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하면서도 ‘불안감’은 여전
바이러스의 빠른 증식속도(incubation period)와 강한 전염력으로 무장한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진정한 ‘게임체인저’임에 분명하다. 작년까지 호주는 ‘코비드 제로(COVID-zero)에 근접한 나라’로 불리며 다른 나라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이 델타 변이로 산산조각나고 있다.
작년까지 코로나 방역의 모범생이었던 NSW는 6월 중순부터 델타 변이 발병이 시작되면서 약 두 달 사이에 지역사회 감염자가 1만5천명을 넘었다. NSW에서 6월 중순 이후 79명이 숨졌다. 록다운도 9월말(13주)까지 2차 연장됐다. NSW 지방의 록다운도 9월 10일까지 2주 연장됐다.
지난 몇 주 사이 호주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신주단지처럼 중요시했던 '코비드 제로(COVID-zero)'가 더 이상 목표일 수 없으며 백신 접종률을 높여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스콧 모리슨 총리와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 주총리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방 정부와 NSW 주정부는 가장 먼저 “코비드-제로는 지속불가능이며 더 이상 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 백신 접종률 70-80% 달성을 언제까지 앞당길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NSW의 백신 접종이 이번 주 600만정을 넘자 주정부는 26일 첫 단계의 ‘가벼운 완화’ 조치로 9월 13일부터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시드니 성인들은 12개 우려 대상 지자체 주민이 아닌 경우, 야외에서 최대 5명까지 피크닉 등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5명에는 백신 미접종 아동도 포함된다. 12개 우려 대상 지자체 주민들 중 2차 백신 접종자는 야외(집 반경 5km 이내)에서 가족 모임을 허용한다. 다른 가족과의 모임은 금지된다.
이같은 관심사의 변경으로 백신 감염자 수치에 대한 중요성이 종전처럼 절대적이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NSW 신규 감염자가 호주의 단일 최다기록을 계속 갱신하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800명을 넘었을 때 놀랐는데 25일 900명을, 26일 1천명을 넘어섰다. 케리 챈트 NSW 최고보건자문관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어느 정도 악화된 후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최악이 아니라는 의미다.
코비드-제로 목표 포기에대한 반응이 묘하게 정치적으로 갈렸다.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하는 연방과 NSW 주정부 그리고 노동당이 집권하는 서호주, 퀸즐랜드, 빅토리아주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에서 백신 접종률 70% 이상이면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스콧 모리슨 총리의 주장을 과반수 이상(약 62%)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전국적으로 2차 백신 접종률이 32.3%를 기록했다. 바이러스통계 추적 서비스인 코비드라이브 (COVIDLive)는 “호주에서 현재의 접종률이 지속될 경우, 69일안에(11월 1일경) 70%, 87일안에(11월 19일경) 80%의 접종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경제와 국경을 개방하면, 즉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매일 수십명 또는 수백명 감염, 어쩌면 이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상당 기간 나올 수 있고 일부는 숨지게 된다. 유행성 독감과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통해 중증 질환이나 사망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전염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보다 개방적 사회가 되는 대가로 몇 명 감염과 사망을 호주가 받아들일 것인지(willing to accept) 범위를 정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코로나와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이것역시 의학적이 아닌 정치적 논의가 필요할 부분이다. 여기서는 의견이 갈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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