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돈오 김
-2013. 5. 23. 가시다
윤희경
매미 울음이
뙤약볕을 쏟아내는 파통가
십이월은 갈 데 없는 무연고지가 아니었다
낮은 울타리
허물어진 집의 정수리를 쫒아
땡볕 아래 바랜 기억이
한 줌 고여 있어
빛줄기 날카로운 가시로 모여드는
모래톱이 날숨을 내쉬고 있다
그가 없이도
안녕하셨는지요 선생님!
울타리 근처를 짚으며 채화한
시퍼런 정강이뼈와 살
하나 둘 입에서 입으로
<그랜드 서클>, <내 이름은 티안>, <차이나 맨>
<암호>처럼 헌화했다
한 세상을 묶어 가던 거친 숨결이
한바탕 소나기였는지
벗어둔 낡은 작업화 한 켤레
당신 없이 파통가 인 적 있던가
낚싯대에 걸린 상어 이빨에
구부러지는 바늘이 할퀴는
순간
당신이 산란한 생의 기미를 낚아챘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고인이 되고 싶다'라고
끝없이 밀려드는 바닷가
선생의 파도 위로
자꾸 날아드는 매미 울음은
파통가 운율이었다
< >는 돈오 김 선생의 저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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