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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세계적 대위기를 맞아 ‘미디어 업계’도 가장 고전하는 업계 중 하나가 일 것 같다. 부분-셧다운(록다운)과 외출제한 조치로 상거래 활동의 상당 부분이 중단됐다. 멈춰선 경제 주체들이 바로 광고주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유일한 수입원인 광고매출이 종전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한호일보 금요일자(4월 24일) 1면 톱기사의 제목이 ‘토로나 사태 충격..호주 지방 신문들 줄도산’이었다. 수십개의 커뮤니티 신문들(대부분 주간 신문)이 폐간을 하거나 인쇄를 중단하고 온라인만으로 운영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커뮤니티 신문들도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기사의 온라인판(아이탭)에 여러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시드니 동포사회 한국어 인쇄매체의 난립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필요한 것들은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씁쓸한 지적이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간 시드니 한국어 신문잡지사들이 인쇄비로 지출하는 돈이 어림잡아 250-300만 달러로 추산된다. 10년동안 이 인쇄비를 모으면 시티에 빌딩을 살 수 있는 거액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돈은 낭비요소가 너무 많다. 막대한 돈이 한인 커뮤니티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 식품점 등을 통해 무료 배포되는 신문잡지 중 제대로 독자들에게 배포되지도 않은채 버려지는 분량도 상당하다. 심각한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일부는 인쇄소에서 배달된 채 그대로(묵음 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안 본지 오래다. 이보다 더 아픈 지적은 볼 이유가 없어서, 즉 읽을 만한 내용(양질의 유익한 콘텐츠)이 없어 외면 받는 것이다. 더동포매체의 이 최대 약점은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자가 없는 신문잡지사들이 수두룩한 것이 호주를 포함한 해외 동포사회의 민낯이다. 시드니의 한국어 신문잡지 중 자체 생산한 콘텐츠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살펴보면 커뮤니티 미디어업계의 실상과 수준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한국과 세계 뉴스는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해 시시각각 무료로 접할 수 있는데 남의 콘텐츠를 무단복제하고 광고를 곁들여 발행하는 형태로는 무한 경쟁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볼 내용이 거의 없는 인쇄물을 ‘집어갈 이유’가 없으니까.. 한호일보는 오래 전부터 한인커뮤니티의 ‘호주 전문지’를 지향해 왔다. 주 5일 이상 매일 기사를 업로드 해 온 세월이 벌써 대략 30년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기사와 커뮤니티 소식 외 특집/분석/해설과 오피니언(시론/사설, 기고, 칼럼 등)을 통한 다양한 목소리를 중시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동포들이 호주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리한 수단으로 인정받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요즘 호주에서도 전통적인 미디어의 이용자수가 급증한다고 한다.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위기와 관련된 중요하고 정확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뉴스는 신뢰성과 편향성, 가짜 뉴스의 범람 등의 문제가 크다는 점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이다.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신뢰 증가와 같은 맥락에서 한호일보와 모바일 앱 아이탭은 뉴스 접속이 급증하고 있다. 한호일보 콘텐츠 등이 매일 업로드되는 아이탭은 하루 4만명 이상이 검색하는 명실상부한 호주 1등 한국어 앱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독자들이 양질의 호주 관련 뉴스에 목말라한다는 의미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광고 효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호주 주요 미디어들이 일찌감치 유료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은 한국과 크게 비교된다. 미디어 분야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간다. 깨어있는 독자와 광고주들이 분별력을 발휘하면 반대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실력자는 위기 때 진가를 인정받는다. 한호일보와 아이탭도 코로나 위기를 맞아 독자들로부터 진가를 인정받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30/04/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지난달 25일 호주 정부의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 이하 FWO)을 통해 필자가 전달 받은 ‘호주 한인 요식업소 감사 결과 보고서’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한호일보 10월 2일자 1면 톱기사 참조) 보고서에는 '한인 요식업 대상 집중 조사(Korean Fast Food, Restaurants & Cafes(FRAC) Proactive Investigation)'라는 제목이 붙었다. 조사 기간은 2019년 8-12월(5개월)이었고 호주 5개 대도시(브리즈번 13개, 시드니 12개, 퍼스 11개, 멜번 10개, 캔버라 5개) 소재 51개 한인 요식업소가 대상이었다. 이 5개 대도시는 한인 요식업소들이 집중된 사실상 호주 전역을 의미한다. 우선적으로 결과 보고서의 위반 내역이 아쉽게도 ‘낙제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51개 업소 중 71%(36개 업소)가 크고작은 근로법규(workplace laws)를 위반했다. 36개의 위반 업체 중 61%가 저임금 지급, 75%는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시간외 수당(penalty rates) 미지급(26%)과 급여 명세서(pay slips) 미지급(22%), 시간별 최저임금(minimum hourly rates) 미지급(17%)이 가장 빈번한 위반 사항이었다. FWO는 22개 위반 업소로부터 약 16만 달러의 미지급 급여(284명) 전액을 환수했다. 멜번의 1개 업소가 5만7천 달러(11명)로 액수가 가장 컸다.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위반에 대한 34건의 벌금 통지서(벌금 약 4만 달러)와 2건의 경고장이 발부됐다. 또 20건의 규정 준수 통지(compliance notices)가 발급됐다. 두 번째는 FWO가 많은 이민자 그룹 중 호주 전역의 한인 요식업소를 ‘콕 집어’ 5개월동안 집중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호주 요식업계에는 코리안 외 차이니즈, 타이, 인디안, 레바니즈, 터키쉬, 프렌치, 이탈리안, 멕시칸, 아프리칸 등 여러 소수민족그룹의 업소들이 있다. 한인 업소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FWO는 “조사활동의 목적은 종전의 조사를 통해 위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FWO는 한국에서 온 취약계층(청년들, 학생들) 근로자들이 과거 한인 업소에서 급여명세서 미지급부터 저임금까지 노동 착취(exploitation)를 당했다는 신고와 관련된 정보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FWO의 시각에서는 한인 요식업소가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위반 사례가 많아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됐을 것이다. FWO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반 사례를 공지한다. 연간 수십건 중 한인업소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인 업소들 중 의도적 상습 위법으로 가중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요식업소 중 최다액 벌금 기록(불명예)도 한인 업소(스시체인점)가 세웠다. FWO는 과거 탈세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 택시, 청소, 청과물판매업, 건설업(타일업 등) 등을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이민자그룹 요식업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업소에서 일을 했던 근로자들로부터 신고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BAS, GST에 이어 STP(싱글터치 페이롤)까지 시행된 요즘, 특히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에서 불법, 편법 고용 행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요식업 경영자들은 사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매출 증대에 대한 고민과는 별도로 고용법규와 세무신고에 대해 철저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 시장엔 예측불허의 불안정 요인까지 생겨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 중 10% 이상이 폐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FWO는 보도자료 말미에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에 명시된 고용주 의무에 대해 ‘몰랐다(a lack of awareness of obligations)’라는 변명은 위법에 대한 적합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위법 행위로 적발된 고용주들이 이런 핑계를 둘러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한 모양이다. 우리 주변에서 ‘몰랐던 법규’를 확실히 알게 되는데 비싼 대가를 치르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8/10/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1차 팬데믹 당시 ‘급락 전망’ 모두 빗나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영향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호주에서 주택가격 통계와 예측을 보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분별력이 요구된다. 지난 5개월 월별 통계를 보면 단독주택 중간 가격이 3월 소폭(+0.7%) 상승, 4월 소폭 상승, 5월 소폭 하락, 6월 약간 더 하락, 7월 소폭 하락했다. 작은 폭의 등락이 계속된 셈이다. 호주는 지역적으로 넓은 여러 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편차가 큰 편이다. 6개 주와 2개 준주의 주도(대도시)가 8개 시장이고 7개 주/준주(지방 시장)를 더하면 15개 행정 구역(jurisdictions)의 시장이 있는 셈이다. 7월 7개 중 5개 지방은 상승세를 나타냈고 8개 대도시 중 2개(켄버라, 애들레이드)만 상승세를 보였다. 15개 중 7개 시장이 7월 상승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지방 시장이 대도시권 시장보다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5개월 통계는 ‘월별 통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코어로직 통계에 따르면 다윈(노던테리토리준주)은 4월 단독 가격이 상승, 5월 하락, 6월 상승, 7월 하락했다. 호바트(타즈마니아)도 단독 가격이 3월 상승, 4월 하락, 5월과 6월 상승, 7월 하락했다. 통계와 관련된 두번째 메시지는 ‘호주에 단일 시장(a single market)은 없다’는 점이다. 하나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많은 다른 시장들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7월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하나의 시장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를 준다. 그러나 실상은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켄버라와 애들레이드, 5개 지방은 상승했다. 남호주와 타즈마니아 2개 지방 시장은 지난 5개월동안 가격이 올랐다. NSW와 퀸즐랜드 2개 지방 시장은 지난 5개월 중 4개월동안 상승했다. 따라서 중요한 메시지는 집값이 일률적으로 모두 폭락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분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15개 시장 중 11개에서 단독 가격이 1년 전보다 높았다 결론적으로 지난 3-4월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했던 기간 중 쏟아져 나왔던 ‘호주 집값이 극적으로 즉시 모두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화제를 모으려는 의도의 넌센스(sensationalist nonsense)였다는 점이다. 호주처럼 공급과 수요가 안정적인 나라에서 월별 등락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특정 도시나 지방의 등락 현상을 전국적인 현상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눈앞의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신중하게 긴 호흡으로 총체적인 면을 보며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집값 전망과 관련, 쉐인 올리버 AMP 캐피탈의 수석경제분석가는 “이민과 단기체류자(유학생 포함) 격감으로 수요 측면인 인구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고 연말 정부 보조금이 중단되면 실업률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빅토리아주의 4단계 록다운 진입으로 인한 경제 불안 요인 추가되면서 호주의 향후 집값이 주별로 상당 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다음과 같이 도시별 하락폭을 전망했다. 멜번 15-20%, 시드니 10-15%, 퍼스 5-10% 하락.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호바트 5% 하락. 켄버라 보합세 유지. 호주 전체적으로 종전 5-10% 하락에서 10-15%로 가능성을 조정했다. 이 예측이 맞을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권위 있는 호주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으로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도표: 호주 15개 시장의 분기별 집값 등락 현황

  06/08/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코로나 사태로 ‘강제 조정 시대’ 도래 상가 건물주와 세입자(사업자)는 사업 구조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한쪽은 비싼 임대비를 내야하는 입장이고 상대방은 그런 임대비를 차질 없이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상가 임대시장을 완전 뒤흔들어 놓았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호주 최대 쇼핑센터그룹인 웨스트필드(소유주 센터그룹)와 호주 전역에 1,333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모자익 브랜드(Mosaic Brands)의 임대비 충돌이었다. 이 분쟁의 밑바닥에는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악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증폭된 점이다. 크고 작은 소매업체들은 “소매(상가) 임대가 종전과 같은 가치가 있나?(Are retail leases worth what they used to be?)"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폐업 등으로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있다. 중소 규모의 할로윈 팝-업(Halloween pop-up) 회사인 파티 피블(Party People)의 딘 살라카스(Dean Salakas) 최고경영자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그의 시드니 점포에서 반경 1km 안에 임대 간판이 22개라고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제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일부는 그런 결과 직면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건물주들은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들이 결국 그 가격을 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그러나 현재 빈 임대 공간이 크게 늘고 있으며 아무도 건물주가 원하는 가격에 임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가 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 굴지의 쇼핑센터를 소유한 웨스트필드조차 세입자(점포)들의 문을 채워 걸었고(padlocked stores)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처리해야(write-offs)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웨스트필드 소유주 센터그룹이 쇼핑센터에 있는 모자익브랜드와 스트랜드백 점포들 129개의 문을 잠궜다(forcibly shuttered). 이에 모자익 브랜드는 “향후 2년 사이 1,333개 소매업소 중 약 3분의 1가량(3-5백개)을 폐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진통 후 센터그룹과 모자익브랜드는 협상을 통해 임대비 문제를 타결지었다. 웨스트필드가 어느 정도 양보(임대비 인하)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호 사업자 솔로몬 류의 프리미어 투자(Premier Investments)의 소매업소들이 모자익 다음으로 웨스트필드와 협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쟁의 핵심은 임대비인데 이는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서 상가 공간의 가치에 대한 문제다. 전자상거래가 급속 확산하면서 여러해동안 시달려온 소매체인점들은 다운사이징을 검토 중이다. 다른 사업자들은 상가 점포대신 온라인 매출 증대를 위한 투자 의향을 밝힌다. 시티 센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최소 3년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시드니 시티에서 평상시 임대의 60%로 계약을 하는 임시 점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기에 장기 계약은 거의 없다. 건물주들도 다수의 세입자들이 팬데믹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그동안 한인 상권을 포함한 상가 임대비는 사실상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overpriced)이었다. 종전까지 건물주들은 시장 조건 변화를 이용해 가격 조정(correction)을 피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현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협상을 통해 ‘불가피한 조정(inevitable correction)’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들에게도 봄날을 간 듯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3/09/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선택의 여지없는’ 호주 저소득층 호주의 요즘 코로나 이슈는 온통 빅토리아 관련이다. 빅토리아에서 시작해 끝이 난다고 할정도다. 8월 25일 기준으로 6월 1일 이후 호주에서 19,014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이중 18,125명(약 95%)이 빅토리아 거주자들이다. NSW에서는 742명(3.4%)에 불과했다. 이같은 신규 확진자의 압도적 차이 외에도 감염 경로에서 두 주는 확연하게 다르다. 빅토리아 확진자의 0.5%만이 호텔에 격리 중인 해외귀국자들이다. 95%가 국내감염(경로 확인 72%, 경로 불분명 23.5%)이다. 반면 NSW에서 해외 감염 비율이 56.5%를 차지했다. 국내 감염은 41.3%(감염 경로 확인 31.7%, 경로 불분명 9.6%)이다. 빅토리아 확진자들의 대부분이 국내 감염자들이며 이중 상당수가 경로 불분명 사례로 추적이 어려워 보건당국이 애로를 겪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확진자는 약 80%가 직장에서 감염됐다. 10명 이상 감염된 집단감염(cluters) 사례가 거의 40개에 달한다. 특히 요양원을 필두로 도축장, 창고/물류센터, 병원/학교가 가장 많다. 빅토리아주의 최저 소득층이 몰려 있는 정부임대아파트단지도 감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요양원 중에서 에핑가든 211명, 세인트 바실(포크너 소재) 195명, 웨리비 소재 침례교 윈드햄롯지 요양원 169명, 에스티아(아디어 소재) 159명 순으로 미완치 환자가 많다. 80명 이상인 곳이 12개에 달한다. 모두 민간운영 요양원들로 시설과 인력관리가 열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인트 바실 사태와 관련,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가 “이런 곳에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 않다”고 개탄할 정도였다. 주요 직장 집단감염지는 버토치 스몰굿(토마스타운 소재) 211명, 섬머빌 리테일 서비스(토텐햄 소재) 167명, JBS(브루클린 소재) 158명 등이다. 그 외 울워스 물류센터와 창고 등 여러 곳이고 병원 중에서는 로얄멜번병원 155명, 학교 중에서는 알-타크와 칼리지 210명, 어린이집도 집단감염 사례가 있다. 1차 감염 확산 때처럼 집단 감염이 재등장한 곳은 제한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특히 임시직, 교대 근무)이 일을 하는 환경이었다. 광역 멜번시에서 서부와 북부는 임시직과 단기간 일자리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소득이 낮은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불리한 지자체(most disadvantaged municipalities) 5개 중 4개(윈드햄, 브림뱅크, 흄, 휘틀시)에 미완치 확진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 이런 통계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소득 격차와 직업 안정성에 따라 코로나 감염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저소득층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장된 표현으로 하루 벌어 하루 끼니를 해결해야하는 최저소득층은 코로나 2차 감염 펜데믹에서 안전(보건)과 식사 해결 중 선택의 여지가 없는(make impossible choices)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서 본인과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멜번 서부지역 커뮤니티 법률센터인 웨스트저스티스(WEstjustice)의 캐서린 헤밍웨이 소장은 “취약 계층 근로자들을 보호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일하는 공급망(supply chains) 작업장의 규정 위반에 대해 기업들이 책임을 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피고용인(employees)이지만 하청계약자로 일하며 제대로 대우(휴가. 병가 등)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 임시직 근로자와 하청계약자 보호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웨스트저스티스 서비스 이용자의 70%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한다. 1차 록다운 이후 더 많은 근로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반면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출퇴근과 교대 근무지 이동으로 시간이 더 길어졌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록다운 기간 중 이동이 많아지면서 감염 가능성도 높아졌다. 상당수 호주 저소득층에게도 생활비 마련 또는 감염 위험 모면 중 사실상 선택의 여지는 극히 제한됐다. 이것이 서글픈 ‘호주의 현실’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7/08/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중국은 화가 나 있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호주의 적국이 될 것이다. (China is angry. If you make China the enemy, China will be the enemy.)” 호주가 중국과 수교(70년대 초반)한 후 양국 관계가 근래처럼 나빠진 적이 없다. 이번 주 중국 외교관의 입에서 “호주가 중국을 적대시하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란 원색적인 경고가 나왔다. 사실 협박에 가깝다. 양국 관계는 특히 스콧 모리슨 현 총리 집권 기간 중 더욱 악화됐다. 중국 외교부는 호주 정부에 대한 불만 사항 14개 리스트를 의도적으로 호주 언론에 흘렸다. 이에 대한 시정 노력이 없으면 더욱 압박이 커질 것(마치 적국처럼)이란 경고인 셈이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국익 최우선에 입각한 것”이며 호주는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자주국가로서 너무 당연한 원칙론 설명이다. 모리슨 정부가 중국과 나빠진 관계를 복구하는 것은 국익 차원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복구는 어쩌면 모리슨 정부의 능력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국제 공조 없이 미국도 세계 정책을 쉽게 펼 수 없는 것처럼 호주와 악화된 중국 관계도 시간을 두면서 관리를 하는 차원으로 개선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방에 훅 가는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대중국 관계 악화로 손실을 보고 있는 호주 재계 리더들에게 “중국과의 대화 창구는 늘 열려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what we stand for)과 말할 권리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호주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목한 14개 호주 관련 불만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자오 리지안(Zhao Lijian)은 대변인은 중국 정부 책임론을 일축하며 “항상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 하워드 총리 시절 호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를 누렸지만 이제는 그럴 시점이 아니다. 그때보다 중국 경제가 무려 10배 커졌다. 중국은 호주를 포함한 50개국과 주요 교역 파트너 관계를 갖는다. 10년 안에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놀라운 성장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점은 중국 공산당 독재 정부가 계속 통치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공산당 정부가 5억명을 가난에서 구제했고 빠르게 중산층으로 변모 중이다. 모리슨 정부에게 도전은 호주 국익 최우선이며 강대국들의 경쟁 여파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다. 지혜롭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만 성급하게 실수를 한 점도 많다. 선진국 중 가장 앞서 중국을 지목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 조사를 촉구했고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일본 신임 총리(스가 히데요시)를 직접 만나 중국 견제를 위한 방위조약(양국 군사기지 이용)에 합의했다. 코로나 불황과 미국 행정부 교체 직전의 상황에서 이렇게 유별난 정책을 펼칠 근거가 무언지 궁금하다.. 도널드 드펌프 미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의 국익을 호주 국익보다 앞세웠다. 중국 관계도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대선에 이용했다. 1차 무역협상(Phase One trade deal with China)으로 중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과 다른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미국 농산물 수출이 70% 증가한만큼 호주 농부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일방주의’의 대명사인 트럼프조차 교역(경제)과 안보 사이의 미묘한 점을 모리슨 총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모리슨 정부는 올해 6억 달러 규모인 중국 멩니우 낙농(China Mengniu Dairy Co)의 호주 라이온 낙농 음료(Lion Dairy & Drinks) 인수에 제동을 걸어 재계에 충격을 주었다. 만약 인수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었다면 당연히 승인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FIRB(외국인자본심의위원회)의 인수 추천을 거부했다. 하워드 정부 시절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에 이어 주미 대사를 역임한 안보전문가인 데이브 리차드슨조차 “경제 관계를 안보 이슈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분명한 정책 실수라고 질타했다. 봅 카 전 외교장관은 이른바 ‘중국 공포(China panic)’의 갑작스런 확산에 당혹감을 나타내면서 “모리슨 정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호주의 국가적 손실이 늘고 있다. 재계 지도자들의 걱정이 커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리슨 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새 미국 행정부의 계획처럼 호주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나라들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등 ‘미들파워들’이 바로 이런 공조 대상국들이다. 독자적으로 할 능력이 없으면 국제공조로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6/11/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이젠 동포사회도 지원 동참해야 “위안부 이슈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인권 문제다. 전시가 아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여성 성폭력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남반구에 최초로 세워지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전시 폭력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이들을 기억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상징물이다. 대표적인 사회 정의(social justice) 이슈인데 어떻게 교회가 이를 외면할 수 있나?” 지난 2016년 호주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은 시드니 한인회관 앞마당에서 제막식을 거행했지만 카운슬 부지에 둘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빌 크루스 목사(Rev. Bill Crews)가 자신이 담임 목사로 있는 애쉬필드 유나이팅교회에 장소를 제공했다. 당시 필자가 인터뷰를 하며 그에게 소녀상 안치 장소를 제공한 이유를 질문하자 이처럼 답변했다. 그는 “사회 정의 문제에 교회가 가장 앞서야함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도 이를 외면한 세월이 오래됐다. 교회 지도자로서 너무 당연한 결정일텐데 이런 용기를 낸 것이 화제가 된 점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크루스 목사는 홈리스와 가출 청소년들을 돕는 도시빈민 자선단체인 엑소더스재단(Exodus Foundation) 창설자 겸 이사장으로 호주 교계에서 기득권층을 향해 쓴소리를 자주하는 대표적인 사회운동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교단을 상대로한 일본의 소송 위협 등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임했다. 반면 켄터베리 카운슬은 시 부지인 크로이든파크 소재 한인회관 앞마당에 소녀상을 안치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일본의 막강한 외교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한호일보는 지난 12일 거의 3년 투옥 끝에 힘들게 가석방이 허용된 최창환씨 사건을 계속 취재해 왔다. 최씨가 현행 법규를 위반해 죄가 있다면 정당한 재판을 받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ASIO(호주안보정보원)와 AFP(연방경찰)는 6개 이상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못하고 있는 속사정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재판 없이(즉 유죄 판결없이) 3년을 교도소에 투옥시킨 것은 호주같은 선진복지국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태에 호주의 이념적 공산주의자들 단체 중 하나인 트로츠키스트 플랫폼(Trotskyist Platform: https://www.trotskyistplatform.com/)과 호주-북한우호단체 등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씨를 호주의 ‘사회주의자 정치범(Socialist Political Prisoner)’으로 규정하고 석방 촉구 시위를 전개해 왔다. 필자도 최씨에 대한 입장이 이들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같은 동포 입장에서 ‘재판 없는 3년 투옥’이란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조용히 침묵할 수는 없었다. 빌 크루스 목사가 강조한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재판부(NSW 고법)도 가석방 심리에서 이런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최씨 사례가 국제적 사법계에서 호주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망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가석방 허용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가석방 조건인 보석 영치금(bail surety) 7만 달러를 마련해 입금시켜야 했고 또 매일 2회 경찰에게 보고를 할 수 있는 확정된 거처가 있어야했다. 안타깝게도 최씨는 재정적으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그의 지지자들이 힘을 합쳤다. 십시일반이란 말 그래도 돈을 모았고 한 지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거주지로 제시했다. 최씨는 가석방이 됐지만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하루 2회 경찰 보고, 통금, 인너넷 제한. 전화 소통 제약 등 까다로운 24개 조건이 부여됐다. 물론 NSW의 중범죄자 교도소인 롱베이교도소보다는 훨씬 낳은 상태임이 분명하다. 이제 당뇨병 등 지병을 치료하며 건강을 회복하면서 내년 2월 시작될 예정인 재판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씨 기사를 본 한 독자가 필자에게 “동포사회에 백명이 넘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있는데 최씨를 돕는 동포 법조인은 왜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필자는 “자 이제부터라도 동포들이 힘을 합쳐 돕는 운동이 전개됐으면 합니다. 그런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네요”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사람이 빵(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란 말씀(마태복음)도 있지 않나.. 연말 그래도 동포들의 온정이 따뜻했네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19/11/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걱정되는 호주 정부의 ‘대응 능력’ 지금 호주에서도 ‘사회 붕괴’ 수준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다. 호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파른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3-4일 간격으로 2배 급증하면서 26일 오후 1시 기준 2,73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12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NSW는 일찍이 ‘위험경보’가 커졌다. 25일(수) 오후 8시 현재 1,219명으로 전국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190명이 추가됐다. 이런 위기 상황을 감안해 그동안 가급적 정부 비난을 자제해 왔지만 상황의 위급함을 보면서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호주 보건 당국의 인력과 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입으로는 준비가 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자체가 없다. 불과 한 주 전인 지난 19일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시드니 서큘라키 외항선 부두에서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Ruby Princess)호 탑승자들 중 호주인들의 하선(입국)을 허용했다.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에 도착한 이 크루즈에도 다수의 감염자들이 있는 점을 알면서 격리 수용이나 발열 검사조차 하지 않은채 귀가를 허용했다. 한 탑승자(60대 시드니 부부)는 “2주 자가격리하라는 안내문 한 장이 전부였다. 하선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놀랐다. 아무 일 없다는 반응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루비 프린세스 하선자 중 NSW에서 121명, 다른 유람선인 오베이션 오브 더 시(Ovation of the Seas) 하선자 중 31명이 확진 판명을 받았다. 국내 감염 외 해외 감염이 하루 사이 152명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NSW 확진자 1,219명 중 647명(53%)이 해외 감염자들이란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해외 입국자 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선진국은 아마도 호주 밖에 없을 것 같다. 인근 뉴질랜드는 이탈리아, 미국, 영국에 이어 호주의 확진자 급증 추세를 보면서 신속하게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켰고 국내 이동조차 소수 예외(병원, 약국, 슈퍼마켓 방문)를 주면서 전면 폐쇄에 돌입했다. 뉴질랜드도 인력과 시설 부족은 호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발 빠른 대응과 단호한 조치(강력한 리더십)로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렇게 했어도 26일 현재 뉴질랜드의 확진자는 283명으로 78명이 늘었다. 둘째, ‘굼벵이’ 속도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이번 기회를 통해 뜯어 고쳐야 한다. 연방 보건부는 주별 통계만 집계하고 세부 통계는 각주 보건부가 발표한다. NSW 보건부 웹사이트를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와 연령별 분포를 공개한다.*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대(18.9%)와 30대(17%) 감염자 비율이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21일(토)에서야 본다이 비치에 수만명이 몰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서둘러 부분-셧다운을 발표했다. 이보다 최소 한주전이나 10일전 클럽, 비치, 스포츠경기장 등을 폐쇄했어야 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며 하우스 파티 등을 즐겼다. 약 3-4주 동안 젊은 층이 감염에 그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 측면에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지금 혹독한 대가(젊은 층 감염 폭증)를 지불하는 것이다. 비전문가 시각에도 젊은 층의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한 달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 보건당국은 어떤 건의를 했는지 의문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감시도 필요하지만 이런 기본적 위험 상황을 당국이 감지하지 못한다면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호주 정부의 비효율적인 경기부양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호주 외 여러 나라에서 특단의 대책들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규모와 방법, 효율성 측면에서 호주의 1, 2차 경기부양책은 ‘아마추어 수준’의 혹평을 받는다. 1차에 복지수당 수혜자들 중심으로 $750 보조금을 지불하고 2차 실직자, 자영업자 등 2주 $550 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세제 지원 또는 대출 등 다른 방안은 엄밀한 의미에서 구제안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금은 어려운 소비자들의 통장에 1천달러 내지 몇 천 달러씩 실탄을 공급하고 세입자는 임대비 보조, 근로자는 급여 지원(영국 80% 보조) 등 현실적이고 직접 효과를 주는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사업이 살아남아야 재고용, 융자 상환, 세금 납부도 가능하다. 망해서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본지의 2차 경기 부양책 기사(아이탭)에 “서둘러라. 익사한 뒤 물에서 꺼내 앰블란스, 헬기 출동 등 호들갑 떨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댓글을 봤다. 정확한 지적이다. 급류에 빠져 살려달라는 사람을 우선 건져내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 당연히 가속도를 내야 한다. 현금 지원안도 4월 27일부터 시작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고 임대비를 못내 쫓겨날 형편인 세입자들이 한 달 동안 어떻게 견딜 수 있나? “바이러스 감염보다 생계의 절박함이 더 무섭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국민들이 특권을 부여한 선출직 공직자들이다. 급류에 빠진 수 많은 국민들을 모든 수단 동원해 가장 많이 구해내야 하는 게 지금 이들에게 부여된 지상과제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유감스럽게도 스코모의 비효율적인 립서비스와 거듭된 호소..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명령이기에.. * NSW 보건부 관련 웨사이트 참조: https://www.health.nsw.gov.au/news/Pages/20200326_00.aspx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6/03/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애들레이드 버블티숍 폭행, 임금착취 의혹 아시아계 나쁜 선입견 만든 ‘추태 사례’ 지난달 29일 애들레이드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버블티숍 ‘펀 티(Fun Tea)' 여성 종업원 폭행 및 임금착취 의혹 사건은 호주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여성 종업원이 견습기간(trial period)의 임금을 달라고 고용주(남성)와 언쟁을 하던 중 갑자기 30대 남성이 나타나 언쟁에 끼어들었다. 고용주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여성 종업원에게 욕을 하며 화를 내다가 느닷없이 여성의 뺨을 후려쳤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 남성은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여성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동영상은 여기에서 종료된다. 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졌다. 며칠 후 업소 앞에 십여명이 모여 여성 폭력과 임금착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체포 후 가석방된 가해 남성은 5월7일 애들레이드 치안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임금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노사감독기관의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후려친 일방적이며 야만적인 폭력 행위이기 때문이다. 욕설이 오고가며 흥분된 상황에서도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은 비열한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호주 사회의 통념이다. “아시아인들 업소에서 고용주가 종업원을 저렇게 막무가내로 폭행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망신스럽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를 도매금으로 추락시킨 사례가 됐다. 두 번째 이슈는 임금착취에 대한 논쟁이다. 이 문제는 흔히 애매하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공정근로법(2009)에 따르면 업무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무급 견습은 합법이지만 이는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입증하는 필요 기간까지만 허용된다. 견습 기간 중 임금 지급에 대해서 노사감독기관인 FWO(공정근로 옴부즈맨)는 “업무의 성격과 복잡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급 견습(unpaid trial)은 대체로 1시간에서 1교대 근무(shift)를 기준으로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따라서 업무가 요구하는 기술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반드시 ‘적합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고용주가 입사 지원자의 적합성을 추가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고용주는 해당 지원자를 견습기간동안 임시직(casual)으로 고용할 수 있고 모든 근무 시간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업소들이 여전히 많다. 애들레이드 버블티숍 견습임금 요구 논쟁을 통해서도 많은 아시안 고용주들이 일방적으로 억지를 강요한다는 편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두 가지 측면에서 호주인들에게 아시안은 다 저럴 것(무법 투성이, 여성을 때리는 것들)이란 나쁜 선입견을 준다는 점이 우려된다. 호주 미디어에서 90년대 후반 이전까지 ‘아시안 갱(Asian Gangs)'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시드니 차이나타운이나 카브라마타에서 마약 밀거래와 관련된 범죄조직들 사이의 총질, 칼부림 사건이 터지면 ’아시안 갱‘이란 단어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이 단어는 다행이 미디어에서 금지어가 됐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댓글에는 아시안 갱, 중동계(레바니즈) 갱 등 여전히 사용된다. 임금착취에 대해서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이민자 출신 고용주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어느 정도 고착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기사가 아이탭에 보도된 날 한호일보 기사 댓글에 “비즈니스가 어려워 착취가 아니라 원래 (고착된 못된) 습관, 버릇이다”란 코멘트가 달렸다. 업종을 불문하고 최저 임금을 안주고 이윤을 남겨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요즘 업계에서 이미 사라져야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레이드 차이나타운 커뮤니티는 마치 ‘사각지대’인양 버젓이 불법 행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아시아계에 나쁜 선입견을 만든 추태가 된 셈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사진: 애들레이드 차이나타운 버블티숍에서 벌어진 여성 종업원 폭행 장면

  11/02/2021
  시론 - 고직순 편집인

호주 경제가 2020년 들어 처음으로 7-9월 분기에 플러스(3.3%)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6월 2개 분기동안 경제 위축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불황(recession)에 빠졌다. GDP 성장으로의 반등에는 7.9%의 가계 지출(household consumption) 증가가 한 몫 했다. 가계 지출은 호주 경제에서 60%를 차지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록다운 기간이었던 4-6월에는 12.5% 폭락했다. 플러스 성장률로 호주 경제가 기술적으로는 불황을 탈피했다. 텍스북에 정의된 불황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필립 로우 중앙은행 총재의 설명대로 경제 회복은 산업별로 고르지 않을 것(uneven)이며 진정한 회복은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실업률은 최소 2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코로나 사태이전(5% 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0년대 불황 당시 경제가 1.4% 위축됐었다. 이후 실업률 정상화에 거의 10년 걸렸다. 2020년 전반기 불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4-6월 GDP가 7% 하락하며 역대 분기별 최악을 기록했다. 9월까지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3,8%다. 회복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OECD는 호주 경제 성장률을 2020년 3.8%, 2021년 3.2%, 2022년 3.1%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올해 6.8%에서 2021년 7.9%로 악화된 후 2022년 7.4%로 예측했다. 호주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실업률이 올해 8%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통계국(ABS)의 공식 실업률인 약 7%는 일자리유지 보조금(JobKeeper wages subsidy)을 받는 150만명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거의 11%가 불완전 고용(underemployed) 상태에 있다. 일을 더 하고 싶지만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란 의미다. 최악의 피크 때보다는 줄었지만 불황 기간 중 여전히 높다. ABS와는 다른 방식으로 집계하는 로이 모건(Roy Morgan) 통계에 따르면 11월 실업 인구가 168만명이며 실업률은 11.9%(-0.9%)다. ABS 실업률과 4% 격차를 보인다. 이 수치 외 128만명(노동력의 9.1% 해당)이 불완전 고용 상태(under-employed)에 있다. 파트타임을 하면서 풀타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이 두 수치를 더하면 296만명(노동력의 21%)이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10월보다 약 18만명 줄었다. 노동 인구 5명 중 1명이 이런 상태에 있는 셈이다. 경제에서 고용이 중요한 이유는 설명이 불필요하다. 일자리가 없으면 지출을 할 수 없고 채무 상환도 당연히 어려워진다. 은행의 코로나 모기지 상환 유예도 곧 종료된다. 홈론과 사업 대출 상환 불능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의 코로나 경기부양안이 종료되는 2021년 전반기가 호주 경제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아이에스 옥스퍼드경제연구소(BIS Oxford Economics)의 사라 헌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GDP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1년 후반경이 되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많은 사업체들이 소비 수요 증가를 확인하기 이전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호주중앙은행의 보조를 받는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의 사업 대출 권유도 침체 상태에 있다. 영국이 미국에 앞서 파이저 백신을 가장 먼저 승인한 것처럼 코로나 백신 공급이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해외 여행 재개, 글로벌 경제 확대 효과로 호주의 경제 회복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이 있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대파국에서 진정한 경제 회복은 결국 일자리 증대를 통한 정상화가 언제쯤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ABS 실업률로는 약 5%, 로이 모건 실업률로는 약 8% 선으로 회복되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이 될 듯하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03/12/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23일(목)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한 호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654명으로 지난 24시간동안 7명 증가에 그쳤다. 하루에 7명 이 늘어난 것은 지난 3월 2일(4명) 이후 거의 최소 증가다. 호주 확진자는 지난 3월 28일 457명 증가로 최악의 정점을 찍은 뒤 4월 1일 303명, 4월 4일 190명으로 줄었다. 4월 10일(97명)부터는 100명 미만으로 하락했고 12일부터 50명 아래로 줄었다. 20일 12명, 21일 22명, 22일 7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뚜렷한 둔화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외출)제한, 부분-셧다운/록다운 등 규제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셧다운 조치 이후 호주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생산비율(effective reproductive rate of the virus)이 1 미만(약 0.8)으로 억제되고 있다. 이는 확진자 1명이 1명 미만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1 미만으로 더 낮게 유지하면 신규 감염이 계속 하락해 궁극적으로 소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바이러스 소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은 감염자수를 제로선으로 억제하며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제한조치의 완화를 검토 중이다. 언제, 어떤 통제부터 완화/해제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솔루션은 편익 대비 비용 분석(benefit-cost analysis)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어떤 제한(restrictions)을 완화해야 최대 편익 효과를 거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역학자들(epidemiologists, 유행병학자들)이, 편익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의 몫이다. 바이러스 확산(reducing reproduction)을 줄이는 측면에서 가장 큰 비용을 부과하는 제한조치를 찾아내는 일이 첫 단계일 것이다. 전염병 확산에서 가장 큰 위험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것으로 이를 철저히 차단하는 일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는 스포츠경기, 콘서트, 종교 집회 등이 이에 해당된다. 23일 울릉공 항구(포트 켐블라)에서 버뮤다로 출항한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호는 집단 감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크루즈쉽에서 6백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고 21명이 숨졌다. 향후 이 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인 사망자의 유가족은 15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처럼 제한된 공간에 많은 군중이 모이는 행사는 아마 상당 기간 허용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출국 허용은 호주는 물론 외국 사정에 따라 유동적일 것이다. 그보다 위험성이 낮은 가족, 친지들이 모임은 인원제한을 두면서 단계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NSW 교육부는 5월 11일부터 주 1일 등교, 학생의 25% 미만 동시 등교 방식으로 순차적 개학을 준비한다. 학교 개학 전 손세척 시설, 발열 검사, 방역 시설, 거리두기 등 철저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억제에 성공했다가 재확산된 싱가폴의 실수 사례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호주의 방역 실패 사례인 루비 프린세스호 탑승자들의 하선을 검역/격리 수용없이 허용한 이유도 수천명을 감당할 시설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이같은 단점을 서둘러 보완해서 대비를 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입증된 것처럼 확진자 추적앱을 보급해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호주 정부는 싱가에서 사용 중인 앱(TraceTogether)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시행을 지지한다. 또 호주에서도 검사(testing)를 더 확대해야 한다. 22일까지 약 45만8천명이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검사 인원을 늘릴수록 감염 위험지를 조기 발견하고 억제가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는 획기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어치피 ‘장기전’이어야하고 앞으로 1-2개월 후의 완화 조치도 단계적일 수 밖에 없다. 2차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긴급구제안(경기부양책)이 본격 시행되면 현재의 숨 막히는 제한 조치들 중 일부가 완화될 것이다. 그런 단련의 시간을 보내면서 면역력을 키워내고 건강을 지켜내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일 듯 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3/04/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

29일(호주시간) 워싱톤에서 제 30차 AUSMIN 2020(Australia-United States Ministerial Consultations: 호주-미국 2+2(외교국방장관) 연례 회의)가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중요성 때문에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귀국 후 2주간의 격리에 들어간다. 올해 회의는 예상대로 중국 관련 이슈가 주요 의제였다. 양국은 중국의 홍콩 압박을 강력히 규탄했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온라인 역정보(online disinformation) 확산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또 국방 협력을 보건 및 개발 협력으로 확대하기고 서명했다. 미국이 호주 다윈(노던테리토리준주)에 군사용 연료저장시설(military fuel reserve)을 건설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 점은 중국이 가장 경계해 온 것 중 하나였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호주와 미국의 깨질 수 없는 굳건한 동맹 관계(unbreakable alliance)임을 거듭 강조하며 호주의 미국 지지에 대해 찬사를 보낸 후 곧바로 강경한 어조로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 진행하는 강압적 공격 행동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 중국이 경제적 위력으로 호주를 공격하는 점도 비난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대중국 비난과 공격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앞서 중국 공산당을 ‘프랑켄슈타인(괴물)같은 창조물(a Frankenstein creation)’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반격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중국의 홍콩 탄압에 대해 경고를 한 뒤 “호주와 미국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보건협력 증진과 온라인 역정보공동 대응, 코로나 팬데믹 대응 관련 국제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자주의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호주가 새로운 그룹핑을 건설할 것이다. 우호 관계, 개방과 번영, 인도-태평양을 지키려는 비전을 공유하는 나라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안보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레이놀즈 호주 국방장관은 “이 이슈도 논의의 주제였고 이에 대한 호주의 입장은 동일하다. 국제법에 의거해 이 지역을 계속 통과(항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공영방송 ABC는 “필리핀해 인근 해상에서 호주 해군함이 미국, 일본 해군과 공동 해상 훈련 중 중국 해군과 조우했다”고 보도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국토 주장과 기지 건설과 관련해 최근 호주 정부는 유엔에 ‘국제법상 불법 행동(illegal activity)’이라고 비난한 내용을 전달했다. 양국 공동 발표 후 켄버라의 중국 대사관은 비난 성명을 통해 “두 나라가 홍콩, 신장, 남중국해 관련 이슈에 대해 중국을 공격하고 근거없이 비난한 것을 거부하며 반대한다”면서 “호주가 중국-호주 관계를 헤치는 길에서 더 전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페인 장관은 “호주와 미국은 많은 점을 공유하지만 모든 이슈에서 자동적으로 같은 입장은 아니다. 우리 관점에서 우리가 결정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 국익과 안보, 번영, 가치관 유지에 대해 우리가 판단한다. 중국과 관계는 중요하며 우리는 그것을 헤칠 의도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익에 반하는 일을 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는 남중국해 항해자유 훈련(freedom-of-navigation exercises)에대한 미국의 추가 참가 요구를 거부했다. 이같은 호주의 거부는 스콧 모리슨 정부의 대미, 대중국 외교 정책에서 호주가 때로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주의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은 가장 중요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호주는 갇혀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이끌 자유와 움직일 공간을 원한다,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훈련에 추가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호주 정부의 결정은 미국과 중국에게 갇혀있기를 거부하는 ‘우리의 입장을 우리가 정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호주는 외교 정책에서 필요할 때 눈치보지 말고 일어나 이번처럼 목소리를 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자유당 정부는 더욱 그렇다. 호주는 미국이나 중국에 크게 의존하지만 예속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30/07/2020
  시론 - 고직순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