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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역사의 최초 기록자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교민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온 한호일보 종이신문 발행이 중지되는 시점에서 이 것을 역사로 기록해야 하는 사명 역시 우리 한호일보 구성원들에게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한호일보는 지난 30여년간 세 명의 발행인 (故오직일(1990-2000), 전경희(2001-2010), 신이정(2010~)을 거쳤다.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호일보의 역사를 구성하되 초대 발행인인 오직일 전회장에 대한 정보는 당시 함께 회사를 창립한 이기주 전대표이사의 기억에 의존했다.한호일보의 전신인 호주동아는 재일교포 3세 오직일씨의 결단에 의해 창간되었다. 1948년생(1949)인 오직일씨는 일본에서 조총련계 중고등학교를 나온 후 민단으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중반 호주로 다시 이민 온 후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했고 한인 교민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신문을 택한 것이다.그 이전에도 생활정보 등 꽤 괜찮은 교민 잡지가 있었지만 고국의 소식과 호주 소식을 전해줄 정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당시 신문사의 설립 의도는 동아일보의 호주 법인을 만들어 인터넷이 없던 시절 교민들이 한국 소식을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당시 창립멤버들은 동아일보와 밀접하게 협력했고 한국 정부의 허가도 얻어야 했다.한국 동아일보사에 직접 가서 모든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했던 이기주 씨는 당시 공무국과 편집국에 한달 간 머무르며 신문 발간하는 과정을 보고 배우게 된다. 호주동아 창립 허가는 창립 멤버들의 경찰 신원 조회, 국정원 신원 조회를 모두 거친 후 나오게 된다.1989년 8월부터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90년 3월 1일 드디어 주간 호주 동아의 창간호가 나온다. 이는 호주 교민 사회에 처음 나온 대판 (full broad sheet) 정론지였다. 당시에는 동아일보가 제공하는 기사 8면, 호주 기사 8면 총 16면으로 구성했다.초대 편집국장은 조동국 기자가 맡았는데 그는 중앙일보 차장 기자까지 역임하고 호주에 이민 온 베테랑이었다. 2년 뒤 전대구매일 기자였던 박병태 씨가 편집국장을 맡게 되고 그로부터 2년 뒤 고직순 기자가 편집 주간을 거쳐 편집국장이 되어 20년간 한호일보(구호주동아)의 데스크를 지키게 된다.호주동아일보 초창기 모든 기자들을 공채로 뽑아 신문의 품질이 유지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모든 투자가 한호일보의 유산이 되었다. 이기주 씨의 기억에 의하면 한 때 직원이 28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다.호주 동아는 2년 후 1992년 3월 1일부터 일간지로 재창간 된다. 이 때부터 일간으로 종이신문이 발행되던 체제는 2015년 제호가 호주동아에서 한호일보로 바뀔 때까지 계속된다. 호주 동아는 처음부터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당시 호주 전체 교민이 1만명 내외이던 시절 대판 정론지로 돈을 벌기 힘든 상황이었다.이기주씨의 기억에 의하면 당시 오직일씨에게 신문이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수 차례 이야기했지만 오 전 회장은 “한국 사회에 신문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점점 좋아지겠지 내가 이거는 내 사비를 털어서 할 테니 어떤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해 봅시다.”라고 말했다.호주 동아는 오직일의 헌신에 의해 창간되고 운영된 신문사였다. 오직일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고 그가 말년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다 일찍 작고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한다.경영이 어려워진 신문사를 인수한 것은 전경희 2대 발행인이었다. 그는 통신/IT 전문가였으나 당초 신문사에 직접적인 경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2001년 신문사를 인수한다. 그러나 인수 직후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면서 전경희씨가 직접 신문사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전경희 씨는 이후 10년간 회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경희 씨는 “동포사회에서 신문사 운영은 힘든 것이다. 하지만 직원 10명을 두고 일할 수 있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함께 유일하게 동포신문 일간지를 운영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고직순 전 편집인에 의하면 당시 호주의 불경기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호주동아일보의 일간지 발행 전통을 지켜낸 데는 전경희 2대 발행인의 공로가 크다. 다만. 이 시기는 교민 신문, 잡지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그리고 2010년 현 신이정 발행인이 경영이 어려워진 호주동아일보를 인수한다. 신 회장은 이미 큰 적자가 예상되던 신문사 경영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어민신문의 발행인이었던 부친의 영향과 교민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교민 사회에 금전적인 기부를 해 왔다. 조금 더 다른 영향력을 커뮤니티에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신이정 발행인 체제에서는 특히 여러가지 특별한 시도를 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2014년 3월 주말판 유료화를 단행한 것은 교민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무가지가 당연했던 교민 언론계에 돈을 받고 신문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몇 개월만에 유료화 조치가 철회되면서 실패했다고 평가받는데 대해 신이정 회장은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지만 내가 유료화를 결정했다. 구성원들이 정성들여 만든 신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일렀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소한 교민 사회가 신문을 바라보는 태도는 확인했다는 점에서 소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이정 회장은 2014년 12월 한국어와 중국어로 운영되는 호주 한인 최대의 모바일 앱서비스 마이시티(2015년 12월 아이탭(iTAP)으로 업그레이드)를 인수하게 되고 2015년 호주동아가 한호일보로 바뀌면서 종이 신문 발행이 주 1회로 줄어들게 된다.2023년 6월 30일 20년 넘게 데스크를 지킨 고직순 전 편집인이 회사를 떠난데 이어 2023년 12월 22일 자를 마지막으로 종이신문 발행이 전면 중단된다.종이신문이 중단된 원인에는 지난 시론에서 밝혔듯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에너지 위기 속 단가의 상상, 독자들의 열독률 하락, 온라인 신문이 늘어나는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교민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신이정 발행인은 “언론은 다른 사업과 다르다. 재정적인 출혈을 하며 언론을 끌고 모든 교민 신문사들은 어느 정도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이 동포 매체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많은 갈등을 하다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세 드신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리: 한호일보 편집인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21/12/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1979년에 버글스(The Buggles)가 발표한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도입부 음악으로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이 노래는 현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진과 영상이 이전 라디오 세대의 문화를 밀어내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담았다.제목만 보면 이 노래가 원망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 노래의 멜로디는 매우 경쾌하다. 아쉬움 가득 담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이 노래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과거가 그립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We cant’t rewind, we,ve gone too far)라는 가사가 이 노래의 주제를 말해 준다.재미있는 것은 라디오가 창조한 낭만적 공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만들어진 이 노래가 뮤직 비디오로도 만들어져 크게 성공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뮤직 비디오 전문 채널 MTV는 1981년 개국당시 첫번째 송출곡으로 이 노래를 선정했는데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의 뮤직 비디오는 이후 20년간 MTV에서만 1백만 번 넘게 송출되었다.기술발전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매체는 라디오뿐만이 아니다.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중 ‘신문 멸종 타임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진은 퓨처 익스플로레이션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제작한 것으로 각국의 종이 신문이 사라질 시점을 예측해 만든 타임라인이다. 타임라인에 의하면 호주의 종이 신문은 2022년에 사라지는 것으로 되어 있고 한국의 종이 신문은 2026년에 사라질 것으로 봤다.물론 2023년인 지금도 호주에서는 종이 신문이 발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3년 후에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 타임라인의 예측은 틀린 것이 확인되었지만 종이 신문의 위기는 이미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다.올 11월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에서 2005년 이후 전체 신문의 3분의 1, 기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1주일에 평균 2.5개의 신문이 사라졌는데 이는 2022년의 2배가 넘는 속도이다.이 대학은 특히 지역 언론이 이러한 종이 신문 시장 쇠퇴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지역 언론들이 온라인 전문 매체로 전환되었다. 호주에서도 3년전 언론 대기업인 뉴스 콥 (News Corp)의 주도하에 100개가 넘는 지역 신문들이 종이신문 발간을 중단하고 온라인 신문으로 전환한 바 있다.종이 신문 시장이 축소되고 인터넷 신문이 확장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뉴욕 타임즈 전체 구독자의 90%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구독률, 열독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가디언지도 일간 발행을 포기하고 주말판만 발행한지 오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신문의 온라인 전환 후 오히려 제한없이 더 풍성한 컨텐츠를 제공해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가디언의 변신은 성공적인 전환 케이스로 꼽힌다.미국의 퓨 리서치센터가 내 놓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뉴스를 읽는 비율도 전체의 71%나 된다. 뉴스 소비의 행태가 더 쉬워지고 가벼워졌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동포 언론이 처한 상황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종이 신문의 단가는 상승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30년 넘게 호주의 종이신문을 대표해 온 한호일보도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최종적으로 한호일보는 다음 주 (22일)를 마지막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한호일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독자들은 한호일보 웹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기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아이탭을 통해서도 한호일보 기사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매주 금요일 한인 상점에서 볼 수 있었던 종이 신문 한호일보가 사라질 뿐이다.신속성과 가독성이 중요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다시 태어나는 만큼 더 많은 기사를 다루게 될 것다. 또한 독자들이 동영상 기사, 포토 기사 등을 통해 선호에 따라 호주 뉴스에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호일보가 더 좋아졌다고 느끼겠지만 종이 신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변화가 될 수 있다.이번 결정은 1990년 일간 호주 동아일보 창간 이후 2015년 한호일보로 이름이 바뀐 것에 이어 2번째 큰 변화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변화라 믿는다.한호일보의 온라인 전환이 더 나은 가능성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신문의 편집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또 특별히 이제까지 종이 신문을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비록 종이 신문 발행이 중단되지만 지금까지 한호일보가 교민 사회에서 맡아 왔던 순기능 역할이 다른 방식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14/12/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를 꼽자면 톰 행크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가 된 이유는 이 영화가 한 평범한 남자의 성장 과정을 미국인이 잘 아는 역사적 사실과 잘 오버랩 시켰다는 것이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미국인 남성 포레스트 검프가 사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건마다 주인공으로 또는 주변인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했을 것이다. 오혜영 한인회장의 행보를 보며 포레스트 검프를 떠 올렸다면 너무 불경한 것일까? 사실 오회장은 시드니 지역의 최근 주요 행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식순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참여하는 것을 종종 본다. 봉사직인 한인 회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바쁘게 여러 행사를 다니는 것 만으로도 인정받을 부분이 있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오혜영 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확장성이다. 오회장과 34대 한인회는 한인 공동체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오회장의 한인회장 취임식에 연방 하원의원과 주 하원의원이 참석하고 지역 시장이 참석한 것은 유례가 없다.지난 22일 제롬 락살 베넬롱 MP와 만나 한인회관 재계약 도움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냈다. 현 34대 한인회는 연말에 컴벌랜드 카운슬과 뱅크스타운 카운슬에서 주최하는 자선 행사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와 더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오회장이 선거 기간 내내 약속했듯 ‘우리끼리’ ‘이너써클’ 한인회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Korean Australian’을 대표하는 한인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시드니 한인회는 친목 단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명실 상부 10만 시드니 거주 한인을 대표하는 이익 단체이다. 호주 사회와 한국 정부 앞에서 한인들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이다.   33대 한인회 사태는 이런 변혁기에 나타난 혼란일 수도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한인회에 대한 기대는 큰데 한인회의 역량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오회장은 짧은 기간동안 한인회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장에 당선된 만큼 여러 어려움도 있겠지만 주어진 역할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23/11/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지난 수요일 (16일) 이스라엘 정규군 IDF가 가자 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를 공격한 후 전 세계적인 비난이 이스라엘을 향하고 있다. 하마스가 집권하기 전까지 가자지구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자치 기구 (Palestine Authority)는 이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이자 긴급 구호 조정관인 마틴 그리피스(Martin Griffiths)는 X에서”병원은 전쟁터가 아니다"라며 “신생아, 환자, 의료진 및 모든 민간인의 보호가 다른 모든 관심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총장도 이번 공격이 "매우 우려스럽다" 며 "병원의 의료진과 다시 연락이 끊겼다. 우리는 그들과 환자들의 안전이 매우 걱정된다"고 썼다.그러나 이스라엘이 병원을 급습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마스가 이 병원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조나단 샨저에 의하면 하마스는 적어도 2006년부터 이 병원을 사용해 왔는데, PBS 다큐멘터리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며 병동을 봉쇄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2008-09년 전쟁 당시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 병원의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다. 뉴욕 타임즈는 하마스가 병원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했다고 보도했고 2014년 전쟁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알-시파가 하마스의 "사실상의 본부"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국제 앰네스티는 하마스가 병원 구내에서 수감자들을 고문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도 있다. 지난 화요일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조직원들이 가자시티의 알-시파에서 지휘통제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확인했다.이스라엘은 병원 측과 접촉하여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를 대피시키겠다고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아기를 포함한 환자들이 전쟁 지역에 남아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이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집단 체벌 (collective punishment)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하마스는 확실히 민간인을 방패삼아 자신들을 방어하고 여론전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이 2016년 이라크 모술에서 작전을 수행했을 때도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 IS는 격렬한 시가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을 거점으로 무장 세력을 배치했다. 당시 군인 1명당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지금 하마스가 동일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는 기습 테러로 이스라엘 민간인 1400명을 그 자리에서 죽이고 220명을 납치했다. 이 공격으로 하마스는 테러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참담하다. IDF의 반격이 시작된 후 가자 지구에서 1만 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7천명이 민간인이다. 하마스 전투원 1명당 민간인 사상자 1.25명이 사망한 셈인데 모술 작전보다 민간인 피해 규모가 작지만 여전히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의 로드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의 목적을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추산대로라면 3만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존재한다. 하마스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계속해서 민간인을 방패 삼을 것이다. 도시, 병원, 학교가 모두 전쟁터인 시가전에서 누가 시민인지 누가 전투원인지 아니면 모두가 둘 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16/11/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2023년 9월 채널 세븐의 유명 시사 다큐멘터리 스포트라이트는 아마도 올해 가장 논쟁적인 방송을 내보냈다. 스포트라이트는 디-트랜지셔닝 “De-Transitioning”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그 것을 후회하고 역 성전환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스포트라이트에 등장한 인물 중 18세의 클로이 콜 (Chloe Cole) 은 현재 미국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콜은 사춘기가 시작될 연령에 사춘기 차단제 (puberty blocker)를 사용하고 15세에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인 이중 유방 절제술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실시했다. 그녀는 7세에 자폐증 (Autism)과 주의력 결핍증 (AHDH)를 진단받았는데 소위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된 성정체성으로 진단했다. 의사들은 그 해결책으로 성적 지향 확인 수술(gender-affirming surgeries)을 하라고 권했다. 콜에 의하면 당시 의사들은 부모에게 ‘죽은 딸과 살아 있는 아들’ 사이에서 선택할 것을 요구했고 부모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콜은 이후 13세의 나이에 여성성의 발현을 막는 사춘기 차단제를 처방받으면서 성전환 치료를 시작하고 15세에 유방 절제 수술을 받는다.콜은 2021년 성전환 수술을 되돌리는 역성전환 수술을 받았지만 앞선 수술로 인해 앞으로 모유 수유 등 여성으로서의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이런 사례는 미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최근 읽은 글에서는 대략 호주 전역에서 1000명의 청소년들이 성전환 치료를 받고 있다. 보통 미성년에 대한 성전환 치료는 학교 직원이 학생들의 성정체성을 확인하는데서 시작한다. 교직원이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학생의 성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의사들이 심리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그들의 성 정체성이 태어날 때 성별과 다른 것으로 판단하면 사춘기 차단제를 복용하기 시작해 남성성 또는 여성성이 발현하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수년 후부터 성호르몬제를 투약 한다. 경우에 따라 신체적으로 영구적인 전환 수술도 실시된다.문제는 이 모든 절차와 그 뒤에 있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위 ‘전문가들’도 사춘기 이전 아동과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성 정체성 문제로 잘못 진단할 수도 있다. 자폐와 같은 문제를 겪는 자녀들과 그들의 부모가 특히 이러한 오진에 취약하다. 더우기 이로 인해 약물을 투여 받거나 신체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영구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성적 지향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반박 불가능할 정도의 과학적 증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보수적인 데이터를 참고하더라도 적어도 1%의 사람들은 성전환 치료 후 그 결정을 후회한다.NSW 의회에 소위 전환 치료 금지법이 계류중이다. 종교 자유를 추구하는 Freedom of Faith라는 단체에 의하면 빅토리아 주의 법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진 이 법은 기도, 설교, 상담 등 성적 지향성을 억압할 여지가 있는 모든 활동을 처벌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남성으로 태어난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밝히고 부모가 이를 부인하는 조언을 한다면 법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롭게 술을 사거나 pub에 출입할 수 없으며 성적 행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데도 제약이 따른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미성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 원칙이 성적 지향성에 대해서만 예외일 이유가 없다.과거 전환 치료의 부정적인 사례가 있었다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될 일이다. 성정체성에 대한 모든 대화, 상담, 기도 등을 금지할 수 있는 법은 마땅히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다른 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성년은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녀의 성정체성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부모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02/11/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시론] 두 개의 청원, 하나의 목표 그리고 정치 지난 17일 베넬롱 하원의원 제롬 락살은 한국인 청년 9명을 캔버라에 위치한 의사당 (parliament)에 초대해 1시간 30분 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제롬 락살 말고도 파라마타 연방 의원인 앤드류 찰튼, 리드컴이 속한 레이드 (Reid) 지역구의 샐리 사투 등 유력 정치인들이 함께 참석해 10대 후반에서 20초 초반의 한인 청년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한인 청년들의 질문에 성심 성의껏 답했고 참석한 학생들도 큰 만족감을 표했다. 매우 잘 준비되고 생산적인 행사였다. 행사를 즐기면서도 의심많은 필자에게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연방 의원들이 나이 어린 소수민족 청년들에게 이렇게 친절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9월 26일 라이드 시의회 미팅 내용을 정리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라이드 시의회에는 코리아 타운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 주차장 위에 지어질 지도 모르는 커뮤니티 센터가 시 행정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 이슈가 그들에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제롬 락살 베넬롱 의원은 라이드 시의 시장을 하며 라이드 상우회를 비롯한 한인 사회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 주차장도 그런 맥락 가운데 만들어 졌으며 이스트우드 커뮤니티 센터 건립도 그 때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롬 락살 의원은 올해 한국인 보좌관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한국인을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특별한 ‘한국 사랑’에 최근 자유당도 참가했다. 라이드 시 CEO의 40만불 거절에 대한 열띈 논의가 있던 그 회의에서 한국인 한정태 의원이 라이드 시 부시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최근 한정태 부시장과 라이드 시 주의원인 조던 레인 의원은 또 다른 서명 운동을 시작해 NSW 주 정부가 가칭 “한국 문화 센터” 건립을 위한 자금을 모두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 지정을 이끌어낸 데는 자유당 한정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며 업타운 그란트를 받아낸 것도 한정태 의원이 정보를 제공한데서 시작됐다. 당시 주 정부와 지방 정부를 모두 차지하고 있던 자유당이 한정태 의원을 적극 도운 결과였다. 노동당, 자유당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 한인 지역으로 알려진 이스트우드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물심양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런데 기자로서 질문을 참을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들이 원래부터 한인 공동체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아니라면 왜? K-Pop 때문에 한인에 대한 호감도가 커져서? 이스트우드는 연방 선거구로는 베넬롱에 속해 있고 주 선거구로는 라이드에 속해 있다. 지난 연방 선거에서 제롬 락살이 베넬롱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는데 그는 역사상 두 번째로 이 지역에서 당선된 노동당 인사다. 최초 선호도(first preference) 투표 결과에서는 3.7% 뒤졌지만 군소 후보들을 배제하고 다시 득표를 계산하는 2자 선호도 (two party preference)에서 2% 앞서며 신승했다. 이런 초박빙 정치 지형은 지난 3월 지방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이스트우드가 속한 라이드 주의원으로 당선된 조던 레인 의원은 겨우 50표 차로 승리했다. 재개표로 당선 확정 발표가 2주 늦어지기도 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호주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지역구의 한 복판에 한인 마을 이스트우드가 위치하고 있다. 나는 이 것이 자유당과 노동당이 최근 몇 년동안 한인 공동체에게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라고 생각한다.이 지역에서 한인들의 표는 5~10 %의 표에 불과하겠지만 결집력이 높고 “똑똑하고 교육 받은” 그룹으로 평가되는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투표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50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표심은 crucial할 수 있다는 것이다.자유당과 노동당은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친절한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최근 행보는 오직 그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유당-노동당의 정치적인 지형으로 인해 한인 공동체가 정치판 한 중앙에 놓이게 된 상황은 분명 위험하지만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이 것이 위험한 것은 너무 지나치게 정치에 함몰되어 한인 사회가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것이 기회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양당이 한인 사회를 최대한 지원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인들이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두 개의 청원을 두고 시끄럽다. 첫번째 청원은 노동당 버나드 퍼셀 의원이 시작한 40만불 보조금에 대한 것으로 300명 가까이 서명했으며 이를 통해 라이드 CEO로부터 주 정부와 재협의 하겠다는 입장을 얻어 냈다. 두 번째 청원은 한정태 의원과 조던 레인 의원의 청원으로 NSW 정부가 설계 비용 지원에 그치지 말고 건설 비용 전체를 부담하라는 것이다.이 두 개의 청원을 놓고 이견이 많다. 특히 두 번째 청원에 대해서 ‘비현실적’ 이라거나 이름이 잘못되었다거나 너무 정치적이라는 식의 비판이 있다. 나는 두 청원 모두 매우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순전히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고 다른 쪽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복합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 양당간 격차가 초박빙인 이 지역구에서 정치인들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 경쟁하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개인과 동포 사회를 위한 선택을 하면 될 일이다. 우리 모두 이런 저런 다른 이해 관계에 얽혀 있다. 그것이 개인적인 이해이던 정치적인 이해이던 어느 누구도 그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닌 척 하더라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 이면에는 각자의 셈법이 있기 마련이다.그러나 우리에겐 공통된 이해도 있다. 한인 공동체가 건강히 성장하고 미래 세대애 더 나은 시대를 남겨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센터도 필요하고 한인 정치인이 성장하는 지형도 필요하다. 이스트우드에 한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지어지는 것이 목표라면 자유당이 다수당인 라이드 시 의회를 압박하기도 해야 하지만 노동당이 다수인 주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가 첫번째 청원 뿐 아니라 한정태 의원의 두 번째 청원에도 참여한 이유이다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19/10/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시론] 오혜영 신임 회장 당선 축하…한인회 변화 선도하길 기대 '기호 3번 오혜영 후보 399표’ 개표 현장에서 울려 퍼진 조성권 선관 위원장의 발표에 여기 저기 탄성이 흘러나왔다. 캠시, 부재자 투표함 개봉 후 4위로 처져 있던 오혜영 후보가 1위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오 후보는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찾은 이스트우드 투표소에서 수거된 총 977 표 중 40%를 얻으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오혜영 후보는 나머지 투표소에서도 고른 득표율을 보이며 34대 한인 회장에 당선되었다. 선거 운동 개시 초반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오 후보가 시드니 한인회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스트라스필드 시장 출신의 옥상두 후보와 민주평통 시드니 협의회 회장 출신의 고동식 후보의 2파전을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건설협회 회장 경력을 바탕으로 한인회관을 건축하겠다고 나선 유민경 후보도 다크호스였다. 비록 한인회 운영위원의 경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혜영 후보가 유력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당선된 것이다. 게다가 오 후보는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후보이기도 했다.투표율이 낮았던 것이 오 회장의 당선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동원력이 높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오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이 주요했다.다만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한인회의 대표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올 5월에 있었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장 선거에서 약 1,900명이 투표했다. 인구 차이를 감안할 때 5천명 정도 투표할 것이라던 선관위의 예측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종 집계된 투표자 수는 고작 2,760. 한인회가 10만 교민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이번 선거에서는 한인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한인회관 문제였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해 회관 신축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현재 한인회관을 수리하고 시와 협의해 더 나은 조건을 얻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한인회관 신축 문제를 둘러 싼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한 편 다행이다.그러나 사실 가장 긴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한인회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을 재고해 대표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인들의 관심을 다시 가져 오기 위해서는 한인회관 등 하드웨어 문제에만 천착해서는 안된다. 한인회의 소프트웨어 즉 내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로 한인회는 능력 있는 한인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갖도록 해야 한다. 오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없어도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인회에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시드니 한인회는 알음알음 운영되는 친목 단체가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돈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한인회에 들어와 한국 동포청과도 협력하고 호주 정부에 로비를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둘째로 한인회는 호주 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오 후보는 다민족 정책을 펴는 호주 정부와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한 바 있다. ‘우리끼리’의 정신만으로 발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인회가 호주 주류 사회의 다민족 정책에 참여한다면 더 건강한 한인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한인회에 청장년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표 현장에서 한 선관 위원이 “이 곳에 40-50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한인회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은 한인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직을 구성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데 있어 청장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또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시드니 한인회의 내용을 바꾸는데 있어 오혜영 회장이 적임자일 수 있다고 믿는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한인회 운영진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모든 사안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60년만의 첫번째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더 많은 여성 인력이 한인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낙후된 교민 사회의 여성 인권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 회장이 2년의 임기 동안 획기적으로 모든 것을 완수할 것을 기대 하지 않는다. 현재 한인회 상황을 파악하고 인수하는 것만으로 1년이 걸릴지 모른다. 무리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한인회 내용을 바꾸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일해 주길 기대한다.  한호일보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28/09/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왜 한인회장이 되고 싶어할까? 이 것은 이번 주 한호일보가 선거에 나선 4명의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 중 하나이다.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진짜 궁금해서였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교민들이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한인회장이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직책인 줄 알고 있으며 그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권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과거 한인 회장들이 임기 2년 동안 평균 30만불 정도를 써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젠 아마 한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엄청난 명예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한인 회장은 교민을 대표해 한국 정부를 상대하며 때로 청와대(대통령실)에 초청받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에 초청받으려고 한인 회장에 나선다는 걸까? 그것도 석연치 않다. 호주에서 총 150명이 넘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만 되어도 동일한 영광을 누릴 수 있다.그럼 왜? 한인회 회장 후보들은 한결같이 ‘교민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또 눈을 부릅뜨고 분명 정치적인 미사여구 뒤에 숨어있을 이기적인 욕망들을 찾아내 발가 벗기고 싶어한다. 조던 피터슨은 ‘질서 너머’라는 책에서 능력있는 야심가들을 ‘가부장적 독재자'로 치부하는 현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그는 “능력 있는 권위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들은 책임있는 사람은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고 일어난다.”고 썼다. 이어 “선하고 근면하고 집중적인 사람이 야심적인 이유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 이며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게임을 개선하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옳은 말이다. 모두가 게임의 플레이어로 뛰는 상황에서 게임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 소위 공적 마인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공동체를 개선시킬 아이디어가 있고 열정과 함께 그 것을 실천할 능력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그런 공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경계조차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다시 한번 피터슨의 입을 빌리자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앞에 나서게 되면 그 사람은 권위자가 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과 사이에서 위계 질서가 발생한다. 권위에는 권력이 따라오며 권력자가 과도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권위자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다만 이들의 공적 마인드에 대한 존경심과 이들에 대한 경계가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특히 시드니 한인 회장 선거와 같이 사익이 뚜렷하지 않은 선거에 나선 사람들을 대할 때 특히 더욱 그러할 것이다.필자가 직접 이야기 나누어 본 각 후보들은 모두 이 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각자 한인 공동체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적용해 보고 싶어한다는 점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도 될 것 같다.  옥상두 후보는 한인회의 스탠다드를 호주 주류 사회에 근접하게 끌어 올리고 싶어하고 유민경 후보는 한인회관 신축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오혜영 후보는 호주 정계의 로비를 통해 교민 사회에 이득을 가져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고동식 후보는 분열된 한인 사회를 하나로 묶을 적임자라고 말한다.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가치들은 지금 교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에 따라 표를 던질 것이다. 한 명의 후보자는 회장이 되고 나머지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새롭게 회장이 되는 후보는 여러가지 약속들을 했겠지만 그 약속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탈이 나는 것보단 안정적인 운영이 더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또한 33대 한인회의 난맥상을 반면교사 삼아 지혜롭게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낙선한 후보들도 힘을 모아 한인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힘을 보내 준다면 더욱 좋겠다.무엇보다 시드니 한인 공동체가 앞으로 무엇을 꿈꾸고 계획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 준 네 명의 후보들에게 감사드린다. 한호일보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21/09/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성폭력, 불균형한 권력 관계에서 발생...교민 사회 아동/청소년 성폭력 방지에 힘써야 호주 통계국 (ABS)가 23일 (수요일) 발표한 호주의 성폭력 실태는 다소 충격적이다. 젊은 여성의 35%가 최근 12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 성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싱글맘, 세입자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 성폭력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특히 안타깝다.최근 한호일보의 기사에 성폭력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브리즈번에 기반을 둔 45세의 어린이집 교사가 15년 동안 91명의 여아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그 것을 촬영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더 최근에는 시드니의 한 영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20년 동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기사도 있었다.한호일보 지면에 실리지 않은 기사 중에는 오번의 한 음식점의 주인이 호주에 막 도착한 18세 여성 종업원을 근무 첫 날 술을 먹이고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기사가 있다.맞다.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권력을 가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호주인이 이민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다.특히 피해자 중에 어린 여성이 많다는 사실은 아직 호주 사회에서는 이들이 권력 관계의 약한 고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하지만 성폭력이 권력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면 여성만이 피해자가 될 까닭은 없다. 권력 관계의 아래에 위치한 남성이나 성소수자도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권력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권력의 불균형으로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항상 발생한다. 성폭력, 특히 특정 조직이나 인간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대부분 ‘권력형’ 범죄이다.사고가 터지고 나서 가해자들은 단골 메뉴처럼 “상대방이 좋아하는 줄 알았다”, “거절 표시를 하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권력 관계가 형성된 관계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호주 사회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특히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있다. 모든 아동은 모든 성인과 권력 관계에 있어 취약한 것이다.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동 성폭력 가해자들은 대부분 이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접근한다. 이들에겐 힘없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미성년 아동 청소년이 가장 손쉬운 “먹잇감”인 것이다.호주 사회는 미성년에 대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에 10대 강령을 정해 놓고 있다. 이 중 두 번째 강령은 아동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권력 관계에 가장 아래에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의견이 받아 드려지는 상황에 익숙해지면 아이들도 그저 침묵하는 피해자로 남지 않을 수 있게 된다.필자는 과거 5년 동안 한국 이민 공동체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온 말은 ‘호주사회와는 달리 한국 이민 사회에서는 미성년 대상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대답이다.실제로 그럴까? 한국 사회는 어느 사회보다 위계 질서가 엄격하다. 그렇기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아동 성폭력을 포함한 성폭력 문제는 몇 가지 제도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브리즈번 어린이집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가해자들은 틈을 찾아 낸다.더 중요한 것은 성폭력, 특히 아동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는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힘의 피라미드 아래에 위치한 사람일 수록 취약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아동/청소년이 부모가 아닌 다른 성인과 1대 1로 있게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집 교사라도 예외일 수 없다.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약자들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침묵하는 약자가 없도록 해야 투명하고 안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명히 동의해야 한다.호주에서는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10가지 강령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뉴사우스웨일즈 주, 빅토리아 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교회, 성당, 한글 학교, 방과 후 학교 등 미성년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동체일수록 더욱 안전한 곳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한호일보 편집인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24/08/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베넬롱 선거구는 북쪽으로는 노스 에핑(North Epping), 동쪽으로는 노스 라이드(North Ryde) 남쪽으로는 글레이즈빌 (Gladesvill) 서쪽으로는 칼링포드(Carlingford)와 어밍톤(Ermington)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한인 마을(Korea Town)로 지정된 이스트우드도 이 선거구에 속해 있다.최근 센서스에 의하면 이 지역 인구는 14만 9,706명이고 이 중 50%가 해외에서 태어났으며 48%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특히 중국계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큰 선거구로 알려져 왔다. 정치적으로 보면 자유-국민 연립의 텃밭이었는데 노동당 하원의원이 당선된 경우는 딱 두 번이다.첫번째는 지난 2007년 선거에서 맥신 맴큐 (Maxine McKew)가 당시 호주 총리였던 존 하워드 (John Howard)를 이기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당시 하워드 보수 정부는 케빈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에 대패하며 장기 집권을 마감했다. 당은 몰락 수준으로 패했지만 하워드 본인은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지역의 보수색은 여전했다.이 지역에 역사상 두 번째로 노동당 하원의원이 된 인물이 현 하원의원인 제롬 락살(Jermome Laxale)이다.많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보수 표심을 유지해 온 베넬롱 선거구가 이번에 노동당 하원 의원을 뽑은 이유는 이 곳의 중국 이민자 표심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스콧 모리슨 정부가 중국과의 각을 세우면서 중국 이민자들의 표심이 변화한 것이다.다시 한번 중국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된 이스트우드는 이 베넬롱 선거구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호주에서 중국인 목소리가 가장 큰 선거구에 한인마을이 생긴 것이다.일부 중국 커뮤니티의 경우 이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스트우드를 “빼았겼다”는 것이다.라이드 지역 상권을 주름잡아 온 그들의 상실감은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일이 가능했을까? 물론 한 가지 이유만을 들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라이드 카운슬에 두 명의 한인 시의원 한정태, 송강호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가장 주요했다.특히 한정태 의원(43, 자유당)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정계에 입문하면서 이스트우드에 대한 코리아타운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 것이 촉발제가 되었다.한의원은 당선된 후 첫 회의에서 안건을 발의했고 송강호 의원이 제청해 의제로 올라 만장 일치로 통과되었다. 두 의원은 정당이 다르지만 기꺼이 힘을 모았다.또한 한의원은 뉴사우스웨일즈 정부로부터 업타운 지원금을 받는 일에 대해서도 일조를 했다.이스트우드의 한인타운 조성은 의지를 가진 한인 정치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의원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인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이민자들로서 우리는 호주 사회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기 쉽다. 먹고 살기 바쁜 이민 생활에서 정치에 관심 가질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 지정 케이스를 보면서 알 수 있듯이 정치는 이민자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정치계와 가까울 필요가 있다.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이스트우드 상권이 시드니 전역에 광고되고 있다. 정치에서 시작된 비전이 동포 사회의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최근 베넬롱 하원의원인 제롬 락살은 한국인 보좌관을 임명하고 한국어 전용 카톡 채널을 신설했다. 한호일보가 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정치 효능을 믿기 때문이다. 한국어 전용 카톡 채널이 호주 주류 정치계와 한인 사회가 가까워지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한호일보 편집인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17/08/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얼마 전 필자가 속한 베넬롱(Benellong) 선거구의 연방하원의원인 노동당 제롬 락살 (Jerome Laxale)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대법 개혁을 예고하며 유권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NSW 전역에서 세 명 중 한 명꼴로 주택을 임대하고 있고, 베넬롱에서만 40% 이상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며 임대법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렌트로 거주하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40%에 이르는데 임대료가 연간 10%가 오르고 있다면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호주 정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현 노동당 정부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현 시점에서 주택 공급 부족과 치솟는 비용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에 큰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택 착공률이 7% 감소하고 첫 주택 구매자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임대료는 연간 10% 넘게 증가하는 등 모든 주택 관련 지표가 후퇴하고 있다.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의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 정권의 주택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마이너스 58%였다. 이런 상황에서 안소니 알바니지 (Anthony Albanese) 연방 총리가 다음 주에 있을 국가내각회의 (National Cabinet Meeting)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했다. 각 주와 준주의 총리들과 거국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알바니지 정부는 현재의 주택 위기를 저가 주택 공급으로 타개하 려고 한다. 100억 달러 규모의 소위 ‘호주 주택 미래 기금’(Housing Australia Future Fund)을 마련해 앞으로 5년간 3만 채의 저가형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안은 지난 6월에 상원에서 부결된 것과 똑같은 법안이며 이번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지난 6월 노동당의 호주주택미래기금 법안이 부결된 것은 녹색당의 협조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상원에서 과반이 아니며 심지어 제1당도 아니다. 야당인 자유-국립 연립은 이 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당으로서는 제3당인 녹색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녹색당이 내 놓은 조건 중 노동당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2년간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동결하고 그 이후에는 2년마다 인상하되 그 한도를 2%로 제한하여 세입자를 보호하도록 하자는 것이다.노동당은 이 안을 거부했고 결국 지난 6월 호주주택미래기금 안이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리고 지금 동일한 법안이 상원에서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알바니지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녹색당은 다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단기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대료가 연간 10%씩 오르는데 자금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주택 건설 계획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이 것이 알바니즈 총리가 각 주와 준주들의 도움을 구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좋게 보자면 온 국가 리더들이 협력해서 난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이겠지만 다른 말로 하면 연방 정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혹자는 집권 노동당이 녹색당의 제안을 받아드리면 간단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실제로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호주인 전체의 75%가 임대료 상한제에 찬성했다.지금도 ACT의 경우는 임대료 상승률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녹색당이 요구하는 임대료 동결이나 임대료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자는 안에 비하면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동결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한다.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거나 홀리데이하우스로 바꾸도록 유도해 결국 임대 가능한 주택 자체가 적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실제로 ACT의 경우에도 그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이런 이유로 현재 녹색당의 임대료 상한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주총리는 빅토리아주의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가 유일하다. 지금 노동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섯불리 임대료 동결안을 받아 드렸다가 임대 수익으로 크게 늘어난 모기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주택 소유자들의 원성을 듣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임대료 동결안을 거부하면 상원에서 주택 공급 법안이 사망하게 될 운명이다. 알바니지 총리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국가적인 의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다음 주에 있을 국가 내각 회의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나왔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이며 실제적으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조치들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호일보 편집인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10/08/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

지난 25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는 한국 대 콜롬비아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었다. 필자는 가족과 함께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스타디움을 찾았다. 낮 12시에 있는 소수 민족들끼리의 경기가 당연히 한산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외치는 즐거움이라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경기장엔 만원이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많은 관중이 있었다. 주최측은 총 관중 수가 2만 4,323 명이라고 밝혔는데 콜롬비아 팀의 홈 그라운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콜롬비아 팀의 관중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재 호주 대한 축구협회와 재 호주 대한 체육회 주관으로 진행된 응원전에서는 한국이 절대 뒤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한국팀이 승리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즐거운 경험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한국팀에 느끼는 감정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호주에서 태어나서 다민족 사회에서 자라며 영어가 더 편한 우리 아이들이 마치 자기의 부모처럼 당연히  한국편에 서서 상대편이 너무 거칠다며 투덜대고 심판이 우리 팀에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평했다.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점 부모에게서 멀어지고 호주 문화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는 꼬리표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사실은 호주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호주에 살고 있지만 건강한 한인 공동체를 만들고 물을 주고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7월 1일 한호일보 편집부를 맡은 후 한인회 사태를 취재해 왔다. 34대 한인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다행히 사태의 실마리가 보인다. 양 측은 합의문을 작성했다. 비대위는 전권을 잡고 정관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34대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한인회 원로들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큰 진통을 겪은 만큼 한 단계 성숙해지는 한인회가 되었으면 한다.한인회 사태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쩌면 한사람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회는 기본적으로 한인회 회장의 재정적인 헌신으로 운영된다. 한 관계자는 회장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2년 임기 동안 대략 20만불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인회 회장이 그 직책을 맡아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한인회 회장은 한인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어차피 자기 돈으로 한인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왜 아니겠는가? 이 문제는 회계의 불투명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이 구조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회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금이 충분한 사람만 회장 선거에 나서게 될 것이다. 훌륭한 인격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한인회를 운영할 자금이 없으면 쉽게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한인회는 더 이상 친목 단체가 아니다. 지금은 한인 사회를 대내외에 대표하는 이익 단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인을 대표하여 호주 정부와 협상해야 하고 한국 정부의 카운터 파트가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 전체를 대표할 만한 덕망도 있어야 하고 공동체를 이끌 비전도 있어야 한다.한인회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유능한 리더가 필요하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 있는 사람만 회장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한인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한인회에 기부자가 많아지거나 한인 공동체의 10%만 연회비를 내도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된다. 한인회 회비는 연 20불에 불과하다.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이 사태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한인회 사태를 보며 남의 일 보듯 쉽게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한인 공동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일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호주 땅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삶에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한국인이면서 호주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차별을 받을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한인회라면 얼마나 좋겠는가?유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구심점이 한인회가 된다면 또 어떨까?대책 위원회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던 일들의 문제를 짚어낸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인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다.필자가 한인회에 대한 교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촉구하는 이유이다.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27/07/2023
시론 - 손민영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