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의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동포들과 재외국민의 안전과 권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 ‘2017년 재외공관장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핵심 내용이 동포와 재외국민의 안전 및 권익 보호였다. 문 대통령은 이 이슈와 함께 '국익 중심의 외교는 곧 국민 중심 외교', '외교도 국민의 눈높이'를 역설했다.
3일(월) 한호일보가 단독 보도한 브리즈번 한인 워킹홀리데이비자소지자(이하 워홀러) A모씨의 묻지마 폭행 피해 사건(1일 밤 발생)이 호주 동포사회에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저녁 중앙일보에서 한호일보 기사를 발췌해 보도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네이버를 통한 중앙일보 기사에는 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댓글만 약 200개가 달렸다. 대부분 브리즈번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와 총영사관 관계자의 미진한 초기 대응을 나무라며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본지 기사에는 피해자가 공관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한 2일(월)이 부활절 연휴 기간임을 분명히 했다. 연휴에 재택근무를 한 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벌써 여러해 전부터 간간이 발생하는 유사한 사건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제도 개선 등 아쉬운 점이 많다.
시드니총영사관 관할인 퀸즐랜드에 한인 워홀러들이 최소 1만명 이상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학생을 포함하면 1-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퀸즐랜드 동포들이 총영사관 개설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브리즈번에는 아직 영사관이 없다.
이처럼 공관이 없는 상황에서 1-2만명에 달하는 워홀러 및 유학생들의 높은 범죄 피해와 안전사고 발생률을 감안한다면, 총영사관은 몇 년 전부터 사건사고 담당자를 브리즈번에 파견하거나 동포 중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위촉했어야 했다. 시드니총영사관에 경찰청 영사가 파견돼 있는데 NSW보다 퀸즐랜드에 더 많은 한인 워홀러들이 체류한다면 구태여 시드니에 상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니면 브리즈번에 인력을 충원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사건의 골든타임에 이런 서비스는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이 “동포와 재외국민 안전과 권익에 집중해달라”는 지시와 당부를 했어도 호주에서는 잘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만약 이번 폭행 사건에서 사건사고를 담당하도록 위임을 받은 동포가 피해자를 방문해 위로하고 병원 방문, 경찰 신고, 법적 대응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호주에서도 본국의 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에 크게 위로가 됐을 것이다.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본지의 보도를 통해 그런 점이 노출되고서야 서둘러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가 없었다면 어떠했을지 의문이다.
일부 브리즈번 한인들이 한호일보 기사에 접한 후 피해자를 위로하고 음식 제공 등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호주와 한국에서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4일에서야 한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에 대해 “현지 경찰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외 설명은 재외국민 보호가 주요 업무인 공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별 의미가 없다.
한국 국적자가 해외에서 억울한 피해를 당했을 때 본국 공관이나 공관과 협력 관계에 있는 동포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 본국 정부와 한인사회에 대해 고마운 심정을 갖게될 것은 당연지사다. 반대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폭행으로 인한 고통 속에 불친절 서비스를 경험한다면 누구든 서운하고 서글픈 심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해자가 온라인 상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면 ‘인종차별 국가’, ‘치안 부재’ 등 즉각적인 반응이 확산된다. 이번 피해자는 향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동포 언론인 한호일보에 알렸다.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호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여러 번 반복됐고 피살 사건조차 발생했었다. 덩달아 호주와 동포사회의 이미지도 타격을 받았다.
한국 청년들이 외국 체험을 하는 워홀러 조약 체결 국가 중 호주는 역사와 규모에서 단연 1위다. 호주-한국 조약을 통해 워홀이라는 단어가 한국에 처음 알려졌다. 과거보다 숫자가 줄었지만 지금도 연간 약 2만명의 한국인 청년들이 호주를 방문한다. 이들의 안전 문제를 위한 대응책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필수 사항’이다. 과거의 안일한 대응 자세를 버리고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호주는 대체로 치안이 양호한 나라이지만 이번 피해자 A모씨가 말한 것처럼 대도시에서 야간에 혼자 공원을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어폰을 낀 채 걷다보면 교통사고 위험도 있다. 이번 폭행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반은지씨가 피살된 시티 공원 인근이었다.
호주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서도 확실한 불만을 전달하고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불만은 브리즈번 시장 등 정치 리더들을 통해 전달될 수 있도록 한인들이 나서야 한다. 지난 2013-14년 브리즈번, 시드니, 멜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한인 폭행 피해사건의 여파가 매우 컸었다. 또 다시 이런 사례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에 치안 강화와 더불어 유학생/백패커/여행객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대책도 요청할 필요가 있다.
한국 대만 등 워홀러가 많은 나라들이 연대해 NSW, 빅토리아, 퀸즐랜드 주정부에 유학생, 워홀러(백패커), 여행객 등의 사건사고를 전담해 지원을 하는 경찰관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산업은 호주 3대 수출 자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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