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호주. 경찰과 군인이 동원되어 행정 법규를 위반한 시민들에게 현장에서 벌칙금을 부과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국민이 마치 초등학생이 된양 방역 당국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고 있다.
필자의 집 인근 공원에 파라마타강변을 따라 조성된 트래킹 코스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주민들이 허용된 범위와 인원으로 이 코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산책로가 사람만이 아니라 애완견을 끌고 오는 행인들 중 약 80%가 개의 목줄을 풀어 놓은 상태로 왕래하는 바람에 노약자나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에 필자는 2년 전 NSW 주정부 Local Health District에 편지를
보내서 코스 주변 공원에 경고장 설치를 건의했더니 주정부가 10여 군데에 경고 간판을 세웠다.
"언제나 개의 목줄을 메시오"(Please keep your dog on a leash
and controlled at all time)라는 경고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필자가 개 주인에게 목줄을 메라고 지적하면 한결같이
“우리 개는 순하다”면서 송아지만한 불독을 자랑한다.
아니 자기 주인에게 순하지 않는 반려견이 어디 있을까?
이러다 보니 공원 트래킹 코스는 온통 개 운동장이 되어 수십 마리의 개가 뛰노는 경연장이 되고 있다.
준법정신이 강한 호주인들이 이런 경고를 무시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법규 위반 시 부과될 벌금 조항이 경고판에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호주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의 준법정신 전통에는 벌금의 역할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호주에서는 코로나 방역 법규 준수는 물론 교통 법규나 공공질서 위반 행위에는 고액의 벌금이 즉석에서 부과된다.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 중 벌금을 부과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화를 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독소가 몸 안에 퍼진다고 한다. 현금을 받았을 때와 웃을 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는 이론이 있는 것처럼. 벌금의 영향력은 질서 유지의 명약이 되고 있다.
개 목줄은 외출할 때 착용 시켜야 할 필요한 끈이라 하겠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다섯 가지의 끈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인생은 끈이며 이는 길이요 사회 연결망이기도 하다.
# 매끈: 항상 웃으며 세련된 몸가짐과 외모를 가꾸며 깔끔한 성품을 지닌다.
# 발끈: 어려운 순간이 와도 발끈하지 않는다.
# 화끈: 모든 일을 지금하라. 통 큰 결단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 질끈: 비난 받아도 용서하라. 그리고 복수하지 않고 참는다.
# 따끈: 따뜻한 사람이 되자.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건강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는 통행금지라는 전대미문의 제한을 받고 있다. 한인 이민 1 세대들에게는 ‘통금(통행금지)’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광복 이후 37년동안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 통행이 금지된 생활을 이들은 경험했다.
밤 12시 각 경찰서에서 통금 사이렌이 울리면 한국민은 각자의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 전국이 암흑 속에서 적막강산으로 변한다.
다음 날 새벽 4시에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면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각 경찰서 유치장(보호실)에는 통금 위반 시민들로 넘쳐 난다. 주로 음주족들이 대세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통금 해제에 주부들이 시큰둥했었다고 한다.
그런 역사를 가진 통행금지가 2021년 시드니에서 록다운(Lock down)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고국에서는 북한 공산 정권과의 전쟁이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인 것이다.
최근 유엔 총회에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참석한 방탄 소년단(BTS)이 연설한 미래 세대의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통행과 교류가 막혀 답답함이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지만 희망의 노래가 위안을 준다.
"세상이 멈출 줄 알았는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웰컴(welcome)이라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도 있습니다다."
그렇다. 생명이 있어야 희망도 있다. 죽고 난 뒤에는 아무 것도 바랄 수 없다.
성경의 한 구절(마태복음 16장26절)을 인용한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 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족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가족은 밥에 비유된다.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다음날 또 배고픈 것처럼 가족끼리의 사랑도 꾸준히 먹어야 살아 갈 수 있다. 상대를 위해 늘 배려하는 마음을 간직 하면서...
때마침 시드니는 10월11일부터 코로나 제한 규정이 완화된다는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는 새벽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신호다.
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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