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유대인의 ‘성인식’과 관련하여 유대인 자녀들이 어떤 선물을 받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성인식’에는 가족들이나 친지로부터 선물을 받는데, 전통적으로 시계, 돈, 성경, 이 세가지 선물이 가장 의미 있는 선물로 간주되었다고 합니다. 시계는 어른이 되며 시간을 잘 엄수하는 약속에 민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시간을 아껴 늘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선물로 주곤하는데, 미래의 공부를 위해 학자금이나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어 갈 수 있는 미래 사업의 종잣돈이 되도록, 큰 액수의 돈을 가족들이 선뜻 내 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면서 유대교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빈약한 가정들이 전통을 따르다 겪게되는 지나친 허례허식에 대해 지적하는 변화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1. 성인식과 허례허식
탈무드에는 “유대인들의 장례 비용이 너무 비싸, 어떤 유가족들은 시체를 버리고 도망을 가기까지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장례식에 큰 비용을 지출하고는 생활고에 시달린 유족들이 많았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우리도 “자식 여럿을 결혼시키면 집안 대들보가 휘청한다”는 말처럼 어느 사회든 좋은 의미의 전통이, 외식과 사회적 병폐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미 중세 이전에, 재력가이며 존경받는 저명한 랍비 ‘감리엘’은 “내가 죽으면 값싼 수의를 입히고 값싼 나무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유지를 따라 거친 천으로 고인을 안장하는 것이 사회에 귀감이 되어 그 후 의례가 간소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녀의 ‘성인식’에 부유한 유대인들은 약 6만여달러 이상, 일반인들도 약 3만달러 이상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남들에게 초라해 보이지 않으려는 심리적 압박이 ‘계명을 따르는 모범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바르 미츠바(계명의 아들)’의 의미를 희석 시키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현대에는 형편에 맞게 작고 의미있는 선물들을 전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가족의 큰 기념일로, 결혼식에 버금가는 행사를 회당에서 진행하고 그 후 우리의 피로연처럼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선물은 토라, 즉 성경입니다. 원래 성인식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평생 성서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고 사회 속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라는 의미입니다. 교육을 생명처럼 여기는 유대인들의 교육의 시작점은 바로 성경이고 율법입니다. 그래서 주로 회당의 회당장이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성경을 선물로 전달합니다.
2. 성인식과 율법 교육
성인식을 위한 교육을 1년 내내 받았다고 해서 젊은 세대들이 모두 율법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이 많은 젊은 학생들은 교육 기간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에 거침없는 질문을 쏟아 내곤 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율법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래의 친구들과 세상 전체와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탈무드는, 타협하기 쉬운 율법에 대해서,“가벼운 율법을 가장 중요한 율법이라고 생각하며 지키라. 그것이 죄로 부터 떠나게 하고, 하나의 죄가 또 다른 죄를 짓게하는 것처럼, 하나의 율법을 지키면 또 다른 율법을 지키도록 인도할 것이다” (아버지의 윤리, 4:2) 라고 격려합니다. 작고 쉬운 율법을 잘 지키기 시작하면 죄로 부터도 멀어지게 하고 절제가 훈련된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유익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바벨론 탈무드는 “범죄를 저지르며 율법을 완수했다고 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Sukka 30a)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돈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었다고 한다면, 이는 돈을 준 사람이 아니라 돈을 잃은 사람이 선을 베푸는 사람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이 일들은 오히려 모든 것의 주인인 신이 도둑질한 것을 기뻐하고 축복하는 것으로, 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런 면에서 탈무드는 솔로몬 왕이 시작은 좋았지만 계명을 자신의 욕망에따라 합리화하고, 말년의 부끄러운 역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3. 훈련으로서의 율법과 솔로몬 왕
성경은 “(신 17:17) 그(왕)에게 아내를 많이 두어 그의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 것이니라”하는 말이 주어졌음에도, 위대한 지혜의 왕 솔로몬은 “내가 많은 아내를 두고 그리고 나의 마음이 그르치지 않게 하겠다”고 자신을 과신하며 율법과 타협하려 했습니다. 성경은 그의 말년에, “ (왕상 11:4) 나이가 많을 때에 그의 여인들이 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으므로 왕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같지 아니하여.. 여호와 앞에 온전하지 못하였으니”하고 성전을 짓고 지혜로운 통치자로 등극한 솔로몬이 아쉬다롯과 암몬의 밀곰과 같은 우상의 신전을 세우게 하고 그의 많은 이방 아내들이 각기 우상을 숭배하는 일들이 다윗의 가문에 일어나게 된 것을 상기시킵니다.
또 “ (신 17:16) 그(왕)는 병마를 많이 두지말 것이요 병마를 많이 얻으려고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 것이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시기를 너희가 이 후에는 그 길로 다시 돌아가지 말 것이라..” 했는데도 솔로몬이 스스로 “ 나는 병마를 더 많이 만들고 이스라엘 백성이 결코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않겠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후에 “ (왕상 10:28) 솔로몬의 말들은 애굽에서 들여왔으니 왕의 상인들이 값주고 산 것이며..”라고, 솔로몬이 말씀대로 따르기 보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 애굽, 즉 세상의 힘과 권력과 쾌락과 결탁해, 왜곡한 그의 행실을 꼬집어 기록하고 있습니다.
탈무드는 “율법을 제정한 신에게 중요한 것은 유대인들이 ‘카쉬루트’라고 불리는 식사 예법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아니라, 계명이 주어진 분명한 목적은 “오직 한가지, 사람들을 훈련시키려는 것(미드라쉬 탈무드, Shmini 7)”이라고 강조 합니다. 흔히 율법은 어리석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쉽게 간주하는 것으로 인해, 훈련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살아온, 미흡함을 자각하게 됩니다.
요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무명의 세월동안 탄탄히 쌓여진 실력이 진정한 승자가 되게 하는 것처럼, 성인식은 내실있는 인생을 향해 시작하는 인턴들의 훈련 입소식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록다운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훈련은 내실을 담보한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시작하는 7월이 되기 바랍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