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아이들이 고분고분하지 않다. 좀 가르치려 말을 꺼내면 바로 “I got it, I got it!”하고 부모의 말을 막으며 자리를 피한다. 약간의 잔소리만 하려고 해도 “됐다구요!”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을 꽝소리 내며 닫는 것은 보너스다. 폭력의 의도는 전혀 없이 손만 약간 올려 기강만 잡으려고 한 것 뿐인데 아이는 기겁을 한다. 집을 나간다. 때로는 경찰에 신고도 한다.
정말 억울하다. 예의범절이 이렇게 없는 아이를 키우려고 내가 호주에 이민을 왔나 싶다. 건너 건너 집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스쿨캡틴이라던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 누가 뛰어나라고 했나. 그냥 평범하게 자기 할 일 좀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아이들은? 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소셜 미디어에는 부모와 대화가 안된다는 10대 아이들의 비명이 넘쳐난다. 나 좀 가만히 놔두라고. Toxic Asian Parents 라는 키워드로 Reddit이라는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서 검색을 한번 해보시라. (bad) Asian Parents Stories라는 방이 따로 개설되어 수만명의 회원이 있다. 모친에게 드디어 You are an evil a## hole! 이라고 마침내 진심을 말했다는 포스팅처럼 극을 달리는 반항의 글을 포함해 여기 저기 불만이 넘쳐난다. 이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들인가? 효를 모르는 불손한, 그냥 되바라진 아이들인가?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들일까? 10대는 아직 어린 것들이니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하여 부모 말 잘 듣고 나라에 충성하고 권위에 순종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둘 중의 누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은 부모들이다. 부모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헷갈려 한다. 아이들만 고치려 한다. 실패하면서도. 아이들은 당신이 바뀌면 따라서 바뀔 것이다. 순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부모다.
10대가 되면 부모는 매니저가 아니다. 컨설턴트이다. 매니저는 아이의 스케줄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결정권도 가질 수 있지만 컨설턴트는 아니다. 결정은 아이가 내린다. 그것을 위해 최대한의 도움을 주더라도 결정은 아이가 한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아직 우리 아이는 내가 매니저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할 길은 컨설턴트의 길이다. 왜냐하면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 가정의 어떤 아이들은 오늘도 외치고 싶어한다.
“ShXX, Go and get some parenting education yourself! 젠장, 가서 부모 교육 좀 받으세요!“ 라고. 이 말은 실제로10대 자녀 양육세미나에 온 한 부모가 자녀에게 들은 말이다.
이 말을 흘려 들으면 안된다.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필자 소개: 김지현(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Tuning into Teens,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릴레이션쉽스 오스트레일리아(Relationships Australia)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질문, 고민상담: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 @nodvfor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