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앞 배롱나무
향기 없는 꽃 피우고
홀로 서 있다
두 번 다시 피지 않으리
자그맣게 올라오는 새순도 잘라보았지
순따기를 잘못한 것일까
에미도 막지 못한 한겨울 개화
소금바람에 새어버린 머리카락
얼었다 녹은 물결은 웃어넘긴다
아름답다
그저 괜찮다
꽃 하나 질 때마다
크게 소리쳐 통곡 소리 감춰주고
거품 머금은 채 손 내밀다 멀어져 가며
배롱나무 눈치만 볼 뿐
이별 담으려 추억 삼키듯
낯간지럽고자 하찮아지는 꽃 보며
미련 가지 치고 흔들거린다
그저 파도만 치는 너에게
다시금 빌붙어 뿌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