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호주 정부의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 이하 FWO)을 통해 필자가 전달 받은 ‘호주 한인 요식업소 감사 결과 보고서’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한호일보 10월 2일자 1면 톱기사 참조)
보고서에는 '한인 요식업 대상 집중 조사(Korean Fast Food, Restaurants & Cafes(FRAC) Proactive Investigation)'라는 제목이 붙었다. 조사 기간은 2019년 8-12월(5개월)이었고 호주 5개 대도시(브리즈번 13개, 시드니 12개, 퍼스 11개, 멜번 10개, 캔버라 5개) 소재 51개 한인 요식업소가 대상이었다. 이 5개 대도시는 한인 요식업소들이 집중된 사실상 호주 전역을 의미한다.
우선적으로 결과 보고서의 위반 내역이 아쉽게도 ‘낙제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51개 업소 중 71%(36개 업소)가 크고작은 근로법규(workplace laws)를 위반했다. 36개의 위반 업체 중 61%가 저임금 지급, 75%는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시간외 수당(penalty rates) 미지급(26%)과 급여 명세서(pay slips) 미지급(22%), 시간별 최저임금(minimum hourly rates) 미지급(17%)이 가장 빈번한 위반 사항이었다.
FWO는 22개 위반 업소로부터 약 16만 달러의 미지급 급여(284명) 전액을 환수했다. 멜번의 1개 업소가 5만7천 달러(11명)로 액수가 가장 컸다.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위반에 대한 34건의 벌금 통지서(벌금 약 4만 달러)와 2건의 경고장이 발부됐다. 또 20건의 규정 준수 통지(compliance notices)가 발급됐다.
두 번째는 FWO가 많은 이민자 그룹 중 호주 전역의 한인 요식업소를 ‘콕 집어’ 5개월동안 집중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호주 요식업계에는 코리안 외 차이니즈, 타이, 인디안, 레바니즈, 터키쉬, 프렌치, 이탈리안, 멕시칸, 아프리칸 등 여러 소수민족그룹의 업소들이 있다.
한인 업소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FWO는 “조사활동의 목적은 종전의 조사를 통해 위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FWO는 한국에서 온 취약계층(청년들, 학생들) 근로자들이 과거 한인 업소에서 급여명세서 미지급부터 저임금까지 노동 착취(exploitation)를 당했다는 신고와 관련된 정보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FWO의 시각에서는 한인 요식업소가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위반 사례가 많아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됐을 것이다.
FWO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반 사례를 공지한다. 연간 수십건 중 한인업소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인 업소들 중 의도적 상습 위법으로 가중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요식업소 중 최다액 벌금 기록(불명예)도 한인 업소(스시체인점)가 세웠다.
FWO는 과거 탈세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 택시, 청소, 청과물판매업, 건설업(타일업 등) 등을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이민자그룹 요식업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업소에서 일을 했던 근로자들로부터 신고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BAS, GST에 이어 STP(싱글터치 페이롤)까지 시행된 요즘, 특히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에서 불법, 편법 고용 행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요식업 경영자들은 사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매출 증대에 대한 고민과는 별도로 고용법규와 세무신고에 대해 철저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 시장엔 예측불허의 불안정 요인까지 생겨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 중 10% 이상이 폐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FWO는 보도자료 말미에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에 명시된 고용주 의무에 대해 ‘몰랐다(a lack of awareness of obligations)’라는 변명은 위법에 대한 적합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위법 행위로 적발된 고용주들이 이런 핑계를 둘러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한 모양이다. 우리 주변에서 ‘몰랐던 법규’를 확실히 알게 되는데 비싼 대가를 치르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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