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됐다. 유대력에 따라 유대인들은 9월에 새해를 맞이한다. 올해는 유대력으로 5782년이고 9월7일부터 신년이 시작된다. 흔히 나팔절이라고 불리는 ‘로쉬하샤나’는 나팔을 불며 승리를 기원하며 새 출발의 의미를 담아 새해를 선포한다. 우리가 흔히 새해에 떡국을 먹는다면 이들은 사과에 꿀을 찍어 먹거나 석류 등과 같은 달면서도 풍성함을 의미하는 과일을 먹는다.
로쉬하샤나와 꿀과 석류, 사과 그리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와 같은 의미로 ‘샤나 토바’(Shanah Tova) –‘좋은 새해 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우리가 새해가 되면 고향의 가족들을 찾아가고, 풍성한 음식을 차려 맘껏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과 달리, 이들의 신년행사는 열흘 후의 대속죄일이 되기까지 가족 전체가 깊은 회개와 기도, 그리고 타인에 대한 자선과 선행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팔절이라 불리는 유대인의 신년 1. 새해 맞이제사도 지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윷놀이도 하고 화투도 치고, 술도 마시며 다소 명절 휴가의 여유를 탐닉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이들은 새해의 절기 이름을 아예 대 속죄일이라고 정해서,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 주로 회개와 기도, 금식 하는 정숙과 근신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타 종교에서도 기도와 회개를 강조하지만, 탈무드는 오랜기간 민족적 절기로 이들의 관습과 문화 안에 자리잡은 전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하겠다. 사실, 기도와 회개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좀처럼 잘 실천 되지 않는 어렵고 무거운 과제 임에 틀림없다.
아브라함의 소돔과 고모라를 위한 기도 2. 왜 세 번을 기도할까?탈무드는 모든 유대인들에게 아침(Shacharit), 점심(Mincha), 저녁(Maariv)에 세번 기도할 것을 가르쳐오고 있다. 학자들은 아침과 오후 기도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매일 아침과 오후에 희생제물을 드려왔고 AD70년 후, 성전이 파괴되면서 흩어진 유대인들이 회당에서 이것을 기념하며 상기하는 의미로 시작되었다고 그들의 전통 예배가 속죄의 의미를 내제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반면에 저녁 기도는 희생 제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 2세기 경 탈무드는, 야브네의 산헤드린의 수장인 랍비 가말리엘2세와 그의 친구인 랍비 여호수아가 시편 55:18, 다니엘6:11 의 기도를 근거로 논쟁을 통해 세번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결정을 남겨놓은 기록에 그 기원을 찾는다. 랍비 여호수아는 저녁 기도는 특별히 저녁 희생 예배와 관계가 없으므로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가말리엘의 주장이 관철되었고, 그 이후 하루 세번 기도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3. 아브라함, 이삭과 야곱의 기도한편, 탈무드의 현자들은 성경에 아브라함이 아침 기도, 이삭이 낮의 기도를, 야곱이 저녁의 기도를 소개한 원조들이라고 설명한다.
“아브라함이 조카 롯이 살던 소돔과 고모라가 불타는 것을 보며 그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여호와 앞에 서 있던 곳에 이르렀다(창세기19:27)”는 성경에서 아침 기도의 근원을 찾았고, 그의 기도는 아브라함이 스스로 하나님께 자원하여 요청하는 자발적 기도 였음을 상기시킨다. 모든 인생의 미래를 확증할 수 없는 영적 여정에서, 오직 하나님을 신뢰하며 찾고 발견하려는 그의 꾸준한 요청 기도는 결국 하나님 앞에 서게 되고, 드디어 신을 찾고 발견한 믿음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오후 기도는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 (창24:63)” 는 장면에서 이삭이 늘 그 시간 즈음에 기도하는 일상 가운데, 그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보낸 시종이 하란에 가서 리브가를 신부로 데려 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음을 그 기원으로 삼는다. 이삭의 기도를 ‘시하-Siha’라고 부르는데 이는 문자적으로 ‘대화’ 또는 ‘소통’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도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두 당사자가 있어, 사람이 말할 때 신이 듣고 응답하고, 신이 말할 때 사람이 듣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삭은 자신의 영적 경험을 통해 사람이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있는 것을 나타내는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야곱의 환상-사다리와 천사 한편, 야곱의 기도는 이들의 기도와 상당히 다르다. 그는 스스로 기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수 만가지 생각으로 머릿 속이 몹시 분주한 사람이었다. 형으로부터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을 쳐야 했고, 외삼촌 라반을 향해 가는 미래를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그런 복잡한 마음의 와중에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사다리에 천사가 오르락 내리락 하며 하나님의 환상이 임했다. 그는 이러한 일을 결코 준비한 적이 없고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야곱은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이 일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관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모든 것을 기획하신 것이다. 랍비 죠나단 삭스는, 그래서 야곱의 기도는 의무적으로 정해 놓은 기도가 아니지만 결코, 하루에 빼놓을 수 없는 기도라고 강조한다. 언제, 하나님의 임재가 우리의 일상에 찾아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아브라함이 아침부터 하나님을 향해 찾아나서고, 이삭이 매일 정해놓은 오후의 기도로 소통의 여정을 살았다면, 야곱은 전혀 계획과 일정과 기대가 없는 여정이었지만 밤에 환상과 음성과 부르심을 확인하게 하는 변환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리고 야곱은 “하나님이 여기 계셨지만 내가 결코 그것을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세상은 그대로 있었지만 야곱이 변하게 되었다.
밀레의 만종 유대인들은 ‘로쉬하샤나-Roshi Hashanah’를 맞이하며, 온 가족이 하루에 세번하는 기도와 더불어 더욱 회개와 이웃을 축복하는 기도로 새해를 시작한다. 기도에는 신비한 용서와 임재의 기쁨으로, 다시금 새로운 여정을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따스한 의도가 스며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