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해로 기대했던 2020년이 난데없는 ‘코로나’라는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기습으로 1년을 잃어버린 ‘불운의 해’로 바뀌고 말았다. 세계인들의 입을 마스크로 틀어막고 국경은 물론 최근까지 국내의 통행을 금지시킨 사례가 이를 말하고 있다.
12월 들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무려 6천 5백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백50만명에 이른다고 WHO(세계보건기구)가 최근 발표했다.
또 그렇게 한해가 저물고 있다. 고난은 또 다른 축복의 위장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의 폐해가 막심해서 막막한 바다를 홀로 떠다니는 배처럼 외롭고 고독한 한 해 였다.
불교에서는 인생 항로를 ‘고해(苦海)’로 비유한다. 108가지의 번뇌가 떠다니는 괴로운(고통의) 바다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 있는가 하면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도 있으며 심지어는 즐거움도 고통이 기저에 내재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을 ‘비기(悲器: 슬픈 그릇)’라고 정의하는 것일까?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우리는 2020호라는 배를 타고 출항했다. 과거에는 선현과 스승의 교훈을 등대 삼고 부모의 가르침을 나침판 삼아 인생의 운항에 나섰다.
최근의 선박에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 위험성이 크게 줄어 들었다고 하지만 변화무쌍한 기상의 변덕은 상존하고 있다.
기상이라는 외부 요인도 중요하지만 질병과 스트레스라는 몸과 마음의 병도 배의 운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머나먼 남쪽 나라 호주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온라인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고국의 정세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혹자는 해외로 이민을 왔으면 그 나라 정세에나 신경 쓰지 고국을 잊으라고 주장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살아 왔던 고국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 고국의 정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민주주의는 공감과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맺어진 가장 바람직한 정치제도인데 고국의 정계에서는 복수에 함몰된 정치로 여야가 항상 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국민>을 내세운다. 국제화 시대를 맞이한 세계는 국민 감정이 아니라 국제 감각이 더욱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고국에서는 좌파와 우파로 양분되어 장기간에 걸쳐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성경(여호수아 1장7절)에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 하리니.."라고 경고한다.
전염병의 창궐과 경제의 어려움으로 국난에 처하게 되면 지도자의 역할은 실로 중대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난세에 영웅이 두각을 나타낸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이라는 절대 절명의 국가 위기에 이 순신 장군이라는 걸출한 영웅을 배출했다.
서투른 양치기는 양떼를 망쳐 놓는다고 옛 글에 표현하고 있다. 이는 모자는 크고 소떼가 없는 카우보이를 연상케 한다.
12월, 2020호는 코로나라는 파고를 헤치고 가까스로 모항으로 귀항하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이 유명 국제 제약회사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제조, 공급되고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청정한 지구를 회복하고 보전하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겠다.
우리는 조상들에게 지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려온 것이라고 인디언들은 설파한다.
호주와 한국의 TV 프로그램에서 낚시하는 장면을 보면 호주 TV 에서는 생선을 낚아도 대소를 불문하고 낚인 고기를 바다로 살려 보내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그에 반해 한국 TV에서는 선상 낚시를 하면서 고기의 크기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회를 떠서 먹는 화면을 방영하고 있으니 자연보호에 대한 기본 인식이 비교된다.
우울한 한해를 마지막으로 보내고 있다. 바이러스에는 백신이 필요 하듯이 마음에도 백신을 맞으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마음의 백신으로는 김수환 추기경의 명언을 추천하고 싶다.
#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쪽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번 생각하고 말한다.
# 화내는 사람은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 기도는 녹슨 쇠붙이도 녹이며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 이웃과 절대로 등 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큰 거울이다.
# 가끔은 어두운 방에서 자신을 바라보라. 마음의 눈으로, 마음의 가슴으로 주인공이 되어 "나는 누구인가? ",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나?".. 그리 하면 조급함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여유로움이 생기나니..
이렇게 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나가자. 삶은 우리가 조금씩 아껴 가면서 꺼내 놓고 싶은 보배요 행운이다.
아랫목처럼 따듯한 가슴을 가진 사람과 따스한 말을 하는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 또한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거기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말은 맞지 않는 것이 별로 없다. ‘노인의 머리와 청년의 손(Old head and young hand)‘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실버족들이 접속과 공감(concept and connect)을 통해 동포사회에 행복의 그물을 던져 보자.
필자는 최근 한 동창회 망년회에 참석했다. 한국인들은 해가 바뀌기 전에 망년의 모임을 갖는 관습이 있다. 이는 묵은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많은 건배 표어 중에서 "당신 멋져!"라는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면서 살아가자는 의미라고 한다.
새해에는 가진 것을 인식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봉주 (자유기고가) bjk19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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