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복 목사
아침마다 멀리 달리기를 하는 한 친구가 있다. 그는 이 운동이 최고의 건강법이요 만병 통치약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친구의 말에 동의한다. 지금 그의 몸 상태며 혈색 등이 20여년 전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모두에게 달리기를 권면하곤 한다. 달리는 과정에 힘든 고비가 있지만 동시에 절정의 황홀감(Runner’s High)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중독성이 강한 매력 때문에 달리기를 계속하는 분들이 많은 줄 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달리기를 하지 않고 있다. 재미가 없다느니 혹은 골프장에 가서 걷는 것도 괜찮다는 등의 핑계들이 있어서다. 달리기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어떤 간절한 바램도 없다. 아니 무리한 달리기가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으며 굳이 필요치 않다는 그런 변명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그 친구를 만났다. 그는 보통 10km 정도를 뛰는데 그날 아침은 20km를 뛰었다고 했다. 피곤치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비결은 입을 약간 벌려 웃는 모습을 하고, 눈은 거의 감고, 두 다리가 아닌 두 팔로 달리는 것이라고 했다. 싱거운 우스개 말처럼 들려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친구는 실제로 그것이 힘 안 들이고 뛰는 진짜 비결이라고 했다. 나는 그 비결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눈을 감고 웃는 얼굴로 다리가 아닌 팔로 움직인다는 그런 이미지가 에너지 사용을 낮추는 것 같은 심리적 기대 효과 혹은 어떤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냐고 물었다. 상담학을 가르치는 그 친구는 ‘뇌과학의 적용’이라고 응답 했다.
이번주에 우연히 ‘습관과 뇌의 역할’에 관한 아주 짧은 글을 읽었다. 습관은 의식적인 것보다 무의식적인 영역에 더 가깝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두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어떤 일이나 습관에, 먼저 의미를 부여하라고 했다. 그래야 우리 안의 동기부여 시스템이 작동해 더 잘 기억하며, 행동과 습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둘째,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21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반복된 경험이 대뇌피질에서 뇌까지 내려가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이라고 한다. 내게는 설득력이 있는 실제적인 가르침이었다.
매일의 습관처럼 달리기하는 그 친구를 생각해 본다. 그는 달리기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최고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십수년간 달리기를 계속해서 지금은 습관 이상인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문득 그가 눈을 감고, 웃으며 다리가 아닌 팔로 움직이듯 20km를 쉽게 달릴 수 있는 것은 반석처럼 든든한 그 습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말했던 그의 비결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여진다. 다음에 만나서는 그가 달리기에 적용한다는 뇌과학의 원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어 보아야 되겠다. 어떤 숨겨진 가르침이 있는지 기대된다.
나도 새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어서인가? 그건 아니다. 습관과 뇌 역할에 대한 사실에 근거해서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나는 디지털 공간의 일을 쉽게 더 잘 할수 있는 습관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터넷, 스마트폰, 페이스북 등 디지탈 공간의 영향력이 일상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온라인을 통한 예배며 성찬식 참여 등이 그렇다. 강의며 각종 모임등도 쥼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공과금 지불이며 일처리 등이 이제는 평범한 상식이 되었다.골프 게임의 스코어도 스마트폰 엡 마이스코어(myscore)를 통해 제출한다.
몇개월째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지만,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버걱거리며 당황할 때가 있다. 어떤 순서를 잊어 버릴 때도 있다. 나는 솔직히 디지털 공간의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일들만을 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느낄 때도 있다. 그저 내가 기계 다루는데 서툴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데, 새로 구입한 렙톱에 아직 익숙치 못하기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들이 근본 이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먼저, 디지털 공간의 일과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별 관심이 없었다. 크게 신경 쓸 필요없다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그 영향력은 결코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필요한 새로운 규범으로 더 강화될 것 같다. 누구도 이런 흐름을 달리 거부하거나 바꿀 수 없다. 돌이켜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 받으면서도 디지털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었다. 문이 닫혀진 기관들이 많았지만, 큰 혼란없이 사회 기능이 유지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디지탈 공간의 묵직한 의미와 중요성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가능한 디지탈 공간 속에 자주 드나들며 간절함으로 그 체계와 원리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기술적인 방법을 이해하고 기억하기 보다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습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것을 상상하고 행동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습관 만들기는 최소 3주간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 않는가! 그것도 사람이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니 나는 금년 말까지 넉넉한 기간을 예상하면 더 안전할 것 같다.
내 친구의 달리기 습관처럼 그런 높은 경지나 특별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공간에 친숙해지고, 스트레스 대신에 어떤 재미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아들과 딸 가족들과 비슷한 눈 높이에서 지금보다 더 자주 또 가깝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 gmail.com
info@itap365.com
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