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드니의 산과 바다를 노크하고 있다. 초가을의 냄새가 아침저녁으로 풍기고 있는 계절이다.
시드니 한인들은 평소에 등산을 선호한다. 특히 실버족들은 각각 그룹을 이루어 정기적으로‘블루마운틴’, ‘크립턴가든’, ‘레인코브’ 트레킹 코스를 애용한다. 대표적인 등산 코스로 블루 마운틴을 꼽는데 이의가 없다.
블루마운틴은 시드니에서 북서 방향 50km 지점에서 시작하여 리스고우(Lithgow)까지 20여개의 철도역을 품에 안고 있는 분지형 산세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산맥이다.
블루마운틴은 1813년 맥쿼리 총독의 권유로 3명의 개척자들인 그레고리 블랙스랜드(Gregory Blaxland), 헨리 로슨 중령(Lieutenant Henry Lawson), 윌리암 찰스 웬트워스(William Charles Wentworth)가 불굴의 의지로 험준한 산악을 뚫고 서진을 계속해서 첫 통과를 했다. 이를 기점으로 오늘날 리스고우까지 도로와 철도로 통행하게 되었다.
이들의 탐험 정신을 기리는 의미에서 블루마운틴에는 철도역과 동네 이름에 블랙스랜드, 로슨, 웬트워스가 명명됐다.
10여 개의 한인 등산팀 중 ‘청산산악회’는 지난 25년 동안 주 2회(화, 금) ‘개근하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여 20여 회원이 건강 장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코리언 팀의 특성은 남녀 공히 옷차림에서 구별된다. 마치 히말리아 등반 복장으로 보이지만 실은 정상을 정복하는 본격적인 등반(climbing)이 아니라 숲길 걷기(bush walking)를 주로 하고 있다.
200여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호주에서 시드니 근교 등산 코스에 나서 보면 호주인을 비롯한 대부분 민족은 한사람 아니면 둘이 동행하는데 비해 코리언은 다섯명은 보통이고 심지어 20여명까지 그룹을 이루어 산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인은 단결심이 부족하다는 항간의 인식을 의심케 하는 단체 행동을 보인다.
숲길 걷기는 우리에게 건강한 삶을 선사한다. 수목이 발산하는 ‘피튼치드(phytoncide)'는 러시아어로 '식물을 죽이다'는 뜻이라는데 식물이 병균이나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로 사람에게는 유익하다는 것이다. 또한 숲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을 마시면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를 맑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에게는 6개의 쓸모 있는 기관이 있다. 그 중 눈, 코, 귀 3개는 콘트롤할 수 없고 입, 손, 발 3개는 조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등산은 6개 기관과 연관성이 있다. 귀를 통해서는 자연의 새소리로 음악 치료, 눈을 통해서는 나뭇잎의 녹색과 꽃잎의 색으로 미술 치료를, 코를 통해서는 자연의 향기를 선물한다.
또 손을 통해서는 자연의 느낌을 바람에 실어 오고 얼굴을 위해서는 비타민D와 세로토닌이 풍부한 햇볕을 제공한다. 발을 위해서는 근육 강화 운동으로 관절을 원활히 작용하는 보상을 준다.
여기에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 웃을 수 있는 일행과 동행하는 입의 즐거움이 있다. 사람이 웃으면 대뇌 전두엽을 자극하고 간뇌에 흥분을 전달하여 면역 활성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렇게 되면 체내 1천억개의 NK세포(자연 살해 세포)가 활성화되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웃음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숲길 걷기 할 때 4,7,8 심호홉법이 권장된다. 즉 숨을 들이 마시면서 1, 2, 3, 4를 세고 호홉 정지 상태에서 1-7까지 세고 내쉼에서 1-8까지 세는 방법이다.
미세먼지 습격에 전전 긍긍, 속수무책인 고국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호주의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는 감사를 해야겠다.
가을이 찾아와도 뉴사우스웨일즈의 산에는 가을에 피는 제2의 꽃이라는 단풍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계절 푸르른 유칼립투스 나무가 주종을 이루어서일까? 아니면 고국을 떠나 머나먼 나라로 유배를 온 영국인들이 계절의 변화를 망각하기 위해서 단풍나무를 멀리한 것일까? 망각이야말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니까..
김봉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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