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주말의 아침이라서 그런지 몸과 마음은 느긋하게 풀어지며 텔레비전 뉴스쇼에 눈길이 간다. 사회를 보는 앵커들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웃음거리를 풀어놓는다. 그런 후에는 직접 동영상의 주인공들과 영상 인터뷰를 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유튜브(YouTube)나 틱톡(Ticktok)같은 인터넷 세상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주인공들을 찾아서 직접 소통을 시도하며 화제의 인물을 추적하기도 한다. 코로나 역병이 번진 후로는 사회적인 격리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점차 닫혀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외로움이나 우울증으로 인해서 점차 인간관계의 형성이 어려워지는 물리적 격리의 사회현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몰이가 ‘나 홀로 족’의 증가를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방송에서는 이런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위로의 선물같은 코믹 동영상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세상살이가 좀은 편해질는지.
오늘 아침에 소개된 짧은 동영상들 중의 하나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자신이 키우는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린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5.2밀리언이나 되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렸다. 목욕 후에는 주인 남자와 고양이들의 얼굴에 마사지 팩을 올리고, 눈에는 동그란 오이조각까지 올려서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네일 서비스까지 받는 고양이들의 표정은 정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한번 웃을 때 마다 한 가지씩 걱정거리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이 창조한 ‘안아주는 기계’의 동영상은 내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피어오르게 했다. 투명한 비닐을 긴 나무 막대에 씌워서 손을 뻗고 몸을 안으로 밀어 넣으면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고안된 포옹기구였다. 그 창작물을 사용한 이웃 여인은 정말 누군가가 자기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스러워했다. 편안하게 안아주는 행동은 외롭고 지친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사랑을 전달해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2016년도에 덴마크의 한 IT 기업이 자폐증 환자의 심리 안정과 일반인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포옹기계’를 만들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포옹 기계인 '오르비스 박스(OrbisBox)'는 안에 들어간 사람이 누우면 사방에서 폴리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진 패널이 신체를 압박해서 누군가 자기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제작되었다. 이 IT 기업은 충분한 실내 공간으로 인해서 안에서 음악을 틀 수 있고 자폐증 환자의 예민증을 완화시키는 충분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를 앓는 환자의 수가 매년 중가하고 있다는 의학지의 발표도 있다. ’나 홀로족, 방콕, 혼술,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처럼 사회구조의 변화가 안아주는 기계를 생활 필수품으로 여기는 세상이 될까봐 우려된다.
몇 년 전 ‘프리 허그(Free Hugs: 자유롭게 안아드려요)’라는 캠페인이 지구촌의 젊은이들에게 유행병처럼 번진 일이 있었다. 유튜브에서 수년이 지난 오리지널 ‘Free Hugs’ 동영상을 다시 찾아보면서 새롭게 감동을 받았다. 자유롭게 안아준다는 것은 일종의 ‘사랑나누기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Free Hugs의 시작은 시드니에 사는 ‘후안 만(Juan Mann)’이라는 청년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약 4분정도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수백만이 넘는 지구촌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았다.
어떤 한 남자가 ‘Free Hugs’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드니의 중심가인 피트 스트리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안은 슬픈 가족사를 겪은 후 안아주기 캠페인을 벌리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는 후안의 표정은 너무나 편안하고 다정해보이며 후안에게 안기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묻어나는 것을 엿볼 수가 있다. ‘자유롭게 안아주기 캠페인’은 시드니 출신의 록밴드 ‘Sick Puppies’가 자원봉사로 동영상에 배경음악을 올리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국경 없는 사랑의 고리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메시지가 되어버린 셈이다. 할머니 한 분은 안기고 나서 후안의 눈을 그윽이 바라보며 뺨을 어루만져주는데 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거리에서 포옹을 하던 후안을 내쫒았던 경찰도 나중에는 웃음을 지으며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감동을 더하게 했다.
후안 만이라는 사람이 시작한 ‘Free Hugs’ 캠페인은 혼란한 이 세상에 한줄기 사랑의 빛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안아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의 용기가 큰 물결을 이루며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진심어린 따스한 포옹으로 인해서 사랑의 체온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고 여겨진다. 나도 ‘Free Hugs’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동안 ‘Free Hugs’가 열세를 떨칠 때 브리즈번 시내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백인 청년이 ‘Free Hugs’ 피켓을 들고 사람들에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구경만 하고 있을 때, 용감한 한국 아줌마는 팔을 벌려서 그 청년을 안아주며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었다.
요즘의 우리 사회는 너무나 힘든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게 만들었고 헛기침 한번에도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하늘 길도 막혔고 그리운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거나 안아보지도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백신 주사를 맞기 시작했으니 깨어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마음껏 행복하게, 자유롭게, 안아주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우리에게 행운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teresacho7378@hotmail.com
사진 : 시드니 청년 후안 만의 프리 허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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