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화) 수험생 모두가 응시하는 영어 시험을 시작으로 2021년 HSC 시험이 시작됐다. 앞으로 4주간에 걸쳐 선택 과목들의 필기시험이 진행된다. 2021년 응시생들은 코로나 사태로 시험도 늦어지고 수업도 온라인 진행이 많았던 우여곡절을 가장 많이 겪은 졸업생들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수험생 집안 분위기는 그동안 불안으로 가득했을지 몰라도 지금 정도의 시기가 되면 자녀가 한과목 한과목 끝맺음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는 마라톤 대회에 가보면 피니쉬 라인에서 빨리 들어오든 늦게 들어오든 완주하는데 큰 환호를 해주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 과목을 잘했든 못했든 지금까지 해오고 끝맺음을 지은 데에 대한 칭찬을 충분히 해주어야 이제 겨우 동네 고등학교를 벗어나는 자녀들이 세상을 맞이하는 데에 필요한 영양소가 될 것 같다. 정말 2년간의 수험생 기간을 잘 보냈는지 못 보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부모로서는 말을 아꼈으면 한다. 아이들이 경험만 부족할 뿐,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나이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를 보고 부모의 잔소리 없이도 본인 스스로 느끼고 반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할 것 같다.
60세가 넘는 필자의 어머니조차 아직까지도 가끔 학생 때 시험에 지각하거나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당황하는 꿈을 꾸신다고 하시고, 필자도 마찬가지로 가끔 그런 꿈을 꿀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그 나이 때에 가장 큰 관문이라고 생각했던 스트레스와 부담이 그만큼 커서인지 무의식 중의 기억한켠에 오래 남아있나 보다.
만약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생각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으로 처진 어깨로 집에 오더라도 여기까지 잘 해왔으니 결과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고, 다음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 인생 첫 큰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닥칠 인생사 여러 우여곡절을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긍정적 자세를 심어주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호주는 특히나 지금 당장 원하는 학과에 못 들어가더라도 정말 뜻이 있고 본인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의대든 법대든 언제든지 공부하고 이룰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여 년 전 HSC를 치고, 그때 점수로 희비가 엇갈렸던 또래들의 지금의 근황을 둘러보면, 공통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 그때의 대학 입시 점수차와 지금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의 순서는 많이 달라 보인다. 대기업 임원직을 하며 인사를 당당해야 하는 여러 친구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결국 회사에서 위쪽으로 쭉쭉 올라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공부는 다들 어느 정도 했었지만, 그 외 사회성이 특별하여 팀워크를 잘 이루고, 긍정적 사고와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공부 이외의 것들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공부 이외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을 어떤 길로 인도해 줘야 할까? 필자가 조기유학을 와서 공부하면서 고등학교 때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 해보고 싶어서 아버지께 전화했던 기억이 문득 생각난다. 옛날 분이셔서 그런지 대답은, “내가 너 공부하라고 보냈지 돈벌라고 보냈냐?”. 아마도 지금의 학부모님들도 저희 아버지와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찍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를 익히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또 사회성에 대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먼저 호주에서 굉장히 중요히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스포츠인 것 같다.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여러 학원과 운동을 시키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호주 학교의 스포츠 시스템 구조에 대해서는 꼭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고 싶다.
그리고 운동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방법은 종교생활이다. 부모가 종교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친구 따라 교회나 성당 또는 절에 나가본다고 할 때 말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이 모인 단체는 심지어 불량서클 안에서도 대인관계에 대해 느끼고 배우는 점이 있을 수 있는데 종교활동을 하면서 또래들과 어떤 일이든 같이 어울려 해 나갈 때의 경험이 결코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외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등의 지역 특별활동도 각 지역의 다른 학교 또래 학생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상위권 셀렉티브 학교를 다니고 한인 교회를 다니게 되면 잘못 하다가는 아이가 ‘노랑머리 울렁증’ 에 걸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 나가서 호주인들과 어떤 대화나 공통주제가 없는 상태로 성인이 돼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번 칼럼(2주 후)에는 호주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가게 되는 졸업여행 ‘스쿨리(Scholies)’와 또 대학입학 전에 휴학을 하고 여행을 하는 ‘갭 이어(Gap Year)’ 에 대하 알아보겠다.
한정태(현 NSW 고교 교사) danha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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