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은 검고 배는 흰 생물체가 느닷없이 바다 위로 솟구쳤다. 거대한 'Y'자 모양 꼬리가 해면(海面)을 때리며 흰 물보라를 일으킨다. 길이 15m, 무게 40t에 이르는 혹등고래다. "와~!"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여기는 호주 모턴 섬 북쪽 해역. 중동부 도시 브리즈번 앞에 있다.
혹등고래는 6월부터 10월까지 남극 바다에서 이곳으로 이동한다. 섬 서부 탕갈루마는 한때 포경(捕鯨) 기지였다. 무차별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 1963년 포경이 금지되면서 혹등고래는 다시 2만마리로 불어났다. 고래잡이 기지에는 리조트가 들어섰다. 매일 정오 '고래 관찰 투어'를 떠난다. 고래 찾던 레이더 기술 덕분에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를 어김없이 볼 수 있다.
#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사막 슬라이딩
탕갈루마는 원주민 말로 '물고기가 모이는 곳'이란 뜻. 이른 아침 인근 바다로 물고기 관찰 투어에 나섰다. 바닥이 보이는 얕은 바다에 온갖 물고기가 가득하다. 낚싯대를 드리운 서양 청년은 연신 걸려오는 물고기를 다시 풀어주었다. 등딱지 크기가 책상만 한 거북이, 그만큼 큰 가오리도 보였다. 운 좋으면 '듀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예전 인어로 착각했다는 포유동물이다.
야생 돌고래를 처음 보았다. 오후 6시 해질녘 해변에 돌고래 10여마리가 모여든다. 1990년대 중반 임신한 돌고래가 해안가에 왔을 때 먹이를 주었더니 이후 일가 친척을 데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오고 있다. 먹이주기 체험을 했다. 무릎 정도 잠기는 얕은 바다까지 온 돌고래에게 손으로 물고기를 건넸다. 금세 탁 채가는데 손에 전해지는 느낌이 짜릿했다.
모턴 섬은 세계에서 셋째로 큰 모래섬. 섬 98%가 국립공원이다. 비현실적 풍경이었다. 평평한 모래 언덕이 하늘에 닿아 지평선을 이뤘다. 나무 널판에 엎드려 모래 언덕을 내려오는 특별한 체험이 기다린다. 높이 200m쯤 될까. 정상에 서니 가파른 경사가 아찔했다. 탕갈루마 리조트 직원은 "두 손으로 널판을 잡고 머리 쪽으로 당겨야 모래에 처박히지 않는다"고 했다. "안전하냐고? 예스(yes)! 무섭냐고? 예스!" 몸을 태운 널판이 빠른 속도로 미끄러졌다. 내려가는 데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따뜻한 겨울, 도심에서 수영
브리즈번은 지금 한겨울이다. 그런데 따뜻하다. 낮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는다. 도심 사우스 뱅크 지역에 수영장, 인공 모래밭, 놀이공원을 조성했다.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모래밭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은 웃옷을 던져버리고 물에 뛰어들었다. 브리즈번이 속한 퀸즐랜드주(州)는 '선샤인 스테이트'라는 별칭이 있다. 오후 내내 햇볕이 쨍쨍했다.
시내 이동은 브리즈번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 '시티 호퍼'를 이용했다. 도심 주요 지역을 30분 간격으로 무료 운행한다. 소턴(Thorton)스트리트 터미널에서 내려 남쪽으로 걷는다. 옛 해군 건물에 들어선 '리버라이프(riverlife)'에서 각종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강물 위에서 카약 타기, 강변 깎아지른 암벽 오르기 등등. 간단히 교육받고 바로 체험한다. 1인용 전동 이동수단인 '세그웨이'를 타기로 했다. 바퀴 달린 발판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직접 운전한다. 기울이는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처음엔 약간 무서웠는데 금세 적응했다. 강변 따라 달리고 다리를 건너며 시내를 1시간가량 돌아봤다.
# 코알라는 졸고, 캥거루는 뛰놀고
브리즈번 서쪽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에는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게으른 졸음을 즐기고 있다. 온갖 동물이 다 있다. 캥거루가 바로 옆에서 뛰어다닌다. 먹이를 주니 손바닥을 핥는다. 무게 50㎏짜리 걸어다니는 새 '에뮤'도 사람 옆에서 어슬렁거린다. 오리너구리도 따로 전시했다. 호주에만 사는 이색 동물들이다. 브리즈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마운트 쿠사에도 들른다. 도시와 바다가 눈 아래 펼쳐졌다.
브리즈번은 한국인 관광객에겐 그저 지나가는 도시일 뿐이었다. 명품 해변으로 유명한 인근 골드코스트에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곳, 그러고는 시드니 또는 멜버른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적이었다. 자세히 보려니 일주일이 모자랐다.
* 인천공항에서 브리즈번까지 대한항공 직항 주 4회(월·수·금·토). 약 10시간. 1호주달러(이하 달러)=약 860원.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 탕갈루마 리조트는 브리즈번 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홀트스트리트 핀켄바 와프(탕갈루마 선착장)에서 페리를 탄다. 매일 오전 7시·10시, 오후 5시 출발한다. 토·일·월요일은 낮 12시 30분 추가 출발. 돌고래 먹이주기 체험은 무료. 흑등고래 관찰, 사막 슬라이딩(사막 사파리) 등은 유료. 체험 1일권 79달러, 2일권 99달러. 한국어 홈페이지 www.tangalooma.com/ko/home, +61-7-3637-2000(한국어 문의 가능).
브리즈번 강을 따라 도심을 무료 운행하는 배 ‘시티 호퍼’를 탄다. ‘시티 캣’은 유료. 손튼스트리트 선착장 인근에 있는 ‘리버라이프’는 각종 레저 활동을 제공한다. 카약 타기 1시간 30분 45달러 등. riverlife.com.au, +61-7-3891-5766
* 브리즈번 시내 포티튜드 밸리에 있는 호텔 트리프(TRYP)는 그래피티 인테리어가 특징. TRYPbrisbane.com
인근 제임스 스트리트는 부티크 패션 메카로 뜨는 거리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옷가게와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 브랙퍼스트 크리크 호텔(Breakfast Creek Hotel)은 이름은 호텔이지만 레스토랑, 바, 펍 등 다섯 개 식음료 업소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중 스테이크 전문 ‘스패니시 가든 레스토랑’은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35~47달러. www.breakfastcreekhotel.com, 한식당 ‘친구’(+61-7-3852-5654)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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