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괜찮으세요?
경로사상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동양에서는 어른에 대한 무례한 행동을 보면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근 일본의 한 포털싸이트에서 ‘허수아비가 된 할머니’ ‘차에 치인 할머니’ ‘쓰레기 봉투에 넣어진 할머니’ 등 제목만으로도 누리꾼의 분노를 산 사진들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모두 연출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예의 없는 연출의 장본인이 바로 사진 속 할머니라고 합니다.
오해 금물! 알고 봐도 분노를 부르는 사진들은 할머님의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연세가 지긋해 보이시는 할머니의 취미생활이 꽤 독특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작업들을 손쉽게 해냅니다.
사진작가 이름은 니시모토 키미코(西本喜美子) 씨로 올해 89세 고령의 할머니입니다.
현재 일본 구마모토 현에 사는 할머니는 브라질 태생의 일본인입니다. 8살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미용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실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이 자전거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미용실을 접고 22살에 자전거 선수로 전향합니다.
니시모토 씨는 결혼하고 아이 3명을 출산한 뒤 27살에 싸이클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됩니다.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챙기는 와중에도 니시모토 씨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호기심 많은 소녀 감성을 잃은 적이 없었습니다.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며 70세가 되었지만, 나이는 할머니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니시모토 씨 큰 아들의 직업은 ‘아트 디렉터(Art Director, 그래픽 총괄)’입니다. 아들은 일찍이 일본의 유명 록 밴드 B’z와 유명가수들의 앨범 표지 작업을 담당했었고 지금은 구마모토현에 예술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넘치는 도전정신과 호기심을 잘 알고 있던 니시모토 씨의 큰 아들은 어머니의 도전을 적극 응원했고, 니시모토 씨는 72세에 촬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응원도 한 몫 했다고 합니다. “처음 남편에게 말했을 때 매우 놀란 눈치였지만, 나중에 저에게 사진기를 사주고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도 사줬어요”라며 니시모토씨는가족의 응원에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아내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사진 어렵지 않아요.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되는 거예요”라며 격려했습니다.
촬영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전문성을 갖추게 된 니시모토 할머니는 점차 카메라와 관련된 장비와 용품들에 관심이 갔습니다.
사진에 대한 학구열과 함께 장비를 모으기 시작한 할머니는 삼각대는 기본이고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측광기(測光器) 등 사진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접한 낯선 장비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점차 수많은 촬영 장비에 익숙해진 할머니는 어느 덧 전문 촬영기사 못지 않은 포스를 풍기기 까지 합니다.
촬영 후 사진 보정 기술도 점차 익힌 할머니는 현재 사진을 공유 할 수 있는 개인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니시모토의 창작생 http://kimikosan.exblog.jp/)
할머니가 사진에 흥미를 느낀 뒤부터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 큰 아들이 운영하는 미술학교의 촬영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 학교에서 최고령 학생이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촬영한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늘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난 2011년 2월에는 할머니가 카메라를 배운 지 10년이 된 해를 기념하며 사진 전시회를 열었고, 무려 130장이 넘는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사진의 주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사진은 매우 코믹한 반면, 어떤 사진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할머니의 작품 활동이 알려지며 일부 사람들은 사진을 사겠다고 연락이 오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는 “제 사진은 돈 주고 살만한 작품이 아니에요”라며 겸손하게 대답하고 무료로 사진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올해 89세의 니시모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일본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준 지진을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허리가 아파서 외출도 어렵지만, 아들이 운영하는 미술학교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에는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차를 몰고 할머니를 모시러 온다고 합니다.
사진 때문에 인생이 행복하다는 니시모토 할머니는 지난 2016년 7월에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혼자가 아니야’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며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판된 책에서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사진 촬영에 빠진 자신을 도와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으며, 일본 지진으로 피해 입은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되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앞으로도 건강히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출처: goo.gl/NoXsqM
http://kimikosan.exblog.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