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사회복지 칼럼 60] 한인 커뮤니티 가정 폭력 세미나.. ‘강압적 통제, 가정 폭력에 해당
Wednesday, 10th April 2024
‘커뮤니티 기관 공조로 이뤄진 의미있는 행사’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호주 사회로의 순조로운 융합을 돕기 위한 뜻에서 기획되었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포함,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 행사는 카스 포함, 다양한 커뮤니티 기관 공동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한인 커뮤니티 가정 폭력 세미나’가 지난 3월 27일(수)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메도뱅크 쉐퍼드 베이 커뮤니티 센터(Shepherds Bay Community Centre)에서 개최되었다.
한인 가족 구성원의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이루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된 이 행사는 카스와 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레일리아, 노던 센터, 시드니 한인 네트워크, 한인 가정폭력 허브 등 한인 직원들이 속해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기관의 공동 주관과 함께NSW 정부 communities & Justice와 라이드 카운슬 후원으로 이루어진 행사이다. 김지현 시드니 북부지역 한인 네트워크 의장 진행으로 시작한 이 세미나에는 가정 폭력에 대해 관심있는 교민, 특히 종교 단체 성도, 상담사, 커뮤니티 그룹 자원 봉사자 또 주위에 가정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분들 포함, 각계에서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오랫동안 가정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옆에서 지켜보며 좀 더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행사에 참가했다는 카스 서포트 워커 김 경미(가명) 씨로부터 당일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친구 주현 씨(가명)는 어린 두 딸을 둔 40대 주부로 한국에서 유학생으로 왔다가 현지인을 만나 결혼했다. 외로운 이국 생활 속에서 매너도 좋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 친구로 부터 위로와 안정감을 느낀 주현 씨는 별 고민없이 그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연애할 때의 세세한 간섭을 자신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하면서 특히 첫 딸을 낳은 이후 주현 씨의 남편은 자상함을 넘어 사소한 부분에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또 유학까지 와서 취득한 회계사 학위를 그냥 썩히는 것도 아까워 취업을 원했지만 남편은 “영어를 잘 못하는 당신이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돈을 벌 필요가 없는데 왜 직장을 다니려느냐.. “라면서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만을 원했다. 자신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부유한 시부모의 간섭까지 심해지다보니 자연스레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었고 무력감에 시달렸다. 자신을 무시하는 언어 폭력과 심리적 통제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서로 언성이 오가는 중에 물건을 던지며 위협을 가하는 일이 빈번해지다보니 주현 씨는 자꾸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만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패널들이 가정 폭력에 대해 설명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질문에 답하는 모습. 왼쪽부터 변영실 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렐리아 코디네이터. 이소녕 변호사, 통역 대학원생 김은선과 조지 그레고리 (Josie Gregory) Women’s Domestic Violence Court Advocacy Services(WDVCAS), 주은미 노던 센터 커뮤니티 서비스 직원, 이세진 상담사 가정폭력 피해자 서비스.
이 날 세미나에서 ‘가정 폭력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변영실 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렐리아 코디테이터는 “3명 중 1명의 여성이 신체적, 성적 폭력을 가까운 사람을 통해 경험하고 일주일에 한명 꼴로 여성들이 전, 현 파트너에게 살해 당한다. 또 4명 중 1명의 아동이 가정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는 다른 사람에게 겁을 주고, 감시 등으로 고립시키면서 자유를 빼앗고, 굴욕감을 주면서 일상 활동을 부당하게 통제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너는 쓸모 없는 인간이야, 내가 올 때 집에 붙어있는게 좋을 거야”라는 식으로 언어로 또는 주먹을 치켜들거나 노려보는 등 몸짓으로 피해자를 모욕하고 속박한다”고 했다.
또 “강압적 통제는 관계 속에서 피해자를 묶는 보이지않는 사슬과 같고 거의 모든 경우 가정 폭력의 핵심 요소라며 피해자는 항상 달걀 껍질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동안 가정폭력은 심각한 육체적 폭력만을 생각했는데 일상 속에서의 무시하는 심리적 언어 폭력도 강압적 통제의 한 형태로 이는 가정 폭력에 해당되는 것이며 주현 씨가 당하는 고통 역시 강압적 통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커피를 마시며 어려운 점을 들어주던 입장에서 앞으로는 상담가와의 만남을 권하거나 주현 씨의 남편 또한 자신이 하는 행동이 아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강압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부가 함께 상담 받도록 제안해봐야겠다. 또 필요한 경우 피해자는 주택, 재정, 자녀 양육 및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날 행사를 위해 멕콰리 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학생들이 참석, 통역을 도왔다.
가정 내의 문제는 어느 한 쪽만이 잘못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언어 문제 등으로 정보의 사각 지대에 있는 한인 교민들에게 커뮤니티 기관들이 모여 가정 폭력의 양상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이런 자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도 관련 행사가 자주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