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관련 그림
단테(1265-1321)는 13세기 중엽에 태어나 14세기 초반까지 살면서 그 유명한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집필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톨릭교회가 14세기 교황 베네딕토 12세에 의해 선포된 연옥에 관한 믿을 교리를 단테는 자신의 인생 말년 저작한 신곡에서 미발표된 소위 최신 교리정보인 ‘연옥에 대한 이야기(La divina Commedia – Purgatorio)’를 써 내려간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11월 한 달을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달로 지내는 관습을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며, 이 기도가 죽은 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전통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가톨릭교회는 오직 우리만 가지고 있는 연도(죽은 이를 위한 기도,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다시 단테이야기로 가보면, 연옥의 칠층산에 죄들에 대한 벌들 7P(peccati 죄들)가 있다. 오늘날에도 성찰하고 반성할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P의 7가지 목록을 보면 1층부터 차례로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음욕의 죄를 지은 사람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 죄를 지은 자들이 칠층산의 각층에서 받고 있는 벌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교만의 죄를 지은 자들은 죄 무게만큼의 바위를 짊어지고 있다. 질투의 죄를 지은 자는 철사로 눈을 꿰매는 형벌을 받고 있고, 분노의 죄를 지은 자는 짙은 연기 속에서 벌을 받고 있다. 나태의 죄는 멈출 수가 없이 계속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탐욕은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음이고, 탐식은 허기와 갈증으로 고통을 받고, 비쩍 마른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음이다. 음욕은 불의 장막을 지나가는 형벌을 받는다.
칠층산에서 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은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1층부터 3층에 있는 자들이 지은 것들은 교만과 질투와 분노이다. 이는 나쁜 사랑의 죄를 지은 자들로서 사랑을 해야 하는데 그 반대로 나쁜 사랑을 하고 있는 자들의 목록들이다. 4층에는 나태의 죄를 지은 사람들인데 이는 나쁜 사랑은 아니지만 부족한 사랑을 지은 자들이 있다.
시드니 한인성당에서도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 이상의 교우들이 성당에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혹시 코로나가 나태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5층부터 벌을 받고 있는 자들 곧 탐욕과 탐식 그리고 음욕을 행한 사람들은 지나친 사랑을 하는 죄인들이다.
나는 나쁜 사랑, 부족한 사랑 그리고 지나친 사랑을 행한 자들이 가는 단테의 연옥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성찰을 해본다.
단테의 연옥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우리들은 칠층산의 7가지 죄들에 반대되는 덕목들을 성찰할 수 있다. 필자는 그 덕목들 곧 좋은 사랑, 넘치는 사랑, 절제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우선 좋은 사랑은 무엇일까? 교만에 반대하는 겸손한 사랑이며, 시기 질투를 넘어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그런데 분노를 해야 한다면 옳은 것을 위해 하면 어떨까? 한편 부족한 사랑으로서 나태는 우리가 선의 행실을 위해 성실함과 꾸준함을 살아가는 넘치는 사랑으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나친 사랑, 곧 탐욕, 탐식, 음욕의 죄는 어떻게 이겨낼까? 탐욕은 인내로 탐식은 음식이나 음주의 절제로 음욕은 정화의 삶으로 옮겨가는 절제하는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러한 사랑을 기초로 삼아 건강한 믿음의 삶은 어떻게 실천할 것일까? 하느님께 기도하고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사람들과 친교를 이루고, 사람들과 많은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네 가지 방향이 한 가지에만 계속 집중하면 건강하지 못하여 연옥에서 형벌을 받는 칠층산의 죄들에 빠질 수 있다.
이제 봄이 지나가면서 여름으로 가는 이 계절에 지구도 혹시 연옥의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지구의 아픔은 인간들이 지은 나쁘고, 지나치며, 부족한 사랑의 결과가 아닐까 반성해본다.
특별히 주님을 믿는 신앙인들이 단테가 성찰했던 연옥이야기에 나오는 칠층산의 7가지 죄들을 반대하여 좋은 사랑과 부족하지 않은 사랑 그리고 절제된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구를 더 사랑하기를 기도해 본다.
곽승룡 비오 신부 (시드니대교구 한인성당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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