(깨어있되 진보 성향의 이슈엔 반대한다는 의미)라는 문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집회에서 이런 단어를 쓴 푯말이 종종 등장한다. ’awake‘는 오래 전부터 한 개신교 종파가 “깨어있으라,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라는 설교에 등장한 단어로도 잘 알려져있다. 런던 강연에서 웡 장관은 “호주는 인도・태평양의 일부이며 이 지역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선언하고 영국의 식민주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영국과 호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양국이 ‘과거의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 주장한 이유에 대해 그는 “식민주의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호주의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통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우리 역사를 인정하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 우리를 제약하려는 다른 이들의 방식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불편한 과거를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웡 장관은 또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동이 호주와 영국의 현대적 얼굴을 반영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웡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출생해 어렸을 때 호주에 정착했다. 그의 아버지는 말레이시아계 화교이며 어머니는 앵글로계 백인이다.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어머니가 아프리카 시레아리온(흑인) 여성이다.    “영국이 제국 시절의 행동에 대해 충분히 대처했나?”라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클레벌리 장관은 “영국의 흑인 외교장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나의 대답은 예스다.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고 말하고 있다. 영국이 식민지 과거를 직면한 증거(proof Britain has confronted its 'colonial' past)가 바로 나다. 나 외에도 영국 내각에는 아시아계 총리(리시 슈낙)와 아시아계 내무장관(수엘라 브라버만)이 있다. 이는 영국의 큰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물론 역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해야 할 일이다. 영국은 영연방을 통해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로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영국 외교장관으로서 많은 나라를 상대하면서 이 국가들이 우리와 함께 협력하고 싶고 미래 기회에 집중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렸다”라고 말했다.웡 장관도 식민지 역사를 경험한 나라들은 과거사 집착보다 미래 기회 개척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클레벌리 장관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는 불편한 진실이 많은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인정할 것은 솔직하게, 용감하게 인정한 다음 미래를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 좋은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웡 장관이 런던 강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클레벌리 장관의 답변은 영국의 최초 아프리카계 외교장관으로서 주류 사회(앵글로계)가 듣고 싶어한 모범답안을 술술 풀어 답변한 듯 하다. 반면 웡 장관은 비난을 각오하고 영국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줄 것을 권유한 일종의 ‘쓴소리’였다.데일리 익스프레스는 기사 말미에 “웡 장관이 건방진 연설로 영국에 훈계를 했다는 비난을  호주 일부가 제기됐다”라고 보도했다. ‘일부’는 디 오스트레일리안 등 뉴스 코프, 스카이뉴스 등 보수 미디어를 의미할 것이다. 지난 주 상원에서 사이먼 버밍햄 야당 외교 담당은 웡 장관의 연설을 ‘분열(distraction)’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웡 장관에게 “영국 역사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고 있느냐”라고 따지면서 ‘균형’과 ‘당신이 있는 곳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서 아시아계 장관으로서 현 위치에 오른 것에 대해 주류 사회에 감사하라는 의미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류사회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껄끄러운 지적’을 하고 나서면 ‘분열주의자’인가? 이런 구시대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젖은 호주 자유당 중진 의원을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이민자로서 ‘woke’든 아니면 ‘awake, not woke’든 호주 사회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3/02/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호주도 ‘사회적 분열(a societal split)’로 나아가는 ‘양극화(polarisation)’의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아직 방향을 수정할 기회는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에델만(Edelman)이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는 호주 사회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점을 알려주면서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첫째, 놀랍게도 호주 사회가 빠르게 ‘분열의 길(양극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적 불평등(Systemic inequality),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pessimism about the economy),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감(generally heightened fears)이 사회 분열을 확산시키고 있다.  호주인의 30%만 5년 후 재정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2021년보다 13% 감소한 것이다. 지구촌 인플레와 이자율 급등으로 경제적 낙관론이 급감했다.  둘째, 호주 사회를 분열시키는 주요 세력이 부유층과 권력층(rich and powerful), 미디어(journalists), 외부 세력(foreign powers)이란 지적이다.    호주에서 정부와 미디어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신뢰도가 최악인 전임 스콧 모리슨 정부와 이를 뒷받침하며 정권 보호 나팔수 역할을 해온 보수 미디어(스카이 뉴스 등)의 행태를 보면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정부의 신뢰도는 코로나 팬데믹(보건 위기) 초기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정부와 미디어 등 제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업계, 특히 고용주들은 사회에서 가장 신뢰 받은 분야가 됐다.  연례 에델만 신뢰지수(Edelman Trust Barometer)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 설문조사 응답자의 45%는 ‘나라가 과거보다 더 분열됐다(more divided)’고 생각했다. 호전적인 외국 정부보다 국내 부유층과 권력자들을 사회 분열의 주요 세력으로 지적했다. 에델만은 새 연구를 통해 “방향이 수정되지 않으면 호주도 사회-경제적 불평등(high socio-economic inequalities)이 심한 미국, 남아공, 아르헨티나같은 나라들처럼 분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나라들의 국민들 다수는 “이런 분열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개혁을 체념한채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다. 호주는 일부 서방국가들처럼 극심하게 양극화된 나라가 되기 전 여전히 수정할 기회가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작년 5월부터 집권한 앤소니 알바니지 노동당 정부는 어떤 면에서는 에델만이 지적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행동 적극 참여, 여성 지위 향상, 노동법 개정, 연방 단위 부패사정 기관 신설에 이어 올해 원주민 목소리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보수 미디어에서는 이같은 전방위적 사회 개혁 움직임에 대해 ‘1970년대 초반 고프 휘틀램 정부(노동당)’와 비교하며 알바니지 총리가 사회주의 개혁을 하고 있다고 비유한다. 알바니지 총리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휘틀램과 비교는 가능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급진주의자가 아니며 때를 기다리는 정치인이다. 특히 경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반세기 전 휘틀램식 개혁으로 2020년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두르지 않는다.집권 첫 6개월동안 추진한 일련의 개혁조치의 최대 승부처는 원주민 목소리 의회 반영일 것이다. 보수 미디어가 사력을 다해 이 아젠다를 주저앉히려는 이유도 더 이상 밀릴 수 없으며 알바니지의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원주민 목소리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에 인플레와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결부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역으로 알바니지 정부가 만약 원주민 목소리 국민투표도 가결로 성사시키고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경우, 롱런이 보장될 수 있다. 3월말 NSW 선거에서 만약 야당(노동당)이 승리하면 타즈마니아를 제외한 호주 본토 전역이 ‘노동당 전성시대’가 된다. 그래서 더 조바심을 내는 모양이다.

09/02/2023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