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도 ‘사회적 분열(a societal split)’로 나아가는 ‘양극화(polarisation)’의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아직 방향을 수정할 기회는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에델만(Edelman)이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는 호주 사회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점을 알려주면서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첫째, 놀랍게도 호주 사회가 빠르게 ‘분열의 길(양극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적 불평등(Systemic inequality),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pessimism about the economy),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감(generally heightened fears)이 사회 분열을 확산시키고 있다.
호주인의 30%만 5년 후 재정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2021년보다 13% 감소한 것이다. 지구촌 인플레와 이자율 급등으로 경제적 낙관론이 급감했다.
둘째, 호주 사회를 분열시키는 주요 세력이 부유층과 권력층(rich and powerful), 미디어(journalists), 외부 세력(foreign powers)이란 지적이다.
호주에서 정부와 미디어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신뢰도가 최악인 전임 스콧 모리슨 정부와 이를 뒷받침하며 정권 보호 나팔수 역할을 해온 보수 미디어(스카이 뉴스 등)의 행태를 보면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신뢰도는 코로나 팬데믹(보건 위기) 초기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정부와 미디어 등 제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업계, 특히 고용주들은 사회에서 가장 신뢰 받은 분야가 됐다.
연례 에델만 신뢰지수(Edelman Trust Barometer)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 설문조사 응답자의 45%는 ‘나라가 과거보다 더 분열됐다(more divided)’고 생각했다. 호전적인 외국 정부보다 국내 부유층과 권력자들을 사회 분열의 주요 세력으로 지적했다.
에델만은 새 연구를 통해 “방향이 수정되지 않으면 호주도 사회-경제적 불평등(high socio-economic inequalities)이 심한 미국, 남아공, 아르헨티나같은 나라들처럼 분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나라들의 국민들 다수는 “이런 분열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개혁을 체념한채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다. 호주는 일부 서방국가들처럼 극심하게 양극화된 나라가 되기 전 여전히 수정할 기회가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작년 5월부터 집권한 앤소니 알바니지 노동당 정부는 어떤 면에서는 에델만이 지적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행동 적극 참여, 여성 지위 향상, 노동법 개정, 연방 단위 부패사정 기관 신설에 이어 올해 원주민 목소리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보수 미디어에서는 이같은 전방위적 사회 개혁 움직임에 대해 ‘1970년대 초반 고프 휘틀램 정부(노동당)’와 비교하며 알바니지 총리가 사회주의 개혁을 하고 있다고 비유한다. 알바니지 총리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휘틀램과 비교는 가능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급진주의자가 아니며 때를 기다리는 정치인이다. 특히 경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반세기 전 휘틀램식 개혁으로 2020년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두르지 않는다.
집권 첫 6개월동안 추진한 일련의 개혁조치의 최대 승부처는 원주민 목소리 의회 반영일 것이다. 보수 미디어가 사력을 다해 이 아젠다를 주저앉히려는 이유도 더 이상 밀릴 수 없으며 알바니지의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원주민 목소리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에 인플레와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결부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역으로 알바니지 정부가 만약 원주민 목소리 국민투표도 가결로 성사시키고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경우, 롱런이 보장될 수 있다. 3월말 NSW 선거에서 만약 야당(노동당)이 승리하면 타즈마니아를 제외한 호주 본토 전역이 ‘노동당 전성시대’가 된다. 그래서 더 조바심을 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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