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호일보(10월2일자)에 실린 정원일 공인회계사의 글을 잘 읽었다. 제목은 ‘보안관’으로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한 가지 반갑지 않은 사회 환경에 대한 지적이다.
나는 과거 칼럼에서 서방사회의 제3세계화 신드롬이란 말을 몇 번 썼었다. ‘보안관’은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그 문제로 확장시킬 수 있는 현장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제3세계화 신드롬은 호주와 다른 영미국가들이 제3세계인들을 대거 이민으로 받은 결과 이들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와 대인 간 매너가 전근대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징조다.
제3세계는 서방 선진국을 기준으로 하여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전통사회(traditional society)를 뜻하는 말이다. 아프리카 대륙, 인도, 동남아 여러 나라, 태평양 섬나라, 아랍계, 아마도 중국이 여기에 속 한다. 한국은 여기 어디에 위치할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전체 인구에 비하여 영미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아예 그러려 하지 않는 이민자의 비율이 정확히 얼마인지 수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출생지와 혈통을 기준으로 어림 잡을 수 밖에 없는데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시드니만 해도 지역에 따라서는 기차에서 백인을 보기 어려운 곳이 많다. 어떤 지역은 누군가 말한 대로 기차를 타보면 중국의 광동성에 있는 느낌이다. 같은 사람인데 뭐가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제3세계 사회의 특징이지만 성장배경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이들은 좀 나은 자리에 앉으면 평균적 앵글로색슨 영미인에 비하여 더 권위주의적이며 인권사상이 박약하다.
스트라스필드나 리드콤 기차역 홈과 출입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10중 8은 유색인이다. 뭘 묻거나 말을 걸면 짧게나마 정중하게 대답하는 게 공무원으로서의 의무일 텐데 그런 사람 거의 없다. 정 회계사가 소개한 보안원은 어느 인종인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더 못된 것 같다. 백인 또는 유색인이 어떻고 한다면 인종적 편견으로 욕먹을 수 있다. 어느 인종이 됐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확률 아닌가.
이민 오기 전이나 후 영미사회에 대한 우리의 1차 관심과 우려는 아무래도 백인에 의한 인종차별이었다. 그런데 인종차별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타민족으로부터 받는 무례하거나 불평등한 대접이다. 내 개인으로 보면 그런 태도로 잠깐이나마 슬프게 만든 상대는 백인보다도 유색 이민자이거나 그 후손 가운데 많았다.
보안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공무원을 나무라고, 이 나라에서 법이 철저히 지켜질 필요성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과 선진 자유민주의 국가의 가치인 상대의 인권을 존중하는 매너는 다르다. 왜 이런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결정하는 문제가 호주에서 사회 이슈로 대두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김삼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skim19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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