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측으로부터 통보 받았습니다. 이번 해 말로 종이신문과 PDF 발간을 끝내신다고. 아쉽지만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무슨 일에나 끝은 있습니다. 언젠가 올 날이 지금이라는 것이니 감사히 받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지면을 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매번 마감 시간에 턱걸이하여 원고를 보내 드리는 바람에 마음 졸이셨을 편집국 분들에게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난 날을 돌아봅니다. 신문의 제호가 3번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편집진은 동일했기에 제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글을 쥐어 짜기 힘들어 펜을 꺾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만, 명주실을 짜내는 누에처럼 잘 버텨왔습니다.
그 일로 인해 제 글 쓰는 습관이 다듬어 졌음에 감사드립니다. 삶아져 번데기가 될 때까지 계속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2.
제가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1월입니다. ‘시드니 길목에서’ 란 섹션에 한달에 한 번씩 34개의 칼럼을 썼습니다. 마지막 글의 제목은 <죽음 이야기>로서 2009년 7월 3일자에 실렸습니다. 제호가 바뀐 후에는2009년 12월 24일자 <명품 신문과의 새롭고 복된 만남>란 제목으로 다시 시작했고, 2015년 말까지 56개 칼럼을 썼습니다.
3번째로 제호가 한호일보로 바뀌었을 때, 그 창간을 축하하며 ‘금요단상’이란 이름 하에 2016년 1월 8일 <세월이 명품을 만듭니다>를 썼고, 오늘로서 82번 째입니다. 계산해 보니 18년 동안 172개의 글을 썼군요. 그 중 제 기억에 남는 따뜻한 글은 몇 개 정도입니다. 제 글을 읽으셨던 한 분의 말씀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신발 이야기>란 제목의 글이 좋았다고 하셨지요.
언젠가 편집진들과 만났을 때의 대화를 통해서는, 제 글의 틀을 수정했던 기억도 소중합니다. 하여튼 18년 활자신문과의 추억은 이제 제 컴퓨터 외장하드 한 부분에 147MB를 차지하며 잊혀져 갈 것입니다. 삶의 모든 것이 다 그렇지요. 무슨 일에나 끝은 있습니다. 그러나 ‘끝’이 ‘무(無)’는 아닙니다. 좋은 영화를 보면 그 여운이 평생을 가듯이, 좋은 글은 때때로 기억 저장창고에서 소환되어,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읽으셨던 분들의 생각을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호일보가 만들어 오셨던 모든 글이 다 그렇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3.
그래서 저는 오늘 글의 제목을 ‘렛잇고 (let it go)’라 붙였습니다. 그 동안 활자로 박아 놓았던 글들이 이제는 풀려나와 세상에 돌아다니게 하라는 거지요. 지난 세월 동안 귀 신문을 통해 세상에 풀어 놓았던 글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봐왔습니다. 정보를 얻었고, 감동을 먹었으며, 인생을 뒤 흔들고 바꾸었던 역사가 있어왔습니다. 활자의 능력이고 언어의 조화입니다.
그것들이 계속 열매 맺어 가는 것을 보라는 거지요.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하지 않았습니까? 한 사람의 생각과 인격이 글에 담겨 지고 활자로 찍혀졌을 때, 그것들이 한 시대는 물론 인간의 전 역사를 뒤 흔들게 됩니다. 이미 수많은 필진들이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제했고, 더 많은 독자들의 생각을 다듬게 했으니, 이제는 그것들이 열매 맺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자는 거지요. 어차피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지고 썩어야 100배의 열매를 맺는 것 아닙니까?
4.
제 입장에서는, 계속 글을 쓰라 하시고 ita에 올린다 하시니 지속가능한 변신을 꾀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알다시피 지난 코비드 기간을 통해 우리는 타의에 의한 변화를 강요받았습니다. 그 때 제가 한 일이 1인 방송국 설립입니다. 적당한 카메라를 구입하고, 음향기기를 장착해서, 예배와 설교를 찍고, 편집하여 유투브로 올렸습니다. 코비드란 어려움이 닥치지 않았다면 감히 시도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요.
이번의 활자신문과 PDF제작 중단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서는 불가피한 결정입니다. 누에는 고치에서 탈출해야 하늘을 날 수 있고, 바닷가제 역시 딱딱한 껍질 벗고 나와야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된 저는 이 기회를 맞아 용비어천가를 부를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호일보를 사랑해 주셨던 독자들, 그리고 신문사도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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