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스님
날씨 변덕이 매우 심하다. 월요일엔 여름처럼 덥더니 화요일은 가을같이 서늘하다. 모든 것은 이렇듯 변화의 연속이다. 일러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테스형도 지나가고 코로나도 사그러질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 이치에 역행하는 것이 하나 있다. 좀처럼 시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은 60 여 년전 선거 부정으로 이승만 물러 가라고 형들 따라 소리 지르면서 국회 의원 집에 가서 불을 지르려는 그들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지금 까지도 그와 유사한 시비가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고 그 대상은 권력자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불경에 중맹모상이라는 말씀이 있고 세상엔 아전인수격이라는 격언(格言)이 있다. 전자는 여러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각자가 만져 본 부위만 고집한다는 뜻이고 후자는 잘 알다시피 큰 가뭄이 왔을 때 자기 논에만 물을 댄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에선 그런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 듯하여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나마 그전엔 고개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서 앞으로는 좀 나아지겠거니 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무조건 억지를 부리며 변명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스로 날아가서 테스형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참, 장님 코끼리 만진 식이며 아전인수가 너무 심한 작금의 현상이다. 그 어떤 문제가 발생했으면 우선은 법 절차에 따라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함은 법치 국가에선 재론할 여지가 없다. 물론 우리 인간이 제정한 헌법 등 기타의 법령 등에 완전무결은 없지만 그나마 일차적 시비를 가리고 거기에 따라 승복하는 것은 민주사회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근본적 원동력이다. 그런 이론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법의 허점을 노려서 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고 억지를 쓰고 있으니 민초들이 보았을 땐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옛말에 먹줄에 의지하지 않고 대패질을 하는 목수에게 집 일을 맡길 수가 없고 국경을 잘 지키지 않는 군인들에게 보초를 세우게 되면 머지않아 평화가 무너진다고 하였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비슷한 내용의 시와 비에 대해서 분명하게 판가름을 못하고 허둥되는 우리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우선은 중맹모상의 어리석음에서 벗어 날려고 애를 써야 된다. 우린 누구나 각자의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 얘기만 나오게 되면 그 분위기가 혼란해지는 현상이 바로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 다름을 이해는 하고 있으나 그것이 현장에서 회자되면 다름은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기 주장과 고집만 남는다. 옳고 그름에 대한 냉정한 객관화는 사라지고 자기가 만져본 코끼리의 등짝에만 매몰되어 코끼리는 평편하게 생긴 동물이라고 우겨 대기만 한다.
어찌됐건 자기 논에만 물을 대서 자신의 나락만 살리고 보자는 식이다. 거기에 패거리가 생기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힘과 수치와 교묘한 재주로 자기 식구들을 늘린다. 그 미끼가 바로 욕심을 채우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시비를 재는 눈금은 출렁거리고 사회는 혼탁해지며 국민들의 정서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최소 한도의 사회 규범인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서 오는 분명한 결과이다. 자신의 주장이 진리에도 부합되고 상식에도 어긋나지 않으며 미래 세대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견해일까? 아전인수격의 감정만 앞세워서 시비를 제대로 가름할 수 있는 각자의 안목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조국의 미래는 암담해질 것이다. 일분 일초라도 자기의 주장과 견해를 허공에 떠 올려 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때 자신도 좀 더 성숙되고 조국도 당당해질 것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지혜의 눈을 뜨고 코끼리 전체를 바라보면 시비가 잠적할 것이고 남의 논의 나락이 비틀어 지는 것을 자세히 눈 여겨 보면 그 논에도 물을 주게 되는 넉넉한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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