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호주의 대학 출신자는 7%에 불과했다. 약 30년동안 장기 집권해온 자유당 보수 정부(로버트 멘지스) 시절 일반 호주인 자녀들은 대부분 기능직이 되는 TAFE(기술전문대)에서 공부를 하도록 하고 부유층 가정의 자녀들 위주로 대학을 진학했다.
그러나 1971년 1월 고프 휘틀램 노동당 정부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당이 됐다. 1972년 1월부터 대학등록금을 무료로 만들어 가난한 노동자의 자녀들도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그 후 같은 노동당인 봅 호크 총리 시절 대학의 무료 등록금을 없애고 정부 융자로 졸업 후에 상환하는 제도(HECS)를 마련했다. 가급적 가난한 사람들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2018년 호주의 대학졸업자는 27.3%로 크게 증가했다. OECD 국가 중 상위권인 한국은 49%이고 OECD 평균은 38.6%이다.
지난 2013년 총선에서 토니 애보트 자유당 대표가 승리하며 집권하고부터 대학 지원예산을 20% 추가 삭감했다. 당시 노동당(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10만 달러를 가져야 보수당 정권에서 문과계들이 졸업하게 될 것”이라고 야유했다. 그 당시 인문계열 졸업장을 얻기 위해 2만달러의 학비면 족했다.
그런데 지난 주 댄 테한(Dan Tehan) 연방 교육부장관이 “2021년부터 인문계 학비가 종전 1년 $6,084에서 $14.500로 무려 113%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개혁안은 인기학과의 수업료는 오르고 고용 수요가 높아지는 분야의 학비는 낮아질 것"이라면서 "대학 입시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 적합성을 더 고려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호주에서는 전체 12학년생의 40%인 27만명 정도가 매년 대학에 진학한다. 과거에는 인문계는 실험/실습이 없어 이과계보다 등록금이 저렴했다. 과잉 상태인 법대와 상경계(Commerce) 학비도 28% 인상된다.
그러나 모자라는 교사, 간호사, 의학, 심리학, 영어, 수학, 농업분야의 진학자는 작년 학비보다 50%가 감액된 $3,700로 인하된다. 이외에도 취업이 수월한 과학, IT,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작년보다 학비가 20% 인하된다.
인구가 작은 호주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취약한 인문계 출신의 취직 자리가 너무나 부족하다. 정부가 대학등록금(HESC)을 회수하기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보통 취업률이 71% 정도이다. 대부분 슈퍼마켓 계산원, 우버 운전 등 공부와 관련이 없는 노동일로 소득을 올린다.
문과는 형이상학(形而上學, Mataphysic)이라 모든 존재의 철학적 의미를 연구하는 깊은 학문이지만 현대의 대학은 진리탐구보다 점점 직업과 기술위주의 학문으로 가는 경향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백만명 이상이 직업을 잃어 경제가 어려워졌고 해외 유학생도 크게 줄어 대학의 재정이 매우 취약해졌다. 호주 대학 운영비의 26.6%을 조달했던 해외 유학생들의 학비 수입이 국경봉쇄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호주는 인구가 작지만 대학 시설은 우세하여 세계 100위권에 5~10개의 대학들이 속해 있다. 경제적으로 풍성해진 아시아 국가들은 중산층이 크게 늘어 호주 대학은 해외 유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특히 중국은 호주 전체 유학생 중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호주와 중국 정부가 외교적 마찰로 어려움에 처했다.
중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호주 유학을 방해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유학 계획이 있을 경우, 호주를 선택하기 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장단점 평가를 실시하고 호주를 유학지로 선택하거나 호주로 돌아가 공부하는 것을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최근 중국 문화관광부도 자국민들에게 호주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호주에서 중국의 코로나 초기 발병에 따른 인종차별과 폭력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한 후 어떻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됐는지 국제적인 독립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한 후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세번째 어려운 문제는 대학 인구의 증가이다. 지난 2002년 존 하워드 정부 시절 피터 코스텔로 재무장관은 가임 여성 한 명당 3명의 자녀 출산을 권장했다. 한 명 당 출산비 5천 달러를 지원했다.
이 결과로 호주의 가임력이 크게 늘어 이들이 40만명이 된다. 2012년 대학에 17.600명의 지원자가 늘어났고 2024년에는 45.000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2030년대는 96.600명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해졌고 정부가 부득불 학비를 올리게 된 동기가 됐다. 호주국립대학(ANU)의 앤드류 노튼(Andrew Norton)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공부하려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야 하며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을 비난했다.
‘쉰들러의 방주’를 쓴 호주의 저명한 문학가/소설가인 토마스 케닐리(Thomas Keneally)는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Man does not live on bread alone)'는 격언을 인용하며 스콧 모리슨 정부의 인문계 줄이기를 비난했다.
하명호 (자유기고가) milper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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