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쁜 상황에 부딪칠 때..랍비 아키바가 여행 중 어느 마을에 당도하여 숙소를 구해 보려고 애썼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키바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은 모두 선하다 ”고 읖조리고 들에 나가 밤을 보냈습니다. 그에게는 수탉과 램프와 나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오자 램프의 촛불이 꺼졌습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오더니 수탉을 잡아 먹었습니다. 그리고 사자가 와서는 당나귀를 잡아 먹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키바가 “무엇이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선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에 몇 명의 군인이 마을에 들어 오더니 주민들을 모두 잡아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아키바가 “내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모두 선하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바벨로니안 탈무드, 버락호트 60b-61a)
아키바에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던 동네 주민들이 잡혀간 것이 인과 응보이고 결국 하나님의 선하신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자조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원인이 결과를 산출한다는 기승전결의 논리와 달리 상황과 관계없이 결론은 하나님인 셈입니다.
대개는 남의 탓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성이 덜차면 남을 핑계삼아 서라도 자신의 상황을 반전하려는 것이 세상의 방법인데 랍비는 고통은 자신이 감수하고 하나님으로 인해 선한 일들이 일어 날 것을 기대하는 마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난감한 일들이 생길 때가 종종 있지만 탈무드는 대체로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합니다.
2. 병과 죽음의 문제랍비 요하난이 병에 들자 친구 랍비 하나나가 문안을 왔습니다. 그리고 “이 병이 자네를 환영하는가?”라며 병으로 너무 힘들어 하지는 않는지 역설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요하난이 “병은 나를 환영하지도 상도 주지도 않는다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저 병이 들었지만 휘둘리지 않고 덤덤하게 병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의 대답이었습니다. 마치 세상이 코로나로 록다운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 유지를 하고 백신을 맞아도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진단 처럼 이제 더불어 살아갈 것을 마음 먹어야 할 듯합니다.
델타 변이가 극성을 부리고 늘어나는 사망자의 숫자들이 수시로 뉴스로 등장하며 은연 중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랍비 히야 바르 아바는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당신의 삶을 희생해야 합니다라는 도전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곧 바로 죽는다는 전제 하에 그렇습니다. 저는 지속적인 핍박의 고문을 견딜 자신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랍비라면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용기있게 대응하겠다며 더 근사하게 대답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인간적인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죽을 때가 온다면 한 순간 고통 없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 입니다.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고문을 받거나 심한 부상을 입고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주위에는 심지어 한 순간 갑자기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서 나치의 군사들이 뜨겁게 달군 쇳덩이를 잡힌 포로들의 겨드랑이에 그들이 죽을 때까지 집어 넣곤했다고 합니다. 랍비들도 피하고 싶었던 것처럼, 고문이 의로운 사람일 지라도 죽음의 공포로 처참하게 굴복하게 만들 것을 두려워 했습니다. 그래서 다니엘의 세 친구도 느브갓네살 왕이 고문을 했더라면 분명히 우상을 숭배했을 것이라고 탈무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바벨로니안 탈무드, 케투봇 33b)
현대 유대인의 법에는, 절대 고문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계 유일의 법적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그가 압박을 받을 때 진술했던 것에 대해서는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어두고 있습니다. (바벨로니안 탈무드, 바바 바트라 16b) 만약, 어느 사람이 그가 극심한 고난 중에 하나님을 저주했다면, 유대인의 법은 그 사람이 유죄이거나 결점이라고 정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이 결코 정죄되지 않는 신의 너그러움이 안심이 됩니다.
3. 인격적 모독과 비난을 받을 때..1930년대 팔레스타인의 최고 랍비였던 아브라함 아이작 쿡은 학자이며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신실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온주의를 경멸하는 극단 정통주의자들로부터 심한 모독과 인격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시 극단 정통파들은 이스라엘로 귀환하고 방문하고자 하는 시온주의자들을 성지를 우상숭배의 수단으로 끌어들이고 시온주의는 가짜 메시야 보다도 더 나쁜 가짜이며 악마의 종교라고까지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경멸의 말과 글로 그를 매도하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던 중, 비난의 중심에 섰던 정통파 지도자의 딸이 죽음의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의사도 구하지 못하고 돈도 없는 처지에 있던 상대에게, 중재를 하는 친구 랍비의 요청을 받자, 랍비 쿡은 기꺼이 자신의 추종자인 미국의 저명한 의사를 추천하고 배삯까지 대폭 할인해 달라는 편지를 써서 원수의 딸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해 주었습니다. 랍비 쿡은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지도 않으면서도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도 존경받는 랍비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민 사회에서도 고통스러운 때가 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그로 인한 비난과 악의적인 소문과 인격 모독을 겪을 때 일 것입니다. 그런 일은 의도치 않게 오해가 생기고, 그때 복수를 하기위해 상대를 비난하거나 결점과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탈무드는 이런 때, 만약 어떤 사람이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저주를 받은 사람이 대응하지 않는다면, 성경은 “그들은 마치 힘있게 솟아 오르는 태양과 같다”라고 말합니다. (사사기5:31)(베벨로니안 탈무드, 샤밧88b)
탈무드는 비난와 모욕에 대해 무기력해 보이는 무대응이, 꼬이는 상황 속에서도 신의 선함을 기대하는 미련해 보이는 믿음이 이 땅에 평화를 이루고 태양과 같은 힘있는 인생이라는 역설의 비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결국 믿음의 문제가 개인에게 남아 있는 셈입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