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009년 이후 소득 상위 10%가 경제성장 이익 93% ‘싹쓸이’
연도별 하위 90%의 경제성장 이익 점유율
필자가 유학생(석사 과정)으로 호주 생활을 시작해 이 나라에 산 지 30년이 넘는 기간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빈부 격차 심화’를 1순위로 지적하겠다. 물론 기후변화도 심각하다.
90년대 이전까지 호주는 ‘지상 낙원 옆동네’란 표현처럼 평화롭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나라였다. 그런 나라도 ‘부동산 투자 열풍’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 광풍엔 당연히 투기 바람이 한 몫 했다. 주택 소유 여부가 이제 호주인을 경제적으로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
집이 있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생계비 앙등 위기를 버티어 낼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이자율 폭등으로 모기지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계층도 상당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계층은 ‘임대 지옥’에 직면해 있다. 시드니의 평균 임대비가 주당 $700 시대에 진입했다. 가히 미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세입자 가구에서 한 명의 소득만으로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지상 낙원 옆동네’라는 소리를 듣던 호주가 왜 이리 변질됐을까?
4월 11일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가 발표한 연구 논문은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호주인 중 소득 하위 90%가 2009년 이후 1인당 경제 성장의 이득에서 불과 7%만 받은 반면 소득 상위 10%가 혜택의 93%를 거두어 갔다는 내용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팬데믹이 시작될 때까지 하위 90%는 성인 1인당 실질 경제성장의 이득에서 7% 미만을, 상위 10%가 93%를 챙겼다는 것은 저소득 및 중산층 소득자가 국가의 성인 1인당 실질 경제 성장으로부터 사실상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반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거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 호주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세상이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한국 TV 프로그램이 생각날 정도다. 마약으로 소득불평등이 급팽창했다는 의미인 ‘스테로이드 효과로 불평등 심화((Inequality on Steroids)’란 논문 제목이 붙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가 밝혀진 셈인 바로 그 부의 불평등 심화 배경에 집값 앙등과 세제 불합리가 있다.
노르웨이 호주 원유 개스 이득 분배
1950-2009년 사이의 장기적 추세가 급격하게 반전됐음을 알 수 있다. 호주는 이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이익의 불균형 분배에서 EU, 미국, 영국, 중국 및 캐나다에 뒤처지는 상태가 됐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government's failures)의 책임이 크다.
정체된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급증하는 이익의 대기업 독차지, 없는 계층에게 불리한 세금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예로 6년 전 연립 정부가 마련한 세금감면의 3단계는 2024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데 3단계 세금 감면의 약 절반은 연간 18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고 4만5천 달러 이하 최저 소득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호주연구소의 매트 그룬그노프(Matt Grudnoff) 선임 경제학자는 “나라(사회)는 우리 모두가 사회의 성공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느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이 분석은 충격적이지만 호주 경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호주는 공평한 나라로 간주되었고 우리는 사람들이 경제 성장에서 더 평등하게 혜택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오늘날 호주의 꿈은 저소득 및 중산층 호주인들의 생활비 위기를 부채질하는 경제적 이익의 불균형 분배와 함께 ‘불평등의 악몽’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18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혜택을 받는 반면 최저 임금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3단계 감세는 불평등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호주 정부가 제구실을 못한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에너지 수출 붐 기간 중 부과된 에너지자원임대세(Petroleum Resource Rent Tax: PRRT)다. 2022-23년에서 2025년까지 연간 약 20억 달러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연간 GDP의 0.08%에 불과하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일반 호주인의 가스 및 전기 요금이 증가하는 반면 호주의 가스 및 석탄에서 나오는 엄청난 이익은 대기업과 해외로 이전한다.
반면 노르웨이 정부는 무려 78%의 세율을 부과해 1조9천억 달러의 세수를 징수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부펀드(sovereig wealth fund)를 가동하면서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부를 선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국민들이 방심하고 정부가 제구실을 못하는 10년 사이 지상 낙원 옆동네에서 ‘불평등의 악몽’이 현실화됐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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