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이 미디어에서 빅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시상을 하고 최근 영국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미국 아카데미의 오스카상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었다.
두 해전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상을 석권하며 한국 영화사의 100년만에 쾌거를 이루고 뿌듯했는데, 올해는 한국 배우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오스카의 조연상을 받게 된 만큼 언론의 취재 열기가 뜨겁다.
74세 할머니인데 당당히 국제적인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영어로 한 인터뷰는 영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라앉은 시상식 자체를 신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고 국제적인 칭찬이 자자하다. 평생 쌓아올린 연기력에 더해 그녀의 재치있고 소신있는 대답들은 어색하고 긴장감이 컸을 시상식을 경쾌하고 모든 사람을 웃게만는 여유와 유머를 갖추고 있다. 이미 앞선 영화제에서, 또 품위를 앞세우는 영국 사람들을 웃게한 그녀의 쌓여진 경력은 미국의 오스카에서는 더 여유롭게 관중들과 세계 시청자들을 집중시키며 그녀 만의 자연스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70대 중반의 한국 노인 여성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아카데미 오스카를 거머쥐고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내년에는 오스카의 사회를 윤여정에게 맡기자는 말까지 등장하니 가히 본인에게도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출중한 영어도 아닌데 그저 알아들을 만한 편안한 생활 영어가 세상 저편에 사는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 온라인에 인기이듯 윤여정의 인터뷰는 평범한 자신의 말을 한 것인데 거리를 초월한 세상에 신기한 감동이 공유되고 있다.
요즘은 누구나 할 것없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에 수없는 영상들을 올리고 재미가 있으면 클릭 수가 늘어나고 그것이 인기를 가늠하고, 능력과 권력의 한 방편이 되기까지하는 온라인 시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영상에 자신의 얘기를 전달하는데 익숙해지고 여유로워져서일까?
며칠 전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팬데믹으로 날짜를 마루다 아직 한국에서, 미국에서 올 수 있는 형편이 되지않아 조촐한 결혼식과 리셉션을 가졌다. 오지 못하는 한국과 미국의 가족들을 위해 줌으로 결혼식 영상을 띄웠다. 고사리 같은 손에 결혼식 반지를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한 살 반짜리 손녀의 아장 거리는 걸음도, 한국에서 오지 못한 아빠를 대신해 시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입장한 장면도 송출이 되었다. 리셉션에 신랑과 신부가 준비한 댄스는 보는 이들의 흥을 돋구고 선남선녀의 예쁜 모습에 터진 환성도 전달이 되었다. 동생이 장가가는 형에게, 아빠가 가정을 이루는 장남에게 전한 편지에 듣는 아들도, 함께 테이블에 둘러 앉은 가족들도 따스한 감동이 되었다고 인사를 전한다. 카톡으로, 인스타로, 유튜브로 축하 소식과 궁금한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축복의 언어들로 모여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감동하는 감성에 스스로 각박했던 마음을 깨닫는다.
윤여정은 젊은 시절 유명 가수와 이혼하고 혼자 살며 두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워킹맘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살아왔다. 어느 프로의 사회자가 ‘국민 여배우’라고 부르자 그 칭호를 받기에 자신은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왔던 평범한 엄마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많은 사람이 화려한 조명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지만 소중한 가치와 진실한 감동이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삶에도 보화처럼 감춰진 빛이 잔잔한 숨결로 드러나지 않게 호흡하고 있을 따름이다.
성지를 순례하는 두명의 친구의 이야기인 ‘두 노인’ 이라는 톨스토이의 단편에, 순례 과정에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다가 돈을 다 쓰고, 순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친구가 조명되고 있다. 그는 결국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포기했지만 “바다를 건너가는동안 내 안에서 그분을 잃어 버릴 지 몰라”라며 돈을 털어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진정한 순례는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윤여정의 당당하고 여유로운 수상소감은 타인의 각박한 마음과 상관없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기쁘기로 작정하면 기쁨은 공유된다.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가치없는 인생은 없다. 은혜는 은혜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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