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러드 전 총리 ‘의회특검’ 청원
빅토리아주의 코로나 신규 감염 추세가 크게 누그러지면서 호주의 ‘2차 코로나 파동’이 진정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보면 빅토리아주의 코로나 사태가 사실상 호주의 2차 감염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10월 22일 현재 호주의 누적 확진자 27,458명 중 빅토리아주의 확진자가 20,329명으로 74%를 점유했다. 사망자 통계에서는 빅토리아주가 더욱 압도적이다. 호주 사망자 905명 중 빅토리아주 사망자가 817명으로 무려 90.3%를 차지했다.
이같은 빅토리아주의 2차 감염 확산을 계기로 호주 보수 언론들 중 루퍼트 머독 회장의 뉴스 코프는 빅토리아 노동당 정부의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에게 오랜 기간 거센 공격을 퍼부어 오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6백명을 넘었던 지난 7월말과 8월 초순 사실상 시퇴를 촉구했다.
빅토리아 주정부의 최대 실책은 해외귀국자들의 관리 소홀과 감염자들의 접촉자 추적이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던 점이다. 또 노인요양원 전염 차단 실패로 6백명 이상의 노인들이 숨졌다. 이런 파문으로 보건장관과 주총리실 비서실장이 결국 물러났다.
뉴스 코프의 공세 대상에는 노동당이 집권 중인 퀸즐랜드와 서호주도 포함된다. 두 주는 주경계 봉쇄에서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을 빌미 삼아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두 주의 여론조사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10월 31일 퀸즐랜드 선거는 어쩌면 아나스타시아 팔라쉐이 주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주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시험 결과일 것이다. 재신임을 얻으면 뉴스 코프의 공세는 미디어를 무기로 활용한 부당한 정치 공격이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지난 10월 17일 ACT 준주 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무려 6연속 집권 기록을 세웠다. 야당인 켄버라 자유당은 지지율이 크게(-3.6%) 하락했고 진보 성향인 녹색당의 지지율은 3.6% 반등했다.
같은 날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에서 제신다 아던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대승을 거두었다. 뉴질랜드 총선에서는 미국과 영국에서 주목을 끈 ‘극우 포퓰리즘’을 앞세운 군소정당들이 모두 패퇴했다. 코로나 대처 성공과 아던 총리의 높은 인기 등이 승리 요인이겠지만 뉴질랜드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여준 포퓰리즘을 거부했다는 의미가 있다. ACT 선거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약간의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제 퀸즐랜드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모은다.
호주 보수 언론은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프가 사실상 좌우한다. 일간지 중 무려 70%를 독점한다. 머독 회장 겸 CEO와 생각이 다르면 호주 정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맞서는 세력은 가차 없이 퇴출당해 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말콤 턴불 전 총리였다. 뉴스 코프 계열 미디어의 막강한 지원을 받은 토니 애봇 전 총리를 수장으로 한 자유당내 강경 보수파 세력이 당권 도전 파동을 일으켰다. 이들이 바라던 보수파 총리(피터 더튼 내무장관) 옹립은 실패했지만 턴불 총리를 퇴출시켜 절반의 목적을 달성했다. 간발의 표 차이로 총리직에 오른 스콧 모리슨 총리는 뉴스 코프 미디어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최근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데릴 맥과이어 ICAC 스캔들이 터져 자유당에서 보석처럼 애지중지하는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 주총리가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당연히 보수 언론들은 베레지클리아 주총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ICAC 파문이 계속 악화될 경우, 퇴진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이번 주초 보수 미디어를 순회하듯 인터뷰를 하며 꼬랑지를 내렸다.
보수 정당의 신데렐라였던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의 정치적 곤경 사태를 보면 정치는 역시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뉴스 코프의 전횡과 왜곡에 분노한 케빈 러드 전 총리(노동당)가 호주 의회에 뉴스 코프 등 보수 언론사들과 포털을 겨냥한 의회특검을 청원하고 있다. (오늘자 12면 이슈 참조) 36만명 이상이 서명(11월 4일 종료)으로 동참했다. 청원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머독의 눈치를 봐야하는 모리슨 총리는 특검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영어권 선진국 중 호주만큼 한 기업집단이 언론계를 독점하며 정치권을 흔들어대는 나라는 호주가 유일하다. 미국에서 머독의 활약으로 폭스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나라는 완전 양분됐고 극심한 혼란 상태가 빚어지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트럼프-폭스텔 연대의 후유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호주에서는 이런 사회 왜곡 현상이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호주와 밀접한 뉴질랜드와 ACT준주 선거에서 뉴스 코프가 원하지 않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들이 더욱 깨어있어야 할 이유를 잘 보여준 셈이다.
고직순 편집인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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