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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문다. 남반부와 북반구로 나누어진 호주와 한국의 정반대의 계절에서도 12월은 상실의 계절임에는 변동이 없다.올해는 연초에 다짐 했던 시간의 약속은 지켜 졌는지, 시간의 낭비는 없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달라 진다는데 목표는 제대로 세웠는지, 그 보다도 기준은 잃지 않았는지 세모의 길목에서 돌아 보게 된다.‘어제의 비로 오늘의 옷을 적시지 말고 내일의 비를 위해 오늘의 우산을 펴지 마라’는 어느 선인의 경구가 떠 오른다. 과거나 미래 보다 현재를 중시 하라는 교훈 이리라.때아닌 엘리뇨 현상으로 서울의 12월초 기온이 영상 20도를 육박하고 시드니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날씨의 변덕이 지구를 강타 한다. 필자가 거처하는 서울 목동에는 파리 공원이 있다. 올 겨울에는 가을의 꽃이라는 단풍이 아름다운 색감을 상실 한 채 푸르뎅뎅한 잎사귀로 낙엽이 되어 대지에 딩굴고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과 닮아 서글프다.파리공원은 어린이 놀이터, 청소년 운동장과 성인을 위한 각종 운동 기구, 야외 공연장, 도서실, 말끔한 화장실, 야외 식탁과 장미 공원, 바둑 장기 룸 분수대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족 나들이에 알맞는 휴식 공간이다.호주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가족 야외 다목적 휴게실이라 할 수 있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 중에 유모차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 진다.유모차에 귀여운 아기를 태우고 걷는 젊은 엄마의 표정은 맑은 하늘 처럼 밝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유모차에 애완견을 싣고 나온 여성들은 한결같이 무표정으로 우울한 기운이 감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을 태워야 할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걷고 있으니 기쁨의 기운이 사라지는 걸까?항상 감사 하면서 살자고 다짐 했던 연초의 결심은 이루어졌는지, 겸손하게 살자고 했던 결의는 얼마나 행해 졌는지 회개하게 된다. 감사 하면서 살면은 감사 할 일이 생긴다는 성구를 지키자고 했는데… 실은 우리가 겸손해야 할 이유는 나만 모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늙어 간다는 것은 장애인이 되어 가는 과정인지 노년층의 지인을 만나면 귀, 눈, 다리, 치아 등이 부실 하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신체는 비록 퇴화해 가지만 노인들의 지혜는 오랜 시일에 걸쳐 얻어낸 결과이다. 그래서 노인 한명이 사망 하면 도서관 한채가 불살아졌다고 아프리카 속담이 전해 온다.호주에서도 안락사(Assisted Suicide)를 인정하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안락사는 존엄사 (Death with Dignity)와 일맥 상통한다. 우리가 늙고 쇠약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삶을 가치있게 살아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좋은 삶인 것이다.미국의 인도계 의사인 아톨 가완디는 "사람들은 추억을 나누고 애정이 담긴 물건과 지혜를 물려 주고 관계를 회복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 지 결정하고 신과 화해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괜찮으리라는 걸 확실이 해 두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고 싶은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것은* 사람은 죽는다* 나 혼자 죽는다* 아무 것도 가져 갈 수 없다. 반면에 죽음에 대해서 모른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는 것이다. 아일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인 버나드 쇼는 94세의 천수를 누린 후 ‘살만큼 살다 보면 죽는 건 당연한 일’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담담하게 토로 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12월은 상실의 절기이다. 우리는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고 살아 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삶을 서로 사랑을 실천 하면서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서 시련과 수난을 거쳐 종말이 온 후에 재림이 온다고 계시 했듯이 상실의 계절이 더 나은 결실의 계절을 잉태 하도록 기도한다.겨울이 오면 봄이 머지 않듯이…(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김봉주 (자유 기고가) bjk1940@daum.net

14/12/2023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어쩌면 꿈은 인생의 동반자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꿈이 없는 삶은 얼마나 삭막 할까 상상해 본다. 어린시절, 초등학교(당시는 국민 학교)에서는 도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시찰 나온다고 하면 학교에서는 며칠전 부터 비상이 걸린다. 각 교실 마다 환경 정리와 청소를 하느라 교사와 학생이 총 출동한다. 때마침 수업시간이 되어 6학년이었던 우리들 중에 장학사의 질문을 받은 학생 A군의 답변이 떠 오른다. “장차 커서 무엇이 되려는 꿈을 갖고 있느냐”는 장학사의 질문에 “네,  대통령의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멀리 있는 대통령 보다 가까이 계시는 아버지의 권위가 더욱 빛나 보였던 것이리라. 필자는 같은 질문에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제법 어른스런 답변을 해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꿈은 때로는 인생의 소금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겪는 광풍노도의 젊은 시절 실의와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 꿈이 용기를 북돋아 주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한바탕의 봄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뜻한다. 그런가하면 꿈은 희망과 포부를 나타내기도 한다. <중국몽>이라고 해서 시진핑 중국 수반은 국가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는 매일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꿈의 종류는 8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  정몽 : 꿈속에서 본 일이 현실에서 재현되어 발생 하는 일#  역몽 : 현실과 반대로 발생 하는 것#  길몽 : 운수가 좋아 지는 꿈으로 복권 당첨등 행운을 가져오는 꿈#  흉몽 : 꿈에서 불행한 일을 겪게 되는 꿈#  예지몽 : 현실에서 다가올 사건에 대해 미리 알려 주는 꿈# 소망몽 : 희망과   기대  나타나는 것#  경고몽 : 다가올 현실에서 주의를 요하는 꿈# 불안몽 : 불만과 욕구로 나타나는 것 이처럼 꿈은 인간의 삶과 맞물려 돌아 간다. 꿈과 현실은 시계바늘에 비유되어 진다. 같은 공간에 늘 있으면서 다른 곳을 보이기도 하고 함께 하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니까.. 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듯 허황된 꿈은 이루기 어렵고 용기와 열정이 융합된 꿈 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1963년 8월28일 미국 워싱톤 DC에서 펼쳐진 직업과 자유를 위한 행진에서 열변을 토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과 백인의 평등과 공존을 요구한 꿈 (Dream)에 대한 명연설은 전설이 되어 있다. 인간은 생명이 있는 한 꿈이 있다. 꿈 없는 일생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꿈은 삶을 일깨워주는 영양제라 할 수 있다. 인간 지능 대화 서비스가 가능한 Chat GPT (Chat  Generation Pre-trained  Transformer) 의 새 시대가 도래 했지만 꿈은 인간 대신 AI가 꿀 수 없으리라 전망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하나의 꿈을 걸어 놓고 그것을 위해 죽는 그날까지 전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라 /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 오리라(시편 126편 )”고 역경을 딛고 부단이 노력하는 자는 꿈의 결실을 맺으리라고 성경은 예언 한다. 하늘에서 잠자는 헛된 꿈을 보면 * 물질에 대한 지지 않는 열망* 출세에 대한 사그라지지 않는 불길* 기적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갈구가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항상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성공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전력 질주를 하다 보면 어느덧 꿈이 현실로 이루어 지는 목적지에 도달 하게 된다. < You have to be sure dreams come true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꿈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 청각 장애인이 들을 수 있고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있는 명약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철학자는 희망은 잠 자고 있지 않는 인간의 꿈이라고 정의 했지만 꿈이 없다면 인생의 빛이 사라진 것이다. 꿈은 믿음의 어버이다. 김봉주 (자유 기고가) bjk1940@hanmail.net

20/07/2023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최근 전세계 코로나 팬데믹이 막을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호주 한인 실버족들이 고국 방문 러쉬(rush)를 이루고 있다.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경치가 아름다워도 먹거리가 좋아야 관광 여행의 맛이 따른다는 속설이리라.가만히 떠 올려 보면 고국을 떠나 머나먼 나라로 이민 간 교포들에게는 항상 고국의 음식이 ‘맛의 표준’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맛의 고장인 한국에서 전라도 음식은 더욱 맛깔스럽다. 그 중에서도 순천의 요리는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예로부터 한반도의 강남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순천은 산수가 아름답고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성하다. 청정수의 물이 흐르고 지리산과 가까워서 산에서 자라는 각종 산채와 버섯류가 입맛을 돋운다. 또한  갈대밭으로 명성을 날리며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순천만이 있어 해산물이 싱싱하다.일조량이 많아 비닐하우스의 원조로 각종 채소의 산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순천 한정식은 반찬가지수가 많기로 유명하다.중국 고서 명심보감에는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는 준엄한 역사의 가르침을 설파하고 있다.대부분의 순천 원주민들은 하늘에 순응하는 순진하고 순수한 성품을 갖고 있는데 ‘여순 반란사건’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미지를 실추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고려와 조선시대에서 정치범들을 추방, 감시하는 귀양지가 현재에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남 지역이 귀양지가 되었듯이 순천에도 과거급제했던 정치학자들이 추방되어 와서 문학과 예술을 가르쳐 문화의 도시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그래서 그런지 현대 한국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로 인정 받는 단편 소설의 김승옥과 장편 소설의 조정례,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 한창기가 순천의 음식을 먹고 살았다.소백산맥의 줄기에 자리잡은 이곳은 남부 평야의 중심이고 대지주들의 본거지여서 음식 문화가 발달되어 왔다.세계적인 요리를 자랑하는 나라들을 분석해 보면 왕조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베트남 요리 등을 들 수 있다.반면에 민주주의가 활짝 핀 나라들인 호주, 영국, 미국의 전통 음식들은 알려진 요리가 없다. 요리와 민주주의는 반비례 하는가?그러면 도대체 맛의 요체는 무엇일까? 필자는 음식의 맛은 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간은 오미(五味)라고 해서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단맛의 다섯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인 소스(sauce)와 같다고나 할까?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일본 요리를 보면 우선 시각으로 군침을 돌게 한다.그러고 보면 맛은 멋과 동의어가 아닐까? 양모음 ‘ㅏ’와 음모음 ‘ㅓ’로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동부 전남 지방에는 고장에 따라 별칭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 흥미롭다.순천에 가서 인물 자랑 말라.(미녀 미남이 많아서)여수에 가서 돈 자랑 말라.(돈벌이 어선이 많아서)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 말라.(아마추어 복싱선수가 많아서)고흥에 가서 노래 자랑 말라.(반도 지형이라 가수가 많아서)광양에 가서 말 자랑 말라.(웅변가가 많아서)맛의 고장 순천 여성들에게 인물이 곱다는 정평이 나있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청정 재료를 섭생하면 피부가 고와지기 마련이다.왕년에는 이곳이 멋쟁이 미인의 고장으로 알려 지기도 해서 맛과멋은 동행하는 것이 아닐까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스 코리아 선에서 미스 인터내셔날 5위에 입상한 최유미의 출신지이기도 한다.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의 장본인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부인과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인이 순천 여중 선후배 사이여서 비극적인 얄궂은 운명에 부딪히기도 했다.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국제정원박람회가 순천에서 열리고 있다.세계 23개국의 독특한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고 하니 호주 동포들도 찾아가 보면 어떨까?맛 고장의 영향이여서일까, 순천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들의 애향심은 남 다르다.맥도날드를 롤 모델로 삼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BBK 치킨 윤홍근 회장은 금년 4월에 열린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참석을 희망하는 재경 순천 향우회원들을 위해 전라선 열차 10량을 전세 내어 귀향 열차를 달리기도 했다.또한 자수성가라는 험난한 역경을 딛고 한국에서 30여만채의 임대 아파트를 지어 성공한 부영 그룹 이중근 회장은 매일 80리길을 걸어서 등교하며 동고동락했던 중고교 동기 동창 80명에게 지난 5월 1억원씩을 기부하여 팔순에 접어든 노인들에게 흥분, 기쁨과 행복을 선사했다고 한다.이중근 회장의 경우 50여년을 새벽 4시에 기상하여 건설 현장에 나가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여 근면과 끈기로 버티면서 성공가도에 오르기까지 오해에 기초한 온갖 비난과 질시를 받았으며 심지어 80 노령에 감옥살이까지 하는 파란 만장한 생애를 살아오면서도 어린 시절 고향 동문들을 추억하면서 통 큰 희사를 한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미행이다.이같은 선행은 어린 시절 먹고 자란 고향 음식의 맛이 인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맛은 정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고 본다.시간은 기억을 풍화시킨다는데.. 맛있는 요리는 다섯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성의를 다 해야 제 맛이 나듯이 노년의 지혜와 장년의 경륜과 청년의 추진력을 융합하여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 맛과 멋이 함께 하는 인간 세상이 아닐까? 호주 동포 사회도 성찰해 볼 일이다.김봉주 (자유 기고가) bjk1940@hanmail.net

15/06/2023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겨울의 고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시드니의 하늘은 가을로 가득하다. 사계절의 순환은 겨울 다음 봄인데 봄대신 가을을 맞이하니 역순환이 된 셈이라 당분간 숙려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호수를 닮은 조용한 호주를 떠나 찾아간 한국은 물결이 높은 바다처럼 격동적인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출근 길 청춘 남녀들의 행렬이 인상적이었으나 미소를 잃은 무표정한 얼굴이 못내 아쉬웠다.서울 전철역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붙어있는 표어가 미소를 자아낸다.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 보았거든요."필자의 젊은 시절 휴전선 부근 큰 길 통행로에 걸려 있던 플랭카드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가 문득 떠올라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때마침 고국에서는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의 매듭을 풀고자 방일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가 전국의 거리에 난무했다."한국과 일본의 미래를 향한 진일보"라는 찬성이 있는가 하면 "세일즈맨 1호라는 윤 대통령 월급은 일본서 받아라", "매국노" 등 반대의 막말도 쏟아 지고 있다.한일 관계를 논할 때 흔히 6백만 유태인 학살의 주범인 독일과 이스라엘 관계를 예시한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태인들에게 사과를 하는데 일본은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힐난한다.유태인들은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 않는다"는 신념과 기준을 기반으로 한 ‘지성’으로 독일을 상대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잘 잊어 버린다"는 ‘감정’이 앞선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한일 관계는 한국인의 감정만으로 풀 수 없는 난제이다. 왜냐 하면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일본이 호응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일본은 왜 사과 하기를 꺼리는가? 필자의 한국에서의 고교 시절 독일어는 전국 고교 제2 외국어의 필수 과목으로 당당하게 자리 매김하고 있었다. 심지어 서울 법대 입학 시험에 독일어가 필수 과목이 되기도 했었다. 당시 독일은 동서독으로 분단된 상황이었다.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메스컴을 장악한 유태인들이 제작한 세계 2차 대전 테마의 수많은 영화에서 독일인을 악인으로 등장시키는 한편 독일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과를 하면서 독일 젊은이들의 정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독일은 유럽에서 최고의 경제 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한국 고교 교과 과정에서 독일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일본의 정치인들이 혹시 독일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한일 정상화를 위한 방책으로 다음과 같이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건의한다.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우리 일본에 대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 귀국 사람들이 겪었던 불행을 생각하며, 나는 ‘통석(痛惜)의 염(念) : 대단히 슬프고 애석하게 여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브찌 일본 수상의 공동 선언문에서 일본 수상의 "일본이 과거 한 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공식 문서화했다.일왕의 반성과 일본 수상의 사죄를 받아들여 일본의 과거 만행을 용서하자. 그러나 그 만행을 잊어서는 안 된다.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영원한 이웃 나라인 일본과 미래를 향한 우방이 되기를 기대한다.용서로는 과거를 바꾸지 못 한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용서 받는 사람보다 용서 하는 사람에게 훨씬 이로운 삶의 방식이 되듯이 국가와 국가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이번 방한 여행에서 고국의 산천이 금수강산임을 실감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도 차창 밖 풍경이 변치 않는 호주의 광활한 풍경을 보다가 10분마다 변하는 아기자기한 고국 풍경이 신기했다.더구나 사계절이 뚜렷한 기온, 풍부한 해산물과 야채, 과일과 산나물이 입맛을 돋운다. 특히 겨울철에만 잡힌다는 거제도 외포항에서 맛본 싱싱한 대구탕과 거제 막걸리의 진미를 잊을 수가 없다.하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와대 관람에 나섰다. 청와대 방문을 하려면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날짜를 지정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해외교포에다 실버족이라는 특권 (?)을 믿고 무작정 청와대 정문에 가서 여권을 제시하니 무사 통과시켜 주었다.청와대는 마치 어느 절간에 들어선 듯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청와대 본관은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을 위한 공관으로 1991년 전통 궁궐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신축했다고 한다.접견실 벽면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한 11명의 대통령 사진이 비치되어 있고 맞은편 벽에는 프란체스카 영부인을 비롯한 10명의 대통령 배우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한 시절 최고의 권세를 누리며 호령하던 대통령들도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했다.세월호 해난사고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거주 공간으로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 우리나라 전통 양식의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전남 구례 화엄사 절간을 방불케 했다.청와대는 해외 동포의 눈으로 보니 호화롭지도 웅장하지도 않는 아담한 신궁이라 할까? 맞은편 고궁인 경복궁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세계 상위권의 고물가 지대에 살고 있는 시드니 시민이 놀랄 정도로 한국의 음식 값이 수직 상승하는 실정을 보며 호주로 귀국 길에 올랐다.김봉주 (자유 기고가) bjk1940@hanmail.net

20/04/2023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차다. 설날을 맞아 찾아온 고국의 하늘에는 냉기로 가득 하다. 한여름의 시드니에서 하루만에 한겨울의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30도의 열탕 사우나에서 영하 17도의 냉동실에 들어선 듯 정신이 번쩍 든다.산다는 것은 일종의 숙련 과정인데 30여년의 호주 생활에 젖어 그동안 사계절의 뚜렷한 기온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탓에 맹추위에 익숙하지 않는 것이리라.이번 여행은 매시간 돌아가는 세상에서 고국과 타국 사이에 건강한 균형을 찾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숨어 있음을 고백 한다.숲을 벗어나야 숲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더구나 고향을 떠나야 더욱 고향이 그리워지듯이 타국과 고국의 거리를 두면 더욱 상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설날(구정)을 맞아 조상에 대한 성묘와 차례에 참여하기위해 고향을 찾아 떠나는 행렬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돌이켜보면 봄철 어려운 보릿고개에서도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고 빚을 내서라도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루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관혼상제를 잊지 않고 치르던 깊은 의미는 수백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한민족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지혜가 녹아 있다.본래 ‘나’라는 존재는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기질이 합해서 모인 만남의 장소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지나온 길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고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줄 모르면 어디로 가야될 지도 모른 법 아니겠는가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이유로는 가족끼리, 동네 이웃끼리 제사와 결혼식이라는 만남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상부상조 하는 미풍양속을 유지하려는 제도였다고 생각된다.옛 시절에는 마을에 경조사가 나면 마을에 굴뚝 연기가 나지않았다. 모든 부락민이 그 집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며 더불어 도움을 주었으니까.한민족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유교에서는 제사는 흉사(凶事)가 아니라 길사(吉事: 좋은 일)로 여겼다.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는 게 제사의 본 뜻이다.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족과 가문의 단결하는 힘이 위기 때 마다 발휘된 한국 사회 공동체 정신의 근간이 되었다.인구 절벽에 서 있는 한국에서는 앞으로 형제자매는 물론  이모, 고모, 삼촌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우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향 S시에서 무려 2천쌍의 결혼식 주례 실적을 가진 친구  Y씨를 만나 최근의 기록 갱신을 문의했더니 한숨이 앞선다.왜냐하면 요즈음의 신랑신부들은 종교 예식을 제외하고는 아예 주례를 세우지 않고 서로 손을 맞잡고 결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노래를 부르며 예식(禮式)을 마친다니 어안이 벙벙 하다. 호주에서는 공인된 주례의 서명이 있어야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데..필자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호남선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무궁화호’라는 왕년의 급행열차가 이제는 완행열차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주중에는 경로 할인제를 실시해서 노인들에게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이날 탑승한 완행열차의 변신이 나그네를 당황하게 하면서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전에는 완행열차를 타면 장장 10여 시간이 걸려 차비보다 간식비용이 더 들었다. 철도청 산하 단체인 홍익회에서 차안  판매 독점권을 주어 "땅콩 사려, 오징어, 소주 있어!"하며 기차칸 복도를 누비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은 간 곳 없고 도서관처럼 조용한 최신 객차에서 아동에서 노인까지 모바일 폰을 드려다 보느라 정신이 없다. 철도역에는 개찰도  검표도 없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검표원과 심지어 권총을 찬 경찰관이 검표를 하고 있는 호주와 대비가 되었다.차창에 보이는 겨울 들녘은 을씨년스럽다. 겨울이면 그렇게 푸르렀던 보리밭이 사라지고 희뿌연 회색 들판이 남편과 사별한 아내처럼 홀로 쓸쓸히 앉아 있다.눈이 쌓여 있는 동구 밖 아카시아 나무에 걸린 까치집은 보이는데 까치와 까마귀는 행방이 묘연하다.한국의 지방 도시마다  7개 무지개 색중에서 골라 특성을 살리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시내에 들어서면  난개발로 전국이 대동소이해서 실망스러웠다. 지방을 상징하는 신작로 흙길이 온통 시멘트로 덮여 초가집과 기와집이 조화를 이루던 정겨운 시골 풍경은 찾을 길 없고 볼 품 없는 시멘트 건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대의 희랍인들은 진실의 반대말을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말했다. 고국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호주를 그리워 하기 위해 삶의 균형을 맞추다 보면 진실한 삶을 위한 면역력이 길러지리라. 그리하면 소망을 발견하리라.김봉주(자유기고가)

09/02/2023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겨울의 장막을 걷고 봄의 전령사인 목련 꽃이  활짝  핀 호주의 9월이 어김없이 찾아 왔다.하얀색과 분홍색의 목련화를 보노라면 손주의 싱글 벙글 웃는 모습이 떠올라 우리를 기쁘게 한다.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손주는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즐거움 그 자체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정하는 사랑의 정수이다.오죽 했으면 이처럼 손주가 귀여운 걸 알았다면 자녀보다 손주를 먼저 볼껄 그랬지 라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고 있을까?그래서 그런지 잎사귀보다 꽃봉오리가 먼저 피어 봄을 맞이 하는 목련이 더욱 반갑다.한민족의 조부모들은 손주를 돌볼 때 정신과 육체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 다음의 가르침을 실천 했다.1)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목 운동으로 혈액 순환을 돕는다. 또한 도리(道理)는 인간의 도리를 다 하라는 의미도 포함된다.2) 곤지곤지손바닥에 다른 손 엄지로 꼭 찍어 누름으로 기혈을 돕는다.곤지(坤地)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라는 의미가 있다.3) 잼잼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계에 필요한 물질은 챙기고 나머지는 나누어는 선행을 가르친다.이국에 살고 있는 해외 동포들도 유념하여 이를 실행하기를 권고한다. 이웃의 외국인들에게 전수해 주면 더욱 좋은 일이다.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노닐고 있는 양떼의 모습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눈이 내려 덮인 들녘에 빼꼼이 솟아나는 새싹,수평선과 푸른 하늘에 맞닿아 있는 뭉개구름,낚시대의 떨림과 함께 느껴지는 어신(漁信)  10m 거리에서 퍼팅한 골프공이 홀에 빨려 들어갔을 때우리는 기쁨을 맛 본다.초봄의 따스한 햇살,동 터오르는 새벽,밤하늘의 은하수와 남십자성을 바라 볼 때,낯선 행인들의 친절한 인사교회에서 식사 봉사를 하고 나서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교인들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소식을 모르던 소꼽 친구와의 우연한 상봉,로또 기계에서  울리는 당첨을 알리는 음향이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기쁨을 선사한다.바닷가를 거닐다 무심코 들여다 본 해안 바위에서 전복을 발견 했을 때,모국의 발전상이 호주 TV에 방영되었을 때,올림픽과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선전했을 때 우리를 기쁘게 한다.손주 돌보미를 잘 하려면 먼저 조부모가 건강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노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환은 치매이다. 환자 본인은 무의식 상태로 생활하지만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치매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여행이라고 한다.독서와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알려 주고 보여 주기 때문에 두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두엽을 자극하여 신경 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다니면서 하는 독서라고 할 수 있다.부처는 말했다."내가 왜 이러는가 궁금하면 과거를 보라.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궁금하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라."노인의 치명적인 병으로 혈관 질환을 빼 놓을 수 없다.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뇌졸중(stroke)에 대해 의사들은 조언 한다.STR(stroke)를 기억하라고.S: Smile (웃어 보라)T: Talk (말해 보라)R: Raise (두 팔을 올려 보라)이상 3가지 실험에서 이상이 있을 경우, 3시간 이내에 병원에 가면 치료가 가능하다.또한 노인 낙상은 사망률을 높인다고 한다.네 가지 이상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근육이 약화되어 넘어지기 쉽다는 학설이 있다.평소에 보폭을 넓게 딛고 천천히 걷는다.시드니에서 전철이나 버스에 승차했을 때 차가 정거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노인 대부분은 한인 실버족이다. 정차나 발차시 주의해야 낙상을 방지 할 수 있다.근현대사에서 최장수 인물로 중국의 한의사 이경원(李慶遠 1677-1933)이 있다. 그는 무려 256년을 생존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세에까지 대학에서 학술 강연을 했다고 한다.그는 평생 24명의 부인과 180명의 자손을 두었다고 전해진다. 이같은 사실이 당시에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타임지에 보도 되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 진다. 그의 장수 비결이 궁금해진다.“늘 평정한 심태를 유지하고 거북이처럼 앉으며, 참새와 같이 행동하고, 개처럼 잠을 자라.” 우리는 매일 모바일 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사랑을 충전 하면서 베푸는 것이 최상의 대화(Giving is the best communication)임을 명심하자.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의 으뜸은 행복한 삶이다.그렇다면 행복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다음의 7 가지 방법을 실행하면 가능하리라 믿는다.1)  Happy look(부드러운 미소)2)  Happy talk(칭찬하는 대화)3)  Happy call(명랑한 언어)4)  Happy work(성실한 직무)5)  Happy song(즐거운 노래)6 ) Happy note(아이디어 기록)7)  Happy mind(감사하는 마음)김봉주 (자유 기고가) bjk1940@daum.net

01/09/2022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겨울이 담을 넘어 들어 왔다. 가을을 건너 뛴 채 코로나의 한파를 몰고 찾아온 찬바람이 우리를 더욱 스산하게 한다.필자는 올해 고국 방문 길에 올라 코로나 비상사태로 삼엄한 서울에서 체류하는 기회를 가졌다.소수의 연락이 되는 초중고 동창생을 상봉하는 모임에서 2년 전에 만났던 고교 시절의 벗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허망하기 이를데 없었다. 더구나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함박웃음 짓던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또한 서울의 거리에 구두가 사라져 가고 운동화 시대가 도래해서 거리의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 길거리 구두 수선공의 눈길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문명이 발달 할수록 구두와 정장이 사라 지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남을 배려해서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정장을 하고 하이힐 구두를 신고 다니던 그 시절에서 이제는 남보다 나를 생각하면서 편리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이기심의 발로가 아닐까?아예 정장 대신 등산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녀노소가 차고 넘치는 서울의 거리.전철이나 버스에 승차했을 때 모든 승객들이 타자마자 일제히 스마트 폰을 켜고 정보의 홍수 속을 유영하며 타인과의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한강변을 걸으며 귀여운 자녀가 타야할 유모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희희낙락하며 웃고 있는 젊은 부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최근 뉴스에 신혼 여행 중인 신혼부부가 산책을 하다가 신부 품에 안겨있는 반려견을 향해 달려드는 도사견의 공격을 막다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제는 신혼여행도 개와 동행하나?아기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로 하루가 시냇물처럼 흐르던 고국의 시골 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고 푸념하는 노인의 한숨 소리.필자의 방문 중 때마침 한국 대통령 선거기간이었는데 자당의 정책 공약보다 상대당 후보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까십(gossip)을 증폭시키는 정치인과 이를 즐기는 유권자들.자신이 만든 색안경으로 정국을 바라보면서 자기만이 정의라고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하는 사람들.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인 세네카는 “고성은 이유가 박약하다”, 즉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은 이유가 얇고 약하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지상 최고의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단군 이래 초유의 풍족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고마움과 만족을 외면하며 살면서 불평과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한국의 시민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머나먼 타국으로 이민을 떠난 첫 사랑이 외국에서 불행한 삶을 살면서 별세했다는 비보를 풍문으로 들었을 때, 성형으로 얼굴을 변장하고 자신만만하게 나타나 옛 동창들을 당황하게 만든 성형 미인(?)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마음의 거울이 얼굴인데 표정이 사라져 버렸으니..부부 동반 친교 모임에서 부인의 심기를 거스릴까 봐 가만가만 주위를 서성거리는 늙은 남편, 하얀색과 분홍빛으로 활짝 피며 구름처럼 무리지어 꽃 숲을 이루며 자태를 뽐내던 벚꽃 꽃잎이 단 일주일 만에 일제히 스러져 버렸을 때, 가을비가 처연하게 내리는 산사의 오솔길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 비 내리는 저녁 무렵 나무 가지에 비를 피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어린 새. 비 오는 겨울밤 시골 여관에서 듣는 빗방울 소리, 항해를 잊은 채 파도에 밀리며 포구에 정박해 있는 주인 없는 호화 요트, 가을의 따스한 햇살 아래 하염없이 앉아 있는 공원 벤치의 백발 노신사, 금 코팅으로 장식한 관을 싣고 묘지로 향하는 최고급 장의차, 이제는 은퇴한 왕년의 톱스타의 빨간 하이힐 구두, 출 퇴근 길에 바삐 뛰어 가는 피곤에 절은 워킹맘의 좁은 어깨, 풍광이 아름다운 관광지에서 스마트 폰을 연상 켜 대며 깔깔거리는관광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1980년 이전 고국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한 동포들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 당시 국어 교과서에 실린 명문으로 독일 시인 안톤 슈낙 (Anton Schnack)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일생을 살아오면서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수필가 이진섭의 명번역에 더욱 큰 감명을 받았다.그 외에 국어에서 명문으로 ‘청춘 예찬’(민태원), ‘그믐달’(나도향), ‘낙엽을 태우면서’(이효석)의 문장들이 추억의 텃밭에서 아직도 자라고 있다.한국 문교 당국은 1981년 국어 교육의 실용적이고 사회적 내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국어 교과서에서 정서를 기르는 문장과 인성 교육에 필요한 작품들을 퇴출해 버렸다고 한다. 이런 조처가 현재 청소년들이 날로 정서가 황폐해 지고 있는 실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슬픔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서 가운데 최고의 것이고 동시에 모든 예술의 전형이요 시금석이라고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도 증언했다.무엇보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국어에서 사라진 사실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슬픔은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다. 슬픔의 아침 뒤에 즐거운 저녁이 깃들인다.(A joyful evening may follow a sorrowful morning)는 영국 속담도 있지 않는가..김봉주(자유 기고가) bjk1940@hanmail.net

09/06/2022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2년여만에 재개된 시드니와 서울을 연결하는 아시아나 첫 직항편으로 도착한 11월 중순 서울의 하늘에는 노랑 은행잎이 눈처럼 내리고 있었다.시드니에서의 출국 과정은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먼저 항공 티켓을 구매한 후 이를 근거로 메디케어센터를 방문해 코로나 백신2차 접종완료자의 해외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는다.다음에는 시드니의 한국 총영사관을 방문해 한국 입국 절차에 필요한 직계 존비속(조부모나 자녀, 손자손녀)임을 증명하는 가족 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출국 72시간 안에 PCR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이러한 제반 서류는 시드니공항 출국데스크에서 확인 받은 후 보딩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이날 밤 필자가 탑승한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했다. 마치 긴 항아리(?) 같은 모양의 방역복을 입은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받았는데 마치 외계로 떠나는 우주선을 탄 듯한 야릇한 느낌을 받았다.코로나 사태 이전의 휘황찬란한 각종 물품의 경연장이었던 시드니공항 면세점은 모두 폐쇄되어 황량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이는 인천공항의 면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유령의 공항을 출국하고 입국한 셈이랄까.. 두나라 입출국 공항은 방역팀이 전방에 배치되어 삼엄하기가 이를데 없었고 오히려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한산하며 간략한 심사에 그쳤다.다음 날 새벽 인천공항에서 한국 방역팀의 철저한 검사를 거쳐 입국한 후 인천과 서울을 잇던 리무진 버스는 운행을 중단하여 임시 합승 택시를 타고 서울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해외 입국자는 도착 일주일 안에 보건소를 찾아 다시 1차 검사를 받고 양심적인 자가 격리 일주일 후 2차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보이면 모두 완료된다.필자는 호주에서 한번하고 서울에서 두번째 코 안을 후벼 파는 PCR 검사로 지금도 코 속이 얼얼한 느낌이 있다.서울에는 세 발 자전거를 타는 3살 아이부터 세 발(지팡이 포함)로 걷는 노인까지 한사람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하고 다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화점을 비롯한 식당, 빌딩, 도서관 입구에는 체온계와 QR 코드, 질병청 전화번호가 비치되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서울의 주민센터(동사무소)에는 도서실, 취미교실, 어린이 놀이방, 건강 상담실 등 각종 교양 시설이 무료로 개방되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노약자용 가죽 의자가 비치되어 놀라운 배려정신을 엿 볼 수 있다.그러나 11월 늦가을 서울에는 한 나무에서 여러 종류의 단풍이 어울려 피면서 환영하는 모습에 그동안의 피로가 사라지고 귀향의 그리움이 번지는 것은 어인 일일까?어린 시절 함께 많은 시간을 가졌던 지방 초등학교, 중고교 동창들의 소모임에 참석하여 이제는 잊혀진 옛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오늘은 서울 을지로 3가 식당에서 코흘리개 친구들인 초등학교 동창들과 점심 약속을 하여 광화문 지하철에 내려서 을지로를 걸어가면서 고개가 아파서 혼이 날 지경이었다. 광화문에서 을지로 3가, 청계천 3가, 종로 3가까지 하늘로 높이 솟아 오른 초현대식 빌딩들을 쳐다보다가 일어난 일이다.대부분의 해외 교포들은 지리가 생소하여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고 있는 지하철을 애용하기 때문에 지상에 펼쳐진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국제 도시에 손색이 없는 건물 숲을 보면서 모국의 발전상에 흐뭇해졌다. 마침 한국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에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때 아니게 아프리카 남아연방에서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발생하여 한국 등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이제는 세계가 한 가족이 되었다. 가족 구성원 중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원이 감염될 수 있듯이 한 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전 세계가 비상에 돌입하게 된다.우리가 탑승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교회에서 알게된 모 권사가 고국에 살고 계신 아흔 노모의 병간호를 위해 2만리를 날아가는 효심에 기도를 드렸다.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며 가을이 찾아 와도 단풍과 외면하는 풍경의 시드니와는 달리 서울의 공원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나무의 종말을 아름다운 색상으로 나타낸 하나님의 계시가 무엇일까?단풍은 ‘제 2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고운 단풍처럼 늙어 가는 노인들이 존경스럽다.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hanmail.net

02/12/2021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호주.  경찰과 군인이 동원되어 행정 법규를 위반한 시민들에게 현장에서 벌칙금을 부과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전국민이 마치 초등학생이 된양 방역 당국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고 있다.필자의 집 인근 공원에 파라마타강변을 따라 조성된 트래킹 코스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주민들이 허용된 범위와 인원으로 이 코스를 이용하고 있다.그런데 이 산책로가 사람만이 아니라 애완견을 끌고 오는 행인들 중 약 80%가 개의 목줄을 풀어 놓은 상태로 왕래하는 바람에 노약자나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을 불안하게 만든다.이에 필자는 2년 전 NSW 주정부 Local Health District에 편지를보내서 코스 주변 공원에 경고장 설치를 건의했더니 주정부가 10여 군데에 경고 간판을 세웠다."언제나 개의 목줄을 메시오"(Please keep your dog on a leash and controlled at all time)라는 경고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어쩌다 필자가 개 주인에게 목줄을 메라고 지적하면 한결같이  “우리 개는 순하다”면서 송아지만한 불독을 자랑한다.아니 자기 주인에게 순하지 않는 반려견이 어디 있을까?이러다 보니 공원 트래킹 코스는 온통 개 운동장이 되어 수십 마리의 개가 뛰노는 경연장이 되고 있다.준법정신이 강한 호주인들이 이런 경고를 무시한 이유가 어디에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법규 위반 시 부과될 벌금 조항이 경고판에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호주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의 준법정신 전통에는 벌금의 역할이큰 것으로 생각된다. 호주에서는 코로나 방역 법규 준수는 물론 교통 법규나 공공질서 위반 행위에는 고액의 벌금이 즉석에서  부과된다.사람이 받는 스트레스 중 벌금을 부과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화를 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독소가 몸 안에 퍼진다고 한다. 현금을 받았을 때와 웃을 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는 이론이 있는 것처럼. 벌금의 영향력은 질서 유지의 명약이 되고 있다.개 목줄은 외출할 때 착용 시켜야 할 필요한 끈이라 하겠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다섯 가지의 끈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인생은 끈이며 이는 길이요 사회 연결망이기도 하다.# 매끈:  항상 웃으며 세련된 몸가짐과 외모를 가꾸며 깔끔한 성품을 지닌다.# 발끈: 어려운 순간이 와도 발끈하지 않는다.# 화끈: 모든 일을 지금하라. 통 큰 결단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질끈: 비난 받아도 용서하라. 그리고 복수하지 않고 참는다.# 따끈: 따뜻한 사람이 되자.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건강하다.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는 통행금지라는 전대미문의 제한을 받고 있다. 한인 이민 1 세대들에게는 ‘통금(통행금지)’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광복 이후 37년동안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 통행이 금지된 생활을 이들은 경험했다.밤 12시 각 경찰서에서 통금 사이렌이 울리면 한국민은 각자의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 전국이 암흑 속에서 적막강산으로 변한다.다음 날 새벽 4시에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면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각 경찰서 유치장(보호실)에는 통금 위반 시민들로 넘쳐 난다. 주로 음주족들이 대세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통금 해제에 주부들이 시큰둥했었다고 한다.그런 역사를 가진 통행금지가 2021년 시드니에서 록다운(Lock down)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고국에서는 북한 공산 정권과의 전쟁이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인 것이다.최근 유엔 총회에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참석한 방탄 소년단(BTS)이 연설한 미래 세대의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통행과 교류가 막혀 답답함이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지만 희망의 노래가 위안을 준다."세상이 멈출 줄 알았는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모든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웰컴(welcome)이라고 말하면좋겠습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도 있습니다다."그렇다. 생명이 있어야 희망도 있다. 죽고 난 뒤에는 아무 것도 바랄 수 없다.성경의 한 구절(마태복음 16장26절)을 인용한다."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 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족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가족은 밥에 비유된다.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다음날 또 배고픈 것처럼 가족끼리의 사랑도 꾸준히 먹어야 살아 갈 수 있다. 상대를 위해 늘 배려하는 마음을 간직 하면서...때마침 시드니는 10월11일부터 코로나 제한 규정이 완화된다는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는 새벽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신호다.  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hanmail.net

07/10/2021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인생행로에서 탄생의 기쁨이 있는가하면 죽음의 슬픔도 피할 길이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 생명 속에 사망이라는 씨앗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코로나 팬데믹 폭풍이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을 때 청정 지역임을 은근히 자랑 하던 시드니도 록다운(lockdown)이라는 최강의 봉쇄 조치가 8월 말까지 다시 연장된 가운데 7월 24일 2020 도쿄올림픽이 꿈속에서 펼쳐지는 유령 올림픽처럼 1년 후 개막되었다. 이날 최종 올림픽 봉송 주자가 일본계 테니스 스타(나오미 오사카)가 성화대에 불을 붙여 눈길을 모았다.시드니에서는 호주 한인사회 초창기에  코리안 커뮤니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조기성 전 시드니 한인회장의 부음(訃音)이 전해졌다.필자는 30여년 전 이민 와서 최초로 고인과 함께 일을 한 인연이  있다. 그 당시 시드니 동포사회는 캠시(Campsie)를 중심으로 캔터베리 카운슬 관내에 많은 동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상업 활동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마치 고국의 지방 읍내를 닮은 정서가 한인들 사이에 퍼져 있어 정감이 흐르던 그런 시절이었다.조 전 회장은 여행사(대한관광여행사), 무역업, 서비스업, 한글 도서 수입과 동포 신문 ‘대한신보"를 운영했다. 필자는 대한신보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고인을 통해 호주 동포 사회의 실태와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인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스마일 젠틀맨(smile gentleman) 사업가였다. 그를 보면 스마일은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직원을 채용할 때 한결 같고 부지런한 사람, 함께 하는 직원을 선발하자는데 공감했다.고인은 서울대 졸업 후 (주)대우 호주지사장으로 근무했고 공군 장교 출신이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호주 사업가와 상담하는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 이런 상담에서 그의 멋진 옷차림처럼 리드미칼하게 액센트를 구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시드니의 코로나 록다운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쓸쓸한 작별이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지상으로 기원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최상의 죽음이란 미리 예기치 않았던 죽음이라고 하지만 유족에게는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게 된다.죽음을 이루는 단어는 다양하다.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영면, 작고, 소천(기독교), 선종(천주교),  입적(불교) 등..한국에서는 신분에 따라 죽음을 인용하는 단어가 다르다고 한다일반인들의 <사망>으로부터 대통령 <서거>에 이르기까지 호칭이 변한다.죽은 사람이 자신의 비석을 보지 못 하듯이 호칭을 어찌 알 것인가? 심지어 서울 삼성병원 영안실에는 수의(壽衣) 한 벌에 1천만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어 우울하다.‘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경구가 있다. 옛 로마에서 원정을 나가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였으리라. 동양의 공자도 죽음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아직 삶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랴?"고 말했다.죽음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으니 헛된 기대를 버리라는 어느 철학자의 충고가 생각난다.요즘 우리는 코로나 봉쇄령으로 외출을 못 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집에만 있으면 신체 기능 저하, 기억력 집중력 등 뇌 기능이 저하되는 ‘팬데믹 브레인(머리 속이 멍한 느낌)’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 신문은 "이는 마치 지하벙커에 오래 갇혀 있다가 풀려난 납치 생존자의 두뇌와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땀 흘려 운동하기(치매 예방)# 음악 듣기, 노래 부르기(행복 호르몬이라는 옥시토신 수치 증가 )# 명상(뇌 인지 능력 향상)# 만날 수는 없어도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친구 생각하기(정서 기능 향상) 호주에 전해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장례에 부치는 시’를 독자와 유가족에게 전한다.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I am not thereI am not sleepI am thousand of winds that blowI am the diamond glint in the snowI am the sunlight ripen grainI am the gentle autumn rainI did not die .I am not thereI did not die."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 없어요.나는 자고 있지 않아요.나는 불어오는 바람이오나는 눈 속에 빛나는 다이아몬드나는 황금 들판에 빛 추는 햇살나는 소슬하게 내리는 가을비나는 거기 없어요.나는 죽지 않았어요."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hanmail.net

29/07/2021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어쩌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경쟁이 치열하고 사회가 불안정한 세상에서 희망에 대한 기다림이 약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이 불안과 혼란에 휩싸여있는 현실에서 코로나 극복의 그 날을 기다리는 심정은 절실하다.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완치의 그 날을 향한 기다림,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면서 상대의 마음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다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면서 성공의 그 날을 바라는 기다림이 있다. 그리스도 교인들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재림의 어원을 보면 수난과 부활을 거쳐 종말이 온 후에야 재림이 찾아오게 된다니 인류의 종말을 예고한 듯하여 섬뜩하다. 이를 빌미로 한때 이단 교회에서는 성경(요한 계시록)을 자의로 해석하여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집단 구원을 약속하며 세상을 요란하게 소동을 벌였던 흑역사도 있었다. 기다림이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제대 날짜를 손꼽고 있는 병사들, 고시 합격 발표가 다가온 응시생들, 당선자 발표를 앞둔 출마자들과 영주권을 신청한 임시 체류자 등의 기다림은 절실하다.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좌도 보고 우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전진하는 가운데 기다림의 인내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며 직진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심경이 든다. 자신의 주장만 강변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부류다. 어제를 뒤집어 보고 오늘을 둘러보며 내일을 바라보며 사는 삶을 권고한다. 부처는 "내가 왜 이러는가 궁금하면 과거를 보라.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궁금하면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를 보라"고 설파했다. 기대는 믿음의 어버이라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기대를 걸어 놓고 그것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 한 후에 결과를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서양에서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근원이 명확해야 한다. 가시를 땅에 심어 놓고서 장미를 기다려서는 안 되는 이치와 같다. 세상에는 별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무거운 줄 모르는 사람. 공짜는 소금도 안 짜다는 사람. 호미 빌려 주니 감자 캐어가는 사람. 나 잘 되는 것보다 남 못 되는 것 좋아하는 사람. 개구리에게 헤엄 가르칠 걱정하는 사람.(고국의 정치에 훈수 두는 동포들) 판단력이 부족하면 결혼을 하고 이해력이 부족하면 이혼을 하고 기억력이 부족하면 재혼을 한다고 주장하는 독신주의자. 이처럼 각양각색의 성품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인 것이다. 상식과 몰상식, 양식과 무식이 뒤엉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명약을 준비하여 매일 복용 하면 이 풍진 세상을 정화하면서 순탄하게 항해 할 수 있다. 과 이라는 양약이다. 이 우주를 움직이고 있는 이라는 에너지를 충전하여 남을 배려하면서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는 이라고 어느 철학자는 정의했다. 친절한 마음은 이 세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영국 속담에도 '친절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A kindness is never lost)'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내가 세상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흔히 사람을 평가 할 때 '사주팔자(四柱八字: 네 개의 기둥과 여덟 글자)'를 타고 났다는 말을 한다. 팔자가 좋다 혹은 팔자가 나쁘다는 운명론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사주팔자는 과연 무엇인가? 조선조 초기 명리학에서 유래한 학문으로 사주팔자는 12개의 지지가 각 개인의 여덟자를 만들어 낸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각 개인의 여덟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20,736이며 천간까지 합해 계산하면 1,296만분의 1이 나온다. 그러므로 자신의 운명을 탐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서양에서는 이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겨 터부시한다. 그러나 13이라는 숫자는 성스러운 숫자인 것이다. 서양 점성술에서 12개의 별 자리에 태양을 합하면 13이 된다. 예수의 제자 12명에 예수 그리스도를 더 하면 13이다. 또한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도록 해 준 여성은 1년에 13번 생리하도록 되어 있는데 월경은 생명을 창조해내는 성스러운 과업의 하나이기에 이라는 숫자는 존중 받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한인들은 호주와 한국이 하루속히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진압되어 고국 방문의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합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 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성경의 말씀이 가슴에 파고든다. 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daum.net

10/06/2021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

이민 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기는 초기 3년이라고 한다. 고국을 떠나 낯설고 물설은 타국, 관습과 문화, 사회, 언어가 다른 나라에 정착하는 것은 미지의 땅을 개간하는 것만큼 지난한 일이라 하겠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그 나라 언어를 숙달하기 위해서는 초기 3년간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 시기를 게을리 하면 그 후 30년을 거주하더라도 정착하는 나라의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없다고 알려진다. 식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포도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배나무 등 유실수도 묘목을 이식하고 난 뒤 거름과 물을 주며 성심을 다해 키워야 대지에 뿌리가 내리게 되며 3년이 지나면 열매가 맺게 된다. 5월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설정되어 기념하고 있다. 가정에 대해 동양 세 나라는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권속, 일본에서는 가족, 한국에서는 식구라고 불려진다. 이들 세 나라의 표현 중 한국의 식구가 가장 마음에 닿는다. 그러니까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고나 할까?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다음 날 또 배고픈 것처럼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이가 가족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한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가 가정이다.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국가가 부흥하게 됨은 만고의 진리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여성 가족부에서는 ‘건강 가족 기본법’을 마련하여 가족 개념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법에서 혼인, 혈연, 입양, 출생에 관한 법을 고친다고 한다. 그 중에 자녀의 성씨(surname)를 결정할 때 현재의 부의 성을 따르는 법을 바꾸어 부와 모가 협의해서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씨 중에서 선택하여 결정하여 관공서에 신고하면 유효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에 대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20대와 30대 그리고 여성의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고 한다. 최근 경향을 보면 여론조사를 신봉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의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론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여론의 형성에 TV, 라디오, 신문, SNS 등 미디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일반 시민은 국정에 대한 평가를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여론은 파도와 같은 것이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이 물결이 높던 날이 있는가하면 잔잔한 호수면을 닮기도 한다. 수시로 변하는 여론 조사를 구실로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온 가정의 기본법을 바꾼다는 발상은 심사숙고를 요망한다. 비록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이지만 고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민족이기에 관심과 우려를 표명한다. 만약 한국 정부가 발의한 이 법이 국회를 통과 한다면 수백년 내려온 한국의 전통과 관습이 사라지게 되며 족보의 의미도 퇴색하게 될 것이다. 족보는 한 가문 즉 씨족의 계통과 혈연관계를 부계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나타낸 책으로 고국의 대부분의 장자 집안에 보관되어 있다. 자녀의 성을 골라 쓴다고 하면 예를 들어 첫째 아들은 아버지 성인 이씨, 둘째 아들은 어머니 성인 박씨, 딸은 어머니 성인 박씨가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며 가정을 이루는 실로 어이없는 형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동거, 사실혼 부부, 위탁 가정들은 가족으로 인정 한다는 조항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호주를 비롯한 서양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 성씨를 따르고 있으며 대부분의 동포들도 여권이나 메디케어 카드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도 아내는 남편성이 아니라 처녀 시절의 성을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다. 같은 부모를 둔 자녀가 성씨가 다를 때 형제 자매간에 느끼는 괴리감이나 외부의 평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그렇게 되었을 때 가정의 행복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976년 미국 소설가 알렉스 헤일리(Alex Halry)의 소설 ' 뿌리(Roots)'가 드라마와 영화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인기리에 방영됐다. 작품 ‘뿌리’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납치되어 미국으로 끌려 온 소년과 그 후 2백년동안 그의 후손이 겪은 파란만장한 미 흑인들의 뼈아픈 역사를 담았다. 이 작품의 영향으로 자신의 가족과 가문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붐(boom)이 전세계에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뿌리를 찾아 나섰을까? 사람은 자기의 뿌리를 알지 못 한다면 자신이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은 애정과 소속감에 대한 위계가 있는 법이다. 가정은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기질이 합류한 만남의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자녀가 각기 다른 성씨를 갖고 생활한다는 현실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족은 나무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히듯 가족 구성원 상호간에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돛단배에 돛대가 없는 배의 운명과 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만약 우리 사회에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었다면 인간은 모두가 다 남의 세상을 살다가 죽어지고 말 것이라고 어느 작가는 술회했다. 가정은 묘목과 같다. 항상 애정을 갖고 성심 성의껏 돌보아야 한다. 화목한 가정이 지상에서 으뜸가는 보배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자녀를 보는 기쁨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일 년 열 두달을 가정의 달로 섬기며 살아가자. 김봉주 (자유 기고가, 부영 고문) bjk1940@daum.net

13/05/2021
김봉주의 오페라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