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기에는 그게 한창 거셌다. 지금은 덜 하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할 때마다 윤대통령 “물러가라“고 외치는 개인이나 단체와 집단을 심심치 않게 거리에서 보게 된다. 나는 윤대통령과현 정권을 특별히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 최고통치자는 고사하고 정권의 말단 직원과도 실낱같은 끄나풀이나 인연을 맺은 적도 없다.
적법한 선거
그러나 지금의 통치자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이번 대통령은 여러가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적법한 대선을 거쳐 뽑힌 사람이 아닌가.
둘째로 최고통치자는 나라에 대한 대한 원대한 비젼을 가지고 이를 향해 국론통일을 일궈낼 큰 인물이어야 한다. 사법고시 합격과 법조 생활만 해온 윤대통이 그런 넓은 지식과 경륜과 인격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지금의 한국에 그런 큰 인물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오바마풍의 카리스마
있다해도 그 정상 자리에 올라가는 길은 또 다르다. 우선 정치 몇단식으로 술수를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국론통일을 일궈내자면 혹자 왈 넬슨 멘델라나 버럭 오마바풍의 카리스마와 웅변술이 있어야 하는데 역시 그런 인물이 우리에게 없다.
나는 유화적 친북정책의 무용론자이지만 그 때문에 현 정권이 아니면 안되다고 보는 사람도 아니다.
헌정 거의 70년 동안 집권한 11명의 수장 가운대 대다수가 군사 정변과 탄핵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임기 후 부정 시비로 감옥으로 가야 했고 한명은 자살까지 택하는 비운을 겪었다. 거기에 국민의 책임은 전혀 없었을까.
지도자 복이 없는 나라
그 누군가가 한탄한대로 우리는 지도자 복이 없는 나라여서일까. 아니다. 자기 이해득실과 무지와 충동적 행동으로 통치자가 따를 국론통일 대신 사회혼란을 늘 가져온 국민이 원죄다. 이번에도 되풀이 할 것인가.
국민적 저항과 학생 봉기로 하야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과(過)는 부정 선거와 장기 집권과 독재였다. 그건 이승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 그 정권에 아부하고 영화를 누린 간신들과 추종자들이 많아 그게 가능했다. 그들도 국민이다.
나는 이대통령 말기와 그 뒤를 이은 장면 내각제 정권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초임 장교로 근무하고 있어 현장에 있지는 않았으나 선거에 참여하는 등 실정은 알만큼은 알고 있었다. 장면 정권이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한 건 남북협상을 부르짖으며 연일 거리에 쏟아져 나온 물리대생 데모가 겹친 사회 혼란이 군에게 빌미를 준 결과라고 나는 본다.
예측가능한 사회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지 못하는 건 사회과학 연구의 큰 취약점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새로 등장한 신군부 세력에 광주 시민이 힘으로 맞서는 대신 온 국민이 간디식 무저항주의로 대하였더라면 전두환 대통령이 탄생했을까.
정권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이변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거듭되어서는 안된다. 한 사회가 건전하게 정상적이며 일관되게 발전하려면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이 보장돠어야한다.
한국에서 잦았던 비정상적인 정변과 정치발전은 이 나라를 기회주의 사회로 탈바꿈하게 했다. 정법대학을 다닌 내 학생 시절만해도 고상한 꿈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양심적인 젊은 인재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말았다. 대신 국회에 당당하게 입성한 사람들 상당수는 5.16 이후 급조된 민주공화당에 얼른 영합에 들어간 기회주의자들이었다.
명멸하는 정권에 따라 팔자에 없는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비서관, 무슨 무슨 총장, 위원장, 석좌 교수가 얼마나 많았나. 이런 사회풍토는 이제 끝내야 한다.
김삼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skim19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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