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리아는 혼인잔치에서 아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4) 아들 예수님은 자신의 뜻을 밝힙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5) 어머니 마리아는 잔치를 위한 부족한 술을 채울 것을 원합니다. 예수님은 어머니의 뜻대로 실행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어머니의 말씀이 자신의 생각과 틀렸다기보다 다르기 때문에“물독에 물을 채워라.”(요한 2,7)하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다른 생각과 의견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사실 서로의 생각들과 의견들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요즘 심리학자들이 자기 이해에 대해 말할 때 감정도 자신에게 조차 틀렸다고 말하지 않듯이 나와 다른 상대방의 생각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나눌 수 있고, 생각이 다르지만, 상대방의 생각대로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어머니 마리아와 아들 예수님의 대화처럼 말입니다. 아마 느낌이 새로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생각과 의견이 ‘틀리다’는 것보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자신과 기대이상으로 그의 뜻이 다른 나의 생각을 받아주는 일이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실행한 예수님의 첫 기적 카나 잔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어머니의 생각과 아들의 의견이 틀리다기 보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사랑의 눈빛이 비추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그 눈빛과 함께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그래서 어머니의 뜻을 그 눈빛으로 같지 않지만 알아듣고 허락하는 힘이 생겼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아버지에게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나의 가치가 소중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가치도 소중하게 여겨 봅니다. 분명 좋은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생각이 소중하기 때문에 상대의 다른 뜻도 소중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생각과 뜻은 다를 뿐 틀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할 때,‘틀리다’는 말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 말을 바라보면 평가하는 의미의 ‘틀린 것’이라기보다는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 속 ‘틀리다’는 말을 영어로 통역해보면 분명히‘다르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식당의 음식이 저 식당보다 ‘맛이 틀리네’”라는 말을 영어로 통역해본다면 ‘it is wrong’인데, 본디 영어 문장의 의미는 ‘it is different’입니다. 즉 맛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색이 서로 달라도 함께 있으면 아름답고 보기 좋으며 새로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듯이 말입니다. 색은 다를 뿐이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너무 많이 평가하며 사용하는 표현‘맞다, 틀리다’를‘그렇다’, ‘다르다’라고 사용하면, 비교하고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훨씬 긍정적이고 다양하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일어나는 사회로 변화 될 것입니다.
사실 다름의 차이를 자세히 알 때 평가하고 비교하는 차별은 훨씬 줄어들고,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면서, 나의 생각과 의견을 잠시 내려놓고, 단지 틀리지 않고 나와 다르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다름은 존중이고 하나 됨을 지향하지만 틀림은 평가하고 편가르기를 일상화합니다.‘다르다’고하면 서로 살고‘틀리다’고 하면 죽습니다.
곽승룡 비오 신부 (시드니대교구 한인성당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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