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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세계적 대위기를 맞아 ‘미디어 업계’도 가장 고전하는 업계 중 하나가 일 것 같다. 부분-셧다운(록다운)과 외출제한 조치로 상거래 활동의 상당 부분이 중단됐다. 멈춰선 경제 주체들이 바로 광고주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유일한 수입원인 광고매출이 종전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한호일보 금요일자(4월 24일) 1면 톱기사의 제목이 ‘토로나 사태 충격..호주 지방 신문들 줄도산’이었다. 수십개의 커뮤니티 신문들(대부분 주간 신문)이 폐간을 하거나 인쇄를 중단하고 온라인만으로 운영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커뮤니티 신문들도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기사의 온라인판(아이탭)에 여러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시드니 동포사회 한국어 인쇄매체의 난립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필요한 것들은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씁쓸한 지적이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간 시드니 한국어 신문잡지사들이 인쇄비로 지출하는 돈이 어림잡아 250-300만 달러로 추산된다. 10년동안 이 인쇄비를 모으면 시티에 빌딩을 살 수 있는 거액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돈은 낭비요소가 너무 많다. 막대한 돈이 한인 커뮤니티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 식품점 등을 통해 무료 배포되는 신문잡지 중 제대로 독자들에게 배포되지도 않은채 버려지는 분량도 상당하다. 심각한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일부는 인쇄소에서 배달된 채 그대로(묵음 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안 본지 오래다. 이보다 더 아픈 지적은 볼 이유가 없어서, 즉 읽을 만한 내용(양질의 유익한 콘텐츠)이 없어 외면 받는 것이다. 더동포매체의 이 최대 약점은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자가 없는 신문잡지사들이 수두룩한 것이 호주를 포함한 해외 동포사회의 민낯이다. 시드니의 한국어 신문잡지 중 자체 생산한 콘텐츠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살펴보면 커뮤니티 미디어업계의 실상과 수준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한국과 세계 뉴스는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해 시시각각 무료로 접할 수 있는데 남의 콘텐츠를 무단복제하고 광고를 곁들여 발행하는 형태로는 무한 경쟁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볼 내용이 거의 없는 인쇄물을 ‘집어갈 이유’가 없으니까.. 한호일보는 오래 전부터 한인커뮤니티의 ‘호주 전문지’를 지향해 왔다. 주 5일 이상 매일 기사를 업로드 해 온 세월이 벌써 대략 30년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기사와 커뮤니티 소식 외 특집/분석/해설과 오피니언(시론/사설, 기고, 칼럼 등)을 통한 다양한 목소리를 중시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동포들이 호주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리한 수단으로 인정받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요즘 호주에서도 전통적인 미디어의 이용자수가 급증한다고 한다.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위기와 관련된 중요하고 정확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뉴스는 신뢰성과 편향성, 가짜 뉴스의 범람 등의 문제가 크다는 점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이다.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신뢰 증가와 같은 맥락에서 한호일보와 모바일 앱 아이탭은 뉴스 접속이 급증하고 있다. 한호일보 콘텐츠 등이 매일 업로드되는 아이탭은 하루 4만명 이상이 검색하는 명실상부한 호주 1등 한국어 앱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독자들이 양질의 호주 관련 뉴스에 목말라한다는 의미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광고 효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호주 주요 미디어들이 일찌감치 유료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은 한국과 크게 비교된다. 미디어 분야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간다. 깨어있는 독자와 광고주들이 분별력을 발휘하면 반대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실력자는 위기 때 진가를 인정받는다. 한호일보와 아이탭도 코로나 위기를 맞아 독자들로부터 진가를 인정받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30/04/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지난달 25일 호주 정부의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 이하 FWO)을 통해 필자가 전달 받은 ‘호주 한인 요식업소 감사 결과 보고서’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한호일보 10월 2일자 1면 톱기사 참조) 보고서에는 '한인 요식업 대상 집중 조사(Korean Fast Food, Restaurants & Cafes(FRAC) Proactive Investigation)'라는 제목이 붙었다. 조사 기간은 2019년 8-12월(5개월)이었고 호주 5개 대도시(브리즈번 13개, 시드니 12개, 퍼스 11개, 멜번 10개, 캔버라 5개) 소재 51개 한인 요식업소가 대상이었다. 이 5개 대도시는 한인 요식업소들이 집중된 사실상 호주 전역을 의미한다. 우선적으로 결과 보고서의 위반 내역이 아쉽게도 ‘낙제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51개 업소 중 71%(36개 업소)가 크고작은 근로법규(workplace laws)를 위반했다. 36개의 위반 업체 중 61%가 저임금 지급, 75%는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시간외 수당(penalty rates) 미지급(26%)과 급여 명세서(pay slips) 미지급(22%), 시간별 최저임금(minimum hourly rates) 미지급(17%)이 가장 빈번한 위반 사항이었다. FWO는 22개 위반 업소로부터 약 16만 달러의 미지급 급여(284명) 전액을 환수했다. 멜번의 1개 업소가 5만7천 달러(11명)로 액수가 가장 컸다.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위반에 대한 34건의 벌금 통지서(벌금 약 4만 달러)와 2건의 경고장이 발부됐다. 또 20건의 규정 준수 통지(compliance notices)가 발급됐다. 두 번째는 FWO가 많은 이민자 그룹 중 호주 전역의 한인 요식업소를 ‘콕 집어’ 5개월동안 집중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호주 요식업계에는 코리안 외 차이니즈, 타이, 인디안, 레바니즈, 터키쉬, 프렌치, 이탈리안, 멕시칸, 아프리칸 등 여러 소수민족그룹의 업소들이 있다. 한인 업소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FWO는 “조사활동의 목적은 종전의 조사를 통해 위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FWO는 한국에서 온 취약계층(청년들, 학생들) 근로자들이 과거 한인 업소에서 급여명세서 미지급부터 저임금까지 노동 착취(exploitation)를 당했다는 신고와 관련된 정보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FWO의 시각에서는 한인 요식업소가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위반 사례가 많아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됐을 것이다. FWO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반 사례를 공지한다. 연간 수십건 중 한인업소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인 업소들 중 의도적 상습 위법으로 가중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요식업소 중 최다액 벌금 기록(불명예)도 한인 업소(스시체인점)가 세웠다. FWO는 과거 탈세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 택시, 청소, 청과물판매업, 건설업(타일업 등) 등을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이민자그룹 요식업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업소에서 일을 했던 근로자들로부터 신고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BAS, GST에 이어 STP(싱글터치 페이롤)까지 시행된 요즘, 특히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에서 불법, 편법 고용 행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요식업 경영자들은 사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매출 증대에 대한 고민과는 별도로 고용법규와 세무신고에 대해 철저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 시장엔 예측불허의 불안정 요인까지 생겨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 중 10% 이상이 폐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FWO는 보도자료 말미에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에 명시된 고용주 의무에 대해 ‘몰랐다(a lack of awareness of obligations)’라는 변명은 위법에 대한 적합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위법 행위로 적발된 고용주들이 이런 핑계를 둘러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한 모양이다. 우리 주변에서 ‘몰랐던 법규’를 확실히 알게 되는데 비싼 대가를 치르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8/10/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1차 팬데믹 당시 ‘급락 전망’ 모두 빗나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영향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호주에서 주택가격 통계와 예측을 보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분별력이 요구된다. 지난 5개월 월별 통계를 보면 단독주택 중간 가격이 3월 소폭(+0.7%) 상승, 4월 소폭 상승, 5월 소폭 하락, 6월 약간 더 하락, 7월 소폭 하락했다. 작은 폭의 등락이 계속된 셈이다. 호주는 지역적으로 넓은 여러 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편차가 큰 편이다. 6개 주와 2개 준주의 주도(대도시)가 8개 시장이고 7개 주/준주(지방 시장)를 더하면 15개 행정 구역(jurisdictions)의 시장이 있는 셈이다. 7월 7개 중 5개 지방은 상승세를 나타냈고 8개 대도시 중 2개(켄버라, 애들레이드)만 상승세를 보였다. 15개 중 7개 시장이 7월 상승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지방 시장이 대도시권 시장보다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5개월 통계는 ‘월별 통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코어로직 통계에 따르면 다윈(노던테리토리준주)은 4월 단독 가격이 상승, 5월 하락, 6월 상승, 7월 하락했다. 호바트(타즈마니아)도 단독 가격이 3월 상승, 4월 하락, 5월과 6월 상승, 7월 하락했다. 통계와 관련된 두번째 메시지는 ‘호주에 단일 시장(a single market)은 없다’는 점이다. 하나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많은 다른 시장들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7월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하나의 시장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를 준다. 그러나 실상은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켄버라와 애들레이드, 5개 지방은 상승했다. 남호주와 타즈마니아 2개 지방 시장은 지난 5개월동안 가격이 올랐다. NSW와 퀸즐랜드 2개 지방 시장은 지난 5개월 중 4개월동안 상승했다. 따라서 중요한 메시지는 집값이 일률적으로 모두 폭락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분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15개 시장 중 11개에서 단독 가격이 1년 전보다 높았다 결론적으로 지난 3-4월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했던 기간 중 쏟아져 나왔던 ‘호주 집값이 극적으로 즉시 모두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화제를 모으려는 의도의 넌센스(sensationalist nonsense)였다는 점이다. 호주처럼 공급과 수요가 안정적인 나라에서 월별 등락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특정 도시나 지방의 등락 현상을 전국적인 현상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눈앞의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신중하게 긴 호흡으로 총체적인 면을 보며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집값 전망과 관련, 쉐인 올리버 AMP 캐피탈의 수석경제분석가는 “이민과 단기체류자(유학생 포함) 격감으로 수요 측면인 인구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고 연말 정부 보조금이 중단되면 실업률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빅토리아주의 4단계 록다운 진입으로 인한 경제 불안 요인 추가되면서 호주의 향후 집값이 주별로 상당 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다음과 같이 도시별 하락폭을 전망했다. 멜번 15-20%, 시드니 10-15%, 퍼스 5-10% 하락.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호바트 5% 하락. 켄버라 보합세 유지. 호주 전체적으로 종전 5-10% 하락에서 10-15%로 가능성을 조정했다. 이 예측이 맞을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권위 있는 호주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으로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도표: 호주 15개 시장의 분기별 집값 등락 현황

06/08/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총선에서 여야가 논의하는 아젠다는 수십개에 이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생계비가 최우선이고 경제관리, 안보/국방, 보건(코로나 사태), 기후변화 등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아쉽게도 생활과 직결된 주택난은 하위권에 위치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택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더 커졌다. 주택 문제는 또 세대간 부(intergenerational wealth)와 직접 관련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주요 정당간 논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아쉽게도’라는 표현을 첨부했다.  지난 20년동안 호주 집값, 특히 시드니와 멜번 등 대도시 주택 가격은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폭등했다. 그 결과로 요즘 젊은 세대가 집을 살 수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호주식 생활방식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호주 인구는 안타깝게도 주택 소유자와 주택 없는 계층으로 양분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40세 미만 호주인 중 아주 작은 소수만이 주택 또는 부를 소유한다는 점이 이제 ‘사회적인 시한폭탄(ticking timebomb socially)’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주택소유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지면서 젊은층 유권자들에게 생활비(cost of living)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호주의 주요 정당들은 주택난 완화나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한심할 정도로 정책이 빈약하다. 수치 주택 소유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젊은층 주택 소유 개선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현재 첫 주택매입자를 대상으로 5% 계약금을 마련하면 정부가 15%를 보장해 집 구매를 도와주는 ‘뉴 홈 보장(New Home Guarantee) 정책이 최근 도입돼 약 10만명 정도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한시적일 수 밖에 없고 그 효과도 제한적이다. 많은 젊은층이 직장 문제와 집 문제로 불안하면 안정적인 사회를 갖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지난 20년동안 집값 앙등에 기름을 부은 것 외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세입자들도 보살피지 않았고 직장이 불안정한 계층(people with insecure work)도 보살피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이 없으면 가정을 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 결혼/동거도 연장되고 가족 구성도 지연된다. 또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진다. 집값이 지금처럼 매우 비싸면 젊은층은 부모가 사는 지역에서 멀어진다. 가족 결속력 해체(family bond dissolve)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성인 자녀들이 노인층 부모 세대를 돌볼 수 있고 은퇴한 부모 세대는 성인 자녀들의 자녀를 돌 볼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  사회의 자연적일 질서(natural order of society)다. 그러나 주택 시장과 정부정책이 실제 거주를 위한 주택을 우선하지 않고 투자를 우선한다면 이런 가족 결속력이 해체되는 사회적 재앙이 생길 수 있다  너무 많은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젊은층에게 집 구입이 너무 어려워지면 호주가 자부심을 갖는 삶의 방법(Australian way of life)도 손상될 것이다. 경제는 소수 대기업만이 아닌 모두에게 속하는 것이며 반드시 사회를 위한 뒷받침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확실하게 경제가 우리의 삶의 방법을 증진하도록 하는 것이지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역할은 나라와 가정, 가족 구조를 보호하는 것이다.  총선 후보들이나 정당을 비교하면서 지지 여부를 결정할 때, 주택 이슈에 대한 대응, 정책 비교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립서비스만이 아닌 실질적 대안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고직순 편집인(editor@hanhodaily.com)

28/04/2022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코로나 사태로 ‘강제 조정 시대’ 도래 상가 건물주와 세입자(사업자)는 사업 구조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한쪽은 비싼 임대비를 내야하는 입장이고 상대방은 그런 임대비를 차질 없이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상가 임대시장을 완전 뒤흔들어 놓았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호주 최대 쇼핑센터그룹인 웨스트필드(소유주 센터그룹)와 호주 전역에 1,333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모자익 브랜드(Mosaic Brands)의 임대비 충돌이었다. 이 분쟁의 밑바닥에는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악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증폭된 점이다. 크고 작은 소매업체들은 “소매(상가) 임대가 종전과 같은 가치가 있나?(Are retail leases worth what they used to be?)"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폐업 등으로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있다. 중소 규모의 할로윈 팝-업(Halloween pop-up) 회사인 파티 피블(Party People)의 딘 살라카스(Dean Salakas) 최고경영자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그의 시드니 점포에서 반경 1km 안에 임대 간판이 22개라고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제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일부는 그런 결과 직면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건물주들은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들이 결국 그 가격을 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그러나 현재 빈 임대 공간이 크게 늘고 있으며 아무도 건물주가 원하는 가격에 임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가 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 굴지의 쇼핑센터를 소유한 웨스트필드조차 세입자(점포)들의 문을 채워 걸었고(padlocked stores)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처리해야(write-offs)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웨스트필드 소유주 센터그룹이 쇼핑센터에 있는 모자익브랜드와 스트랜드백 점포들 129개의 문을 잠궜다(forcibly shuttered). 이에 모자익 브랜드는 “향후 2년 사이 1,333개 소매업소 중 약 3분의 1가량(3-5백개)을 폐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진통 후 센터그룹과 모자익브랜드는 협상을 통해 임대비 문제를 타결지었다. 웨스트필드가 어느 정도 양보(임대비 인하)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호 사업자 솔로몬 류의 프리미어 투자(Premier Investments)의 소매업소들이 모자익 다음으로 웨스트필드와 협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쟁의 핵심은 임대비인데 이는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서 상가 공간의 가치에 대한 문제다. 전자상거래가 급속 확산하면서 여러해동안 시달려온 소매체인점들은 다운사이징을 검토 중이다. 다른 사업자들은 상가 점포대신 온라인 매출 증대를 위한 투자 의향을 밝힌다. 시티 센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최소 3년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시드니 시티에서 평상시 임대의 60%로 계약을 하는 임시 점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기에 장기 계약은 거의 없다. 건물주들도 다수의 세입자들이 팬데믹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그동안 한인 상권을 포함한 상가 임대비는 사실상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overpriced)이었다. 종전까지 건물주들은 시장 조건 변화를 이용해 가격 조정(correction)을 피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현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협상을 통해 ‘불가피한 조정(inevitable correction)’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들에게도 봄날을 간 듯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03/09/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선택의 여지없는’ 호주 저소득층 호주의 요즘 코로나 이슈는 온통 빅토리아 관련이다. 빅토리아에서 시작해 끝이 난다고 할정도다. 8월 25일 기준으로 6월 1일 이후 호주에서 19,014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이중 18,125명(약 95%)이 빅토리아 거주자들이다. NSW에서는 742명(3.4%)에 불과했다. 이같은 신규 확진자의 압도적 차이 외에도 감염 경로에서 두 주는 확연하게 다르다. 빅토리아 확진자의 0.5%만이 호텔에 격리 중인 해외귀국자들이다. 95%가 국내감염(경로 확인 72%, 경로 불분명 23.5%)이다. 반면 NSW에서 해외 감염 비율이 56.5%를 차지했다. 국내 감염은 41.3%(감염 경로 확인 31.7%, 경로 불분명 9.6%)이다. 빅토리아 확진자들의 대부분이 국내 감염자들이며 이중 상당수가 경로 불분명 사례로 추적이 어려워 보건당국이 애로를 겪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확진자는 약 80%가 직장에서 감염됐다. 10명 이상 감염된 집단감염(cluters) 사례가 거의 40개에 달한다. 특히 요양원을 필두로 도축장, 창고/물류센터, 병원/학교가 가장 많다. 빅토리아주의 최저 소득층이 몰려 있는 정부임대아파트단지도 감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요양원 중에서 에핑가든 211명, 세인트 바실(포크너 소재) 195명, 웨리비 소재 침례교 윈드햄롯지 요양원 169명, 에스티아(아디어 소재) 159명 순으로 미완치 환자가 많다. 80명 이상인 곳이 12개에 달한다. 모두 민간운영 요양원들로 시설과 인력관리가 열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인트 바실 사태와 관련,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가 “이런 곳에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 않다”고 개탄할 정도였다. 주요 직장 집단감염지는 버토치 스몰굿(토마스타운 소재) 211명, 섬머빌 리테일 서비스(토텐햄 소재) 167명, JBS(브루클린 소재) 158명 등이다. 그 외 울워스 물류센터와 창고 등 여러 곳이고 병원 중에서는 로얄멜번병원 155명, 학교 중에서는 알-타크와 칼리지 210명, 어린이집도 집단감염 사례가 있다. 1차 감염 확산 때처럼 집단 감염이 재등장한 곳은 제한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특히 임시직, 교대 근무)이 일을 하는 환경이었다. 광역 멜번시에서 서부와 북부는 임시직과 단기간 일자리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소득이 낮은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불리한 지자체(most disadvantaged municipalities) 5개 중 4개(윈드햄, 브림뱅크, 흄, 휘틀시)에 미완치 확진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 이런 통계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소득 격차와 직업 안정성에 따라 코로나 감염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저소득층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장된 표현으로 하루 벌어 하루 끼니를 해결해야하는 최저소득층은 코로나 2차 감염 펜데믹에서 안전(보건)과 식사 해결 중 선택의 여지가 없는(make impossible choices)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서 본인과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멜번 서부지역 커뮤니티 법률센터인 웨스트저스티스(WEstjustice)의 캐서린 헤밍웨이 소장은 “취약 계층 근로자들을 보호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일하는 공급망(supply chains) 작업장의 규정 위반에 대해 기업들이 책임을 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피고용인(employees)이지만 하청계약자로 일하며 제대로 대우(휴가. 병가 등)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 임시직 근로자와 하청계약자 보호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웨스트저스티스 서비스 이용자의 70%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한다. 1차 록다운 이후 더 많은 근로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반면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출퇴근과 교대 근무지 이동으로 시간이 더 길어졌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록다운 기간 중 이동이 많아지면서 감염 가능성도 높아졌다. 상당수 호주 저소득층에게도 생활비 마련 또는 감염 위험 모면 중 사실상 선택의 여지는 극히 제한됐다. 이것이 서글픈 ‘호주의 현실’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7/08/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중국은 화가 나 있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호주의 적국이 될 것이다. (China is angry. If you make China the enemy, China will be the enemy.)” 호주가 중국과 수교(70년대 초반)한 후 양국 관계가 근래처럼 나빠진 적이 없다. 이번 주 중국 외교관의 입에서 “호주가 중국을 적대시하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란 원색적인 경고가 나왔다. 사실 협박에 가깝다. 양국 관계는 특히 스콧 모리슨 현 총리 집권 기간 중 더욱 악화됐다. 중국 외교부는 호주 정부에 대한 불만 사항 14개 리스트를 의도적으로 호주 언론에 흘렸다. 이에 대한 시정 노력이 없으면 더욱 압박이 커질 것(마치 적국처럼)이란 경고인 셈이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국익 최우선에 입각한 것”이며 호주는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자주국가로서 너무 당연한 원칙론 설명이다. 모리슨 정부가 중국과 나빠진 관계를 복구하는 것은 국익 차원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복구는 어쩌면 모리슨 정부의 능력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국제 공조 없이 미국도 세계 정책을 쉽게 펼 수 없는 것처럼 호주와 악화된 중국 관계도 시간을 두면서 관리를 하는 차원으로 개선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방에 훅 가는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대중국 관계 악화로 손실을 보고 있는 호주 재계 리더들에게 “중국과의 대화 창구는 늘 열려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what we stand for)과 말할 권리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호주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목한 14개 호주 관련 불만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자오 리지안(Zhao Lijian)은 대변인은 중국 정부 책임론을 일축하며 “항상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 하워드 총리 시절 호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를 누렸지만 이제는 그럴 시점이 아니다. 그때보다 중국 경제가 무려 10배 커졌다. 중국은 호주를 포함한 50개국과 주요 교역 파트너 관계를 갖는다. 10년 안에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놀라운 성장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점은 중국 공산당 독재 정부가 계속 통치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공산당 정부가 5억명을 가난에서 구제했고 빠르게 중산층으로 변모 중이다. 모리슨 정부에게 도전은 호주 국익 최우선이며 강대국들의 경쟁 여파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다. 지혜롭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만 성급하게 실수를 한 점도 많다. 선진국 중 가장 앞서 중국을 지목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 조사를 촉구했고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일본 신임 총리(스가 히데요시)를 직접 만나 중국 견제를 위한 방위조약(양국 군사기지 이용)에 합의했다. 코로나 불황과 미국 행정부 교체 직전의 상황에서 이렇게 유별난 정책을 펼칠 근거가 무언지 궁금하다.. 도널드 드펌프 미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의 국익을 호주 국익보다 앞세웠다. 중국 관계도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대선에 이용했다. 1차 무역협상(Phase One trade deal with China)으로 중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과 다른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미국 농산물 수출이 70% 증가한만큼 호주 농부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일방주의’의 대명사인 트럼프조차 교역(경제)과 안보 사이의 미묘한 점을 모리슨 총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모리슨 정부는 올해 6억 달러 규모인 중국 멩니우 낙농(China Mengniu Dairy Co)의 호주 라이온 낙농 음료(Lion Dairy & Drinks) 인수에 제동을 걸어 재계에 충격을 주었다. 만약 인수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었다면 당연히 승인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FIRB(외국인자본심의위원회)의 인수 추천을 거부했다. 하워드 정부 시절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에 이어 주미 대사를 역임한 안보전문가인 데이브 리차드슨조차 “경제 관계를 안보 이슈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분명한 정책 실수라고 질타했다. 봅 카 전 외교장관은 이른바 ‘중국 공포(China panic)’의 갑작스런 확산에 당혹감을 나타내면서 “모리슨 정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호주의 국가적 손실이 늘고 있다. 재계 지도자들의 걱정이 커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리슨 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새 미국 행정부의 계획처럼 호주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나라들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등 ‘미들파워들’이 바로 이런 공조 대상국들이다. 독자적으로 할 능력이 없으면 국제공조로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6/11/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이젠 동포사회도 지원 동참해야 “위안부 이슈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인권 문제다. 전시가 아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여성 성폭력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남반구에 최초로 세워지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전시 폭력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이들을 기억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상징물이다. 대표적인 사회 정의(social justice) 이슈인데 어떻게 교회가 이를 외면할 수 있나?” 지난 2016년 호주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은 시드니 한인회관 앞마당에서 제막식을 거행했지만 카운슬 부지에 둘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빌 크루스 목사(Rev. Bill Crews)가 자신이 담임 목사로 있는 애쉬필드 유나이팅교회에 장소를 제공했다. 당시 필자가 인터뷰를 하며 그에게 소녀상 안치 장소를 제공한 이유를 질문하자 이처럼 답변했다. 그는 “사회 정의 문제에 교회가 가장 앞서야함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도 이를 외면한 세월이 오래됐다. 교회 지도자로서 너무 당연한 결정일텐데 이런 용기를 낸 것이 화제가 된 점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크루스 목사는 홈리스와 가출 청소년들을 돕는 도시빈민 자선단체인 엑소더스재단(Exodus Foundation) 창설자 겸 이사장으로 호주 교계에서 기득권층을 향해 쓴소리를 자주하는 대표적인 사회운동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교단을 상대로한 일본의 소송 위협 등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임했다. 반면 켄터베리 카운슬은 시 부지인 크로이든파크 소재 한인회관 앞마당에 소녀상을 안치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일본의 막강한 외교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한호일보는 지난 12일 거의 3년 투옥 끝에 힘들게 가석방이 허용된 최창환씨 사건을 계속 취재해 왔다. 최씨가 현행 법규를 위반해 죄가 있다면 정당한 재판을 받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ASIO(호주안보정보원)와 AFP(연방경찰)는 6개 이상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못하고 있는 속사정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재판 없이(즉 유죄 판결없이) 3년을 교도소에 투옥시킨 것은 호주같은 선진복지국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태에 호주의 이념적 공산주의자들 단체 중 하나인 트로츠키스트 플랫폼(Trotskyist Platform: https://www.trotskyistplatform.com/)과 호주-북한우호단체 등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씨를 호주의 ‘사회주의자 정치범(Socialist Political Prisoner)’으로 규정하고 석방 촉구 시위를 전개해 왔다. 필자도 최씨에 대한 입장이 이들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같은 동포 입장에서 ‘재판 없는 3년 투옥’이란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조용히 침묵할 수는 없었다. 빌 크루스 목사가 강조한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재판부(NSW 고법)도 가석방 심리에서 이런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최씨 사례가 국제적 사법계에서 호주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망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가석방 허용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가석방 조건인 보석 영치금(bail surety) 7만 달러를 마련해 입금시켜야 했고 또 매일 2회 경찰에게 보고를 할 수 있는 확정된 거처가 있어야했다. 안타깝게도 최씨는 재정적으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그의 지지자들이 힘을 합쳤다. 십시일반이란 말 그래도 돈을 모았고 한 지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거주지로 제시했다. 최씨는 가석방이 됐지만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하루 2회 경찰 보고, 통금, 인너넷 제한. 전화 소통 제약 등 까다로운 24개 조건이 부여됐다. 물론 NSW의 중범죄자 교도소인 롱베이교도소보다는 훨씬 낳은 상태임이 분명하다. 이제 당뇨병 등 지병을 치료하며 건강을 회복하면서 내년 2월 시작될 예정인 재판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씨 기사를 본 한 독자가 필자에게 “동포사회에 백명이 넘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있는데 최씨를 돕는 동포 법조인은 왜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필자는 “자 이제부터라도 동포들이 힘을 합쳐 돕는 운동이 전개됐으면 합니다. 그런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네요”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사람이 빵(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란 말씀(마태복음)도 있지 않나.. 연말 그래도 동포들의 온정이 따뜻했네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19/11/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걱정되는 호주 정부의 ‘대응 능력’ 지금 호주에서도 ‘사회 붕괴’ 수준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다. 호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파른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3-4일 간격으로 2배 급증하면서 26일 오후 1시 기준 2,73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12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NSW는 일찍이 ‘위험경보’가 커졌다. 25일(수) 오후 8시 현재 1,219명으로 전국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190명이 추가됐다. 이런 위기 상황을 감안해 그동안 가급적 정부 비난을 자제해 왔지만 상황의 위급함을 보면서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호주 보건 당국의 인력과 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입으로는 준비가 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자체가 없다. 불과 한 주 전인 지난 19일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시드니 서큘라키 외항선 부두에서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Ruby Princess)호 탑승자들 중 호주인들의 하선(입국)을 허용했다.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에 도착한 이 크루즈에도 다수의 감염자들이 있는 점을 알면서 격리 수용이나 발열 검사조차 하지 않은채 귀가를 허용했다. 한 탑승자(60대 시드니 부부)는 “2주 자가격리하라는 안내문 한 장이 전부였다. 하선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놀랐다. 아무 일 없다는 반응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루비 프린세스 하선자 중 NSW에서 121명, 다른 유람선인 오베이션 오브 더 시(Ovation of the Seas) 하선자 중 31명이 확진 판명을 받았다. 국내 감염 외 해외 감염이 하루 사이 152명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NSW 확진자 1,219명 중 647명(53%)이 해외 감염자들이란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해외 입국자 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선진국은 아마도 호주 밖에 없을 것 같다. 인근 뉴질랜드는 이탈리아, 미국, 영국에 이어 호주의 확진자 급증 추세를 보면서 신속하게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켰고 국내 이동조차 소수 예외(병원, 약국, 슈퍼마켓 방문)를 주면서 전면 폐쇄에 돌입했다. 뉴질랜드도 인력과 시설 부족은 호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발 빠른 대응과 단호한 조치(강력한 리더십)로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렇게 했어도 26일 현재 뉴질랜드의 확진자는 283명으로 78명이 늘었다. 둘째, ‘굼벵이’ 속도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이번 기회를 통해 뜯어 고쳐야 한다. 연방 보건부는 주별 통계만 집계하고 세부 통계는 각주 보건부가 발표한다. NSW 보건부 웹사이트를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와 연령별 분포를 공개한다.*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대(18.9%)와 30대(17%) 감염자 비율이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21일(토)에서야 본다이 비치에 수만명이 몰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서둘러 부분-셧다운을 발표했다. 이보다 최소 한주전이나 10일전 클럽, 비치, 스포츠경기장 등을 폐쇄했어야 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며 하우스 파티 등을 즐겼다. 약 3-4주 동안 젊은 층이 감염에 그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 측면에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지금 혹독한 대가(젊은 층 감염 폭증)를 지불하는 것이다. 비전문가 시각에도 젊은 층의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한 달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 보건당국은 어떤 건의를 했는지 의문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감시도 필요하지만 이런 기본적 위험 상황을 당국이 감지하지 못한다면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호주 정부의 비효율적인 경기부양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호주 외 여러 나라에서 특단의 대책들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규모와 방법, 효율성 측면에서 호주의 1, 2차 경기부양책은 ‘아마추어 수준’의 혹평을 받는다. 1차에 복지수당 수혜자들 중심으로 $750 보조금을 지불하고 2차 실직자, 자영업자 등 2주 $550 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세제 지원 또는 대출 등 다른 방안은 엄밀한 의미에서 구제안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금은 어려운 소비자들의 통장에 1천달러 내지 몇 천 달러씩 실탄을 공급하고 세입자는 임대비 보조, 근로자는 급여 지원(영국 80% 보조) 등 현실적이고 직접 효과를 주는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사업이 살아남아야 재고용, 융자 상환, 세금 납부도 가능하다. 망해서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본지의 2차 경기 부양책 기사(아이탭)에 “서둘러라. 익사한 뒤 물에서 꺼내 앰블란스, 헬기 출동 등 호들갑 떨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댓글을 봤다. 정확한 지적이다. 급류에 빠져 살려달라는 사람을 우선 건져내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 당연히 가속도를 내야 한다. 현금 지원안도 4월 27일부터 시작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고 임대비를 못내 쫓겨날 형편인 세입자들이 한 달 동안 어떻게 견딜 수 있나? “바이러스 감염보다 생계의 절박함이 더 무섭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국민들이 특권을 부여한 선출직 공직자들이다. 급류에 빠진 수 많은 국민들을 모든 수단 동원해 가장 많이 구해내야 하는 게 지금 이들에게 부여된 지상과제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유감스럽게도 스코모의 비효율적인 립서비스와 거듭된 호소..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명령이기에.. * NSW 보건부 관련 웨사이트 참조: https://www.health.nsw.gov.au/news/Pages/20200326_00.aspx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26/03/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애들레이드 버블티숍 폭행, 임금착취 의혹 아시아계 나쁜 선입견 만든 ‘추태 사례’ 지난달 29일 애들레이드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버블티숍 ‘펀 티(Fun Tea)' 여성 종업원 폭행 및 임금착취 의혹 사건은 호주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여성 종업원이 견습기간(trial period)의 임금을 달라고 고용주(남성)와 언쟁을 하던 중 갑자기 30대 남성이 나타나 언쟁에 끼어들었다. 고용주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여성 종업원에게 욕을 하며 화를 내다가 느닷없이 여성의 뺨을 후려쳤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 남성은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여성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동영상은 여기에서 종료된다. 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졌다. 며칠 후 업소 앞에 십여명이 모여 여성 폭력과 임금착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체포 후 가석방된 가해 남성은 5월7일 애들레이드 치안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임금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노사감독기관의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후려친 일방적이며 야만적인 폭력 행위이기 때문이다. 욕설이 오고가며 흥분된 상황에서도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은 비열한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호주 사회의 통념이다. “아시아인들 업소에서 고용주가 종업원을 저렇게 막무가내로 폭행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망신스럽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를 도매금으로 추락시킨 사례가 됐다. 두 번째 이슈는 임금착취에 대한 논쟁이다. 이 문제는 흔히 애매하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공정근로법(2009)에 따르면 업무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무급 견습은 합법이지만 이는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입증하는 필요 기간까지만 허용된다. 견습 기간 중 임금 지급에 대해서 노사감독기관인 FWO(공정근로 옴부즈맨)는 “업무의 성격과 복잡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급 견습(unpaid trial)은 대체로 1시간에서 1교대 근무(shift)를 기준으로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따라서 업무가 요구하는 기술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반드시 ‘적합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고용주가 입사 지원자의 적합성을 추가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고용주는 해당 지원자를 견습기간동안 임시직(casual)으로 고용할 수 있고 모든 근무 시간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업소들이 여전히 많다. 애들레이드 버블티숍 견습임금 요구 논쟁을 통해서도 많은 아시안 고용주들이 일방적으로 억지를 강요한다는 편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두 가지 측면에서 호주인들에게 아시안은 다 저럴 것(무법 투성이, 여성을 때리는 것들)이란 나쁜 선입견을 준다는 점이 우려된다. 호주 미디어에서 90년대 후반 이전까지 ‘아시안 갱(Asian Gangs)'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시드니 차이나타운이나 카브라마타에서 마약 밀거래와 관련된 범죄조직들 사이의 총질, 칼부림 사건이 터지면 ’아시안 갱‘이란 단어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이 단어는 다행이 미디어에서 금지어가 됐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댓글에는 아시안 갱, 중동계(레바니즈) 갱 등 여전히 사용된다. 임금착취에 대해서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이민자 출신 고용주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어느 정도 고착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기사가 아이탭에 보도된 날 한호일보 기사 댓글에 “비즈니스가 어려워 착취가 아니라 원래 (고착된 못된) 습관, 버릇이다”란 코멘트가 달렸다. 업종을 불문하고 최저 임금을 안주고 이윤을 남겨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요즘 업계에서 이미 사라져야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레이드 차이나타운 커뮤니티는 마치 ‘사각지대’인양 버젓이 불법 행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아시아계에 나쁜 선입견을 만든 추태가 된 셈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사진: 애들레이드 차이나타운 버블티숍에서 벌어진 여성 종업원 폭행 장면

11/02/2021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수) 오전 귀국하며 트윗으로 전한 ‘호주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인사말)에서 호주 국빈 방문 목적을 분명히 짚었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방산 협력, 탄소중립 기술, 수소협력, 우주개발이 첫 번째 국빈 방문 목적이었다. 방산협력은 한국산 K9자주포(한화 디펜스) 30문 호주 수출계약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이번 계약은 향후 한국산 방산의 대호주 수출에서 물꼬를 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앞서 현대 로템의 NSW 철도차량 공급 계약도 한국산 인프라의 대호주 수출에서 큰 성과를 낸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어 ‘포괄적 전략 동반자(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격상한 것이 문 대통령 방문의 두 번째 목적이었다. 국력(경제력)이 엇비슷한 ’미들 파워‘인 한국과 호주는 작년과 올해 G7 서밋에 계속 초청받아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로 성장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가 격상한 한국과 호주는 코로나와 기후위기, 공급망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역할 증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방호 첫날(13일) 캔버라의 한국전 참전비와 호주 전쟁기념관을 참배하고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찬을 하며 보은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이 실감났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한국의 추위였다고 한다.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다시 한번 참전용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드니에서 먼발치일망정 동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날 오전 샹그릴라 호텔 앞에 100명 이상의 동포들이 마중을 나갔다. 호텔 앞에서 문 대통령 내외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총리 관저 만찬 참석 전 세인트메리 대성당의 조명 행사에 스콧 모리슨 총리 가족과 함께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3백명 이상의 한인 동포들이 참석해 문 대통령을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고마움을 전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동포 간담회 등 대면 기회가 모두 생략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문 대통령은 동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었다. 모리슨 총리와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 주총리에게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또 수행한 외교관들을 통해 동포들에게 감사 인사를 여러번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30여년동안 호주에서 6번(노태우, YS, DJ, 노무현, MB, 문재인)의 한국 대통령 방호 취재를 했다. YS, DJ, MB,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방문으로 호주를 다녀갔다.  박근혜 대통령도 호주를 방문했지만 브리즈번 G20 정상회담 참석 후 바로 귀국했다. 시드니 동포간담회도 취소했다. 한국 대통령의 국제회의 참석이지 실질적인 대통령 방문으로 보기 어렵다. 필자의 생각으로 6번의 한국 대통령 호주 방문 중 호주 동포사회 입장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남긴 방호는 YS, DJ, 문재인 대통령이다. YS 방문을 계기로 호주-한국 워킹홀리데이비자협정이 체결됐고 YS는 시드니에서 세계화 선언(일명 시드니 구상)을 했다. ‘아시아의 만델라’란 별명의 DJ는 환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이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민주국가임을 과시했고 호주에서도 굳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MB 방문 당시 요란한 세리모니는 많았지만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 필자는 수교 50주년을 대비해 주호주 대사에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호주보다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격상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실적을 보면 알 듯이 뚜렷한 여러 성과를 가져왔다. 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한국 대표 세일즈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호 관계 격상도 매듭을 지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호주와 한국은 작은 나라들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들 파워로서 세계무대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은 국제관계에서 정상 방문 외교가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를 그대로 입증했다. 그럼에도 한국내 주요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은채 외면했다.  코로나로 여러 세리모니가 취소됐지만 역대 어느 방문보다 내실이 큰 한국 대통령의 방호였다. 한호 수교 60주년 끝자락에 시드니에서 임기 말 대통령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16/12/2021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

호주 경제가 2020년 들어 처음으로 7-9월 분기에 플러스(3.3%)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6월 2개 분기동안 경제 위축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불황(recession)에 빠졌다. GDP 성장으로의 반등에는 7.9%의 가계 지출(household consumption) 증가가 한 몫 했다. 가계 지출은 호주 경제에서 60%를 차지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록다운 기간이었던 4-6월에는 12.5% 폭락했다. 플러스 성장률로 호주 경제가 기술적으로는 불황을 탈피했다. 텍스북에 정의된 불황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필립 로우 중앙은행 총재의 설명대로 경제 회복은 산업별로 고르지 않을 것(uneven)이며 진정한 회복은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실업률은 최소 2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코로나 사태이전(5% 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0년대 불황 당시 경제가 1.4% 위축됐었다. 이후 실업률 정상화에 거의 10년 걸렸다. 2020년 전반기 불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4-6월 GDP가 7% 하락하며 역대 분기별 최악을 기록했다. 9월까지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3,8%다. 회복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OECD는 호주 경제 성장률을 2020년 3.8%, 2021년 3.2%, 2022년 3.1%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올해 6.8%에서 2021년 7.9%로 악화된 후 2022년 7.4%로 예측했다. 호주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실업률이 올해 8%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통계국(ABS)의 공식 실업률인 약 7%는 일자리유지 보조금(JobKeeper wages subsidy)을 받는 150만명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거의 11%가 불완전 고용(underemployed) 상태에 있다. 일을 더 하고 싶지만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란 의미다. 최악의 피크 때보다는 줄었지만 불황 기간 중 여전히 높다. ABS와는 다른 방식으로 집계하는 로이 모건(Roy Morgan) 통계에 따르면 11월 실업 인구가 168만명이며 실업률은 11.9%(-0.9%)다. ABS 실업률과 4% 격차를 보인다. 이 수치 외 128만명(노동력의 9.1% 해당)이 불완전 고용 상태(under-employed)에 있다. 파트타임을 하면서 풀타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이 두 수치를 더하면 296만명(노동력의 21%)이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10월보다 약 18만명 줄었다. 노동 인구 5명 중 1명이 이런 상태에 있는 셈이다. 경제에서 고용이 중요한 이유는 설명이 불필요하다. 일자리가 없으면 지출을 할 수 없고 채무 상환도 당연히 어려워진다. 은행의 코로나 모기지 상환 유예도 곧 종료된다. 홈론과 사업 대출 상환 불능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의 코로나 경기부양안이 종료되는 2021년 전반기가 호주 경제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아이에스 옥스퍼드경제연구소(BIS Oxford Economics)의 사라 헌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GDP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1년 후반경이 되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많은 사업체들이 소비 수요 증가를 확인하기 이전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호주중앙은행의 보조를 받는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의 사업 대출 권유도 침체 상태에 있다. 영국이 미국에 앞서 파이저 백신을 가장 먼저 승인한 것처럼 코로나 백신 공급이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해외 여행 재개, 글로벌 경제 확대 효과로 호주의 경제 회복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이 있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대파국에서 진정한 경제 회복은 결국 일자리 증대를 통한 정상화가 언제쯤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ABS 실업률로는 약 5%, 로이 모건 실업률로는 약 8% 선으로 회복되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이 될 듯하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03/12/2020
시론 - 고직순 전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