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배우자가 큰 잘못을 하여 이혼에 이르게 되면 “위자료나 많이 챙겨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기본적으로 이혼이 누구의 ‘잘못’으로 성립된다고 보지 않는 ‘No fault’ 시스템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잘못을 하였다고 해서 그 사실이 재산분할이나 양육권분쟁에서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호주에서 이혼할 경우 보통 재산이 50대50으로 분할된다고 생각하시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결혼기간이 짧거나 부부 양쪽의 수입의 차이가 클 경우, 매우 상이한 비율로 재산이 분배될 수 있습니다.
Family Law Act 에 의하면, 법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부부나 부부의 가족이 그 재산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만 고려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즉, 결혼 전 각자 얼마의 재산이 있었는지, 결혼 후 얼마의 재산을 모았는지, 각자의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재산을 증여받았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금전적인 기여뿐만 아니라 가사일이나 자녀양육 등 별도의 수입이 없는 노동행위도 기여로 인정됩니다.
다시 말해서, 기본적으로 호주에서 이혼시 재산분할에는 재산형성의 기여 외에 혼인 기간동안의 외도나 가정폭력 등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는 고려되지 않으며, 따라서 소위 말하는 ‘위자료’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1997년에 있었던 Kennon and Kennon [1997] FamCA 27이라는 재판의 결과는 가정폭력과 재산분할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이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Kennon부부는 1989년 4월에 동거를 시작하여 1991년에 결혼하였다가1994년 3월에 이혼하였습니다. 파트너로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약5년이며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습니다.
재판 당시 약 870만불의 자산과 100만불의 연수입이 있었던 남편에 비해 아내는 약 9만불의 자산과 4만불의 연수입이 있었습니다. 아내측은 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술에 취할때마다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남편의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불안증’을 앓는 등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첫 재판의 결과는 남편의 재산 중 20만불을 아내에게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남편의 재산이 총 870만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만불은 남편 재산의2퍼센트정도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에 아내는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는 남편 재산에서70만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여전히 남편 재산의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기는 하지만, 재판부가 처음보다 3배 넘는 금액으로 증가시킨 주요 근거가 바로 가정폭력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아야 합니다. 재판부는 결혼생활동안 지속된 가정폭력이 아내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는 아내측의 주장을 인정하여 아내의 기여도를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아내가 받을 금액도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가정폭력사실이 재산분할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혼인기간동안 폭력적인 행위가 이루어졌음
2. 이러한 폭력행위가 본인에게 명백한 영향을 미쳤음
3 . 이로 인해 결혼생활에 기여하기 어렵도록 중대한 지장을 입었으며 이것을 입증할 수 있음
즉,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폭력으로 인해 제대로 가정에 기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입증해야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상당히 심각하지 않은 이상, 재산분할 재판에 가정폭력이 고려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재산분할에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혼절차를 밟는 도중 갑자기 상대방을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변호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을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호주의 재산분할 재판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정폭력을 고려하지 않으며, 그 영향을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주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섣불리 가정폭력을 재산분할에 연관시켰다가 아무 소득없이 재판 기간만 늘어나고 그에 따라 불필요한 변호사비용만 더 지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이혼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감정적인 소모가 많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문제 모두 재판에 가기전에 합의로 마무리짓는 것이 나으며,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소송은 최후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으므로 관련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작성일: 2022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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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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