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유럽에서 약 2,500만명 (추산)의 사망자를 낸 전염병 페스트(흑사병)는 중앙아시아로부터 유럽 전염까지 무려 2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져 ‘팬데믹(Pandemic: 대유행)’이 된 기간은 불과 3-4개월이다. 무서운 전염력이다. 예전에는 전염병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면 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나 퍼져 있기 때문에 피할 길이 없다.
8월 6일 기준으로 전세계 감염자는 1,875만여명이고 사망자는 70만6천명을 넘었다. 호주의 확진자가 2만명(19,890명)에 근접했고 사망자는 255명으로 늘었다.
지난 주말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50만명의 확진자가 나와 미국. 브라질 , 인도, 러시아 다음으로 5위가 됐다. 8월 1일 인도에서 하루에 5만 7천명이 확진된 기록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4차 회의 개회사에서 “이번 코로나-19는 100년에 한 번 있을 공중보건의 위기이며 그 영향이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코로나-19가 국제적 공중보건의 위기(PHEIC)에 해당한다는 이번 긴급위원회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는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고 믿은 나라조차 새롭게 병과 싸우고 있고 초기에 영향이 없던 나라의 확산도 급격해졌다”며 “일부 국가만이 유행을 이기고 통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의 감염 확산이 위기를 맞고 있다. 다니엘 앤드류스 주정부는 5일부터 6주동안 멜번시 통금을 포함한 4단계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지난 7일동안 빅토리아의 신규 확진자가 무려 3,776명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우리는 지금 모두 멜번 사람이 되어(we are all Melbounians now) 어려움에 처한 빅토리아주를 모두가 협력해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4단계 록다운 기간에도 슈퍼마켓, 정육점, 제과점, 은행 등은 정상적으로 영업한다. 식당과 카페는 테이크어웨이로 제한된다. 가구 당 1명이 하루 1시간만 생필품을 쇼핑할 수 있다. 집에서 반경 5km 이내의 숍을 이용해야 한다. 운동도 비슷하게 제한됐다. 물론 멜번을 벗어날 수 없다.
호주 제2 도시 멜번의 경제가 사실상 6주 동안 마비되는 셈이다. 이같은 경제 여파에도 불구하고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시민들의 이동을 최대한 줄여 감염자 증가를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멜번 외 빅토리아 전역에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NSW 주에서도 대중교통이나 쇼핑센터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강력 권장된다. 아직은 의무가 아니지만.
호주 확진자 19,890명 중 빅토리아가 13,469명으로 약 67%를 차지한다. NSW(3,832명)는 약 19%를 점유한다. 사망자는 255명 중 빅토리아주가 170명으로 67%, NSW가 50명으로 19.6%를 점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대 피해자 그룹은 요양원에 체류하는 고령자들이다. 80세 이상 사망자가 다른 연령대보다 10배나 많다. 특히 질병과 고령으로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의 사망률은 심각할 정도다.
지난 2013년 토니 애봇 정부(자유-국민 연립)가 집권하면서 요양원 시설 지원 예상 중 30억 달러를 삭감했다. 이로인해 호주의 2,700여개 요양원에 거주하는 20만여명의 고령층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2018년 스콧 모리슨 총리가 요양원 노인 학대와 관련한 의회특검(Royal Commission)을 발족시켜 보고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었다. 모리슨 총리는 “Sad and shocking system underfund, poor management, unsafe system(예산과 관리 부족, 안전하지 못한 제도로 인해 슬프고 충격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지만 간혹 공개되는 소식을 보면 정말 충격적이다. 불과 $6.50의 식비로 매일 스매쉬 포테이토(간 감자)와 완두콩만 먹던 노인이 거짓으로 아프다고 병원에 가서 마음껏 식사를 했다는 스토리도 포함됐다.
요양원은 주정부에서 운영하지 않고 대부분 민간 기업들이 운영한다. 연방 정부가 감독 기관이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은 그래도 정식 간호사 한명정도는 임명되어 운영되고 있어 민간 양로원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은 편이라고 한다.
연방 정부 지시로 운영하는 사립 요양원은 3등급 자격증(Certificate III: 6주 훈련)을 가진 직원을 임명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시간당 $22을 받고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요양원을 전전하는데 이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사례가 빈번했다.
멜번에 있는 그리스정교회(Orthodox Church) 소속인 세인트 바실(St. Basil) 요양원은 8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4명이 숨졌다. 코로나 균을 검사했던 쓰레기를 6시간이나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간병인들이 사용했던 고무장갑이 곳곳에 버려져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앤드류스 주총리는 “이런 곳에 우리 어머니들을 둘수 없다”고 개탄했겠나?
빅토리아주에 있는 요양원 770개 중에 대부분 사립이며 180개만 주정부가 간호사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요양원에서는 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미국의 사망자 중 요양원 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이 40%가 된다. 캐나다는 81%라고 한다. 개인보호장비(PPE)의 부족이 주 원인이었다. 이런 요양원 실태가 현재 영어권 선진국의 실상이다.
하명호 (자유기고가) milperra@gmail.com
info@itap365.com
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