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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이핑한 이 부호들은 나의 우스갯 소리이다. 후후, 그냥 우스운 노래라고 생각하면 안되나요? 나는 조금 웃기고 싶을 뿐이다. 내 새해의 넋두리를 읽는, 혹은 듣는 사람이 살짝 순간이라도 행복하면 좋겠다.
일어나자마자 거실의 커튼을 걷고 ABC FM라디오의 스위치를 올릴 때, 갑자기 터져나오는 말러 1번 4악장 알레그로 프리오소의 심장 두드리는 경쾌한 음률은, 밤의 장막이 걷히고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의 얼굴과 만나는 나를 기쁘게 한다. 때로는 하바네라가, 또는 베토벤의 7번 교향곡 2악장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많으며, 가끔 우연히 그 음악을 들으면 옛애인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마음에 사무친다.
그럴 때는 음악은 음악대로 거실에서 놀게하고 나는 침대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어젯밤 읽다가 내팽개치고 잠들었던 그 지독한 연애소설을 다시 집어든다.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끝부분이다. 때로는 ‘아프리카 방랑’, 혹은‘난주 Maria’일수도. 멜로디는 거실을 빠져나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고, 나는 음파의 리듬을 타고 저 고대 술탄의 도시 이스탄불로 달려간다. 또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를, 제주와 추자도의 바닷가일 수도.
꽤 오래전부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나는 좋아했고 잘 부르기도 했다. 사실은 트로트 노래풍은 뽕짝이라 하여 싫어했으나, 세상에는 트로트 마니아가 무척 많으며 분위기에 따라서는 뽕짝노래 하나쯤은 18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함을 노래방 문화에서 깨달았다. 나는 오페라<춘희>의 비올레타를 동백아가씨에 대응시키며 그 노래를 오직 하나 나의 트로트 목록으로 등재하고 지금도 사용한다.
…그리이움에 지쳐서…울다아 지쳐서…를 부를 때면 간혹 내 눈 가로 살짝 물기가 내비치는 사실을 나만 안다. 그러고 보니 2번도 있다. <섬마을 선생님>이다. 우주의 바다에 떠 있는 지구라는 섬에서 가없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센티멘탈 어떤 남자를 그리워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일을 회상할 때면 나는 다행스럽게도 재미있고 즐거운 사건들을 먼저 떠올린다. 현재의 나도 과거의 나처럼 깔깔거리고 소리지르며 화를 돋우기도 하지만, 지난 사연들은 왜 그리 예쁘고 반짝이는 것인지…. 그래서 미래로 가서 지금을 되돌아 보면 현실의 혼돈스러움도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을테니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그냥 지금을 사랑하고 느끼며 살아갈 일이다.
그 안에서 추억의 과거와 희망의 미래를 연민의 눈빛으로 엿보며 오늘을 사는 시간 여행자가 될 일이다.
언젠가 일루저니스트(Illusionist) 이은결의 마술을 유튜브로 보며 환상과 환각, 착시와 착각을 겪은 즐겁고 우스운 순간이 있었다. 사과를 그린 종이에 성냥으로 불을 붙일 때 성냥개비 머리부분의 황과 인이 마찰하여 발생하는 특유의 타는 냄새를 느꼈던 것이다.
나와 같이 보던 이도 동시에 느꼈으니 그는 우리에게 분명 연금술사처럼 환상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그 환상연출가는 사과는 타버리고(없어지고) 사과꼭지만 남은 종이를 들어 올리며 ‘사과가 사라진 오늘의 세상’을 일깨워 주었다. 진정, 개에게나 사과를 주는 따위의 패륜이 횡행하는 시대가 되었나?
새해를 시작하며 사라진 사과를 소환하고 싶다. 생뚱맞게도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아가씨를 노래하고는 소피스트처럼 궤변을 늘어놓은 내 이야기에‘피식’하고 조금이나마 웃으셨나요? 나는 정색하고 말할게요. 그대들도 동백아가씨를 그리워 해 보시라, 푸른 섬에서 바다 건너 당신을 바라보는 어떤 남자를 상상해 보시라. 잘 익은 사과를 가슴에 품고 누구에겐가 나누어 주길 꿈꾸며, 멜랑콜리아한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과 문학의 향취를 일루전(Illusion)을 거친 현시점으로 소환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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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수필가, 이효정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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