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양재동에서 삼성증권이 개최한 '2019년 해외투자 콘퍼런스'. 300여 명의 투자자가 참석해 미국·유럽·중국·베트남 시장 전망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예상 밖으로 주목을 끈 지역은 유럽이었다. 일부 빈자리가 보이던 다른 세션과 달리 유럽 세션은 참석자 모두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유럽의 경기 둔화가 전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직접 투자 계획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유럽 세션에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적 경제 악화로 유럽펀드 자금 유출 가속
최근 유럽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22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독일의 3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는 44.7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제조업체의 신규 주문·생산·출하·재고·고용 등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보통 50 이상이면 경기 팽창, 50 미만이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이날 발표된 수치는 2013년 6월 이후 6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PMI 역시 47.6으로 2013년 4월 이후 7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국가 채무 위기가 발생한 2012~2013년 수준으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것이다. 지난달 초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개월 전 전망치(1.9%)보다 0.6%포인트 낮은 1.3%로 조정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유럽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유럽펀드에서 대거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유럽펀드(38개)에선 최근 1년간 339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6년에는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5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럽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9.94%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6개월, 1년간의 수익률은 각각 -5.41%, -2.41%로 좋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 증시의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상 등 미국발(發) 악재가 사라진 데서 비롯된 단기적 현상"이라며 "자금 유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내 반등 어려워' 對 '지금이 바닥…곧 상승할 것'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안에 유럽 경제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정부와 의회의 이견으로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지난 2일 "브렉시트로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영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유로존 국가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로 가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장기간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으며 올 1~2분기를 기점으로 상승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유럽 경기 부진의 주된 원인 중 하나였던 독일의 자동차 수출이 최근 들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월별 자동차 수출은 2017년 초 2300만대를 돌파했었으나, 지난해 말 1500만대 수준으로 급감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2000만대 수준을 회복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자동차 산업이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금융사 소시에테제너럴 소속 로랜드 카로얀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경제 악화에도 기업 경영 환경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라며 "제약, 소비재, 음식료 등 방어주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조선일보
info@itap365.com
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