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호주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호주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호주 의회 연설 중 “양국은 정치적 신뢰를 더욱 견고히 해야하며 협력을 확대하고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6년 후 이 희망은 무너지고 말았다. 올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과 미.중의 극심한 갈등 대립 속에 미국과 동맹 관계인 호주와 중국이 가까워질 수 없었다.
미국의 압력으로 호주도 중국의 통신사 화훼이의 5G 사업 참여를 금지시켰다. 호주는 중국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자유항해 침해 가능성에 반대를 선언했다.
지난 4월 21일 스콧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 발생 원인을 중국에 묻겠다는 발언에 “중국 정부는 더 이상 호주 정책을 참을 수 없다”라고 발끈하며 무역제재를 발표했다.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상당 부분 중단시켰고 보리 수입에 80%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포도주 수입도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호주에서 공부하는 17만명(9만명 이상 고등학교 이상자)의 중국 유학생들과 149만명의 관광객에게 호주 입국을 가급적 중단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호주 경제는 약 250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 수출의 28%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다변화시키려고 애를 쓰지만 태평양에 외로운 섬 대륙 백인 국가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는 나라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2019년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1,485억 달러, 수입은 792억 딜러로 호주가 막대한 무역흑자를 봤다. 호주의 3위 교역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수출 147억 달러, 수입 360억 달러로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2위인 일본 수출은 565억 달러, 수입은 215억 달러였고 4위인 한국 수출은 253억 달러, 수입 147억 달러였다.
호주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미국계 투자회사가 20.1%, 일본계는 11.4%인 반면 호주에 막대한 무역 흑자를 안겨주는 중국투자는 4.5% 미만이다.
호주는 1910년부터 경제 주체였던 제조업이 중국의 원자재 수입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70년 만에 제조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1980년대부터 광산업과 농목축업, 서비스산업 위주가 됐다. 그 후 30여년간 중국의 광물 수입으로 호주 경제는 불황을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호주 경제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불황에 빠졌다. 4-6월 분기 경제성장률이 -7%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채와 예산적자가 폭등했고 중국의 대호주 투자도 거의 중단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의 경제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지(Fiancial Times)는 “호주는 아직도 운 좋은 나라(a lucky country)라고 말할 수 있나? 한마디로 이제는 끝났다."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미국의 무역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부진한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화 5,400억 달러(7,540억 호주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도로 및 주택, 비행장 등을 건설하여 제2의 경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도 보다 무려 74% 이상 증액됐다.
제 2의 경제 건설을 위해 중국은 철광석, 석탄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 철광석의 60% 이상, 석탄의 60% 이상을 호주에서 수입했다.
2019-2020년 1000억 달러의 호주산 철광석이 수출되었는데 850억 달러 상당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이결과 철광석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톤당 가격이 $73에서 이제 $120로 64% 치솟았다. 운반비도 작년보다 4% 상승했다.
철광석은 호주와 브라질이 주요 수출국인데 브라질 광산은 지난번 홍수로 상당수가 파괴되어 호주만이 대량 수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것으로 호주의 지하자원 붐은 끝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새로운 철광석 매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기니에 질이 좋고 막대한 양의 철광석이 매장돼 이미 싱가폴을 비롯해 리오틴토(Rio Tinto)와 중국계인 시만두(Simandou)가 벌써 계속 투자를 해서 머지않아 호주의 자랑인 철광석의 봄날도 끝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호주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예산안에 15억 달러를 들여 초창기처럼 제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제조업 부흥 환경이 녹록치 않다.
다행히 호주에는 막대한 분량의 천연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2019년 총 77.514Mt(million tonnes)의 국내 생산 LNG를 수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75Mt에 그친 카타르(1위 수출국)를 압도한 규모이며 LNG 산업에서 급성장세를 보이는 미국보다 2배 많은 양이다. 가스개발과 관련 농촌의 반발도 만만치 많지만 가스개발은 호주 자원 붐의 재도약에서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명호 (자유기고가) milper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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