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니 엄마에요”
“안녕하세요, 조옥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변호사입니다”
저를 소개할 때 저는 상황에 따라 위 세가지 인사말을 사용하고는 합니다. 하니 엄마, 그리고 제 이름을 통해 통성명이 끝나고 세상 사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되고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이 왜 한국에서 이 곳 호주로 오게 되었는 지와 한국에 있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한국변호사인 것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던 한국법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곤 합니다. 아무래도 호주에서 한국변호사를 만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지인들과 한국법에 대하여 나눈 내용은 아주 간단한 것에서부터 실제 계약서나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하여야만 사실관계와 법리 파악이 가능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였습니다. 위의 내용을 본지에 담기에 앞서 호주변호사들이 한국법과 호주법의 차이를 다룬 글들을 몇개 살펴 보았는데, 대부분 공통적으로 언급된 말이 “한국변호사가 아니어서 한국법은 잘 모르지만..”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변호사의 입장에서 한국의 법이 호주와 달리 어떻게 민사와 형사 분야에서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사례별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민사 분야를 먼저 살펴보면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상속과 관련한 재산분할 또는 사업과 관련한 계약분쟁이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로서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 본인도 상속을 받을 수 있는지, 또는 한국에 남아 있는 형제 자매가 본인 몰래 상속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여부 등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의 민법은 피상속인(사망한 자)의 주소지에서 상속이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인의 국적과는 무관하게 부모님이 한국 국적이시라면 한국법에 따라 상속이 개시됩니다. 다만 한국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재산을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상 반드시 세무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 한국은 호주와 달리 관련 법률에 따라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부과되므로 이를 유념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한국에 있는 상속재산이 본인 몰래 처분되거나 일방에게만 상속된 경우, 유류분 반환청구 등을 통해 본인의 법정 상속분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호주와 달리 한국은 법정 유류분 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유언으로도 박탈되지 않는 상속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상속 분쟁 발생시 반드시 변호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후자의 사업과 관련한 계약 분쟁의 경우 실제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송의 각 단계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호주와 달리 공시송달로 인한 청구 인용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A가 B를 상대로 한국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였으나 B가 해외 거주 등의 사유로 인하여 소재불명인 경우 법원은 일정기간의 공고, 즉 공시송달을 통하여 A의 주장에 대하여 인용(승소)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B가 추후보완항소라는 제도를 통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공시송달로 인용된 판결에 의하여 집행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이는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호주와 달리 소장 등 서면의 개인 송달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약 관련한 분쟁이 예상되거나 진행 중이라면 반드시 우체국을 통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법원을 통하여 관련 자료를 전달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형사분야의 경우 한국은 호주와 상당히 다른 수사와 법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기소권이 검찰에 있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습니다. 또한 한국은 폭행죄 등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피해자와의 형사합의 부분이 가해자의 양형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한국은 배심재판으로 알려져 있는 ‘국민참여재판’이 예외적인 경우이고, 원칙적으로는 판사에 의하여 모든 재판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한국법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한국은 화이트칼라 범죄라고 하더라도 피해액수에 따라 구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정구속(법원에서 판결 선고와 동시에 바로 구속하는 것)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형사분야라고 해서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도 관련 법률에 의하여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호주에서 한국의 저명한 상표나 서비스표 등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 한국법의 관점에서 사전 법률검토를 통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제가 만난 지인들의 한국법에 대한 궁금증 중 일부를 설명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한국과 호주는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위의 내용 외에도 법률문제에 대하여 상당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바, 각 법체계가 요구하는 관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H & H Lawyers
조옥아 한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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