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과거사 직면해야” 런던 강연 화제
Cleverly hits back at 'woke' Australian minister over UK's colonial past. (클레벌리 장관이 영국의 제국주의 과거와 관련해 ‘진보 성향인’ 호주 장관을 받아쳤다)
지난 2월초 영국을 방문한 페니 웡 외교장관이 킹스 칼리지에서 강연한 내용에 대해 영국 신문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2월 3일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이 웡 장관 앞에 ‘woke(진보 성향인)'란 단어를 붙인 점이 흥미롭다. 요즘 ’woke'는 ‘wake(잠에서 깨어나다)’라는 단어의 과거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종 차별 등의 문제에 의식을 갖고 깨어있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신조어인 'woke culture'에서도 바로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
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woke'를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woke'는 ‘급진 좌빨’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woke'에 반발해 ‘awake, not woke(깨어있되 진보 성향의 이슈엔 반대한다는 의미)라는 문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집회에서 이런 단어를 쓴 푯말이 종종 등장한다. ’awake‘는 오래 전부터 한 개신교 종파가 “깨어있으라,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라는 설교에 등장한 단어로도 잘 알려져있다.
런던 강연에서 웡 장관은 “호주는 인도・태평양의 일부이며 이 지역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선언하고 영국의 식민주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영국과 호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양국이 ‘과거의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 주장한 이유에 대해 그는 “식민주의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호주의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통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우리 역사를 인정하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 우리를 제약하려는 다른 이들의 방식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불편한 과거를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웡 장관은 또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동이 호주와 영국의 현대적 얼굴을 반영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웡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출생해 어렸을 때 호주에 정착했다. 그의 아버지는 말레이시아계 화교이며 어머니는 앵글로계 백인이다.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어머니가 아프리카 시레아리온(흑인) 여성이다.
“영국이 제국 시절의 행동에 대해 충분히 대처했나?”라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클레벌리 장관은 “영국의 흑인 외교장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나의 대답은 예스다.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고 말하고 있다. 영국이 식민지 과거를 직면한 증거(proof Britain has confronted its 'colonial' past)가 바로 나다. 나 외에도 영국 내각에는 아시아계 총리(리시 슈낙)와 아시아계 내무장관(수엘라 브라버만)이 있다. 이는 영국의 큰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물론 역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해야 할 일이다. 영국은 영연방을 통해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로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영국 외교장관으로서 많은 나라를 상대하면서 이 국가들이 우리와 함께 협력하고 싶고 미래 기회에 집중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렸다”라고 말했다.
웡 장관도 식민지 역사를 경험한 나라들은 과거사 집착보다 미래 기회 개척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클레벌리 장관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는 불편한 진실이 많은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인정할 것은 솔직하게, 용감하게 인정한 다음 미래를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 좋은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웡 장관이 런던 강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클레벌리 장관의 답변은 영국의 최초 아프리카계 외교장관으로서 주류 사회(앵글로계)가 듣고 싶어한 모범답안을 술술 풀어 답변한 듯 하다.
반면 웡 장관은 비난을 각오하고 영국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줄 것을 권유한 일종의 ‘쓴소리’였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기사 말미에 “웡 장관이 건방진 연설로 영국에 훈계를 했다는 비난을 호주 일부가 제기됐다”라고 보도했다. ‘일부’는 디 오스트레일리안 등 뉴스 코프, 스카이뉴스 등 보수 미디어를 의미할 것이다.
지난 주 상원에서 사이먼 버밍햄 야당 외교 담당은 웡 장관의 연설을 ‘분열(distraction)’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웡 장관에게 “영국 역사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고 있느냐”라고 따지면서 ‘균형’과 ‘당신이 있는 곳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서 아시아계 장관으로서 현 위치에 오른 것에 대해 주류 사회에 감사하라는 의미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류사회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껄끄러운 지적’을 하고 나서면 ‘분열주의자’인가? 이런 구시대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젖은 호주 자유당 중진 의원을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이민자로서 ‘woke’든 아니면 ‘awake, not woke’든 호주 사회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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