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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이와 격랑을 건너는 법 (12 – 마지막 회)우리는 왜 육아에 힘을 써야 할까. 옛날에는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었으니 자식을 낳고 제대로 기르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위해서 이 힘든 노동과 감정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 가끔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 말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어서 독립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가 나가서 살면 마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명하다. ‘호적에서 파낸다’는 식으로 인연을 끊어도 아이들은 부모와 끊기지 않고 그들의 영광, 또 좌절도 부모들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당장 10대 자녀의 양육이 힘들어도 지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평범한 중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규율 부재, 낮은 감정 지능, 애정결핍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뒷수습할 필요가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자녀와 나의 관계를 오늘 돌아보자. 지금 나의 노력이 나중에 늙어서 우리가 요양원에 누워 있을 때 자식들이 찾아올지 않을지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우리 세미나에 오시는 분들, 자녀가 하이스쿨을 졸업해 성인이 되어가는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이다. 6주의 세미나를 통해 자신이 아이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저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를 많이 하시는 분이 보통 말씀하신다. 우리 아이는 이제 어른인데, 우린  아직 사이가 좋지 않은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관계에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뇌에는 가소성이 있어서 유연하기 때문에 새로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도 가능하다. 단지 학습 속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반복 또 반복만이 살 길이다. 나이가 들어도 운전이나 수영을 배울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습관적인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지식 또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옳은 것,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을 깨달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하시라. 밥은 절대 굶기지 않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어렵지 않게 내뱉는 것이 한국 가정의 부모들이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말, 나의 행동을 항상 점검하고 조심하자. 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마지막으로 10대 자녀의 부모님들에게 몇 가지 요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여 아이들의 모든 감정은 수용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이 용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면 아이가 부모에게 연결감을 느낀다. 이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 사춘기를 지날 동안 연결된 채로 있다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화가 나는 등의 감정적인 일이 발생할 때, 자신에게 묻자. “나는 지금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있지? 이것은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나?”▲ 아이가 자라서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어른의 모습이 있는가. 당신이 지금 그 어른이 되시라. 한인 동포 가정에서 자라는 10대 자녀들과 부모들에게 행운을 빈다. 모두 격랑을 무사히 지나 성인이라는 언덕에 안착할 수 있기를.. 김지현 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 편집자 주(註): 12회에 걸쳐 실제 자녀양육에 유익한 내용의 칼럼을 게재해 준 김지현(Mina Kim) 기고자에게 감사 드립니다. 이 칼럼은 한호일보 웹사이트 또는 아이탭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21/07/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10대 아이와 격랑을 건너는 법몸이 커버린 10대의 자녀가 화를 낼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진다면 부모의 마음은 덜컹 내려앉는다. 아이를 잘못 키웠다 싶고 앞이 캄캄해진다. 아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부모부터 이렇게 해보자. 1. 화난 감정은 화내는 행동과 다르다.먼저 아이가 보이는 분노의 감정과 분노의 행동을 구별해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화난 감정은 용납되지만 폭력적인 행동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경계선을 지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것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네가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해. 기분이 몹시 안 좋겠지. 그러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안 되는 거다.’라고 단호하지만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화를 내면 덩달아 분노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제대로 말해 줄 수 없다. 어른 노릇이 안 되는 것이다.2. 아이들이 평온한 상태일 때 화에 대해 이야기한다.아이를 포함한 식구들이 화를 자주 내며 집안의 스트레스 레벨이 높다면 평상시에 화에 대해서 얘기하자. ‘인간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어. 엄마 아빠도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 이렇게 해 보자. 네가 발코니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으면 아 우리 XX이가 화가 났구나라고 알아줄게. 너는 거기서 마음을 다스려. 엄마/아빠가 화가 나면 물을 마신 후에 화장실로 피할게. 그러면 너나 다른 식구들이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마음이 좀 괜찮아진 후에 나오면 이성적으로 얘기가 가능할 것 같다.’이런 식으로 미리 화났을 때의 행동을 집안 내에서 정하고 서로 알도록 한다. 큰 소리가 나지 않아도 되고 화가 나는 사람은 냉각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분노의 파도가 밀려왔다 가면 화가 난 이유를 돌아보게 되고 대처방안도 떠오른다. 3. 체벌은 절대 안 된다체벌만큼 아이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수정하는데 효과는 있다. 하지만 체벌을 하면 아이들은 공포에 떨 뿐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체벌의 강도는 아이가 커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양육을 이렇게 하면 아이도 삶에서 문제들을 맞닥뜨렸을 때 폭력을 쓰며 해결을 하게 된다,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히 호주에서 사회생활이 어려워짐을 의미하며 친구를 사귀는 것도 취업이나 승진을 하는 것도 불리해진다는 뜻이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훈육과 혼내는 것을 동일시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데 화를 내거나 체벌을 할 필요는 없다. 훈육은 가르침이며 맑은 정신으로 아이와 연결되었을 때 가장 가르침이 잘 이루어진다. 화가 나 즉흥적으로 아이를 때린다면 교육의 효과는 전무하며 또  ‘너 몇 대 맞을래?’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부모의 정신이 맑다면 더더구나 체벌이라는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 말로 그리고 단호한 태도로 아이를 가르치면 된다. 단호는 화와 거리가 멀다. 목소리가 올라갈 필요도 커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낮고 굵게 차분하게 아이가 배워야 하는 내용을 짧게 반복적으로 말해야 한다.“너 폰 보는 게 약속시간보다 30분이 넘었구나. 이제 그만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게 “야, 폰 그만하라고 몇 번을 말해? 너 엄마 말 안 들어? 또 약속시간 넘겨??!!!”라고 화를 내는 것보다 낫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면서 폰을 놓으면 잘했다고 칭찬하자. ‘뭘 잘했다고 투덜대?’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폰을 놓으면 행동으로 보여준 거다. 투덜대는 것은 아이의 감정이고 아이의 감정은 그들의 것이다.누구나 화를 낼 수 있으며 그것은 인간 고유의 정서 중 하나다. 그러나 화난다고 아무 행동이나 해서는 안된다. 자리를 피하거나 외딴 공원에 가 소리를 지르거나 샌드백을 치는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행동을 미리 생각해 두자. 그것은 어른도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부터 분노 해소 전략을 세우고 아이들에게도 평소에 가르치자.김지현(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23/06/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화를 낼 수 있는 것은 부모만이 아니다 1한인 가정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 설문조사를 할 때가 있다. 부모로서 자녀 양육이 가장 어려운 점을 꼽아달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화내지 않고 훈육하기’를 어려운 점 중의 하나로 선택하신다. 아이와 얘기하는 데 왜 화가 날까. 육아의 최대 걸림돌, 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1. 나는 왜 화를 내나. 여러 가지로 부모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사실 기본적인 이유는 하나다. 상대가 화를 낼만큼 만만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약하기 때문에 화를 내면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눈치를 보고 상대방이 겁을 먹고 내 뜻을 들어주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노린다. 똑같이 열 받는 행동을 만약 회사 상사가 한다면? 감히 화를 내기 어렵다. 내 화도 상사 앞에서는 통제가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약자다. 부모가 화를 내면 집안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들은 두려워하며 시키는 대로 한다. 체벌로 이어지면 효과는 더 확실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은 이 ‘만만함’이 분노 표출의 쉬운 이유다.2. 화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 낸다.무골호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세상이, 가정이, 아이가 이러하여야 한다(should be, ought to be)는 신념이 있는 사람들이 이렇지 않은 세상을, 가정을, 아이를 보며 내는 것이 화이다. 신념이 화의 근원이다. 아이가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제대로 등교를 해 공부를 할 텐데 일어나지 않을 때, 스크린 타임을 1시간 주었는데 30분이나 경과되었을 때, 시험기간이면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아이가 어른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묻는 말에는 공손하게 대답해야 하는데 바락바락 말대답을 할 때 적잖은 부모들이 화를 낸다.3. 화에는 기저 감정이 있다.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 가지이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사정이 그때마다 있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성적을 걱정하며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사실은 공부 잘하는 아이의 어머니로 존중받고 싶은 내 위신에 금이 갈까 맘이 편치 않은 불안이 있다. 아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날 때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같이 늦을 까 봐 초조한 감정이 그 밑에 있다. 아이가 방문을 닫고 나오지 않을 때 소통이 끊어지는 아쉬움이 기저에 있다. 이러한 불안, 초조, 아쉬움은 겉으로는 그냥 다 같이 화로 표현이 된다. 4. 10대 아이들도 화가 난다 “아이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벽을 부수고 욕을 합니다. 견딜 수가 없어요”이런 이야기를 부모님들이 하실 때는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복잡하다. 저렇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가 얼마나 힘들까, 아이들이 왜 저렇게 불효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한편엔 들지만 그보다는 아이가 저런 행동까지 하면서 화를 내는 그 이유가 뭘지, 얼마나 그동안 갈등이 깊었으며 서로의 마음을 갉아 대어 왔을지 추측이 되어  복잡해지는 것이다.어렸을 때부터 안돼 라는 말을 들었는데 10대가 되어도 하는 일마다 안된다는 부모의 말을 듣거나 무시당하거나 어린 취급을 당하면 10대는 화가 난다. 교우관계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질투가 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화가 난다. 형제관계에서 공정성이 결여되었고 부모가 편애한다고 느낄 때에도 아이들을 화가 난다.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 같고 어디서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화가 난다. 특히 부모가 화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아니었을 때, 화를 마구 때로는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감정이 솟구치면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벽에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가출도 감행한다. 아이가 남들 보기에 창피한 폭력적인 일탈 행동을 한다면 부모는 먼저 내 팔자가 사나워 아이 복이 없구나 생각하기 전에 일단 내가 가해자였는지 이런 행동의 본을 보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니고 칼럼 한 두 개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서로 화가 날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만 이야기만 먼저 하나만 해보자. 일단 멈추자. 화가 났을 때는 일단 멈추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은 파도가 한번 밀려왔다 가는 정도의 시간 안에 절정에 달했다가 내려오게 된다. 그 고비만 넘기면 힘들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쥐어짤 수 있고 해결이 가능해진다. 화장실이든 욕실이든 차고든, 5분 정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자리를 옮긴다. 부엌에 가서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을 꺼내고 따라 마실 정도의 시간을 버는 것도 좋다. 화장실에서 물을 크게 틀고 세수를 하는 것도 좋다. 일단은 열이 오른 김을 빼야 한다. 이 일단정지와 자리 옮김은 주의를 환기시켜 나를 ‘화가 만발한 시공을 초월한 어떤 공간’에서 다시 끌어와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옛말에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짧지만 시간과 공간 두어 이성적인 사고가 돌아오도록 하자.다음 칼럼에는 화가 난 10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더 얘기해보도록 하자. 김지현 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12/05/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사춘기 자녀는 아버지가 키운다이때까지의 모든 10대 자녀 양육에 대한 글이 아버지들에게는 어떻게 읽혔는지 궁금하다. 가부장 사회에서 아버지가 부양, 어머니가 아이들 교육으로 역할이 나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육아 참여도는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증가하고 싱글대디의 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세미나에도 매번 한두 명의 아버지들이 참여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아버지가 10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10대의 육아는 아빠가 해도 된다고 성급하게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몸을 쓰게 하는 교육아이가 10대가 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은 통념과 다르게 인지능력을 사용하는 공부보다 몸에 익히는 습관들이다. 운동, 음악 등은 꾸준하게 뇌에 자극을 주어서 어렸을 때 몸에 익히면 평생 함께 하는 자산이 된다. (공부는 아이가 궁금해할 때가 최선의 때이다. 그전에 욱여넣는 것은 효과가 덜하다.) 그럼 과연 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을 다니고 악기 연습을 하게 할 것인가. 이 영역이 아빠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은 영역이다. 몸으로 놀아주고 땀을 흘리게 하고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아이들이 스크린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을 발달시킬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한인 가정이라면 가족 전체의 운동을 꼭 심각하게 숙고하시라 권하고 싶다.  아들에게 아버지는…아들에게 아버지는 남성으로서의 모범이다. 아들과 아버지는 개인적으로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대 남자!’라고 하든 ‘Boys will be boys!’라고 이름 붙이든 상관없다. 아들과 신체 2차 성징이 올 때쯤 꼭 데이트를 하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시라. 특히 성교육은 정말 아빠의 몫이다. 여성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나이에 맞지 않는 포르노를 보지 않도록, 어떤 애정행위라도 하기 전 동의 Consent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를 아빠가 아들에게 해주어야 한다. 자위를 하더라도 포르노 영상 대신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하라고 말하시라. ‘남자는 책임감이다, 지킬 줄 아는 남자가 진정한 남자다’라고 말을 해주는 부친이 집에 있다면 아들들에게 문제가 훨씬 덜 생길 것은 자명하다. 딸에게 아버지는…놀랍게도 딸의 사춘기에도 아빠가 아주 중요하다. 적잖은 수의 10대 여자 아이들은 스크린타임의 많은 부분을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데 쓰며 자신의 이미지를 걱정하고 남들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는 때때로 섹스팅을 하거나 벗은 몸의 사진을 남자 친구에게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건 사고로 진행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이것은 이성의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아버지가 역시 딸이 하이스쿨 저학년일 때에 말해야 한다. 절대 소중한 너의 몸을 함부로 찍어 공유하지 말고 온라인 만남은 항상 조심하라고. 너는 아버지의 사랑하는 딸이고 내가 네 옆에서 네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둔 딸들은 곁길로 갈 확률이 낮다. 집에서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사회생활까지 필요하게 되지 않는다.아내에게 잘하면… 부부 모범이 아니라 부부 중심을 목표로 호주에서도 한인 가정은 한국에서 그러하듯이 자식이 우선이다. 자식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자녀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심리적 거리를 두지 못한다. 배우자가 싫고 말이 안 통해도 아이가 있으니 산다는 부부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소홀히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한인 가정의 분위기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식들만 의지하고 기대는 부모보다, 서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이 오히려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깍듯하고 애틋한 부부 밑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아지며 자신이 맺을 미래의 바람직한 관계를 꿈꾸게 된다. 아버지들은 아내에게 자신의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 파트너에게서 받으면 좋겠을 애정을 지금 주시길.많은 한인 가정 내에서 아내는 남편이 없을 때 보통 아빠의 역할까지 한다. 생활비를 벌고 돌보고 먹이고 입힌다. 그런데 만약 아내가 없다면?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어야 하는 게 맞다. 어렵다고? 내가 어떤 능력을 발달시켜야 아내의 부재 시 아이들에게 엄마 몫까지 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보시라. 요리면 요리, 대화면 대화, 쇼핑이면 쇼핑, 부모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라도 인간의 여러 능력을 골고루 계발시키는 게 좋다. 아내가 잘하니 굳이 나까지.. 생각하는 아빠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이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기억하시라. 평상시 바쁜 아버지의 육아 개입은 선굵은 각인효과를 아이들에게 남긴다. 아버지들은 자신이 힘있는 어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라. 아버지들의 힘은 신체적 완력이 아니다. 더 크고 강하고 현명한 성인, 아이가 불안 없이 보호받고 기댈 수 있는 기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버지의 힘이다.김지현 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07/04/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흔한 부모들의 오해 – 두번째오해 1.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이것은 부모의 오해라고만 볼 수는 없는데 실제 사회의 10대에게 요구하는 시간표가 이러하다. 보통 NSW주 하이스쿨의 롤콜 Roll Call(출석체크)는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밴드나 스포츠 등 과외활동은 꼭두새벽이나 마찬가지인 7시 20분인 곳도 있다. 자녀가 일찍 학교에 가서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준비하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 부모의 마음인 것은 인지상정이다. 수면시간 갈등은 부모들이 보통 갱년기에 접어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아뿔싸. 부모는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지며 눈꺼풀이 천만근같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잊는 것이다. 10대의 아이들은 수면을 관장하는 멜라토닌 자체가 늦게 분비되어 일찍 잠을 자기가 어렵다. 청소년들이 어린이들보다 성인들보다 늦게 자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이다. 아침에 일찍 깨운다 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멜라토닌이 저녁에 일찍 분비되지도 않는다. 9시만 되면 아이가 불을 끄고 내일을 위해 꿀잠 자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패와 실망을 차례로 부른다. 안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 나이대의 신체 시계와 맞지 않는 학교와 사회의 시간표로 만성적인 수면박탈 상태에 있다. (10대의 뇌, 프랜시스 젠슨, 에이미 엘리스 넛, 웅진지식 하우스 참조) 수면이 부족하면 질병에 잘 걸리고 공격성이 증가하며 충동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충분히 자는지 신경 쓰자. 밤에 늦게 잔다면 낮에 잘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침실은 아늑하게 불필요한 자극을 최대로 줄여, 컴퓨터나 전자기기 등을 되도록이면 없애는 것이 좋다. 휴일에는 늦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하자.  오해 2. 10대 아이는 약속을 지키는 것을 지금 배워야 한다 2차 성징으로 몸이 커진 청소년들은 사실 몸만 커진건데 어른들처럼, 그것도 아주 책임감 있는 어른들처럼 행동하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 부모들이 흔하게 갖는 불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많은 경우 그 약속은 부모가 기대에 차서 혼자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또는 사회의 룰에 그대로 순응하라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사실 약속이 아니라 통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신경을 뺏기지 않으면서 정한 시간만큼 공부를 하고,  연습하기로 한 만큼 악기를 연주하고, 운동도 정기적으로 나가서 땀 흘리며 열심히 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친구들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며 항상 웃는 얼굴로 어른들에게 인사하기로 약속한 10대가 있다고 하자. 아이들도 이런 걸 원하며 가끔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살 수 있는 청소년은 드물다. 어른들도 똑같이 못하지 않는가. 다른 것은 아이는 아직 부모의 통제 안에 있으니 시키면 가능할 거라고 부모가  믿는다는 것이 다른 것이다. 이런 약속은 아이의 용량을 벗어나는 일인데 어른들은 약속을 안 지킨다고 화를 낸다. 오해 3. 태도가 전부다. 아이가 루드 Rude 하고 (예의가 없고) 툭하면 툴툴거리는 것은 부모와 어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13세 조나단은 하고 싶었던 축구를 오늘 하러 갔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업이 취소되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운동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집에 오니 엄마가 시간이 남았으니 바이올린 연습을 하라고 했다. 원래 연습하는 시간도 아니었고 기분도 좋지 않아 소리가 엉망으로 났다. 엄마는 소리를 듣고 화를 내며 열심히 연습하지 않고 태도가 불량하다고 건방지다고 혼을 냈고 조나단은 울며불며 대들었다. 엄마는 ‘이왕 축구도 취소되었으니 놀면 뭐해. 원래 연습하기도 되어 있는 악기 연습하는 건데 태도가 불량하게 불만이 가득해서 정성도 없고… 차라리 하질 말지, 아주 애가 버릇이 없어’라고 생각한다. 조나단은 어떤 입장일까. ‘친구들과 놀고 싶었고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도 풀 기회였는데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실망스럽고 우울한데 집에 와서 악기 연습까지 해야 한다. 안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하고 있는데 엄마는 화를 낸다.’ 자, 조나단은 억울하지 않겠는가. 아이는 다시 말하지만 로봇이 아니다. 자기가 하기 싫은 행동을 웃으면서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불만에 가득 찬 태도로라도 실제로 하고 있으면 그러면 되는 거다. 학교도 가고 숙제도 한다면 된 것이다. 그걸 할 때의 아이의 감정과 태도는 아이의 고유의 것이다. 부모가 건드릴 수 없다. “조나단, 축구하고 싶었다가 못해서 속상했을텐데 악기 연습도 하고.. 좀 훌륭한데? 엄마 감동받았어. 자 같이 맛있는 거 먹자. “이러면 바로 공손하고 행복한 아이의 얼굴을 볼 것이다.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존중을 받고 싶다면 아이의 감정을 먼저 존중하시라. 태도와 감정은 코칭의 대상이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24/03/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흔한 부모들의 오해 – 첫번째우리 세미나에 오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꼽는 참가 이유는 ‘사춘기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싶어서’이다. 그 걱정도 이해는 된다. 10대의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존재일 때도 있지만 부모님들이 미리 너무 걱정하거나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갈 때는 천천히 가면 된다.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자라기 때문이다. 두 번의 칼럼에서 부모들이 흔히 갖는 오해, 미신 몇 가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오해 1. 내가 지금 아이의 기분을 수용하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진다.아이와 대립하고 있을 때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기는 쉽지 않다. 약속시간이 지나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화를 내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세미나에서 배운 대로, “네가 화가 났구나. 그럴 수 있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어.”라고 말하면 아이가 내는 부당한 화를 인정하는 거고 잘못된 아이의 행동이 옳다는 의미라고 흔히 생각들 하신다. 한마디로 부모가 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므로 우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러므로 어떤 감정이라도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것은 아이의 버릇을 나빠지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부정적인 것이라도 자신의 고유한 감정이 인정을 받으면 앞으로 그 감정을 인식하고 통제할 힘을 기르게 된다. 옆으로 밀어 두고 안으로 묻어 둔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지진 않는다. 쌓였다가 위험하게 폭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자. “네가 화가 났구나. 그럴 수 있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폰은 내일 다시 주겠다”라고 하면 된다. 다투지 마시라. 아이들의 감정은 인정, 기분은 수용해 주고, 행동은 이미 약속한 것을 실행에 옮긴다.#오해 2. 아이는 계속 배워야 하기 때문에 훈계를 쉬면 안 된다.물론 아이의 뇌는 성장 중이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우리는 아이가 끊임없이 교훈을 받아들이고 매 시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0대의 아이들에게 학습은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과장되게 말해서 부모가 하는 말의 90%는 아이들의 귀에서 잔소리로 치환되어 튕겨나가고 있다. 그래도 10%는 알아듣겠지 하면서 잔소리의 폭탄을 퍼붓지 마시라. 아이는 부모와 대화를 하기 싫어하고 점점 더 사이는 멀어진다. 연결감은 끊어진다. 아이와 함께할 때, 지금이 가르침을 줄 순간(teaching moment)인지,  유대감을 강화시킬 순간(connecting moment)인지 구별해야 한다. 10대 아이와 대면할 때는 거의 대부분이 연결감을 키우는 순간이라고 보면 얼추 맞을 것이다.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와서 “이제 클로에(Chloe)와는 진짜 끝이야. 너무 실망이야!”라고 했다. 부모로서 올바른 리액션은 무엇일까?1. 또, 또 싸웠니? 너랑 걔는 궁합이 안 맞나 보다.2. 뭘 또 그렇게 말해. 네가 조금 혼란스러운 거지. 내일 되면 생각 달라질걸.3. 친구들이랑은 사이좋게 지내야지. 네가 뭐 잘못한 거 없어?세 가지 중에 하나의 답을 고르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에는 답이 없다.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1.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은 아이가 어떤 아이라고 판단을 내려버리는 것이고 ‘또, 또’라는 것은 이번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 싸우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말이다. 물론 아이가 친구와 화해를 하게 되면 머쓱해지는 말이기도 하다. 2. '혼란스러운 거다'라는 말은 친구에게 실망하거나 혐오하게 된 아이의 감정을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 주지 않고 부모의 해법을 바로 내세우는 것이다. 3.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유치원 때 배운 거다. 아이가 모를까?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은가? 본인에게 적용하시라. 그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이 상황은 티칭 모멘트가 아니라 커넥팅 모멘트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렇게 반응하자.“이런, 클로에랑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속상하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항상 아이의 감정을 일단 수용하고 이야기를 더 청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부모와 연결되어, 부모 앞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글쎄 클로에가..’하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를 하다가 대부분의 10대 아이들은 답을 찾아간다. 부모가 교훈을 직접 주지 않아도 된다. #오해 3.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이니 친구들을 감시해야 한다.하긴, 술도 담배도 마약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소개가 있다. 나쁜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을 다 차단하거나 필터로 거르거나 멸균을 할 수는 없다. 호주에서 이민자 입장에서 뼛골빠지게 비싼 돈 내고 사립학교를 보내도 이런 일은 피할 수 없다. 심지어는 홈스쿨링을 해도 아이들은 사이버에서 위험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 시대에 아이들을 온실 속에서 가둬 놓고 키울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시 연결감이 답이다. 부모와 아이가 커넥션이 단단하다면 아이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으며 위험해질 상황에서 그 위험을 캐치하고 거절할 수도 있다. 또래의 압박도 견딜 수가 있다. 무엇보다 부모와 유대감이 강한 아이들에게는 유혹의 손길이 덜 온다. 가출한 아이가 쉽게 위험에 빠지는 것은 아이에게 뒤가 없다는 사실이 바로 간파당하기 때문이다. 든든한 뒷배경의 부모가 되자. 돈이나 사회적지위가 아니라 '네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라는 강한 신뢰로. 다음 칼럼에서 풀어 볼 오해들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아이의 뇌는 어른의 뇌같이 작동한다’김지현 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10/03/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듣기만 하면 된다 (Listening matters)오늘도 1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하소연을 해오신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아침만 되면 아프다고 합니다. 전자기기를 붙잡고 살아요. 방이 너무 지저분하지만 치우지도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힘들다. 윌리암 셰익스피어는 ‘겨울 이야기’에서 “ 차라리 16살과 23살 사이의 나이는 존재하지 않거나, 잠만 자며 지낸다면 좋으련만.”이라고 이 시기의 혼란함을 얘기하기도 한다. 대화가 다이다왜 10대 자녀가 힘들까. 물론 이전 칼럼에서 얘기했다시피 이 시기의 아이의 뇌는 공사 중이며 아이는 두렵고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와 아이가 사이가 좋지 않을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자. 바로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을. 내가 아이를 보는 표정과 몸짓을. 이건 아이가 보고 싶은 얼굴이고, 듣고 싶은 내용인가?  당신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그냥 부모 말 받아들이고 그대로 해. 내가 너의 미래에 대해 잘 알아. 그냥 해. 왜 또 그래? 또 아파? 또 늦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넌 왜 항상 정성이 없어?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니? 사실이 그렇잖아. 현실을 직시해야지.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걱정 마, 다 잘될 거야.”부모들이 입에 달고 살고, 우리가 자랄 때 들었던 이런 금과옥조(?)의 말들이 사실 아이들의 눈을 돌리고 귀를 닫게 한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게 하고 얘기를 나눠봤자 아무 유익이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 교육에 오신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니, 그러면 무슨 말을 하고 살아요?” 간단하다.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입은 닫고 열성적으로, 사력을 다해 충~~~~~~~~~~~~~~~~~~~~~~~~~~~~~~분히 들으시라. 이 반복된 물결모양은 오타가 아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10대 아이와 하는 대화의 90%가 듣기여야 한다. 우리가 하도록 허락된 10%의 말은 아이가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답이거나 아니면 리액션이며 추임새여야 한다. 바로 이런 말들이다. 중요하니 굵게 표시한다.“ 어, 그랬어?”“ 와 힘들었겠다.”“ 네게 그렇게 보였구나. 그럴 수 있겠다.”“ 재미있게 일이 진행되네. ”“ 너 화가 많이 났겠다.”“ 그거 정말 귀찮고 짜증 났겠다. 내가 듣기만 해도 그러네.”“ 와아… 그래서?”대화 중 대부분의 말을 하는 것은 아이이고 부모는 듣는 가정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별로 심각해지지 않는다. 몸은 아이 쪽으로, 귀는 쫑긋, 입술엔 미소를 띠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어라.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야기를 꺼냈더라도 아이는 말을 하다가 거의 그 문제를 혼자 풀거나 혼자 깨닫거나 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지지해주기면 하면 된다.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면 아이는 거리낌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느낌을 공유할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어떨 때는 맞장구를 치고 어떨 때는 같이 걱정하면서 아이의 기분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러면 서로 감정이 교류되고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온다. 이런 연결감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의 열쇠이다.아이가 말을 많이 하게 하려면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혹시 당신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할 때 ‘어디서 감히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데 버릇없이’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나.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나.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 위험신호를 느껴야 한다. 아이가 당신 앞에서 입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 예의는 잠시 접어두자. 예의를 갖춘 아이와 창의력이 있고 생각이 자유로운 아이로 동시에 키우기는 어렵다. 우리는 어쩔 수없이 무게중심을 한 곳에 둔다. 호주에서 자라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게 한국의 고유 예의범절을 너무 강요하지 마시라. ‘예의 바른’ 아시안 아이들은 자라면서 입을 닫는다. 틀린 말을 할까 봐  학교에서도 입 다물고 앉았다. 대화는 당연히 어려워진다.한 아이의 경우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느 분에게 15세 딸이 있는데 공부도 곧잘 하던 애가 학교도 안 가려고 하고 방에 틀어박히고 자해까지 하는 듯했다. 문제가 뭐냐고 물어봐도 가만히 놔두라고 했다. 대화는 다 싸움이 되었고 염색, 피어싱, 문신, 전자담배를 시도한다고 했다.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안되어 속이 터지던 엄마는 세미나에 오셔서 교육내용 슬라이드를 다 저장하고 노트필기를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아이와 하는 감정교류와 코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공부를 너무 강요했다고 후회도 했다. 다음은 최근에 그분에게서 온 메일 내용이다. 아이가 이제는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올라오려는 것 같다며.“선생님, 며칠 전 아이와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가 그동안 친구 문제, 전화기 사용 문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문제들로 겁에 질려 있었더라구요. (압사 직전처럼 보였어요) 다행히 세미나 들었던 거 기억하며 쏟아내는 말들을 그냥 들어만 주었더랬습니다.그 전에는 그런 말을 듣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면, 제가 더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아이를 다그쳤던 것 같아요. 그러니 아이는 더 도망을 갈 수밖에...부모가 한 발 앞서서 지켜보고, 도움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부모님은 자신의 ‘사랑에서 우러나온 말’들이 아이를 숨막히게 했다고 인정하고 ‘그냥 들어주는 일’을 반복했고. 아이는 부모 앞이 안전하다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과장되게 말해자면, 부모가 할 수 있는 10대 아이 양육은 정서적으로 반응해주면서 옆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없다.김지현 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27/01/2022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10대는 두렵다 Teens are frightened아이의 10대는 어떤 시기일까? 어린이의 연장일까, 어른 대접을 해야 할 때일까. 이렇게 정리하면 어떨까. 막판 투자를 퍼부어야 하는 시기라고. 영, 수, 과학 학원비를 말하는 거냐고 묻는 부모도 있겠다. 노(No), 노(No). 물론 물질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서적인 도움을 쏟아 부으시란 이야기다. 정말 중요한 시기이며 아이가 진실한 자신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부모가 최대한 도움을 주어야 하는 때가 10대이다. 그건 평생 하는 거 아니냐고? 꼭 그렇지는 않다. 18세가 넘으면 그 전의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이들은 손이 안 가는 독립적인 어른이 되기도 하는 반면, 평생 따라다니며 사고 친 것을 막아줘야 하는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10대의 아이들은 몸이 큰다. 13-14세가 되면 남녀 모두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어른의 몸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키가 크고 털이 나며 심장은 거의 2배의 크기로 자랄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잠자는 패턴도 바뀐다. 수면을 유발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어린이일 때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1시, 2시가 되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늦잠도 잔다. 부모로서 꼴 보기 싫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10대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원시 시대 때부터 이어 온 인간의 유구한 전통인 동시에 그들의 몸이 시키는 일이다. 어쩌면 새벽 기상은, 10대의 신체에는 무리인데 억지로 어른들이 사회적인 규율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아이들의 몸이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겉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뇌는 어떨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3세에서 5세까지 급속 발달하고, 9세까지는 뇌의 구조와 ‘방’들이 들어선다. 이 방 저 방의 뇌기능들이 연결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가장 늦게 발달하는 것이 전두엽(prefrontal lobe)이며 이 부분의 성장과 다른 뇌 부분과의 원활한 연결이 바로 10대에 일어난다. 점점 사고는 빨리 이루어지고 복잡한 것도 생각할 수가 있고 힘든 공부도 해내지만 아직 뇌세포 간의 연결이 성숙되지 못했고 특히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연결이 미약하다. 전두엽 발달이 매듭지어지는 것은 여자의 경우 24세,  남자의 경우 27세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이미지 출처https://www.kidshealth.org.nz/adolescent-brain-development) 위 이미지는 5살에서 20살 사이에 뇌의 크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하는 것은 색깔이다. 파란색이 이미 형성된 뇌의 부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결을 보여주는데 10살 이후 연결이 활발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른처럼 성장하고 있는 10대 아이들의 뇌는 말하자면 사실 공사 중인 것이다.뇌가 공사 중인 10대 시절에는 감정이 힘이 세진다. 슬픔도 어른보다 두 배로 느끼고 화가 나도 어른보다 두 배로 화가 난다. 감정의 강도가 강하여 어떨 때는 자신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강한 감정에 약하고 전두엽 미발달로 선명하게 사고하기가 불가능하다. 변덕도 죽 끓듯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한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10대는 자기에게 관심이 굉장히 많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 지가 가장 중요하다. 친구 사이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로 자신의 값어치를 매기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학교나 이웃 친구였다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로 전 세계의 10대와 경쟁하며 자신을 보고 있다, 매일매일 평가하며. 어느 날은 값이 좀 높고 어떤 날은 형편없어서 괴롭다.가치관에도 변화가 온다. 아이들은 이때에 자기 자신만의 도덕과 규율을 새롭게 세우고 싶어 하며 부모가 갖고 있는 가치 체계에 점차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독립적인 사고를 시작하게 되어 부모에 대한 거부와 비판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로봇이 아니라면 부모가 하라는 것에 도대체 왜 그래야 되지라고 의심을 품는 것이 일반적이다.감정이 강하고 비판의식이 날카로운 이 시기에 호주의 청소년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이제 막 하이스쿨에 입학한, 아직 어리기만 한 13살이 3년 뒤에는 HSC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이것은 대학입시로, 미래 직업으로 이어진다. 14세 반에 일을 시작할 수 있고 16세가 되면 운전면허에 도전할 수 있고  18세가 되면 술, 담배, 도박, 포르노, 투표권 모든 것이 제한 없이 다가온다. 아직 몸도 자라고 있고 머리도 혼란스러운데 겪어야 하는 일은 엄청나다. 생리도 몽정도 처리해야 하고 남자 친구, 여자 친구도 기웃거려 봐야 하고 파트타임 일도 찾아 봐야 하고 운전도 익혀야 하고,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존재감도 과시해야 하는 와중에 한인 가정의 아이들은 무엇보다 공부, 공부, 공부의 압박이 짓누른다. 아이들은 점점 독립의 꿈을 꾼다.우리의 10대 아이들은 행복할까? 한인 가정의 아이들 뿐 아니라 대개는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 행복해서 웃고 있는 10대는 굉장히 드물다. 10대가, 특히 부모와 있을 때 뾰로통해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10대는 두렵다. 겁에 질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아이는 없다. 어른이 잘 살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지고 있는 짐은 무거운데 어떻게 지고 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부모는 여기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 시기를 같이 견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일단 이렇게 해보자.-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에 신경 쓰자. 아이가 낮잠을 잔다면 내버려 두시라. 평균 9시간 정도 자는지, 보충 잠이라도 자는지 관심을 기울이시라.- 아이가 대든다고? 아 우리 아이는 정상적인 10대구나 생각하고 기뻐하시라.- 전두엽도 뇌 구석구석의 연결도 미발달 된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타개할 만한 고유의 전략을 찾게 된다. 화가 날 때는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친구와 수다를 떤다든지 게임을 하면서 풀 방법을 찾는다. 이것을 파악하고 인정해 주시라.아직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칼럼으로 계속 글을 엮어야 하는 이유다.김지현(Mina Kim)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6주 과정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으로, 트위터@nodvforkorean

18/11/2021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

【칼럼 게재 순서 】1. “맘(mum), 가서 부모 교육 좀 받으세요!”2. 10대는 두렵다 Teenagers are frightened3. 당신의 몸은 당신의 입보다 말이 많다 Your body talks much more than your mouth4. 예의와 말대꾸 사이 Conversation matters5. 훈육 대 연결감 Teaching vs Connection6. 전자기기와의 전쟁 Smart Devices War7. 10대 자녀 양육의 미신 18. 10대 자녀양육의 미신 29. 10 대 자녀 양육의 미신 310. 지금이 그때다[1회] “맘(mum), 가서 부모 교육 좀 받으세요!”10대가 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이스쿨 아이들의 신체 변화가 사춘기를 겪어서 폭풍성장하면서 문제가 심화되기도 한참 전인 열 살, 열 한 살의 아이도 이미 말을 안듣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실제로 부모의 권위가 약해지고 힘도 점점 줄어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한국말도 곧잘하며 고분고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영어만 쓰며 부모를 답답해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스크롤링만 하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아이를 위해 자신이 이민을 온 1세대도, 이민 온 부모밑에서 자라서 어느덧 부모가 된 2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 키우는 것에 자신이 없다.우리는 참으로 힘든 때에 힘든 장소에서 부모가 되었다. 아이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치 않고 내가 다니던 학교와 다른 곳에서 다른 커리큘럼으로 낯선 교육을 받는다. 스마트 폰과 전자 기기로 중무장한 우리의 10대 아이들은 모든 정보가 스크린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듯하고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실제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 어마어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아이들 앞에서 무력하다.아이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은 점점 더 귀찮아하고 지루해하며 툭하면 싫다고 안간다고 하면서 친구라면 죽고 못 산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점점 인스타그램, 틱톡, 디스코드 등 소셜미디어에서 죽치고 살며 실제 사람들도 아닌 캐릭터에게서 온갖 좋지 않은 영향을 다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가끔 내비치는 걱정거리나 불안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가끔 화를 내거나 폭발할 때는  어디서 저런 면이 나오나  무서울 지경이다.한국의 또래들에 비하면 학교도 일찍 끝나고 방학도 길고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공부하기 싫다고 난리다.“나 때는 말야, 학교에서 죽치고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나중에 학원 뺑뺑이 돌고 각종 참고서를 독파하고.. “아런 말을 하려고하면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시선을 바로 느낀다.무엇보다 아이들이 고분고분하지 않다. 좀 가르치려 말을 꺼내면 바로 “I got it, I got it!”하고 부모의 말을 막으며 자리를 피한다. 약간의 잔소리만 하려고 해도 “됐다구요!”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을 꽝소리 내며 닫는 것은 보너스다. 폭력의 의도는 전혀 없이 손만 약간 올려 기강만 잡으려고 한 것 뿐인데 아이는 기겁을 한다. 집을 나간다. 때로는 경찰에 신고도 한다.정말 억울하다. 예의범절이 이렇게 없는 아이를 키우려고 내가 호주에 이민을 왔나 싶다. 건너 건너 집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스쿨캡틴이라던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 누가 뛰어나라고 했나. 그냥 평범하게 자기 할 일 좀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면 아이들은? 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소셜 미디어에는 부모와 대화가 안된다는 10대 아이들의 비명이 넘쳐난다. 나 좀 가만히 놔두라고. Toxic Asian Parents 라는 키워드로 Reddit이라는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서 검색을 한번 해보시라. (bad) Asian Parents Stories라는 방이 따로 개설되어 수만명의 회원이 있다. 모친에게 드디어 You are an evil a## hole! 이라고 마침내 진심을 말했다는 포스팅처럼 극을 달리는 반항의 글을 포함해 여기 저기 불만이 넘쳐난다. 이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들인가? 효를 모르는 불손한, 그냥 되바라진 아이들인가?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들일까? 10대는 아직 어린 것들이니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하여 부모 말 잘 듣고 나라에 충성하고 권위에 순종해야 할까.그렇지 않다.둘 중의 누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은 부모들이다. 부모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헷갈려 한다. 아이들만 고치려 한다. 실패하면서도. 아이들은 당신이 바뀌면 따라서 바뀔 것이다. 순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부모다.10대가 되면 부모는 매니저가 아니다. 컨설턴트이다. 매니저는 아이의 스케줄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결정권도 가질 수 있지만 컨설턴트는 아니다. 결정은 아이가 내린다. 그것을 위해 최대한의 도움을 주더라도 결정은 아이가 한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아직 우리 아이는 내가 매니저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할 길은 컨설턴트의 길이다. 왜냐하면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기 때문이다.우리 한인 가정의 어떤 아이들은 오늘도 외치고 싶어한다.“ShXX, Go and get some parenting education yourself! 젠장, 가서 부모 교육 좀  받으세요!“ 라고. 이 말은 실제로10대 자녀 양육세미나에 온 한 부모가 자녀에게 들은 말이다.  이 말을 흘려 들으면 안된다. 우리는 배워야 한다.▲필자 소개: 김지현(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Tuning into Teens,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현재 릴레이션쉽스 오스트레일리아(Relationships Australia)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질문, 고민상담: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 @nodvforkorean

04/11/2021
김지현의 자녀양육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