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의 외교 국무위원들간의 국제 외교 회의가 알래스카의 앵커리지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갖는 양 대국의 외교 회의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제적인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첨예한 주제들에 대해, 두 나라 간의 외교적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양측의 외교 수장들이 장시간 치열한 설전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맥빠진 성과와 달리, 이 회의는 국제적인 뉴스 거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은 두 국가 최고의 외교 국무 위원들을 젖히고, 기대치 못했던 한 무명의 인물이 국제적인 관심의 조명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양제츠 중국 외교 국무 위원의 통역을 맡았던 ‘장징’이라는 미모의 여성 통역관이다. 중국 대표의 발언이 15분이나 넘게 지속되자 그에게 먼저 통역을 하겠다며 유창하고 침착하게 긴 내용을 전달하면서 외교가의 이목이 한 여성에게 집중됐다.
신문과 인터넷을 보니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통역사라고 자랑한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이 금방 수긍이 된다. 장징은 순식간에 웨이보에 3억이 넘는 조회수로 그녀의 학력과 경력 등이 알려지며 ‘중국 뿐 아니라 일약 세계적 스타덤’에 올라 서게 되었다. 중국 매스컴은 “장징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중국 여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달하는 가장 유능하고 전문적인 통역사”라고 자랑을 열거했다. 늘 국제 사회로 부터 수세에 밀려 있던 중국의 묵은 응어리를 속 시원히 분풀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지에 그녀는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는 스타가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변하는 자랑스런 애국자가 되었다.
그녀의 통역은 한편 헐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영화 ‘ 기생충’의 통역사 샤론 최를 생각나게 한다. 중국에 장징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미 샤론(27, 최성재)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 수준급의 작품성과 연출력과 더불어 한 무명의 통역사가 막힘없는 기억력과 단어 뿐만 아니라 톤과 마음까지 뉘앙스를 살린 통역으로 아카데미의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해외 미디어가 주목하는 스타가 되었다.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또 하나의 뿌듯한 사례가 되었다. 그녀의 과거 인터뷰를 보니,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을 했을 때 처럼, 본 것을 보고 또 봐도 신이나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샤론은 봉준호 감독의 통역이었지만 그녀가 전달하는 영화의 메세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사는 재미와 긴장감을 담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현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기에 더 더욱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하는 사람사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징이 통역하고자 한 메세지는 ‘인권’과 ‘불평등’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Black Lives Matter’ 와 같은 불평등과 인권유린에 대해 수년간 아무런 해결도 하지 못하면서 중국의 인권과 불평등에 대해 ‘정의’를 얘기 한다면 그건 “내로남불 이네요, 너나 잘하세요” 같은 말로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한쪽에서는 정의이고 인권 보장인데, 다른 쪽에서는 내정 간섭이며 자기 눈의 들보인 입장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누구의 편이기 전에 적어도 한편의 사실을 전달한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통역의 탁월한 실력과 미모가 한 몫을 더한 것일까?
불공정한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는 세상 곳곳에 늘 존재한다. 지난 주엔 애틀란트의 마사지와 스파 숍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7명 아시안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번 주엔 콜로라도에서 총기 사건으로 10여명이 죽었다. 지난 주부터 한 주동안 미국에서는 7건의 총기 사건이 있었다. 불평등과 인종 차별과 인권 유린이 사건 배후의 이유들이다. 영국 런던의 한 골목에서 임신 27주된 임산부가 정체를 알수없는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베갯잇을 여성의 머리에 뒤집어 씌우고는 여성의 배를 수차례 주먹으로 가격하고 도망치는 참극이 일어났다. 아침 신문엔, 다짜고짜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백인 남성을 나무 막대기로 응징해 화제가 된 중국계 미국인 할머니 셰 사오전(76)이 자신을 위해 모금된 돈을 아시아•태평양계(AAPI) 공동체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샌들(1953-)은 ‘정의’를 판단하는 세가지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들었다. 죤 스튜어트 밀(1806-1873)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그에게 영향을 미친 아리스토 텔레스(기원전 384-322)는 평등을 정의의 또 다른 이면으로 보았다. 바로 평등과 자유와 인권이 오랜세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의 기본 권리임을 정리해 둔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엔 여전히, 불평등과 인권유린이 횡행하고 있다. 모양만 달라진 나치나 스탈린 시대의 전체주의와 결정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한물 간 사조가 아니다.
성경은, “ 아브라함을 데리고 하늘을 보며 네 자손이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하자 아브라함이 이를 믿었고 하나님이 이를 그의 의(Righteousness 창세기15:5-6)로 여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진정한 ‘정의’는 믿기 어려운 신의 약속을 믿는 것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소망을 주려는 것일까?
아브라함은, 성경내내 ‘진리와 공의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창조주가 친히 부른, 신의 복심이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info@itap365.com
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