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 랍비에게 유대인의 교육의 기초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더니, “ 유대인의 교육은 내가 관속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라고 주저 없이 대답을 합니다. 그것이 랍비의 개인적인 관점이 아니라 이들에겐 통념적인 것이라는 것을 금방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조금 새롭기도 하고 의아해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죽은 사람은 어느 것에도 반응할 수 없는 존재인 것 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방해하는 것도 없는 듯, 배우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합니다.
하긴, 유대인들은 보통 금요일 저녁이 되면 가족들과 지내고 세상과는 하루동안 단절되는 안식일을 갖는데 전기, 전화, 인터넷, 핸드폰 등을 쓰지 않고, 세상 것으로부터 단절된 상황에서 어느 것에도 전혀 방해 받지 않고 안식에만 집중하는 습관이 배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것 저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깊이 생각하고 사고하는 집중력이 교육의 시작점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예시바 하 에치온’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 받는 유대인의 토라/탈무드 학교가 있는데 이곳은 신학생들만 입학하는 곳이 아니라 원하는 젊은 유대인 청년들은 누구든 와서 배울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합니다. 이들의 교육의 중심은 유명 인물이 되는 것보다 현자(지혜로운 사람)가 되는 것에 교육의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10-12학년이 되면 이스라엘에 보내 자신들의 나라를 구경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하는데 이때 군대와, 학교, 산업 시설과 오래된 고대 유적지 등을 돌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졸업 후 군대에 들어가거나 또는 이런 학교에 들어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선택의 문들을 열어 둡니다.
몇 년전, 시드니의 랍비와 함께 이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앳된 청년들이 두명이 한쌍이 되어 도서관에서 새벽6시 경부터 저녁 11시까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떠들며 웃는 소란한 도서관의 색다른 광경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소위 ‘하부루타’교육 이라고 불리는 것의 한 면인데, 자신들의 주제에 집중하고 타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논점을 개진시키며 다양한 주제를 스스로 찾아 공부하고 토론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가득 채운 젊은 청년들의 진지한 눈빛과 다른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는 집중력이 놀라웠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랍비 죠셉 틸루스킨은 자신이 20대에 예시바 대학에서 배운 한가지 인생교훈을 ‘비툴 토라’라고 말하는 데 이는 ‘토라의 낭비’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토라 공부를 현자가 되기위한 가장 중요하고 경건한 일로 여기는데 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심지어 죄를 짓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는 특히 예시바 총장이 ‘5분 공부’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바로 5분 동안의 집중이 엄청난 지혜와 성취를 얻게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때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죽이는 것’이라는 조언을 빼놓지 않습니다.
때로 이민 생활에 바쁜 우리는 5분을 할애할 여유도 없이 몇 날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책도 좀 보고 영혼에 좋은 양식을 얻는 시간을 가져야지 하곤 합니다. 랍비 힐렐은 “시간이 날 때 공부하겠다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결코 시간이 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아버지의 윤리2:4)” 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가슴이 뜨끔한 말입니다. 언젠가 한 남자가 랍비 슬란터를 찾아와 자신은 하루에 시간을 쪼개도 15분 밖에는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 토라나 탈무드, 윤리서 등 많은 책 중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까요? 하고 질문하자 랍비는 서슴없이 “윤리서를 공부하는게 좋겠습니다. 지혜로워지고 영적으로 성장하는데 15분 밖에 시간을 쪼갤 수 없는 처지라면 뭔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셈인데 윤리서는 그것을 깨닫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자녀들이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영재 클라스를 보내고, 비싼 사립 학교도 보내고 악기도 미술도 운동도 배우게 하느라 돈도 많이들고 시간도 늘 쫓기며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릅니다. 때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흔히 시험이나 과제나 원고 보내야할 때, 평소에 준비하지 않다가 벼락 치기로 밤새 공부하거나 임박해서 분치기 초치기로 마무리에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언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집중하고 마치 초능력이 튀어 나오는 것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문제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 신경 쓸 것이 많은 세상 일을 뒤로 미루고 잠시 방해받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마치 관 속에 죽은 듯 5분의 집중을 실천해 보고 놀라운 지혜와 초능력을 경험해 보는 한 주간이 되면 어떨까 기대해 봅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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