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간이다. 날씨가 한결 포근해졌다. 봄 소식을 알리는 목련꽃들이 한창이다. 보랏빛 , 흰빛 꽃송이들이 소담스럽다. 그러나 아직 내 마음은 저만치 뒤에서 머뭇거리며 서성이고 있다. 새 봄의 정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서다.
코로나로 인한 록다운이 8월 말까지 다시 연장 되었다. 필요한 치과 치료도 그냥 기다리는 중이다. 금년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을 아내와 둘이서만 보내야 했다. 매년 그런 날을 구실 삼아 가족들과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해 오던 터여서 조금 적적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씁쓰레한 앙금을 떨쳐 버릴수 없다.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 무기력한 피로감을 준다.
이런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은퇴자인 나의 평범한 삶도 그러 할진데, 청장년들이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 힘든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시드니 도심에서 록다운 반대 시위가 열리고 수십명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런 행동이 적절치 못함을 알면서도 어떤 비난보다는 그들의 좌절감과 욕구불만을 생각하며 연민을 느낀다.
지구촌(Global Village)의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다. 인터넷과 항공, 통신 등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 졌다. 쉽게 왕래하고 소통할 수 있다. 도쿄 올림픽의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나는 고스포드 집안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손자들이 방학을 맞아 휴스톤에서 시카고로 여행왔다는 아들 가족과 긴 시간 화상통화를 했다. 같은 지구촌에 살기 때문이다. 반면에 코로나 감염의 경우는 바로 이같은 지구촌의 삶 때문에 모든 나라에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코로나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종교간의 갈등, 경제력의 격차 등이 지구촌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또 그런 결과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 정도와 시간 차이는 있지만 지구 마을 모두가 함께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아니 인간만이 아니다. 바다와 숲과 평야, 그 안에 서식하는 모든 피조물들도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 하나의 동일한 지구촌의 삶이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윌프레드 세시저가 쓴 ‘절대를 찾아서(Arabian Sands)’라는 책을 읽고 몇구절을 보내왔다. 그 중에 두가지가 기억난다. 첫째, 베두인들은 나눔이란 당연한 것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어떤 고난이나 결핍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대로 받아 들여야하는 훈련이다. 삶속에 고난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다. 편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에 개의치 않고 사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가 열악한 사막에서 생존하며 더불어 상생할 수 있게 하는 지혜요 버팀목이 된 줄 안다.
지금 지구촌에는, 백신이 충분해도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로 고심하는 부자 나라들이 있다. 반면에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백신이 없어 접종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들도 있다. 그런 와중에 추가 접종까지 실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안타깝고 슬픈 그림이다. 그런 이기적이고 냉혹한 지구촌의 현실이 베두인들의 사막과 흡사하지 않는가!
최근에 아마존의 베이조스, 버진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회장 등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한사람 당 316억 6천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짧은 시간동안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베이조스는 “그것이 당신을 변화시킨다. 인류와 당신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말했다. 정말 그러할까? 솔직히 나는 그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우주관광시대가 시작되는데 10일간의 여행경비가 617억 5천만원 이라고 한다. 혹 그런 관광 사업을 선전하는 호들갑스러운 표현인 것일까?
나도 우주에서 찍은 초록빛나는 지구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구는 다른 항성들과 비교해서 비록 크기는 작지만, 독특하고 경이로운 곳이다. 현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지구뿐인 줄 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것보다 지구안에서 가까이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의 우주관광 자체를 탓하는건 아니다. 자기 돈 쓰는 것을 시비하는 건 더욱 아니다. 다만 지구촌이 가뜩이나 어려운 그 때가 못마땅하고, 이웃의 아픔과 필요를 외면하는듯 싶은 그런 행동이 유감일 뿐이다. 만일 그 많은 여행경비로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백신을 사 주었다면 얼마나 큰 변화, 아름다운 관계로 바꾸어 질 수 있었겠는가!
지구촌 여러 곳에서 델타변이가 너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나쁜 그런 나라안에서, 현존하는 백신으로 통하지 않는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그러한 나라들과 백신을 나누는 것이 더 심각한 지구촌 펜데믹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이 멈춤의 기간이 언제까지 연장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록다운 된 삶이 때로는 사막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내 삶이 전능자의 선물로 허락된 것처럼, 이런 불편함도 내게 주어진 훈련으로 여기고 잘 감당하려고 한다. 또한 어려운 이웃과 친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돌봄과 나눔을 실천해야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이 나를 향한 그 분의 선한 뜻이요, 곧 내 자신을 위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정복 (은퇴목사,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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