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르신들과 함께 여러 가지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젊으셨을 때, 새로 나온 물건 중에 신기하고 놀라웠던 게 있으셨는지 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A : 예전 우리 젊을 때는 세탁기나 칼라 TV가 나왔을 때 정말 대단했어요. 작은 상자 안에 진짜로 사람이 들어가 있는 줄 알았어요.
H : 토스트나 전자레인지를 처음 샀을 때도 신기했죠. 음식을 쉽게 데워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편했어요.
L : 요즘 생각해보면 핸드폰이 제일 신기한 거 같아요. 설마 우리가 걸어 다니면서 전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옛날엔 집 전화로 통화를 했고, 급할 때 밖에서 공중전화에 20원인가 넣으면 통화가 되었잖아요?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려면 줄을 길게 서 있곤 했어요.
P : 그런데 그 핸드폰도 날마다 기능이 많아져서 더 좋아지잖아요. 옛날 우리 애들 졸업식에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찍어주고,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상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어딜 가든 핸드폰으로 찍을 수 있어서 너무 편하죠.
T : 맞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물건이 생활을 더 편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요, 사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놀랄만한 물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다음 설명을 들으시고, 이 물건이 무엇인지 한 번 맞춰 주세요. 이것은 멀리 있는 풍경이나 하늘 위의 별들을 마치 가까이 보는 듯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물건입니다.
L : 망원경이요.
T : 네, 맞습니다. 그럼 이 물건은 무엇일까요? ‘스스로 울리는 종’이라는 뜻을 지닌 물건인데, 조선시대 선비 홍대용은 중국에서 이 물건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소리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P : 자명종인가요? 알람 같은 거?
T : 네, 아주 잘 맞히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물건을 무엇일까요? 옛 사람들은 이 물건을 ‘애체’라고 불렀습니다. ‘애체’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무언가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모두들 : 갸우뚱
T : 바로 안경입니다. 희미한 물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의 별칭이 바로 애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L : 조선시대에도 안경을 썼었나요?
T : 네 맞습니다. 조선시대 임금 영조를 기억하십니까?
A :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서 죽인 왕이잖아요. 얼마 전에 <사도>라는 영화도 했잖아요.
T : 영조가 아들을 죽인 이후, 손자가 그 다음 보위를 잇게 되는데요, 그가 바로 정조입니다. 영조와 정조 임금이 조선시대에 처음 안경을 썼던 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조에게는 안경이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영조는 항상 안경을 쓰고 난 후 많이 화를 냈습니다. 안경을 썼는데도 글자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자, 영조는 심지어 “안경은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는 가증스런 물건이다.”라고 화를 낼 정도였어요. 그래서 의원들이 황련(黃蓮)을 우려낸 물을 적신 수건으로 눈 주위를 닦는 것이 눈 치료에 좋다고 권하기도 했어요.
H : 아마 안경 도수가 잘 맞지 않았나 봐요. 왜 지금 우리가 안경을 맞춰도 조금만 시력이랑 안 맞으면 어지럽고 머리 아프잖아요.
T : 어르신께서 일리 있는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당시의 기술이 지금처럼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안경을 쓰고 “오히려 안 쓰는 게 낫다.”고 불평을 한 기록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경이 너무 잘 맞아서 새 세상을 얻은 거 같다고, 안경을 예찬하는 시(詩)를 쓴 선비도 있습니다. 바로 이익의 <애체경명>이라는 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내게 밝은 두 눈이 있었으니
하늘이 주신 것 실로 많았지.
기운이 쇠하여 어두워지자
또 이처럼 반짝이고 환한 물건을 내어주시어
의지하게 하시니
이제 노인이 아니라 젊은이가 된 듯하네.
털끝만한 것도 자세히 눈에 들어오니
누가 이런 이치를 알아냈을까?
구라파의 사람들이로다.
저들이야말로 하늘을 대신해 어진 일을 하였구나.”
P : 정말 딱 우리 나이에 안경을 쓴 선비인거 같아요. 특히 선비들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었으니, 눈이 나쁘면 많이 답답하죠.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거 같아요.
T : 그런데 불행하게도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좋은 안경을 아무 때나 쓸 수 없었습니다.
A : 안경을 쓰는 데 제약이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T : 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공식적인 장소에서 안경을 쓸 수 없었습니다. 혼자 방에 앉아 글을 읽을 때는 안경을 쓸 수 있었지만, 밖에 나가거나,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안경을 쓰는 것이 무례한 일이었어요. 왕도 신하들과 함께 정사를 보는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는 것이 예법이었습니다. 정조 임금은 말년에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서 문서를 잘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조정에 안경을 끼고 나가고 싶은데, 예법에 어긋나니 많이 갈등을 했던 거죠.
L : 눈이 안보여서 쓰는 건데, 무례한 일이었어요?
T : 조선이라는 나라에서는 ‘예법’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기록에는 “아무리 눈이 나빠도 존귀한 사람이나 연장자 앞에서는 안경을 써서는 안 된다. 안경 너머로 높은 분이나 연장자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 건방지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H : 듣고 보니 이해는 되네요.
A : 아휴...그래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다니는 건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P : 오늘 배운 물건들을 보면, 우리가 참 편한 시대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돋보기도 자유롭게 쓰고, 전화기도 들고 다니고.
T : 오늘은 조선시대 ‘안경’과 이를 쓰는데 따르는 ‘제약’ 등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연말을 장식할 만한 재미난 소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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