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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의 천국 쿡타운(Cooktown)작은 동산(Grassy Hill)에 올라 바라본 거대한 물줄기(Endeavour River) 아열대 식물로 우거진 케이프 트리블레이션(Cape Tribulation)을 떠나 케언즈(Cairns)로 돌아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지냈던 몸을 쉬면서 다음 목적지를 알아본다. 그런데 희소식이 있다. 이곳에서 쿡타운(Cooktown)까지 도로가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케이프 트리불 레이션에서 쿡 타운까지는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보통 캐러밴을 가지고는 갈 수 없는 험한 비포장도로다. 따라서 포기했었다. 그러나 케언즈에서는 포장된 도로를 타고 갈 수 있는 것이다.  쿡타운을 가보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여행이라 상황에 따라 목적지를 바꿀 수 있어 좋다. 내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4시간 정도 운전해야 한다. 새로 포장한 도로를 달린다. 도로에는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가 대부분이다. 가끔 트럭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승용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쿡타운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관광객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오래 운전했다.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즈음 작은 동네를 만났다. 집 몇 채만 보이는 동네(Lakeland)다. 천천히 운전하며 쉴 곳을 찾는데 술집(pub)이 보인다. 동네와 걸맞지 않은 큼지막한 술집이다. 캐러밴을 끌고 다니는 여행객을 위해 주차장이 넓다. 맥주 한 잔과 스테이크 햄버거를 주문했다. 손님은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푸짐하게 주는 점심을 먹으며 충분히 쉬었다. 갈 길이 멀다. 자동차에 오른다. 얼마 운전하지 않았는데 도로변에 과일 가게가 보인다. 바나나 가격이 싸다. 수박도 팔고 있다. 동네에서 재배한 꿀도 있다. 뜻밖에도 손님을 받는 사람은 동양 여자다. 수박, 바나나 그리고 꿀까지 사들고 차에 오른다. 나중에 바나나는 맛있게 먹었으나 수박은 단맛이 전혀 없다. 오이가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산을 만나 경사진 도로를 올라가는데 도로변에 전망대가 있다. 차를 세운다. 멀리 작은 산들이 줄지어 있다. 발아래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게 자라고 있는 작은 나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는 호주 특유의 못생긴 나무들이다. 옆에는 오토바이 5대가 주차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이색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낚시와 산책하기에 좋은 바닷가 공원쿡타운에 도착했다. 야영장 시설이 좋다. 도로가 포장되어 관광객이 많아지기 때문에 새로 조성한 야영장일 것이다. 짐을 풀고 바닷가에 있는 동네 중심가를 찾아 나선다.동네 주변을 서성이는데 카페 난간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가까이 가보니 엄청나게 큰 물고기(그루퍼: grouper) 세 마리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렇게 큰 물고기를 본 적이 없다. 카페 안내판에는 물고기에게 먹이 주는 시간이 적혀있다. 관광객을 위해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기 때문에 이곳에서 서성이는 물고기들이다.  동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에서는 낚시하는 사람으로 붐빈다. 낚시할 장소도 특별히 만들어 놓았다. 낚시꾼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다. 살아 있는 미끼로 대어를 기다리는 강태공 바로 앞에는 대어 두 마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양동이에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크다.  하루 날을 잡아 낚싯대 들고 바다를 찾았다. 도미가 많이 올라온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편이다. 바늘을 큰 것으로 바꾸고 미끼도 큰 것을 끼어 대어를 기다려 본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제법 큰 물고기가 올라온다. 튜리벨리(trevally)라는 생선이다.  야영장에 돌아와 생선들을 손질한다. 낚시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생선 다듬는 시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서투른 솜씨로 적당히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인다. 싱싱한 생선이어서일까, 음식 솜씨가 없어도 맛이 좋다. 낚시 배를 타고 나가면 큰 생선을 많이 잡을 것이다. 그러나 많이 잡아도 처치 곤란이다.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Isabella Falls)다음날에는 폭포(Isabella falls)를 찾아 나섰다. 폭포까지는 오래 운전해야 한다. 동네를 벗어나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즐기며 운전한다. 폭포에 도착했다. 외진 곳이다. 그러나 캠핑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큼지막한 사륜구동차가 있다.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장소다. 호주 오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의 참맛을 즐기는 캠핑족들이다.호주 오지를 거침없이 달리는 여행객이 주로 사용하는 캐러밴과 자동차폭포는 크지 않다. 그러나 수량이 많은 아름다운 폭포다. 잠시 폭포 아래에 앉아 몸과 마음을 쉰다. 물이 떨어지는 바위 틈바구니에 자리를 잡고 싱그럽게 자라는 식물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다. 생명력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다.작은 동산(Grassy Hill)에 설치된 등대. 쿡타운을 상징하는 등대다. 쿡타운을 찾은 관광객이 빠짐없이 들리는 장소가 있다. 등대가 있는 작은 동산(Grassy Hill)이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관광안내책자에 소개되는 등대가 보인다. 높지 않은 동산이지만 360도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강줄기(Endeavour River)가 바다와 마주치고 있다. 산호섬인 대보초(Great Barrier Reef)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다른 관광객들과 하나가 되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쿡타운에는 배를 타고 일몰을 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전화했더니 오늘은 단체 손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테이블 하나가 비었으니 오라고 한다. 시간에 맞추어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있다. 단체로 이곳저곳 다니며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배는 해안을 따라 운항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한다. 영국 여왕이 오래전 쿡타운에 왔었다고 한다. 여왕이 바다를 구경했다는 해안에는 양탄자 모양과 계단을 시멘트로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호주 사람들의 엘리자베스 여왕 사랑은 대단하다. 여왕이 임명한 총독이 싱장적인 국가 수반 역할을 한다. 그래도 거부감이 없는 나라다.    배를 타고 둘러본 맹그로브 숲으로 둘러싸인 수로배는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한 좁은 수로를 능숙하게 비집고 들어간다. 맹고 나무가 빼곡하다. 큼지막한 게(mud crab)가 많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다. 맹고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바다에서 촛불을 켜놓고 식사를 한다. 구름이 끼어 기대했던 일몰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특이한 저녁 시간을 가졌다.오늘은 지나가는 길에 식품점에 들러보았다. 무엇을 파는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은 식품점이다. 파는 물건도 많지 않다. 원하는 신선한 야채 혹은 과일은 없다. 그런데 뜻밖에 눈에 익은 상표가 보인다. 한글로 불고기 양념이라고 쓰인 병 두 개가 진열대에 놓여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한국 제품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쿡타운의 또 다른 볼거리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쿡타운을 떠나 다시 케인즈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 전망대에 잠깐 주차했다. 까만 돌로 뒤덮인 산이다. 흘러나온 용암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돌덩이가 된 것이다. 집채만큼 큰 돌도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등산로도 없는 황량한 산이다.    시커먼 돌로 뒤덮인 산을 카메라에 담고 차에 오른다. 평소와 다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고속도를 달리는데 바로 앞에서 캥거루가 뛰어든다. 피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정면으로 캥거루를 치었다. 백미러를 보니 도로 한복판에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있다. 죽었을 것이다.호주를 여행하면서 도로에 죽어있는 캥거루를 수없이 보았다. 그러나 캥거루를 내 차에 치어 죽이기는 처음이다. 운전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삶의 죽음을 필요로 한다. ‘먹이사슬’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의미한 질문이다. 인간으로서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좋으나 싫으나 주어진 삶이다. 질문을 바꾸어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지금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삶을 곱씹어 본다.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21/10/2021
  시골 엽서

호주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케인즈(Cairns)라는 큰 도시에서 문명 생활(?)을 만끽하며 지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이 편하다고 계속 있을 수는 없다. 떠날 시간이다. 동해안을 따라 캐러밴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최북단에 있는 케이프 트리뷸레이션(Cape Tribulation)을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핸드폰이 터지지도 않는 열대 우림지역이다.해안에 마련된 전망대, 여행객이 경치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야영장을 예약하려고 이곳저곳에 전화한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끈기 있게 노력한 보람이 있어 야영장 한 곳을 간신히 예약했다. 내가 원하는 장소는 아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그래도 묵을 곳을 찾았으니 다행이다.케인즈와 작별하고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라는 관광지를 지나쳐 계속 운전한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호주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기막히다. 흔히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는 빅토리아주(Victoria State)에 있는 남해 도로(Great Ocean Road)를 꼽는다. 그러나 이곳 풍경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태평양을 곁눈질하며 운전한다.해안선이 아름다워서일까, 도로변에 전망대(Rex Lookout)를 설치해 놓았다. 전망대에 잠시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낸다.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요즈음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조언이 넘쳐난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몸을 맡기고 온몸으로 호흡하는 것 이상 건강에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케이프 트리블레이션(Cape Tribulation)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배.도로는 해안을 벗어나 사탕수수밭이 펼쳐지는 내륙으로 들어간다. 조금 들어가니 자동차가 길게 늘어서 있다. 강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자동차 행렬이다. 강폭이 넓지 않아 다리를 놓아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배를 타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수입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생각보다 많이 기다리지 않고 배에 올랐다. 배는 쇠줄로 묶어서 운행하고 있다. 강을 건너니 도로 풍경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나무가 도로를 뒤덮고 있다. 자동으로 켜지는 전조등은 대낮임에도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할 정도로 해가 들지 않는 밀림이다. 다리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수많은 자동차가 밤낮없이 다니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을 꺼리는 관광지라는 생각이 든다.야영장에 도착했다. 가격은 지금까지 지내온 야영장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시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곳은 세계 문화유산(World Heritage List)에 등재된 국립공원이다. 시설물을 지으려면 제약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숙박 시설도 적을 수밖에 없다. 비좁고 열악한 장소에 캐러밴을 주차했다. 좋으나 싫으나 당분간 지내야 하는 보금자리다.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까, 관광버스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온다. 버스 일정표를 보니 에마겐 계곡(Emmagen Creek)이라는 장소가 있다. 포장된 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장소다. 관광버스가 들린다면 가볼만한 장소일 것이다.사륜구동차를 타고 에마겐 계곡(Emmagen Creek)을 지나는 사람들에마겐 계곡을 찾아 떠난다. 울창한 숲속의 비좁은 도로를 운전하여 숲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캐러밴을 끌고 가지 않기에 운전은 편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영장 크기의 호수가 있다. 울창한 밀림을 지나온 물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다. 수영하기에 좋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던 사람이 악어가 서식하기 때문에 물놀이를 할 수 없다고 귀띔해 준다.잠시 호수에서 머물렀던 물은 도로를 가로지르며 또 다른 밀림 속으로 흘러간다. 도로에는 물이 넘쳐흐르지만, 사륜구동차가 심심치 않게 다닌다. 물을 건너 계속 올라가면 케이프 요크 반도(Cape York Peninsula) 최북단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험한 비포장도로를 운전해야 한다. 튼튼한 사륜구동차에 많은 장비가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태평양 섬나라를 연상시키는 해변.멋진 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여행객이 만들어 놓은 작품(?)오늘은 바다를 찾았다. 모래가 유난히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다. 야자수가 줄지어 있고 코코넛 열매가 백사장에 뒹굴고 있다. 사진으로 보았던 태평양에 있는 외진 섬, 관광지 모습이다. 고운 모래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백사장을 걷는다. 구석진 곳에는 호주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맹그로브(mangrove) 나무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걷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해도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없다. 악어 때문일 것이다.이곳은 열대 우림 지역이다. 따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니다가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Dubuji Boardwalk)를 발견했다. 나무가 울창한 밀림 안으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동식물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산책로는 지면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이곳에 온 이후 계속 비가 내린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산책로를 걷는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러나 굵은 빗줄기도 무성한 나뭇잎을 맞고 떨어지기에 생각보다 걸을 만하다. 우산으로 비를 막으며 울창한 숲길을 발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걷는다. 비가 와서일까, 풀 내음이 진동한다. 분위기도 좋다.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았다. 제법 큰 야외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수영할 수 있는 계곡이 있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그런데 옆에 써놓은 문구가 익살맞다. 악어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는 있으나 계곡에는 악어가 없다는 문구다. 악어 햄버거? 귀가 솔깃하지만 먹을 자신이 없다. 소고기 햄버거를 주문한다.  악어가 없다는 계곡에 들어서니 작은 호수가 있다. 물이 조금 차다. 그러나 일찌감치 온 젊은 남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난 3일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수영장이 아니라 목욕탕을 찾아온 젊은이들이다. 차에서 숙박하며, 무료 야영장에서 지내는 젊은이들은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내기 일쑤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소리가 점점 더 요란해진다. 문을 열어보니 벗어놓은 신발은 물속에 잠겨있다. 의자와 탁자도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심한 빗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낸다. 특별한 관광지에서 겪는 특별한 경험이다. 오늘 밤에 겪은 힘들었던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는 지낼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계속하라고 하면 진저리를 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대충 정리하고 근처에 있는 전망대를 찾았다. 심한 경사를 운전해 전망대 가까이 도착하니 핸드폰이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카톡 소리와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다. 지대가 높아 전화 통화가 되는 것이다. 반갑다. 외부와 단절되어 무척 갑갑했었다.호주 동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 이곳에서도 예외 없이 볼 수 있다.핸드폰이 없어도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핸드폰과 한시도 떨어져 살 수 없다.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본다. 편안한 삶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든다고 역설하던 철학자가 생각난다. 가끔은 익숙함과 편함을 떠나서 지내는 삶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행자들이 찾아 떠나는 고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07/10/2021
  시골 엽서

호주 캐러밴 여행기 - 동부 최북단 관광도시  케언즈(Cairns)크리스털 캐스케이드(Crystal Cascade)라는 이름답게 수정 같은 물이 폭포가 되어 곳곳에서 떨어진다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갈 계획이다. 다음 목적지는 동해안 북단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 15만명이 넘는 관광도시 케언즈(Cairns)다. 야영장 서너 곳에 전화했으나 빈자리가 없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야영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Barron Gorge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야영장이다.일찌감치 야영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3명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야영장은 규모가 크다. 그러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캐러밴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수입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는 나를 본다.  산을 넘는 도로에서 바라본 케언즈 시내 전경호젓하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야영장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깊은 계곡을 타고 흘러온 물이 잠시 쉬어가는 넓은 호수가 있다. 산골짜기를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를 즐길 수 있도록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전망대에 들어서니 한가하게 호수를 즐기는 오리 떼가 눈에 들어온다. 몸과 마음을 쉬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다음날 케언즈 중심가에 있는 해변을 찾았다. 긴 산책로가 조성된 해변이다. 썰물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갯벌에는 철새가 많이 오는 모양이다. 안내판에는 철새 사진과 함께 이런저런 설명이 붙어 있다.해변이지만 수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갯벌이기도 하지만 악어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해변에 규모가 큰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관광포스터에서 본 기억이 있는 수영장이다. 해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모래도 깔아 놓았다. 근처에는 태양욕을 하는 젊은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시내 중심가에 있는 항구,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걸으니 항구가 나온다. 많은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다. 유난히 큰 유람선이 시선을 끈다. 선미에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영국에서 지구 반 바퀴를 항해한 유람선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뜨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에게 케언즈를 관광시켜주는 헬리콥터다.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야영장에서 많은 여행객과 함께 또 다른 아침을 맞는다. 하루를 준비하며 지나치는 사람들과 ‘굿모닝’ 인사하기에 바쁘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야영장이 들어서 있는 국립공원을 둘러보려고 자동차에 앉았다.산으로 들어간다. 올라가는 도로 왼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있다. 고무보트를 타고 빠른 물살을 즐기는 래프팅 스포츠를 제공하는 관광버스가 보인다. 계곡 아래에서는 아찔한 순간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젊었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운전해 올라가니 도로가 끝나고 다리가 나온다. 산속에 있는 수력 발전소에 도착한 것이다. 안내판을 읽어 본다. 발전소는 1963년부터 가동했다고 한다. 일 년에 3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발전하는 수력발전소다.  발전소로 향하는 다리를 걷는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다. 계곡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Surprise Creek Waterfalls)가 시선을 잡는다. 다리 아래로 시원스럽게 흐르는 빠른 물살을 보는 재미도 있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에게 퇴근하던 직원이 다가온다. 나의 모습을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공기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웃음을 짓는다. 부인이 일본 사람이라며 동양인에 대한 친근감도 표시한다.근처에 있는 또 다른 관광지 크리스털 캐스케이드(Crystal Cascade)도 찾아가 본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를 지나쳐 산으로 향한다. 강기슭에 자리 잡은 그림 같은 농장도 지나친다.목적지에 도착했다. 돌로 만든 작은 담장에 ‘Crystal Cascade’라는 이름을 멋지게 새겨놓은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로에 들어선다. 고목들이 산책로를 뒤덮고 있다. 오른편으로 크리스털 캐스케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정 같은 물이 작은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곳을 자주 볼 수 있다. 폭포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강원도 산골에 숨어있는 깊은 계곡에 온 기분이다.산책로를 끝까지 걸으니 제법 높은 폭포가 있다. 사람들은 폭포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오래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계곡에는 많은 양의 물이 흐른다. 장마라도 진다면 더 멋진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아름다운 호수(Copperlode Falls Dam and Lake Morris Reserve)가 있는 관광지. 댐이 있는 곳은 주로 광활하지만, 이곳에 있는 댐은 숲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아름답다.케인즈는 관광도시다. 따라서 소개하는 관광지가 많다. 그러나 모든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은 무리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관광지, 호수와 댐(Copperlode Falls Dam and Lake Morris Reserve)이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큰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그러나 산을 타고 올라가는 도로에서 만나는 풍경이 혼자 보기에 아쉽다.생각보다 오랜 시간 산길을 돌고 돌아 호수에 도착했다.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펼쳐진다. 흔히 댐이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황량한 호수가 아니다. 푸른 숲속에 숨어 초목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호수가 인상적이다. 호수가 보이는 곳에 마련된 놀이터에서는 서너 명의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다. 의자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엄마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케언즈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면 사람들은 쿠란다(Kuranda)를 이야기한다. 쿠란다를 찾아 나선다. 산을 넘어야 하는 길이다. 커브가 심하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운전한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는데 분수가 솟아오르는 정원이 보인다. 레인포레스테이션(RainForeStation Nature Park)이라는 공원이다.공원에 들어서니 수륙양육 자동차를 타고 열대우림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자동차에 오르니 한국어로 된 안내서를 건네준다. 한국 사람도 많이 찾기에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안내서에는 공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식물들을 한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색하지 않게 잘 번역하였다.관광객이 빠짐없이 찾는 케언즈의 유명한 폭포(Barron Falls) 육중한 자동차가 험한 비포장도로에 들어선다. 큼지막한 바퀴 6개가 있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쓰던 자동차라고 한다. 험한 도로는 물론 해상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오래된 수륙양용차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진흙 길로 다니던 육중한 자동차가 신기하게도 물 위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만든 병기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많은 물품이 전쟁의 산물이라는 슬픈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쿠룬다의 대표적인 관광지, 폭포(Barron Falls)에 도착했다. 오래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물의 양은 많지 않다. 그러나 높이가 125m라는 웅장한 폭포는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있다면 폭포 주위에 있는 모든 산책로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 경관이 마음에 든다. 전망대 아래에는 관광객을 태운 기차가 손님을 내려놓고 있다. 켄언즈의 대표적인 관광객만을 위한 기차다.      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다는 수륙양용차로 우림지대를 소개하고 있다. 수력발전소로 들어가는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한국 음식을 오랫동안 먹지 못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 이름이 코리아 식당이다. 그러나 철자는 ‘Corea’라고 쓰고 있다. 일본이 강제로 철자를 바꾸기 전, 사용했다는 ‘C’로 시작하는 코리아다. 먼 이국, 외딴 도시에서 살면서도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인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시내를 걷는데 박물관이 보인다. 작은 박물관이다. 전시관에는 원주민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국 도큐먼트를 상영하고 있다. 설명서를 보니 ‘만신’이라는 도큐먼트다. 영어로는 ‘Ten thousand spirits’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박찬경이라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다.영화를 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여인들의 이야기다. 한을 풀어내는 무녀의 몸짓이 낯설지 않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문득 나에게도 신(Spirit)이 함께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신의 음성을 듣는 나만의 시간을 가끔은 가져야겠다. 영적인 존재로서 부끄럼 없게...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23/09/2021
  시골 엽서

작은 바닷가 마을 카드웰(Cardwell)도 개발의 붐이 일고 있다. 해변에 새로 조성된 주택단지.대도시와 다름없는 타운즈빌(Townsville)에서 문명 생활(?)을 끝내고 작은 해안 동네 카드웰(Cardwell)로 향한다. 세시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는 동네다. 두어군데 쉬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며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뒤로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아담한 동네다. 야영장에 도착했다. 오래된 야영장이다. 주위가 어수선하고 시설도 오래되었다. 캐러밴을 주차하는 공간이 좁다. 나와 같은 초보자는 혼자서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힘겹게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이 다가와서 도움을 준다. 나이가 지긋이 든 할아버지다. 캐러밴을 주차한 경험이 많은 사람임이 틀림없다. 운전대 돌리는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덕분에 가까스로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를 도와주었던 할아버지와 잠시 인사를 나눈다. 빅토리아주(Victoria)에서 왔다고 한다. 매년 따뜻한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후 돌아간다고 한다. 집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3,000km 정도 되는데 일주일 정도 운전해서 온다고 한다. 추운 지방에 사는 은퇴자의 전형적인 삶이다.  캐러밴 정리를 끝냈다. 바람도 쐴 겸 야영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야영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자동차 번호판을 보니 유난히 빅토리아주에서 온 사람이 많다. 남호주(South Australia) 번호판도 보인다. 겨울에 추운 남쪽 지방을 피해 따뜻한 북쪽에서 지내는 철새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야영장에 설치된 부엌을 지나치는데 테이블에 열댓 명이 술잔을 앞에 놓고 떠들썩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조금 전 인사를 나누었던 할아버지도 있다. 나를 보더니,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얼떨결에 낯선 그룹에 끼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이곳에 모여 함께 지낸다고 한다. 사는 곳은 제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추운 남쪽 지방에서 왔다는 점이다. 이곳 야영장에서 몇 번 만나면서 모임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여행자끼리는 쉽게 친숙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무료 야영장이 있고 수영할 수 있는 계곡이 있는 곳에 있는 폭포(Murray Falls)다음 날 아침 폭포 구경을 하러 나섰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까운 곳에 있는 폭포(Murray Falls)다. 폭포를 찾아가는 도로 주변은 사탕 수수밭으로 넘쳐난다. 퀸즐랜드에 들어선 이후 사탕수수밭이 계속되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호주 설탕의 대부분은 퀸즐랜드에서 생산하는 것 같다.  퀸즐랜드에서는 사탕수수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폭포 근처에는 야영장이 있다. 대여섯 대의 캐러밴과 텐트가 보인다. 샤워 시설을 갖춘 지방 정부(Council)에서 운영하는 캠프장이다. 유료 야영장과 비교해 불편한 점이 있다면 전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지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포까지 가는 산책로는 잘 조성해 놓았다. 전망대에 도착해 폭포를 사진에 담는다. 물줄기가 높지는 않지만, 수량이 많고 주위와 잘 어울리는 폭포다. 바위로 둘러싸인 곳으로 떨어지는 많은 양의 물줄기가 위험해서인지 출입은 금지하고 있다. 이곳에 야영장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아쉽다. 미리 알았다면 이곳에서 폭포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경험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전망대를 벗어나 수영할 수 있다는 팻말을 따라 강을 내려가 본다. 수영장 사인을 보고 들어가려는데 여자 두 명이 상의를 벗은 채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공공장소이지만 둘만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다. 눈인사만 나누고 방해가 되지 않는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수영을 잘한다면 물에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수심이 일정하지 않은 흐르는 물이다. 수영할 자신이 없다. 허리까지만 들어가 몸을 적시며 더위를 식힌다.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선착장. 강태공들이 몰리는 장소다. 오후에는 바다로 길게 뻗은 선착장을 찾았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선착장이다. 선착장을 걸어본다. 낚시를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바닥에는 생선 비늘이 널려있다. 비늘이 무척 크다. 큰 생선을 잡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낚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저녁 혹은 아침 일찍 오면 강태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 산책로를 걸어본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6km 이상 되는 긴 산책로다. 이른 아침이지만 산책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듯이 열심히 걷는 사람 그리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다정히 걷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마시며 많이 걸었다. 몸이 상쾌하다.   이곳에는 또 다른 폭포(Attie Creek Falls)를 비롯해 관광객을 유혹하는 관광지가 서너 개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예상했던 대로 험하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 중턱으로 올라간다. 흙먼지를 날리며 운전하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망대까지는 650m를 걸어야 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경사가 심한 산길이다. 크게 호흡을 한 후 전망대를 향해 천천히 걷는다. 가는 길은 잘 정돈되어 있는 편이다. 큼지막한 돌덩이로 계단도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담한 마을 카드웰전망대에서 바라본 힌친부룩 섬(Hinchinbrook Island)전망대에 도착했다. 힌친부룩 섬(Hinchinbrook Island)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산호로 이루어진 대보초 해상공원(Great Barrier Reef Marine Park)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로 가본다. 아담한 동네와 아침에 걸었던 산책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끝없이 펼쳐진 해안 풍경도 혼자 보기에 아쉬울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한다. 전망대를 내려와 폭포를 찾아 나선다. 이곳도 주차장에서 폭포까지는 많이 걸어야 한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산길을 올라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가 높지는 않다. 수량도 많지 않다. 그러나 폭포 아래 큰 웅덩이가 있다. 떨어지는 물줄기와 함께 수영하며 지내기에 좋은 곳이다. 젊은 남녀가 바위에 앉아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간식을 먹고 있다. 수영복 차림이다. 물놀이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신선놀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폭포에서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이 많은 부부가 강아지를 데리고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폭포가 볼만하냐고 묻는다. 폭포가 좋긴 하지만 산책로가 험하다고 대답했다. 힘에 부쳐서일까, 걷기를 포기하고 자동차에 다시 오른다. 구경도 젊어서 해야 한다. 여행하면서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다.  물 색깔이 유별난 스파 풀(Spa Pool),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물 색깔이 유별난 스파 풀(Spa Pool),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지막 목적지 스파 풀(Spa Pool)을 찾았다.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장소 이어서일까, 젊은이들이 많다. 호주 오지에서만 볼 수 있는 흙먼지가 자동차 전체를 덮은 자동차도 있다. 스파 풀은 비취색을 띠고 있다. 안내판에는 비취색을 띠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게으름 탓일까, 전문 용어를 읽어가며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 색깔이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만져보니 따뜻하지가 않다. 스파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따뜻한 온천물로 생각했는데, 실망이다.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을까, 물을 만져 보는 나에게 손짓하는 사람이 있다. 물이 차지 않고 수영하기 좋다며 들어올 것을 권한다.  많이 걸었다. 덥기도 하다. 물에 들어간다. 온몸을 물에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푼다. 한 아가씨는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티셔츠만 입고 들어와 가슴이 훤히 보인다. 보기에 조금 쑥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나에게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을 걸어온다.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모습이다.   다시 왔던 도로를 따라 야영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같은 산길을 오르고 내려오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나 같은 길이지만 내려가면서 올라올 때 만나지 못했던 풍경과 마주치곤 했다. 어느 시인의 읊조림처럼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갈 때 보기도 했다.  삶은 되돌아가는 길이 없다. 앞으로만 가야 한다. 지나친 것은 다시 보듬을 수가 없다. 삶을 천천히 걸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앞만 보며 열심히 걷지 말고, 가끔은 뒤돌아보기도 하면서, 지나치고 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삶을…

  09/09/2021
  시골 엽서

카슬힐(Castle Hill) 정상에서 바라본 타운즈빌 시내 전경 유명한 원주민 육상 선수, 캐시 프리먼(Catherine Freeman)이 태어난 도시 맥카이(Mackay)를 떠나 동해안의 도시 타운즈빌(Townsville)로 향한다. 타운즈빌은 인구가 20만명 가까이 되는 큰 도시다.북쪽으로 많이 올라왔다. 겨울이 없는 아열대 지방이다. 그래서일까, 차창 밖으로는 더운 지방에서 경작하는 사탕수수밭이 계속 펼쳐진다. 호주 주요 농산품 10대 품목에 사탕수수가 들어간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있다. 설탕 수출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퀸즐랜드주(Queensland) 오지를 여행하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탕수수밭을 한참 달려 보웬(Bowen)이라는 도시를 지나친다. 이곳에는 사탕수수밭이 아닌 채소를 심은 밭이 펼쳐진다. 무슨 농작물인지 모르겠으나 넓은 밭이 펼쳐진 풍경을 호주에서 오랜만에 본다. 호주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남쪽에 있는 섬 타즈매니아(Tasmania)에서 본 이후 처음이다.보웬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달린다. 이곳에도 도로 공사하는 구간이 많다. 따라서 생각보다 운전 시간이 길어진다. 점심시간이다. 자그마한 동네를 지나치는데 도로 주변 넓은 주차장에 캐러밴이 제법 많이 주차해 있다. 캐러밴을 주차하고 다른 여행객 틈에 끼어든다. 들어가 보니 관광안내소와 식당이 있다. 점심 먹을 곳을 찾던 중이었다. 반가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식당이 제법 크다. 위트선데이 골드(Whitsunday Gold)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흔히 보는 식당과 사뭇 다르다. 식당 입구에 있는 우리 안에서는 돼지를 비롯해 작은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 처음 보는 것도 있다.고속도로 주변에서 우연히 만난 식당에 있는 앵무새. 새장이 열려 있지만 날아가지 않는다.식당 안에는 새장이 곳곳에 매달려 있다. 앵무새는 알겠다. 그러나 나머지는 모르는 새들이다. 수많은 새장 안에서 화려한 새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큰 앵무새는 열려있는 새장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놀고 있다. 아이들은 새 구경에 정신이 없다. 운이 좋게 생각지도 않은 특이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분위기 탓일까,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고속도로를 계속 타고 올라가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야영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타운즈빌 관광 상품으로 유명한 악어 농장을 소개하며 할인 구매권을 준다. 알고 보니 야영장 바로 길 건너에 악어 농장이 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악어 농장에는 관심이 없다. 먹이를 가지고 악어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야영장은 타운즈빌 중심가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다음 날 아침 시내 관광을 떠난다. 관광 명소를 알아보니 카슬힐(Castle Hill)이라는 산이 있다. 시드니에서 살 때 바로 이웃해 있던 동네와 이름이 같다. 일단 높은 곳에서 시내 전체를 볼 생각으로 카스힐을 찾아 나선다. 타운즈빌 시내를 거쳐 산에 오른다. 시내는 생각보다 한가하다. 카슬힐에 오르니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 주차장이 많이 비어 있다.정상에 마련된 산책로; 높은 곳이라 송신탑이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는 관광객이 여러 방면에서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정상에 마련된 산책로를 걷는다. 멀리 바다와 산이 보이고 발아래에는 도시가 펼쳐진다.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걷는다. 높은 곳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카메라에 담는다.정상에는 군대에서 구축한 벙커도 있다.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벙커다. 일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2차 대전 당시 지었을 것이다.특이하게 빨간 물을 내뿜고 있는 분수대.인터넷에서 관광지를 검색하면 지금 찾은 카슬힐과 함께 스트랜드(Strand)라는 지명이 나온다. 산에서 내려와 해변에 있는 스트랜드를 찾아 나선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스트랜드 거리에 도착했다. 분수대가 시선을 끈다. 흔히 볼 수 있는 분수대이다. 그러나 물 색깔이 빨갛다.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물 색깔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은 보이지 않는다.스트랜드 거리에 마련되어 있는 물놀이 공원해안을 끼고 걸을 수 있는 긴 산책로를 스트랜드라고 부르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지나칠 수 없는 멋진 산책로다. 산책로를 걷는다. 걷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는 젊은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놀이터에 도착했다.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몇몇 아이들이 물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기고 있다.선착장과 나란히 하고 있는 동상.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하며 해변을 걷는다. 선착장을 만났다.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선착장이다. 선착장 옆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케 하는 동상이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애절함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멀리서 오는 사람을 반기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펴고 볼 수 있는 동상이다.많이 걸었다.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저녁 준비하기가 싫다. 가는 길에 식당을 찾아 쇼핑센터에 들렸다. 퇴근 시간에 장을 보러 온 사람으로 붐빈다.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군인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점이다. 호주에 살면서는 한국처럼 군인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길거리에서도 군인이 자주 보인다. 군용기도 심심치 않게 하늘을 나르고 있는 도시다. 타운즈빌에 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 파견한 호주 군인 대부분이 타운즈빌에서 차출되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늪지대에는 새를 방해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어 놓았다.다음 날에는 또 다른 관광지 늪지대를 찾았다. 해변에 가까운 곳에 있다. 쉽게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비포장도로를 따라 많이 들어간다. 중간에 너른 늪지대를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되돌아오면서 볼 생각으로 도로 끝까지 운전했다. 도로 끝에서 만난 안내판에는 늪지대를 돌아볼 수 있는 서너 개의 산책로가 표시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짧은 코스를 택해 걸어본다.산책로를 조금 들어가니 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해놓은 전망대가 있다. 넓은 호수가 있는 곳이다. 가림막에 들어가니 군대 벙커에 있는 기분이다. 가림막에서 새를 기다려본다. 그러나 서너 마리의 새만 한가하게 오가고 있다. 생각만큼 많은 새가 보이지 않는다.산책을 끝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가는 길에 전망대에서 잠시 주차하고 너른 늪지대를 사진에 담는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늪지대다. 그러나 야생동물에게는 천국과 같을 것이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경치 좋은 바다와 가까운 곳임에도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사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다른 생명체도 지구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늪지대를 보고 있으니 지구가 병들어 간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장마와 산불 소식도 자주 듣는다.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캐러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여행도 지구 온난화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겠다. 쓰레기라도 가능하면 줄이며 여행하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줄인 쓰레기의 양은 보잘것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줄인 쓰레기만큼 지구는 편안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26/08/2021
  시골 엽서

캐시 프리맨의 고향.. 이름 딴 산책로도 있어 동이 트기 전에 대어를 꿈꾸며 바다로 나서는 강태공들. 예푼(Yeppoon)에서 맥카이(Mackay)까지 가는 길은 삭막한 편이다. 차창밖으로는 허허벌판과 사탕수수밭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마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산들이 그나마 볼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지루한 길이 계속되어서일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문구가 도로에 있다. 흔히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졸음운전 혹은 과속을 경고하는 문구가 아니다. 백사장에 이름 모를 삶이 만들어 놓은 무늬. 원주민들의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      처음에 보이는 문구는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 질문이다. “아빠 얼마나 더 가야 해?”라는 질문을 도로변에 설치해 놓았다. 얼마 정도 달리니 다른 문구가 나온다. 이번에는 엄마에게 하는 질문이다. “엄마 얼마나 더 가야 해?” 아빠가 운전하느라 대답하지 않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잠시 5분 정도 더 달리니 엄마의 대답이 나온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에서 흔히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도로에 적어 놓았다. 웃음을 머금게 한다.    동네가 자주 나오지 않는 지루한 도로를 달린 끝에 맥카이 야영장에 도착했다. 이번 야영장은 해변과 붙어 있다. 해변 가까운 자리를 달라고 하니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한다. 돈을 조금 더 주고 바다를 볼 수 있는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지루한 운전으로 피곤해진 몸을 달랜다.아침마다 야영장에서 바라보는 일출 바다 앞에서 지내다 보니 아침마다 일출을 본다. 아침마다 보는 일출이지만 똑같은 일출은 반복되지 않는다. 항상 다르게 다가오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침 일찍 해변을 걷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걷기도 한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지내는 삶을 경험한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행이란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야영장에서 만난 흔히 보기 어려운 카카투(Cockatoo) 오늘도 바다를 보며 야영장에 앉아 있는데 시끄러운 새소리가 난다.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앵무새의 일종인 커카투(Cockatoo)다. 서너 마리의 덩치가 큰 까만 커카투가 나무와 아스팔트 위를 오가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얀 새는 자주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까만 커카투는 이곳에서 처음 본다. 처음 보는 것에는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카메라에 담는다. 여느 호주 동물처럼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식물원에 있는 넓은 호수, 늪지대를 연상시킨다. 오늘은 평소에 좋아하는 식물원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으로 붐빈다. 식물원 입구 잔디밭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있다. 담소를 나누기도 하면서 인사를 주고받는다. 행사가 막 끝난 분위기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어섰다. 그러나 오늘 단체 손님 주문 때문에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하며 양해를 구한다. 시야가 트이고 분위기 있는 식물원이라 행사하기에 안성맞춤일 것이다. 식사를 포기하고 잠시 식물원을 돌아본다. 여느 식물원과 다름없이 꽃과 나무 그리고 분수가 솟아오르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다른 식물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넓은 호수다. 식물원도 넓다. 걸어서는 다 둘러볼 수가 없을 정도다. 호수가 보이는 잔디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보인다. 동양 여자가 어린아이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너른 식물원을 달리는 가족도 있다. 한가한 주말을 보내는 호주의 전형적인 삶을 만난다.  나도 경치 좋은 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주위와 하나가 되어 본다. 인공적인 것이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식물원이다. 꽃과 식물 그리고 넓은 호수, 이러한 곳에서 지내는 삶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만들어 놓은 쉼터. 다음날 아침에는 맥카이 시내를 찾았다. 제일 먼저 동네 정보를 제공해 주는 관광안내소(Tourist Information Centre)를 찾아 가보았다. 찾아간 관광 안내소는 도시에 비해 규모가 무척 작았다. 자그마한 창구에 직원이 앉아 있고 창구 앞에 관광 안내 팸플릿이 진열되어 있을 뿐이다. 인터넷이 있어 관광안내소를 없애야 한다는 정치인의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완공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설 좋은 수영장.관광안내소는 수영장 입구에 있다. 수영장에 들어가 본다. 입장료는 없다.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아직 물놀이하는 사람은 없다. 잔디에 앉아 책읽는 여자 한 명이 수영장 손님의 전부다. 그러나 직원 서너 명은 수영장 근처를 서성이며 근무하고 있다. 수영장 규모가 크다. 어린이를 위한 수영장, 성인을 위한 수영장 그리고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뛰어놀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되어 있다. 직원 월급을 비롯해 유지비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을 위해 사용하는 돈을 낭비라고 다그치는 시민은 호주에서 보기 어렵다. 수영장 옆으로는 긴 강(Pioneer River)이 흐르고 있다. 거대한 강줄기를 따라 산책로가 멋있게 조성되어 있다. 걷는 것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산책로를 걸어본다.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난간이나 의자에서 새것 냄새가 난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 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산책로 옆으로는 아담한 아파트 서너 동이 줄지어 있다. 강물이 발아래에서 흐르고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있는 주거지다. 아침마다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다. 맥카이에 정착한다면 이곳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강을 따라 계속 걸으니 산책로는 강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끝없이 계속되는 산책로다. 시간이 많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숲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로를 계속 걸어 들어간다. 한적하다. 땀을 흘리며 뛰어가는 젊은이 한 사람을 본 것이 전부다.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에는 캐시 프리맨 산책로 (Catherine Freeman Walk)라고 쓰여 있다.캐시 프리맨이라고 하면 호주에서 영웅시되는 원주민 달리기 선수다.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에서 원주민을 위한 기숙사에 자원 봉사자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대다수 원주민 아이들은 럭비 선수가 되거나 프리맨처럼 달리기 선수가 되는 것을 장래 희망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유명한 원주민 럭비 선수와 캐시 프리맨의 영향 때문이었다. 캐시 프리맨이 호주 국민에게 각인된 정점은 시드니에서 열린 2,000년 올림픽이라고 생각된다. 전 세계에 중계되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4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호주 사람들은 원주민 캐시에 열광했었다. 혹시 맥카이 동네와 관계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캐시가 태어난 곳이 맥카이다. 캐시의 이름을 딴 산책로를 만든 이유를 알 것 같다.  문득 시드니 2000년 올림픽이 생각난다. 남한과 북한이 아리랑 주악에 맞춰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입장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북한이 하나 되어 입장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여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금강산 구경도 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오늘의 한국을 생각한다.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의 경제적 발전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대립관계가 계속되는 한 한국의 발전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순간의 오판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북한과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자비’라는 단어도 떠오른다. 한반도에 사랑과 자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12/08/2021
  시골 엽서

예푼 항구와 마운티 아처   예푼 항구에 있는 돌산, 많은 낙석이 뒹굴고 있다. 흔히 보기 어려운 일몰과 달맞이 구경을 했던 허비 베이(Hervey Bay)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예푼(Yeppoon)이다. 허비 베이에서 450km 정도 떨어진 먼 거리다. 예전과 다름없이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따뜻한 북쪽으로 달린다. ‘따뜻한 북쪽'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북쪽은 춥고 남쪽은 따뜻하다’는 고정관념이 호주에 살면서도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지방 고속도로에는 트럭이 많이 다닌다.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트럭들이다. 육중한 트럭과 왕복 2차선에서 마주칠 때에는 신경이 쓰인다. 트럭에서 작은 돌덩이가 가끔 날아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트럭이 지나가면서 제법 큰 소리가 자동차에서 난다. 자세히 보니 앞유리창이 조금 파여 있다. 작은 돌덩이가 튀었을 것이다. 장거리 여행 중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각오를 하긴 했지만, 너무 일찍 피해를 보았다. 가는 길에는 도로공사도 많이 한다.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쪽으로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자동차에서 가리키는 온도계는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더위다.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 제법 큰 도시 록햄턴(Rockhampton)에 들어선다. 도시에 커다란 동상이 버티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을 기념하는 동상이 아니다. 멋진 뿔을 자랑하는 늠름한 소를 동상으로 만들어 관광객에게 자랑하고 있다. 동상이 있는 네거리에서 목적지를 향해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소 동상이 보인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도 소 동상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록햄턴에서는 목축업으로 유명한 동네임을 소를 동상으로 만들어 알리고 있다.  야영장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가깝다. 동네 중심가에서 떨어진 한가롭고 시설 좋은 야영장이다. 넓은 야영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캐러밴으로 붐빈다. 많은 시간 운전했다. 조금 지친다. 샤워를 끝내고 포도주를 한 잔 마신다. 적당한 피로감이 온몸에 퍼진다. 오늘 밤은 잠에 푹 빠질 것이다.동네 공원에서 바라본 예푼 전경  게으름 피우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예푼이라는 동네를 구경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늦은 아침에 동네 중심가로 향한다. 예푼 중심가로 향하는 해안 도로는 무척 아름답다.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동네 중심가는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식당과 선물 가게로 넘쳐난다. 관광객이 많은 중심가를 벗어나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동네를 자동차로 올라가 본다. 가파른 도로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 앞마당 정원을 정리하던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어 보인다. 경치가 좋은 곳에 살아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할아버지도 이곳을 좋아한다면 나의 말에 동감을 표시한다. 경치 좋은 집에서 정원을 가꾸면 보내는 노년의 삶이다.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조금 내려오니 공원이 있다. 차를 세웠다. 바다와 동네 중심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 뒤로는 규모가 큰 리조트가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는 증거다.  예푼 구경을 끝내고 아름다운 해안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얼마 가지 않아 전망대가 있다는 화살표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멋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 멀리 보이는 항구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그림같이 떠 있다. 카메라를 꺼낼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전쟁에서 침몰한 배의 잔해를 보여주는 조형물  전망대는 재향 군인을 기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침몰한 군함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호주 사람의 군인 사랑을 다시 한번 예푼에서 확인한다.    바위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항구에도 들렸다. 여느 항구와 다름없이 크고 작은 배가 많이 정박해 있다. 선착장에서는 원주민 몇 명이 낚시하고 있다. 제법 큰 도미가 잡혀 올라오는 것을 보아 낚시터로도 손색이 없는 항구다.  선착장에서 열심히 도미를 낚고 있는 호주 원주민들 항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으로 가본다. 가파른 절벽에는 금방 떨어질 것 같은 크고 작은 돌덩이가 붙어 있다. 옆에는 돌덩이가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다. 중국 사람을 위해 한자로도 쓰인 경고판이다. 중국 사람이 예푼까지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지마다 중국 사람으로 붐볐다. 그러나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관광객 보기가 힘들다.  해가 질 무렵 산책 겸 야영장 앞에 있는 바다에 가본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지만, 산책을 즐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갯벌도 아닌 어중간한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다. 걷기에 부담 없는 해변이다. 경사가 완만하다. 따라서 지금은 썰물이라 바다에 발을 담그려면 한참 걸어야 한다.  돌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항구 천천히 해변을 걷는데 멀리서 자동차 한 대가 해변으로 들어온다. 자동차에서 내린 부부가 아이와 함께 작은 그물로 고기를 잡는다. 그물을 올릴 때마다 작은 물고기 서너 마리가 팔딱거린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바닷가에서 고기 잡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을 생각나게 하는 풍경이다.    이번 여행에는 골프채를 가지고 왔다. 골프채는 짐이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러나 캐러밴을 가지고 다니는 여행이라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예전에는 텐트와 먹을 것 그리고 식사 도구까지 자동차에 싣고 다녔기에 골프채를 가지고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랜만에 골프장을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조금 외진 곳에 개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다. 동네 구경도 할 겸 조금 떨어진 골프장으로 향한다. 사거리를 만나니 리조트와 골프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다. 리조트만을 위한 도로에 접어든다. 자동차 하나 보이지 않는 한가한 도로다.  규모가 큰 리조트에 있는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리조트는 문을 닫았다. 골프장도 두 개 있으나 하나만 운영한다고 한다. 골프 치는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일류 골프장이다. 골프장 관리도 잘 되어 있다. 한가한 골프장에서 반나절을 보낸다. 일본 사람이 주인이라고 한다.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야심차게 조성한 리조트와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마지막 날에는 예푼에서 조금 떨어진 그러나 관광 명소로 나와 있는 아처 산(Mount Archer)을 찾았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그러나 푸른 하늘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산을 찾아 나섰다. 산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올라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진다. 후회가 들기는 했으나 너무 늦었다. 정상까지 올라간다.   정상에 오르니 원주민 그룹이 있다. 그러나 비 때문인지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주위만 서성거리고 있다. 우산 하나 들고 차에서 내려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다. 뒤에서는 젊은 남녀가 우산 하나에 의지해 걷고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원주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려고 했으나 비 때문에 포기한 것 같다.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 도착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름에 가려 경치가 보이지 않는다. 실망이다. 단지 산책로 걷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선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리지 않고 잠시 비 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돌아간다. 구름 때문에 경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다.관광 안내판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니 조금 전에 걸었던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경치가 멋지다. 안내판에 있는 사진을 내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은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 풍경, 그러나 구름 아래의 모습은 포스터 사진과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의지해 많은 것을 재단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삶이 좀 더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29/07/2021
  시골 엽서

허비베이(Hervey Bay) 공원에서 달이 뜨고 해가 지는 모습을 동시에 보다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은 야영장 앞에 있는 해안.  인심좋은 시골 장 구경많은 관광객으로 활기 넘치는 누사 헤드(Noosa Heads)를 떠난다. 야영장에서 함께 지내며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던 부부는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다음 목적지로는 해안 도시, 허비 베이(Hervey Bay)를 택했다.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기 때문에 계속 해안 도시에 머물게 된다. 허비 베이는 인구 60,000명 정도 되는 도시다. 누사 헤드에서는 200km가 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여유를 갖고 운전할 수 있어 좋다.  일찌감치 허비 베이에 도착했다. 야영장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한적하다. 어느 정도 익숙한 솜씨로 캐러밴 설치를 끝냈다. 점심시간이다. 식사도 할 겸 시내 중심가를 찾아 나선다. 시내로 가려면 해안 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마음마저 시원하게 한다. 도로에는 자전거 경기가 열린다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날짜를 보니 내일이 경기하는 날이다.중심가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을 찾았다. 바다를 마주한 경치가 좋은 곳에 있는 식당이다. 음식을 시키려고 카운터로 가는데 청년이 말을 건네온다.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한다. 일본에 오래 살았다고 한다. 중국말도 조금 할 수 있다며 아시안에 대해 친숙함을 나타낸다. 외진 곳에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요즈음은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다. 김치를 먹어 보았다는 사람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다음날 게으름을 피우며 늦은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열린다는 시골 장을 찾아 나섰다. 어제 운전했던 해안 도로는 자전거 경기로 들떠있다. 그룹으로 유니폼을 입고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사이클리스트가 보기에 좋다.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자전거로 여행하는 젊은이를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는 작은 텐트를 자전거에 싣고 오지를 몇 개월씩 여행하는 젊은이도 만날 수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시골장에서 공연하는 기타 밴드.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이 많다. 동네 중심가에서 열리는 시골장에 도착했다. 시골장에는 제법 큰 무대도 마련해 놓았다. 무대에서는 기타로만 구성된 밴드가 흥을 돋운다. 연주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나이 든 사람이 많다. 노후에 기타를 치며 연주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악보를 보며 기타를 연주하면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동네에서 열리는 장에는 열대 과일이 풍성하다. 시골 장에서 제일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은 열대 과일이다. 마켓 끝자락에서 배추를 비롯해 두부도 만들어 팔고 있는 아시안이 눈에 뜨인다. 아마도 중국 사람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신선한 채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동남아 여행에서 많이 보았던 열대 과일도 몇 개 골랐다. 계산하려고 하는데 장이 끝날 때가 되었다며 파를 비롯해 몇 가지 채소를 얻어 준다. 인심 좋은 시골장이다. 허비 베이를 찾는 관광객 중에 많은 사람은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 관광을 한다.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섬이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로 떠나는 항구가 있는 리버 헤드(River Head)라는 동네에 가 보았다. 여객선이 이미 떠나서인지 관광객은 많지 않다. 단체 관광에 대해 알아보니 내일 아침에 오면 갈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관광객이 많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오래전에 가보았다. 호주에 서식한다는 딩고(Dingo)들이 한가하게 백사장을 거닐고, 너른 백사장을 자동차로 달리던 기억이 있다.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제부터 약간 몸살기가 있다. 요즈음 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인데 몸조심해야 한다.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이 있는 항구 프레이저 아일랜드 관광을 포기하고 항구 근처를 둘러본다. 선착장에서는 한 가족이 강아지까지 데리고 낚싯배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선착장 건너편에서는 강태공 서너 명이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가한 풍경이다.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를 자동차로 천천히 둘러본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널찍한 집들이 해안에 줄지어 있다. 천천히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여유 있는 삶이 보인다. 집값은 시드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할 것이다. 그러나 주위 환경은 시드니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장소가 있다. 식물원(Botanical Garden)이다. 정원 사이를 산책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간단한 식사 혹은 음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는 거의 모든 동네에 식물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 사람들이 유난히 꽃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중국에서 조성한 중국 공원, 호주에서는 중국에 호주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허비 베이 식물원에 들어서니 예상하지 않았던 중국 정원이 앞을 가로막는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허비 베이는 중국의 레샨(Leshan)이라는 도시와 자매 관계를 맺었다. 호주에서는 중국 자매 도시에 호주 정원을 조성하고, 중국에서는 이곳에 중국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담한 정원을 호주 시골에서 만나니 색다르다. 중국 정원을 나와 식물원 중심에 위치한 호수 주위를 걷는다. 호수는 웅장하지 않다. 그러나 주위 풍경과 어울리게 정성을 들여 만든 분수에서 내뿜는 물줄기가 보기에 좋다. 산책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 본다. 나무로 뒤덮여 하늘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다.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모기가 팔에 앉는다. 모기가 좋아하는 체질이라 모기라면 질색이다. 모기약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걷기를 포기한다. 천천히 호수 주위를 걷다가 식물원을 벗어난다.  하루를 끝내고 야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시드니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밤은 슈퍼문(Super Moon)이 뜨고 개기월식도 한다고 한다.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가 생긴 것이다. 야영장 앞에 있는 바닷가 공원으로 나간다. 달이 뜨기에 이른 시각이지만 공원에는 이미 달구경 온 사람들이 제법 있다. 젊은 남녀 두 명은 삼각대에 망원렌즈를 거치하고 달이 솟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품 사진을 노리는 사진사일 것이다. 그중에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노부부의 모습이다. 의자에 앉아 달 뜨기를 기다리며 백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정이 넘쳐흐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있으니 더 아름다워 보인다.  달이 떠오르면서 바다에 반사되고 있다. 노부부가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원에서는 달이 뜨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서쪽으로 지는 해도 볼 수 있다. 육지가 반도처럼 나와 있어 서해안도 보이기 때문이다. 서쪽을 보니 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동쪽에서는 서서히 달이 떠오르고 있다. 달이 뜨고 해가 지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아주 오래전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광야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동시에 본 경험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 당시의 가슴 설레는 풍경을 다시 만난 것이다. 행운이다. 야영장에 돌아와 하늘을 보니 달에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달이 빛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별은 많아지기 시작한다. 공해 없는 맑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다. 도시의 별보다 청명하게 하늘을 수놓고 있다. ‘별 헤는 밤’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이 생각난다. 별을 헤는 마음으로 삶을 마친 시인이다. 밤하늘의 별을 자주 바라보는 삶을 꿈꾸며 하루를 끝낸다.      달이 떠오르는 시각에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있다.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15/07/2021
  시골 엽서

인파로 가득한 관광 명소 ‘누사 헤드’   수영하며 퀸즐랜드의 따듯한 ‘겨울 바다’를 즐기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주차할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여행하고 있다.    첫 번째 여행지 트위드 헤드(Tweed Heads)에서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전기선을 구매했다. 보조 전기선을 가지고 왔으나 캐러밴에서 사용하는 전기 소켓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해서 허리가 불편하다. 편안한 것으로 매트리스도 바꾸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자질구레한 물건들도 장만하면서 여행 준비를 나름대로 끝냈다.   다음 목적지는 이곳에서 250km 정도 떨어진 누사 헤드(Noosa Heads)로 정했다. 퀸즐랜드(Queensland)의 유명한 관광지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 끝자락에 있는 동네다. 가까운 곳이라 운전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짐을 정리한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자동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골드 코스트(Gold Coast)에서 브리즈번(Brisbane)으로 향하는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막힐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평소 같으면 투덜거리며 운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여유를 갖고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앞차를 따라간다. 목적지가 가까워 서두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브리즈번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작은 산과 들판은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다. 항상 따뜻한 곳이라 그런지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조림사업을 하는 들판도 자주 보인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다. 보기에 좋다.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휴게소에 들렸다.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이 따로 있다. 주차하고 휴게소에 들어가니 사람이 많다. 호주에서 이렇게 사람으로 북적이는 휴게소를 본 적이 많지 않다. 간단한 점심을 사는데도 긴 줄에 서야 할 정도다. 여유 시간만 있으면 집에 있지 못하고 여행하는 호주 사람들이다.       조금 지체하긴 했지만, 야영장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후진으로 캐러밴을 주차한다. 아직도 캐러밴을 정확한 자리에 주차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번보다는 수월하게 주차했다.캐러밴에 전기선을 연결한다. 배수구 호수도 연결한다. 수도도 연결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수도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저것 만지면서 고쳐보려고 노력해본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건너편에서 지내는 사람이 와서 거들어 준다. 그래도 고치지 못했다. 수압을 조절하는 부품이 고장났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왔던 사람이 다시 찾아왔다. 캐러밴 수리점이 있는 장소를 약도까지 그려가지고 왔다. 가까운 곳에 수리점이 있으니 가보라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무척 노력하는 이웃이 고맙다.큰 캐러밴을 가지고 호주 전역을 여행한다는 켄(Ken),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름은 켄(Ken)이다. 호주 구석구석을 다녀본 사람이다. 여행을 많이 해서일까,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자신도 누구에겐가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화번호까지 주면서 자기 동네를 지나게 되면 연락하라고 한다.       누사 헤드 해변을 찾아 나섰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리는 해변이다. 큰 주차장이 있으나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간신히 한 자리 찾아 주차했다. 바닷가 도로에는 카페와 선물 가게가 줄지어 있다. 거리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누사 헤드가 유명한 관광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카누와 함께 삶을 즐기는 사람들. 바다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광객과 하나 되어 바다에 몸을 담근다. 생각보다 바다가 차지 않다. 호주의 겨울, 시드니에 사는 친구들은 춥다고 하는데 이곳은 한여름이다. 오랜만에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마음조차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좋은 시간을 바다에서 보낸다.물에서 나와 해변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위치에 있는 카페다. 과일 주스를 주문했다. 꽤 비싼 금액이다. 그러나 주스는 거의 얼음으로 채워져 있다. 이름만 과일 주스라는 생각이 든다. 자릿세를 톡톡히 받는 식당이다. 정성을 들여 만든 산책로; 나무를 베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길을 끈다. 다음 날에도 같은 해변을 찾았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다. 해안을 따라 조성한 산책로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 걷는데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산책로 바닥에 뚫어 놓은 공간이다.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베어져야 할 많은 나무를 배려한 마음씨가 보인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만큼 잘 정돈된 산책로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서핑하는 사람들은 큼지막한 서프보드를 들고 산책로 중간에 있는 해변으로 향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지긋이 든 남녀도 큼지막한 서프보드를 들고 간다. 서핑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는다.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깎아 지른 낭떠러지 아래에서는 대여섯 대의 카누가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에는 서핑하는 사람으로 붐빈다. 멀리 요트 한 척이 한가하게 바다에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산책로 끝자락에 있는 지옥의 문(Hell’s Gate)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 조금은 험한 산책로를 계속 걸으니 ‘지옥의 문(Hell’s Gate)’이라는 팻말이 있는 계곡이 나온다. 계곡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방심하면 중심을 못 잡을 정도로 심한 바람이다. 높은 파도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계곡을 심한 물거품을 일으키며 흔들어대고 있다. 이곳에서 떨어지면 정말 지옥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책로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많이 걸었다. 걷기를 포기하고 되돌아간다. 같은 산책로를 걷지만 보이는 풍경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책로가 끝나는 해변에 가까이 왔다. 조금 떨어진 전망대를 보니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많은 하객이 있는 성대한 결혼식이 아니다. 가까운 사람 몇 명이 모여 조촐하게 치루는 결혼식이다. 큼지막한 카메라를 둘러멘 사진사는 해변과 바다를 배경으로 신랑 신부를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남녀가 만나 새로운 삶을 자연 속에서 약속하고 있다. 예식장에서 수많은 하객과 떠들썩하게 치루는 결혼식과 대비된다. 누사 헤드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찾는 해변. 수상 구조대가 상주하고 있다.    해변에 도착하니 임시로 쳐놓은 천막에서 즉흥 연주를 하고 있다. 음악은 스피커를 타고 해변까지 퍼져나간다. 천막에는 맥주를 마시며 춤추는 젊은이들로 떠들썩하다. 흥이 넘쳐나는 분위기다. 휴양지에 와서일까, 삶을 만끽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박정희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다. 심지어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는 퇴폐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던 시대였다. 야망이 있어야 한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젊은 시절 많이 듣던 말이다. 나의 젊은 시절과 비교되는 호주 젊은이들의 삶을 본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01/07/2021
  시골 엽서

호주 여행(2) - 바이런 베이(Byron Bay) . 바이런 베이의 관광명소 등대 아침에 일어나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어제 온종일 내리던 비가 그친 것이다. 오늘은 바이런 베이(Byron Bay)를 둘러보기로 했다. 두어 번 가 보았으나 바이런 베이 특유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대에 올라가서 걸었던 매혹적인 산책로도 생각난다. 바이런 베이는 지금 지내고 있는 트위드 헤드(Tweed Heads)에서 가까워 부담이 없다.고속도로를 타고 30여 분쯤 운전하니 바이런 베이를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국도에 들어섰다. 차창 밖으로 채소를 키우는 밭이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니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골 장이 열린 것이다. 지나칠 수 없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본다.  시골장에는 유기농(organic)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다.  예상했던 대로 장에는 과일과 채소가 눈에 많이 뜨인다. 다른 시골 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기농(organic)이라고 쓰인 채소와 과일이 많다는 점이다. 동네에서 채취한 꿀도 보인다. 히피 스타일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 선호하는 양초를 비롯한 특이한 장식품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눈여겨 보니 장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도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다.  과일과 채소 몇 가지를 샀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화학 비료에 노출되지 않은 과일과 싱싱한 채소가 마음에 든다.  바이런 베이 중심가에 있는 해변(Mani Beach)에 도착했다. 해변은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다. 주차할 곳도 많다. 그러나 무료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도 모두 유료 주차장이다. 예전에 왔을 때 무료 주차장이었던 곳도 지금은 모두 유료로 바뀌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동네다.  이른 아침 바이런 베이 해변(Main Beach), 아직은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변을 둘러본다. 해변은 한가한 편이다. 드문드문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전부다.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해변 건너편에 자리 잡은 술집은 예전과 다름없이 사람으로 붐빈다. 아침 시간이지만 맥주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많다. 호주 사람의 유별난 맥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동네 중심가는 여느 동네와 다르지 않게 가게와 카페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단색으로 치장된 의상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수많은 종류의 모자를 전시해 놓은 가게도 있다. 개성 있는 생활 양식을 선호하는 사람을 위한 거리다.      동네 중심가를 벗어나 좋은 기억이 있는 등대를 찾아 나선다. 가파른 도로를 운전해 등대에 도착했다. 그러나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떠나는 차가 보인다. 운이 좋다. 주차비를 받는 중년의 여자는 돌고래가 주위에 있을 것이라며 눈여겨보라고 한다. 돌고래는 우리 동네에서도 수시로 볼 수 있다. 아마도 돌고래 구경을 하지 못한 아시안 관광객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등대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선한 바닷바람도 온몸을 휘감으며 몸속 깊은 곳까지 훑으며 지나간다. 관광객 틈에 끼어 바다를 사진에 담는다. 등대지기라는 직업이 아직도 있을까, 만약 있다면 등대지기가 되고 싶다. 어느 곳을 가도 등대는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등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산책로이미지 등대 앞에서 많은 관광객이 태평양을 사진에 담고 있다.  잘 정돈된 산책로를 걸어 내려간다. 산책로 옆으로 갈대가 울창하다. 조금은 떠들썩한 중국인 그룹이 서슴없이 산책로를 벗어나 갈대 속으로 들어가 단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자리의 갈대는 쓰러져 있어 보기에 흉하다. 그러나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 하던 습관일 것이다. 눈살이 찡그려지는 행동이다.  아주 오래전, 1970년대의 한국이 문득 떠오른다. 그 당시에 산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들꽃을 한 아름씩 꺾어 들고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자연보호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모두 했었다. 오래전 나의 행동을 떠올리며 중국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조금 걸어 내려가니 전망대가 있다. 호주 대륙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장소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일출을 호주 대륙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호주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전망대 아래에서는 돌고래들이 물속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하고 있다. 산책로를 걸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다. 식당을 찾아 시내 중심가로 향한다. 이번에는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보인다.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장소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식당에 갈 때는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자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식사를 끝낸 후 걷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색있게 분위기를 살린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는 도로에 들어섰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바닷가에 횟집이나 매운탕 집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어디를 가도 동네를 대표하는 특별한 음식을 찾기 어렵다. 바닷가에 가면 생선과 감자튀김(Fish and Chips), 내륙에는 스테이크와 햄버거가 주를 이룬다.  도로 주변의 식당을 기웃거리며 걷는데 교회 내부에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안식교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안식교는 음식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고 막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을 직접 열어 손님을 받는 것은 처음 본다. 호기심이 일어난다.      작은 교회 옆에 있는 공간을 이용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손님을 위해 즉흥 연주를 하고 있다. 음식은 채식 위주로 몇 가지밖에 없다. 주문하려고 기다리는데 작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음식을 약으로 삼으라는 문구다 (‘Let food be your medicine’).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을 비치해 놓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건강식임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특별히 맛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채식 위주의 음식이 담백하다. 선입관이 있어서일까,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이다. 식당을 하면서 수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님의 건강도 생각하는 음식점이 마음에 든다.  점심을 마친 후 거리를 걸으며 바이런 베이 분위기에 젖어본다. 자동차로 동네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 잘 보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돌아가면서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음식을 약으로 삼으라는 문구를 생각한다. 의사라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의사의 윤리강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윤리적이고, 수익만 생각하는 의사가 많아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처음 선서를 하던 초심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주 이름으로 잘 알려진 ‘처음처럼'은 신영복 선생님의 붓글씨다. 초심을 순수한 한국말로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을 돌이켜 본다. 선생으로 지낸 삶이 대부분이다. 선생으로서 초심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며 학생들과 함께 지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다. 인생의 황혼기를 여행과 함께 가다듬고 있다.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바라보라는 글이 떠오른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하루에 한 번쯤은 갖고 싶다.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지내고 싶다.    필자: 이강진  kanglee699@gmail.com(자유 기고가, 뉴사우스웨일즈 Hallidays Point에서 은퇴 생활)

  17/06/2021
  시골 엽서

약 1년 캐러밴으로 호주 일주를 떠나다(1) 인생의 느지막한 언저리에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문득 지금의 고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 년 정도 호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도 나의 결정을 거들었다. 퇴직한 삶이다. 특별한 얽매임도 없다. 혼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이웃에게 우연한 기회에 전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 집에서 살겠다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우리 동네에 집을 짓고 이사 올 사람이라고 한다. 계약서를 작성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니 떠밀리듯 모든 일이 결정되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좋으나 싫으나 앞으로 일 년 동안은 노숙자(?) 신세로 지낼 수밖에 없다. 집이 되어줄 작은 캐러밴도 샀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로부터 호주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 사람들은 객지에서 지낸다는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좋은 결정을 했다며, 심지어는 부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는 사람도 많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웃은 캠핑장 예약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요즈음 캐러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집을 비워야 한다.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整理)’라는 단어에서 ‘리'는 다스림과 떠남을 뜻하는 한자다. 정리한다는 것은 간직하고 있던 물건과 이별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에 대한 다큐먼트가 생각난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간직하고 평소에 좋아하던 물건까지 과감하게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끼던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심지어는 물건을 버려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알았다. 간직하고 있던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이사 다니면서 짐이 되었던 책을 정리한다. 다시 꺼내 읽을 만한 책 20여 권만 간직하고 나머지 책들은 시드니에 사는 사람에게 기증했다. 아끼던 책들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끼며 간직하기만 했던 책이다.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이다. 옷도 정리한다. 부엌살림, 가구도 정리한다. 생활하는데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한가,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봉사단체에 많은 물건을 기증했다. 그래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정리하다 보면 버릴 것이 또 나올 것이다. 집을 비워주어야 할 5월이 다가온다. 여행에 관해 묻는 지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자세한 여행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계획 없이 떠날 생각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북쪽에서 지내고, 여름에는 남쪽 지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철새와 같은 떠돌이 삶이 여행 계획의 전부다. 목적지는 캠핑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수시로 결정할 생각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트위드 헤드(Tweed Heads)로 정했다. 집에서 대여섯 시간 걸리는 골드 코스트(Gold Coast) 바로 아래에 있는 도시다. 퀸즐랜드주(Queensland)와 뉴사우스웨일스 주(New South Wales) 경계에 있기에 한 시간 간격으로 두 번의 새해를 맞는 곳으로 알려진 도시다.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웰스는 표준 시간이 연말연시에는 한 시간 다르기 때문이다. 트위드 헤드를 택한 이유는 큰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내며 캠핑에 필요한 것을 최종 점검하면서 장거리 여행에 대한 준비를 끝낼 생각이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을 것이다. 떠나기 하루 전날이다. 캐러밴에 가지고 갈 물건을 싣는다. 자동차도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주유소에 가서 타이어 압력도 캐러밴을 끌 수 있도록 조정한다. 정들었던 집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화초에 물도 준다. 막상 떠나려니 소소하게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다음 날 아침 시원섭섭한 생각과 함께 자동차에 오른다. 그동안 정들었던 동네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언젠가 들었던 노래 가사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on the road again…’.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삶은 여행이라고 한다. 편안한 집을 떠나 도로 위에서 지내는 생소한 삶, 지금까지의 삶과 다를 것이다. 걱정되면서도 기대되는 삶이다. 캐러밴을 끌고 가는 운전이다.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달린다. 앞으로 도로 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운전도 여행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운전을 즐기며 하기로 마음먹는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도로를 달린다. 요즈음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편하다. 오래전, 20여 년 전에 했던 호주 여행이 생각난다. 지도책을 잘못 보아 헤매기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내비게이션이 도착할 시간까지 알려주는 시대다. 중간에 휘발유도 넣고, 점심도 챙기면서 트위드 헤드 캠핑장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늦은 시간이다.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운전했기 때문이다. 캠핑장은 한산한 편이다. 큰 강(Tweed River)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있는 캠핑장이다. 조금은 힘들게 캐러밴을 주차했다. 캐러밴을 후진으로 정확한 장소에 주차하는 것이 아직은 서툴다. 그러나 많이 하면 쉽게 주차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여행 첫날밤을 캐러밴에서 호젓이 지내고 아침을 맞는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다.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나만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씨다. 멋진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물가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다. 바다 가까이 있는 강이라 썰물과 밀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강이다. 강바닥이 보이는 물가에는 작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고 있다. 카누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도 보인다. 강 건너편에 많은 배가 줄지어 정박해 있다. 다른 강줄기에도 배들이 정박해 있다. 바다와 가까운 강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동네다. 한 폭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 산책로는 계속된다. 충분히 걸었다. 캠핑장으로 되돌아갈 시간이다. 캠핑장에 돌아오니 큼지막한 캐러밴에서 지내는 사람이 인사를 건넨다. 오랫동안 호주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 많은 곳을 다녔으나,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많다며 몇 개월은 더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행 광이라는 말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캠핑장에서 지내다 보면 몇 년씩 도로에서 지내는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왜 고생을 사서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행은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위 사람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지낼 수도 있다. 평소와 다른 풍경과 환경에서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긴 여행의 첫날을 마감한다. 사진 설명: 1. 도로에는 캐러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 많다. 2. 트위드 강(Tweed River)은 바다와 가까워 바다로 나가는 큰 배들도 정박해 있다. 3. 앞으로 일 년동안 나의 집이 되어줄 자그마한 캐러밴 4. 트위드 강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트위드 헤드(Tweed Heads)

  03/06/2021
  시골 엽서

파란 하늘 잠깐 보여도 해변 찾아 요즈음은 짙은 구름이 오락가락하며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물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마음도 생기를 되찾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베란다에 나가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에는 한 시간 이상 번개가 하늘을 수놓는 장관을 베란다에서 볼 기회도 있었다. 번개를 이번처럼 가까이 본 적은 난생처음이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비가 오면 우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비가 오면 오히려 가슴이 후련해진다. 특히 소나기라도 퍼붓는 날이면 우울했던 기분도 멀리 달아난다. 김소월 시인이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라며 비를 기다리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비를 예찬하며 집에서만 지낼 수는 없다. 내일은 바람도 쐴 겸 집을 나서기로 했다. 목적지는 한 시간 정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포트 맥쿼리(Port Macquarie)라는 동네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인구 5만이 넘는 큰 동네다. 주위 환경도 좋고 볼거리도 많다. 따라서 자주 찾는 동네다. 이번에는 오래전에 끝까지 걷지 못했던 산책로를 찾아 볼 생각이다. 다음 날 아침이다. 구름은 있지만 파란 하늘도 보이는 날씨다. 평소와 다름없이 멀리 산맥과 바다를 바라보며 베란다에서 간단한 운동도 끝냈다. 천천히 집을 나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중간에 레이크 카사이(Lake Cathie)라는 이정표를 따라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국도를 달린다. 동해가 멀리 보이는 경치가 유달리 멋있기 때문에 자주 찾는 국도다. 레이크 카사이 동네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게 펼쳐진 택지 개발 현장이다. 포트 매쿼리에 인구가 넘쳐나면서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 현장 건너편에 실버타운이 보인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나도 언젠가는 실버타운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담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주거단지다. 캐러밴과 골프 카트를 가지고 있는 집도 보인다. 단지 끝자락에는 테니스장, 헬스장 그리고 수영장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골프 연습장과 퍼팅 잔디까지 잘 가꾸어 놓았다. 한가한 수영장에서는 할머니가 어린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손주들이 놀러 왔을 것이다.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년 생활의 모습이다. 실버타운을 나와 오른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며 국도를 타고 계속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다 등대가 있는 도로에 들어섰다. 해변에는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등대에 도착했다. 포트 맥쿼리에 있는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다. 따라서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운 좋게 주차장 자리 하나를 차지했다. 이곳부터 산등성이를 타고 산책로가 시작된다. 바다를 끼고 도시 중심까지 이어지는 긴 산책로다. 끝까지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적당히 걷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등대에 올라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해변에는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태평양 물결이 큰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와 바위를 때리면서 물거품을 하늘로 뿜어내고 있다. 등대를 떠나 산책로에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계단을 만들어 놓아 어렵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다. 가파른 길을 다 내려가 해변에 도착하니 의자들이 준비되어 있다. 주위에 꽃도 많이 준비해 놓았다. 해변에 나뭇가지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한눈에 보아도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바위가 파도를 막아주고 있는 해변에서는 잔잔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특이한 결혼식 분위기는 돌아와서 카메라에 담기로 생각하고, 산책로를 따라 산등성이로 올라간다. 조금 올라가니 주차장에 서너 대의 차가 주차해 있다. 산책로 근처에 있는 해변을 찾는 사람을 위한 주차장이다. 주차장에 세워진 경고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해변에서는 누드로 있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비공식 누드 비치로 알려져 옷을 벗어 던지고 일광욕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산책로가 있어 최근에 금지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산책로 중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언제 보아도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특히 바다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전망대를 떠나 산책로를 걷는데 하얀 버섯이 군을 지어 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작은 버섯이다. 버섯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상식(?)은 있다. 눈요기만 하고 지나친다. 사실, 호주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많은 종류의 버섯을 만난다. 버섯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걷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귀한 버섯을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와 해변(Miners Beach)에 도착했다. 누드 비치라고 알려진 곳이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서인지 해변은 한가하다. 대여섯 명의 남녀가 나무 그늘에 앉아있다. 누드로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수영복을 입었다. 웃통을 벗고 있는 한 여자가 있을 뿐이다. 경고 때문일 것이다. 해변을 걷고, 숲속을 걷기도 하면서 산책로 끝자락 해변에 도착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해변(Shelly Beach)이다. 이곳에서 계속 걸으면 시내 중심가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멀다. 점심시간도 되었다. 몇 번 가보았던 열대 나무가 많은 레인포레스트 센터(Rainforest Centre)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센터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다. 카페에도 사람이 많은 편이다. 열대 우림지역에 와 있는 착각이 날 정도로 운치 있는 카페다. 간단한 점심과 음료를 주문하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일기예보를 보니 잠시 후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산도 없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급히 점심을 끝내고 빠른 걸음으로 산책로를 되돌아간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돌아오면서 찍기로 했던 풍경도 지나친다. 다행히 비는 맞지 않고 출발했던 등대 근처까지 왔다. 사진을 찍을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나중에 찍으려고 했던 결혼식 장소의 의자와 꽃장식들은 모두 치운 상태다. 결혼식이 끝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수없이 들었던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진에 담지 못한 결혼식 장소가 아쉽다. 등대에 다시 올라서니 조금씩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다. 등대 주위를 천천히 걷는다. 등대에는 1879년이라는 팻말이 있다. 오래된 등대다. 조금 전까지 사람으로 북적였던 해변은 사람이 떠나 조금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파도가 넘치는 바위에는 궂은 날씨임에도 한 낚시꾼이 대어를 노리고 있다. 적당히 흩날리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서성거리며 등대를 올려보니 불빛이 반짝인다. 날씨가 흐려 등댓불이 켜진 것이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등대는 많이 보았어도 불빛 내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등대는 관광 상품의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유용하게 쓰이는가 보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집에 갈 시간도 되었다. 자동차에 앉으니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기가 쏟아진다. 천천히 빗속을 뚫으며 운전한다. 빗속의 운전이 싫지 않다. 산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소나기가 고맙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잠시 집을 떠났을 뿐인데, 집에 돌아오니 긴 여행을 끝내고 온 기분이다.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운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이 반갑다. 그래도 가끔 편안함을 벗어나는 삶은 인생의 양념과 같다.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서게 되는 이유다. 포트 매쿼리에 다녀온 경험을 글로 정리하고 있는 지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벌써 며칠째 퍼붓는 소나기다. 수많은 집이 파손되고 산책을 다녀왔던 포트 매쿼리는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타리(Taree)에서 집이 통째로 떠내려가는 모습을 뉴스에서는 계속 보여주고 있다. 큰 어려움을 무사히 넘기고 모든 사람이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1.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셸리 비치(Shelly Beach) 호주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버섯을 많이 만나게 된다. 2. 지인이 보내준 타리(Taree) 사진. 매닝강(Manning River)이 범람해 많은 가옥이 침수되었다고 한다. 3. 산책로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이너 비치(Miners Beach) 4. 관광객이 많이 찾는 포트 맥쿼리 등대.

  25/03/2021
  시골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