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호주 사회로의 순조로운 융합을 돕기 위한 뜻에서 기획되었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포함,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2023 NSW Volunteer of the Year Award’ 시상 후 조던 레인 전 라이드 시장과 함께.
이민자를 포함, 수 많은 호주인들이 매일같이 우리 사회에서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또 자신의 귀한 재능을 기부하며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호주에서는 매년 한 차례씩 자원봉사자들의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인식하기 위한 ‘전국 자원봉사자 주간(National Volunteer Week)’을 통해 묵묵히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타인을 위해 내어놓는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조앤 정 카스 그룹 코디네이터를 통해 카스 한글 서예반에서 그룹 리더로 자원 봉사하시는 권광술 어르신 이야기를 소개한다.
권 어르신은 8순이 넘은 나이로 자원봉사 활동을 십여 년 넘게 하고 있다. 그동안의 자원봉사 경력이 인정되어 2023년에는 ‘NSW 자원 봉사자 상(NSW Volunteer of the Year Awards)’과 한글 세종대왕상 자원봉사자상을 수상했다.
권 광술 선생님 작품 중 김광섭 시인의 <바다의 소곡>.
그는1974년 호주 땅을 밟아 올해로50년이 넘는 세월을 이 곳에서 살아오셨다. 월남전에 해군 사진 보도병으로 참전, 주한 미군 항공 촬영팀에서 월남전 촬영 작업에 참여했고 월남전 후 먼저 미국으로의 이민을 생각했지만 호주에 잠시 들른 것이 계기가 되어 호주가 권 어르신의 ‘제 2 고향’이 되었다. 호주로의 선택은 당시 일자리가 많아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 환경에 매우 적합한 곳이란 면이 가장 크게 고려되었다.
현재 아내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는 권 어르신은 각기 가정을 이룬 두 아들과 6명의 손주들이 있다. “아들 모두 의사로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자녀 교육을 위해 호주 이민을 결정한 목표를 이룬 것”이라는 그가 카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카스 고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한글 서예가로서 한글 서예반을 이끄는 그룹 리더로서였다. 2010년도에 한글을 다시 가르치고2014년에 고려대학교 한글 교사 수업을 이수한 후 한글 교육에 임하기 시작한 경력이 자연스럽게 한글 서예로의 길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향토문화 미술대전에서 삼체상을 수상한 바 있는만큼 대외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글 서예 자원봉사는 윌로비 카운슬 산하 채스우드 모자이크 센터의 서예반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카스 메도뱅크 서예반 김춘택 그룹 리더를 통해 “한글 서예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한글 서예를 가르치면 어떻겠냐”라는 제의를 받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학생 11명이 교재 및 그 외 준비를 마친 상태라는 학생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카스 한글 서예반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 대한민국 향토 문화 미술 대전’ 입상 수상 상장 및 상패.
그동안 자원봉사자로서의 이력은 세종학당(타운홀) 3년, 한호일보 한글반 2년, 채스우드 모자이크 5년 그리고 카스와의 만남은 2023년 8월부터 시작되었으니 벌써12년 째이다.
“한글 서예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획마다 모양이 다르고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격려하고 이끌어가는 부분이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제2, 제3세대 학생들이 모국어인 한글을 배우는 것, 또 한국에서 열리는 서예 대전에 나가 수상하며 작가로서 데뷔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한 일이 헛되지않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또 학생들이 배우는 위치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한글 서예 봉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라는 권 어르신은 “현재로서 한글을 알리고 한글 서예 작가들을 양성하는 교육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10여년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신체적으로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실력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한국의 위상이 높아가고 있는만큼 한글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한글이 전 세계에 많이 퍼져있음을 실감한다. 이런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가운데 한글의 아름다움이 세대에 걸쳐 이어가길 소망해 본다”.
한호일보 문화센터 감사장.
요즘 들어서 어지럼증으로 인해 최근 20km이내 주행 제한을 받고 야간 운전을 삼가하고 있는 그는 “장로로서 교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특별히 따로 하는 것은 없지만 현재 한글 서예에 대한 봉사와 교회 활동만으로도 바쁘다. 나이가 들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인간적으로도 큰 욕심이 없고 범사에 감사하다”라는 권 어르신이 앞으로도 오래 오래 커뮤니티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흘려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권 어르신이 쓴 작품 중 김광섭 시인의 <바다의 소곡> 한 귀절을 소개한다.
바다의 소곡/ 김광섭
구름 날고 섬 뜨고 하늘 푸른데
청옥빛 깊은 바다 산호당 속에
아름다운 비밀이 숨어 있으니
하얀 조개 꿈꾸는 금모랫가에
끝없이 밀려오는 물결 우으로
나도 가고 배도 가도 바람도 간다.
한편, 카스 한글 서예반은 올해 2월 새로 시작한 메도뱅크 클라스(매주 금요일 오후 1시-3시, 카스 메도뱅크 센터)와 권광술 어르신이 지도하는 로즈 클라스(매주 수요일 오전 10시-12시, 로즈(Rhodes) 도서관), 두 곳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